걷기 열풍이 시작되면서 북한산 둘레길, 강동 그린웨이, 서울 성곽길 등의 다양한 걷기 코스가 개발되었습니다. 트래킹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그중에서 너무 가까이 있어서 잘 알려져있지 않은,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길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숲-남산길입니다.
서울숲-남산길은 서울숲 -> 용비교 -> 응봉산 -> 대현산 -> 응봉공원(구 대현산배수지) -> 금호산 -> 매봉산 -> 남산으로 이러지는 8.5km의 도심속 숲길입니다. 어른들이라면 이 코스를 종주하는 것도 꽤나 운동거리가 됩니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 이 중에서 편안하고 안전하면서도 숲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하이라이트 구간을 추려야했습니다. 여러번의 답사를 통해 추려낸 코스는 신금호역 -> 금호산 -> 생태다리 -> 매봉산 정자 코스입니다.
특히 이 구간에는 벚나무들이 많아서 4월중순 경에는 벚꽃 구경삼아 와도 됩니다. 보기 힘든 겹벚나무의 꽃이 4월말~5월초에 만개하기 때문에 이를 감상하는 것도 좋습니다.
오늘 소개시켜드리는 코스를 아래 지도에 표시해 보았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가정하에 5호선 신금호역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잡아봤습니다. 그리고 빨간색 선을 따라 가면 금호산을 넘는 것인데 G1이라고 표시된 부분이 생태다리입니다. 여기까지가 일차적인 코스로 약 1.5km 정도의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좋은 숲길입니다. 그리고 G1에서 G2 매봉산에 이르는 초록색길은 왕복 2km 정도의 한적한 숲길입니다. 일단 전체적인 개요를 눈여겨 봐두고 상세한 코스안내를 드리겠습니다.
이 코스는 여러번 혼자서도 아이와 함께도 다녔지만 사진을 제대로 찍기 위해 지난 주말(2013.4.20) 아이와 함께 다시 다녀왔습니다.
시작은 신금호역 1번 출구에서 나와서 청구역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합니다. 약 250m 정도 걸어가면 아래 사진처럼서울숲-남산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나옵니다. 거기서 좌측으로 꺾어 오르막을 오르면 됩니다. 이 일대가 요즘 재개발이 한창이라 좀 어수선하고 공사차량도 제법 다니니 아이의 안전에 유의하세요.
만일 아이가 어리고 힘들어할 것 같으면 신금호역에서 위 지도의 P지역(맨발공원)까지 5번 마을버스로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웬만하면 그냥 걸어갈 것을 권해드립니다. 왜냐하면 맨발공원까지의 벚나무 꽃들이 예쁘거든요. 그리고 산을 좀 다녀보면 아시겠지만 초반에 오르막을 오르면서 땀을 좀 흘리는 것이 오래 걷는데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출발지인 신금호역에서 P로 표시된 맨발공원까지는 아래 사진과 같은 분위기의 완만한 오르막입니다.
이 오르막길 왼쪽으로는 제법 년수가 된 벚나무들이 나란히 서있습니다. 주변이 재개발되느라 어수선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냈습니다. 사진의 담장 너머로 재개발 현장입니다. 예전에는 좀 낡은 집들이 있었는데 금호동 곳곳에 있던 이런 오래된 집들과 골목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공사를 위한 담장을 치면서도 나무들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담장 곳곳에 구멍을 내어 어렵사리 수고를 해준 공사 관계자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나무들이 나중에 이 곳에 살 주민들에게 크게 베풀어 줄 것입니다.
원래는 아래 사진과 같은 야트막한 담장이 있었습니다. 시멘트로 되어 있긴 하지만 오랜 세월이 묻어나고 담쟁이덩굴이 그 위를 치장하고 있어 나름 운치있는 담장이었습니다. 이 담장들은 없애지 말고 잘 보존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 아들은 키가 작을때 저 동그란 구멍사이로 마을을 내다보곤 했습니다.
드디어 맨발공원입니다. 정식명칭은 "응봉근린공원"인데 근처에 "응봉공원"도 있어서 이참에 "응봉맨발공원"으로 개명을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 공원은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맨발로 지압운동을 할 수 있는 코스와 아름드리 겹벚나무, 잘 가꾸어진 꽃밭 그리고 조그만 놀이터와 정자가 있는 등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습니다.
아들내미가 이곳을 아주 좋아합니다. 지압코스를 감히 맨발로 가지는 못하지만 울퉁불퉁한 굴곡이 나름 재미있나 봅니다. 몇바퀴를 계속 저렇게 돕니다. 이곳이 오르막이 끝나고 이제 내리막 코스가 시작되는 곳이라 쉬어가기에 딱 좋은 곳인데,너무 오래 쉬지 않도록 유의하세요. 제 아들도 이곳에서 놀면서 퍼져서 더이상 코스를 진행하지 못하고 되돌아 간 적이 있습니다. 이 날도 사진에 보이는 정자에 앉아서 간식으로 싸간 주전부리를 거의 다 먹어치우더군요. 집에 돌아간다고 떼쓰는 아이를 다시 끌고 코스를 진행하느라 애를 좀 먹었습니다.
이 맨발공원에 큰 겹벚나무가 있습니다. 겹벚나무는 다른 벚나무에 비해서 개화시기가 2주 정도 느립니다. 그래서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습니다. 제법 큰 나무여서 꽃도 풍성하게 달립니다.
겹벚나무는 일반적인 벚나무와는 수피가 다르게 생겼습니다. 일반적인 벚나무들은 가로로 터진 입술모양이 보이는데 겹벚나무는 껍질이 갈라져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모양을 하고 있어 완전히 다른 나무 같습니다.
아래 사진은 몇년전에 이 곳에서 찍은 겹벚나무의 꽃입니다. 4월 말일에 촬영된 것이니 이제 곧 개화를 하겠군요. 분홍색의 꽃잎이 겹겹이 나서 풍성한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보면 더욱 더 아름답습니다. 이런 큰 꽃이 나무에 달린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구요.
아래 사진이 벚나무 꽃이죠. 확연히 비교가 되지요.
주황색 코스는 아래 사진의 표지판에서 군부대(막다른길)이라고 표시된 길로 가면 됩니다. 찻길이 막혔다는 의미이지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은 계속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황색 코스의 길은 아래와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중간 중간에 약간의 공터와 운동시설들도 있어서 배트민턴 등의 가벼운 운동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한여름에는 나무 그늘에서 쉬어갈 수 있는 이 주황색 코스가 좋겠습니다.
오늘은 빨간색 코스인 전망대 방향으로 가기로 합니다. 전망대 방향의 화단에서 반가운 봄꽃인 돌단풍을 발견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바위틈에서 자라고 단풍잎과 같은 형상의 잎을 가지고 있어서 쉽게 구별이 가능합니다.
전망대 코스는 가는 내내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이 탁 트인 길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분위기이구요. 그늘이 없기 때문에 한여름에는 햇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여기가 전망대입니다. 전망대에서는 남산, 인왕산, 북한산, 도봉산 등이 한 눈에 펼쳐집니다. 전망대에 있는 안내 사진을 보고 아이와 함께 다음에는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자고 약속해 보세요.
중간 중간 보이는 벚꽃과 개나리꽃들의 향연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런 숲길이 있음을 감사하게 만듭니다.
빨간색 코스와 주황색 코스는 군부대를 끼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되는데 거기부터 생태공원까지는 공원 분위기로 나즈막한 내리막입니다. 중간중간에 쉼터와 운동시설, 놀이터 등이 있습니다. 아파트 인근이라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주민들도 제법 볼 수 있습니다.
가는 도중에 또 하나의 반가운 봄꽃인 조팝나무꽃을 만났네요. 나무가지의 형상이 개나리와 비슷하게 가늘고 휘어지며 아래로 숙이는 형태인데 꽃이 흰색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개나리의 흰색 버전이라고 알려줍니다.
생태다리(G1지점)에 가까워지면 앞에 나트막한 산(아래 사진의 빨간 화살표)이 하나 보이는데 거기가 매봉산입니다. 그리고 그 산 정상부에 매봉산 정자가 있습니다. 여기에 올때마다 저 매봉산까지 가볼까? 하고 아이에게 묻는데 계속 거절당했습니다. ㅡ,,ㅡ 아직까지는 무리겠지요. 일곱살 정도되면 갈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아래 사진이 생태다리입니다. 이 다리는 금호산과 매봉산 사이의 고개 위로 난 인도교입니다. 이 다리 아래에 421번 버스 종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일단 아이와 함께 걷는 코스는 마칩니다. 여기까지가 1.6km 정도이므로 아이에게는 충분한 운동이 되었을겁니다. 421번 버스를 타면 금호사거리 -> 응봉역 -> 왕십리역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대중교통으로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물론 저희는 이 버스를 타면 집 앞까지 갈 수 있습니다.
아이없이 마눌님과 함께 이 생태다리를 지나 매봉산 정자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생태다리를 지나면 아래 사진과 같은 특이한 분위기의 산길을 오르는 곳이 나옵니다. 말 그대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아닙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나... 할 정도로 한적한 곳입니다.
조금만 오르면 매봉산 정자(G2)에 이릅니다. 아래 사진은 매봉산 정자에서 바라보는 전망을 찍은 것입니다. 응봉산의 전망과는 좀 다른 각도이죠.
매봉산 정자에서는 다시 생태다리(G1)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입니다. 계속 진행하면 이태원 끝자락과 남산으로 이어지는 길로 내려설 수 있는데 경사가 다소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이라 조심해서 내려가야 합니다. 이리로 내려가서 남산까지 넘어가면 그야말로 도심에서 종주산행을 하는 것이죠.
오늘 소개드린 코스에서 화장실은 T로 표시해두었습니다. 맨발공원(P)에 못미쳐서 한 군데 있고 생태다리(G1)지점에 못미쳐서 또 한군데가 있어서 편리합니다. 그리고 맨발공원에는 간단하게 씻을 수 있는 수도가 있습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걷기 여행을 할때는 항상 안전이 가장 중요한데 오늘 소개시켜드린 코스는 그야말로 가장 안전한 코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아이와 즐겁게 산책을 할 수 있는 코스라 적극 추천드립니다. 특히 요즘(4~5월)이 좋습니다. 꽃들이 한창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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