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4월 13일 토요일

평가옥 삼성점 - 평양냉면만 맛있는게 아니다

흔히 주위에서 먹을 수 있는 냉면은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얇고 질긴 면발에 고기나 동치미 육수로 낸 국물로 말은 함흥식 냉면입니다. 

냉면의 양대 산맥이라는 함흥냉면과 평양냉면 중에서 노출 빈도면에서는 함흥냉면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죠. 그래서 항상 평양냉면이 어떤 맛인가 참으로 궁금했더랬습니다.

그러다 아마도 10년전쯤 동대문 근처에 유명한 평양냉면 집을 알게되어 한번 가보았더랬습니다.

사람들이 아주 많았고 특히나 할아버지들이 많았던 그 집을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문구는 "10번을 드셔보셔야 참맛을 알 수 있습니다"라는 거였습니다. 왜 그런지는 냉면을 먹어보고 바로 알았습니다. 입맛에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닝닝한 것이 조미료는 아닐텐데... 참 적응하기 힘들었죠. 여하튼 그렇게 10번은 커녕 두번도 시도해보지 않고 평양냉면은 관심밖으로 멀어졌죠.

그러다 7년전쯤 사무실이 삼성동에 있을때 "평가옥"이라는 평양냉면집이 생기더군요. 평양냉면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지만 날도 덥고해서 한번 먹어봤는데 오옷~ 기대를 안해서인지 상당히 괜찮은 맛이더군요. 그당시 우래옥의 느끼한 냉면에 빠져있던 저에게 평가옥의 깔끔한 메밀향 나는 육수는 냉면의 신천지를 본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저만 이렇게 느낀게 아닌게 손님도 점점 많아지고 인터넷에서도 맛집으로 소개가 되기 시작하더군요.

입맛 까다로운 마눌님과도 같이 가서 먹어봤는데 마눌님이 "최고다~"를 연발합니다. 마눌님에게서 음식으로 이런 감탄사를 받기는 참 어렵습니다. 사실 저는 사무실이 바로 앞에 있다보니 이 집에서 별별 메뉴를 다 먹어봤는데 식사로는 토종닭 온반이나찐만두가 좋고 손님 접대로는 만두전골이나 어복쟁반이 좋더군요. 그중에서 저는 만두전골을 최고로 칩니다. 평양냉면이 맛있는 집이라고 알려졌지만 알고보면 만두전골이 더 맛있는 집인거죠.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습니다. 마눌님이 아들내미를 뱃속에 가지고 있을때 뭐 먹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 어디든 가서 사와야했던 그런때였습니다. 

그날은 2007년 크리스마스 이브였는데 마침 바쁜일이 있어 야근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밤 10시가 다되갈 즈음 마눌님에게서 전화가 와서는 평가옥 냉면이 먹고 싶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평가옥에 전화걸어 냉면 하나 포장 부탁했습니다. 평가옥에 가서 결제하고 포장된 냉면을 들고 택시를 타려는데 크리스마스 이브라 도로는 꽉 막혀있고 빈 택시는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지하철로는 1시간이 넘게 걸리고 차로는 20분밖에 안걸리는 희안한 동네에 살기 때문에 반드시 택시를 탔어야 했는데 좌절이었습니다.

이렇게 30분을 택시를 잡느라 허비한 저는 마눌님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이 이런데 어쩌냐? 냉면 다 불었겠다... 고 얘기했더니 그냥 냉면 먹고 오랍니다. 다음에 먹자며... 헐 그래서 저는 할 수 없이 다시 사무실에 들어가서 불을대로 불은 평가옥 냉면을 먹었었죠.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겁니다. 이 평가옥 냉면이...

여하튼 아들내미가 태어나서 돌사진 촬영할 때도 그 이후로도 수시로 가족들을 데리고 평가옥에서 냉면과 만두전골, 온반 등을 즐기곤 합니다. 아들내미도 이 평가옥 냉면은 잘 먹네요. 고구마전분 면과 달리 메밀면은 질기지 않아 아이들도 쉽게 끊어 먹을 수 있습니다.

평가옥은 분당에 본점이 있다고 합니다만 저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평가옥 삼성점이 분점으로는 서울에 처음 낸거라고 하네요. 이후로도 많은 분점들이 생겼는데 제가 먹어봤던 평가옥 광화문점에 비하면 삼성점이 훨씬 나은 듯 합니다. 워낙 유명해지다보니 호평도 많고 악평도 많던데 저와 식구들은 아직까지도 좋아하는 식당입니다. 평가옥 냉면 맛을 안 뒤로 우래옥은 쳐다보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자주 드나든 집인데도 사진 하나 없었는데 최근에 가서 평양냉면과 녹두전을 시켜먹는 걸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평양냉면은 같이 딸려 나오는 맑은 무김치 국물과 무김치를 좀 넣어야 맛있습니다. 그리고 반찬 중에서는 무짠지가 참으로 맛있더군요. 무짠지는 항상 리필 부탁합니다. 메밀향이 가득한 국물은 면을 다 먹고 난 뒤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십니다. 간편하게 냉면만 즐기셔도 좋고 거하게 만두전골이나 온반을 드셔도 만족하실거라고 믿습니다.


평가옥 삼성점은 지하철역으로 따지면 2호선 삼성역과 선릉역 중간 즈음에 위치하고 있으며 테헤란로에서 북쪽의 이면도로에 있습니다. 주차는 평가옥 바로 앞으로 가면 주차 안내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평가옥 앞에는 선릉이 있어서 식사 후 산책을 하기에도 좋습니다. 선릉은 성종과 정현왕후가 모셔져있는 묘역으로 일반 공원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오랜 세월 관리되어 온 숲들이 있어 큰 나무들이 많아 한 여름에도 시원한 나무 그늘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큰 벚나무들이 많은데 4월에 벚꽃이 절정일 때 그리고 벚꽃이 떨어질때 찾으면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곧 벚꽃 시즌이 다가올텐데 선릉 산책과 맛있는 평양냉면... 생각만 해도 즐거운 가족 여행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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