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에서 사면 아주 조그만 플라스틱 화분에 담아 주는데 그 화분은 너무 작아서 꽃들이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한답니다. 그래서 좀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주어야 합니다.
아들내미에게 꽃들에게 물을 잘 주면 분갈이를 해주겠노라고 약속을 했었는데, 마눌님과 아이가 그만 삼일을 까먹고 물을 안주는 바람에 라넌큐러스가 거의 고사직전까지 갔었다네요.
아들내미가 놀라서 급하게 물을 주었는데 다행히 다시 정신차리고 깨어났네요. 대신 일부 잎들은 노랗게 변했답니다. 아들내미가 깨달았을 것 같습니다. 여린 생명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돌봐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를요.
어쨌든 일주일 동안 무사히 꽃들이 버텨주었기에 약속대로 분갈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아들내미와 단둘이 근처에 있는다이소로 갔습니다. 다이소는 실로 DIYer들의 천국 같은 곳입니다. 저렴한 DIY 소재들도 많이 팔고 예쁜 인테리어 소품들도 많이 팔면서 가격까지 저렴하니 말입니다. 품질은... 글쎄요.
어쨌든 이 다이소에 분갈이 용품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플라스틱 화분 2개, 분갈이 3종 세트, 그리고 물조리개 하나를 사왔습니다. 다 합쳐서 만원이 안들었네요. 화분은 도자기 재질로 살려고 했는데 배수에 문제가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더라구요. 그래서 단순하고 물 잘빠지는 플라스틱으로 샀습니다.
분갈이 3종 세트는 분갈이에 꼭 필요한 마사토, 거름망 그리고 분갈이용토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대형마트에서는 다 따로 따로 구입해야 해서 항상 어중간하게 남는게 문제인데, 다이소에서는 한꺼번에 넣어서 소용량으로 팔아서 아주 맘에 듭니다.
새로 들인 꽃들은 아들내미가 관리자 정이기 때문에 아들과 같이 분갈이 작업을 했답니다. 이렇게 자기가 직접 손으로 꽃들을 보살피게 하는 것이 꽃들에 대한 관심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체험이 될 것 같습니다.
새로 옮길 화분의 제일 밑에는 거름망을 깔아줍니다. 거름망은 물은 잘 빠지게 하고 흙과 마사토는 화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래 사진처럼 화분 아래의 구멍을 다 막도록 배치하면 됩니다.
거름망 위로 마사토를 깔아줍니다. 마사토는 조그만 돌처럼 생긴 흙덩어리인데 알갱이가 커서 배수가 잘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흔히 학교 운동장에 까는 흙이 마사토입니다. 물이 잘 빠져서 비가 온 뒤에도 날이 개면 금방 운동장에서 뛰어 놀 수 있죠. 화분의 아래에 마사토를 깔아주면 배수가 잘 되어서 뿌리가 썪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답니다.
그 위로 분갈이용토를 조금 깔아줍니다. 분갈이용토는 부드러운 흙인데 나무조각 같은 것들이 부식되어 섞여있는 것 같습니다. 물이 섞여도 단단해지지 않고 잘 배수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깔아주는 높이는 기존 꽃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흙뭉치를 새 화분에 놓았을 때 적절한 높이가 되도록 하면 됩니다.
중요한 샷이 하나 빠졌는데 그건 기존 화분에서 뿌리와 흙덩이를 빼내는 겁니다. 제가 그 작업을 하면서는 손이 없어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네요. 말로 설명하면 기존 화분을 거꾸로 뒤집고 한손은 화분의 흙상단을 잘 받치고 다른 손으로는 화분의 하단부를 잡고 흙부분을 눌러주면 흙덩이 채로 쑥 빠집니다. 그걸 새 화분에 이렇게 살짝 올려둡니다. 만약 높이가 모자라면 분갈이용토를 더 넣고, 너무 높으면 분갈이용토를 덜어내면 됩니다.
이제 남은 부분에 분갈이용토를 채워 넣으면 됩니다. 물을 주면 아무래도 흙이 차분하게 가라앉기 때문에 충분히 높에 흙은 돋워주어야 합니다. 화분의 끝까지 흙은 다 채우면 되겠습니다.
이런식으로 두개 화분 모두 분갈이를 마쳤습니다. 아이에게 주도적으로 분갈이를 하도록 유도했어야 하는데 꽃이 다칠까봐 제가 너무 많이 거들은 것 같아 좀 아쉽습니다.
다이소에서 산 물조리개는 아이가 직접 물을 줄 수 있도록 조그만 걸로 골랐습니다. 근데 물이 생각처럼 잘 나오질 않더라구요. 마눌님이 하는 얘기가 "저건 조그만 꽃을 심는 장식용 화분이지 물조리개가 아녀. 어떻게 사도 저런걸 사는지... 쯧쯧.... 이래서 내가 따라가야 하는데..." 그렇습니다. 이건 장식용 화분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조만간 물조리개를 하나 더 사야겠습니다. 헐
원래는 화분을 나무로 만들어볼까도 생각해보았는데 지속적으로 물에 노출되는 되어 부식의 우려가 있는데다가, 마눌님이 제 작업대를 베란다 한쪽 끝으로 치워놔 버려서 다시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나무로 화분을 만드는 걸 보기는 봤는데 그게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얘네들이 더 자라서 더 큰 화분이 필요할 때 다시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나 저에게나 같이 분갈이를 하는 이런 조그만 경험이 나중에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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