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엄마에게 치대는 어린 아이지만, 아빠와 단 둘이 여행을 나서는 때가 있습니다. 주로 엄마에게 혼났을 때나, 엄마가 아파서 놀아주지 못할 때입니다.
아마 이때는 엄마가 감기 몸살로 몸져 누워 있을때 였을 겁니다.
코스는 어린 아이와 함께 하는지라 평이한 길로 잡았습니다. 집에서 나서 아기씨당 - 포스코더샵 - 살곶이다리 - 송정동 둑길 - 군자역에 이르는 6.5km 정도의 길입니다.
7살 아들에게는 힘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길이 편하고 좋아서 강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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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3일에 걸었던 기록이며, 이날 영하 5도 이하로 매우 추웠습니다.
집앞을 나서 독서당로 옆 인도를 따라 걷습니다. 이 인도는 차도와 높이 차이가 있어서 번잡하지 않고 걷기에 좋습니다.
고산자로를 가로지르는 육교를 건너 아기씨당이 있는 행당동으로 넘어갑니다.
전에 소개드린 길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많이 생략 하겠습니다. 재개발 예정지인 행당동 언덕에 올라섭니다. 이곳에는 놀이터와 아기씨당이 있습니다. 날씨만 따뜻하면 놀이터에서 좀 놀렸을텐데, 너무 춥습니다.
아기씨당을 내려와 한양대 방향으로 걸어가면 새로 지어진 포스코더샵 건물이 나옵니다. 그 건물 앞의 멋진 조형물 앞에서 한 컷 찍어 봅니다.
유명한 하트 조형물 앞에서도 찍습니다. 여기는 밤에 더 멋있습니다.
안쪽 정원이 아니라 바깥쪽 큰 길을 따라 중랑천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주차장 입구가 있는 쪽에 이런 수변시설이 있습니다. 겨울이라 물을 채우지 않았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물도 채우고 조명도 켜서 멋진 분위기를 연출할 것 같습니다.
포스코더샵이 끝나는 부분 그리고 성동구 텃밭이 시작되는 부분의 중간에 어린이 놀이터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이색적인 시설들도 있네요. 이건 마치 유격훈련의 세줄다리 건너기 같군요. ㅡ,.ㅡ 아들이 무서워하지 않고 잘 건넙니다. 아니 즐깁니다. 이걸 몇번 왔다갔다 했는지 모릅니다.
징검다리 같은 구조물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 발판 아래에는 용수철이 달려 있어 푹푹 꺼집니다. 옆의 막대를 잘 잡아야 합니다. 아직은 개장하지 않은 놀이터인데 아마 2015년 봄이면 완성될 걸로 보입니다.
성동구 텃밭을 지나 중랑천과 만납니다.
겨울 중랑천에는 많은 철새들이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큰 강보다는 이런 얕은 천이 더 좋은 삶의 터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환경개선을 위한 투자는 큰 강 위주로 이루어지죠.
성동교 아래 교각의 그라피티(낙서)가 수준급입니다. 이런건 지우거나 덧칠하지 말고 두었으면 합니다.
살곶이다리에 대한 설명을 보고 있는 아들입니다.
요즘 자주 보고 있는 살곶이 다리입니다. 언제 한번 저 다리 아래로 내려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도 저번에 와봐서인지 아는체를 제법 합니다.
살곶이다리를 건너 지하도를 들어서니 재미있는 그림들이 있습니다.
송정동 둑길로 올라섰습니다. 저 건너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곳이 보입니다. 아들이 여기서 보니 더 잘보인다며 좋아합니다.
씩씩하게 혼자서 잘 걷는 아들을 보니 마음이 흐뭇합니다. 혼자서 무슨 상상을 하는지 쉭~쉭~하며 손을 휘젓고 잰걸음으로 걷습니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어옵니다.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싶어 둑 아래 민가쪽 작은 길을 걸어 봅니다. 은행나무가 촘촘히 들어선 이 길은 늦가을 노란 은행잎이 달려 있을 때 오면 환상적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춥네요.
너무 추워서 머리가 띵하다고 합니다. 외투의 모자를 올려 쓰라고 일러주니 그제서야 견딜만 하다고 합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둑길에 사람이 거의 없네요. 춥다고 툴툴대는 아들에게 조금만 가면 카페가 있다고 달랬습니다.
아들이 동부간선도로가 휘어져 나와 동쪽편으로 합쳐지는 이 길을 보더니 너무 좋아합니다. 지도에서만 봤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신기하다고요. 별게 다 신기합니다. ^^
춥다고 툴툴대면서도 할 건 다 합니다. 한용운의 <인연설>시를 한자 한자 다 읽습니다. 저도 처음 보는 시인데 좋네요. 서로 지쳐가는 부부에게 좋은 시 귀절인 것 같습니다. 특히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하지 말고, 애처롭기마저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라는 귀절이 와 닿네요.
제가 말했던 카페는 군자교에 거의 다 와서야 있네요. 저는 둑길 중간 즈음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카페가 없는 줄 알고 식겁했는데 살았습니다. 안그랬으면 아들놈한테 어떤 원망을 들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간판에는 골목으로 10미터만 오면 된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는 100미터 정도 들어가야 합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휘핑크림을 올린 핫초코를 사 주었습니다. 크림을 스트로로 다 떠먹고 나서야 핫초코를 마시니 그게 핫초코인지 미지근한 초코인지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이런 카페라도 있으니 춥고 배고팠던 여정에 큰 힘이 됩니다.
카페에서 쉬다가 가까이에 있는 군자역에서 전철을 타고 행당역으로 돌아 왔습니다. 행당역에는 근사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네요. 유치원 생으로서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맞는 아들이 애처롭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2주를 지낸 아들이 아직까지는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엄하기로 소문난 분이 담임이 되셔서 내심 걱정했는데, 초등학생 초기에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아들에게 앞으로 어떤 길이 놓이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 추운 겨울 아빠와 함께 즐겁게 걸었던 이 여정을 떠올리며 조그만 힘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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