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0월 7일 월요일

[마감론] 깨끗한 표면 만들기

지난 글 "왜 마감을 하는가?"에 이어 Finishing Wood의 The Crucial First Step is Surface Prep 이라는 부분을 번역하고 첨언하여 올립니다. Asa Christina와 Michael Pekovich가 직접 가구를 만들면서 경험담을 얘기합니다.


마감의 결정적인 첫단계는 표면을 다듬는 것입니다. 목공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조립이 끝나고 마감을 막 시작하려는 시점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마감을 위해 나무의 표면을 다듬지 않으면 마감은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비싼 마감제를 썼더라도 시선은 패이고, 긁히고, 뜯어져 나간 흔적으로 가기 마련입니다. 이런 결점들은 마감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처리되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나무의 표면은 부드럽고 평탄해야 하며, 원형톱이나 라우터 비트의 자국, 스크래치, 뜯겨진 곳 등은 말끔히 처리되어야 합니다. 나무의 표면을 다듬는 것은 전통적으로 대패와 샌딩 이 두가지 기술로 할 수 있습니다. 대패와 샌딩 중 어느 기술이 더 좋은지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Fine Woodworking 공방에서 똑같은 체리목으로 쉐이커 테이블을 각자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쉐이커(Shaker)교는 미국 기독교의 한 교단인데 쉐이커교도들은 자급자족과 청빈을 중시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이들이 사용하는 가구도 교단 내부의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이들 가구들은 장식을 배제하고 기능적인 최소의 것만 추구했습니다. 그래서 쉐이커 가구들은 매우 심플하고 미니멀한 느낌을 줍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스타일입니다.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 )


마이클 페코비치는 대패와 스크래퍼로 만들기로 하고, 아사 크리스티나는 오비탈 샌더와 손사포 작업을 통해 만들기로 합니다. 다 만들고 나면 워터록스(Waterlox, 텅오일 제품입니다)와 와이핑 바니쉬(Wiping Varnish, 유성바니쉬를 미네랄 스프릿으로 희석한 제품으로 문질러 바릅니다)로 마감을 합니다. 그러고는 어느쪽 가구가 더 마감이 잘 되었는지를 판정합니다.

결과적으로 대패를 사용한 쪽이 조금 더 빨리 작업을 마쳤고 마감 품질도 더 좋았습니다. 대패파와 샌딩파 양쪽의 입장에서 작업 과정을 보도록 하죠.

샌딩파 : 날연마가 필요없다. 단순하고 실패하지 않는다

크리스티나 : 제가 초보시절일 때 날 연마를 할 줄 몰라서 나무 표면을 다듬을 때 손사포질을 했습니다. 샌딩은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대패를 많이 사용하지만 대패가 모든 타입의 나무나 결에 사용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도 오비탈 샌더와 손사포 블럭을 많이 사용합니다.

사포는 모든 나무와 모든 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대패를 하다 엇결을 만나면 뜯겨나가기 일쑤인데 사포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여러번의 도막을 올릴때 각 도막 단계마다 가볍게 사포질하는 것은 마감품질에 큰 도움을 줍니다. 대패는 사용하기 전에 정확히 튜닝되고 날 연마가 되어 있어야 하지만 사포는 누구나 쉽게 매끈한 표면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패파 : 빠르고 먼지가 안난다

페코비치 : 저는 날 연마에 대해 눈을 뜨기 전까지 샌딩을 많이 해왔습니다. 잘 연마된 대패는 톱날자국이 난 표면을 몇분만에 유리처럼 매끈한 면으로 만들어 줍니다. 물론 잘 연마되지 않은 대패날로 대패를 할 경우 나무와 당신의 마음에 치명적인 흠집을 낼 겁니다.

좋은 소식은 예전보다 대패를 다루기가 쉬워졌다는 겁니다. 저가의 대패나 아주 오래된 대패의 경우 튜닝이 복잡하지만 요즘은 5분이면 날 연마를 할 수 있고 튜닝이 편리한 아주 뛰어난 대패를 팔고 있습니다. (뭘까요?) 물론 아직도 스크래퍼와 입자가 고운 사포를 사용합니다. 대패날에 의한 뜯김 현상은 언제든 생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패는 사포에 비해 먼지가 거의 없고 사포가 할 수 없는 완전한 평면과 깨끗하게 다듬어진 모서리(Chamfer)를 만들 수 있습니다.


샌딩파 : 먼지를 잘 처리하고 단계를 건너뛰지 마라

방진마스크보다 집진기(혹은 진공청소기)를 샌더의 먼지배출구에 연결하여 쓰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샌딩 패드에 나무가루가 엉기는 것도 완화됩니다. 샌더기와 집진기의 전원이 연동된다면 더 좋습니다.

샌딩은 거친 80이나 100방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톱날자국이나 탄 자국을 없애는데 효율적입니다. 폭이 좁은 부재를 평면을 유지하도록 샌딩하려면 여러개를 같이 놓고 샌딩하세요. 물론 각 부재의 높이는 모두 같아야 합니다.

샌딩 디스크는 자주 교체하세요. 더 고운 사포로 바꾸기전 같은 방수의 사포도 여러번 교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헤지고 엉겨붙은 사포는 작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립니다.


샌딩 전에 말라붙은 본드를 먼저 긁어내야 합니다. 날카로운 페인트를 제거하는데 사용하는 스크래퍼를 이용하여 판재 집성으로 삐져나온 본드를 제거합니다.

샌딩을 할 때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은 전체적으로 고르게 샌딩을 하여 평면을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샌더의 움직임은 일정하고 시스템적이어야 합니다. 한곳에 오래 머물면 그곳이 약간 파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세요. 게다가 이 패인 곳은 마감을 하기 전까지는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샌딩은 거친사포(80~100방)에서 고운 사포(220방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샌더로 인해 생기는 미세한 스크래치를 없앨 수 있습니다.


대패파 : 날연마부터 시작하고 간단한 고정대(stop)을 사용해라

날연마부터 시작하세요. 숫돌과 연마가이드(Honing Guide)를 이용하여 경사각과 뒷날을 연마합니다.

간단하게 만든 고정대는 벤치독(Benchdog, 아래 사진에 보이는 구멍에 끼우는 블럭으로 대패질 할 때 판재가 밀리지 않게 버팀목 역할을 합니다)보다 훨씬 편리합니다. 이 고정대는 십자 모양으로 생겨서 한쪽은 작업대 바이스에 고정하고 반대쪽은 벤치독에 걸칩니다. 클램프를 쓰지 않기에 부재를 간편하게 뒤집고 바꿀 수 있습니다. (관련 비디오는 아래를 참조하세요)



안보이는 면은 굳이 대패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시간도 절약하고 애써 연마한 날을 오래 쓰기 위해 바깥쪽으로 노출되는 면과 손으로 만져지는 에이프런 밑면만 대패질 합니다. 나중에 날카로운 모서리는 블록대패로 다듬어줍니다.


좁은 부재를 대패 작업할 때는 간단한 L모양의 지그를 바이스에 물려두고 부재를 거기에 올려서 대패질하면 편리합니다.

사선다리(테이퍼링, Tapering)를 대패할 때는 사선이 시작되는 지점에 연필로 선을 그려놓고 경사부분과 평면 부분을 나누어서 대패질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사선다리의 경사때문에 대패 작업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사선으로 절단한 조각을 사선다리 아래에 두어 부재의 수평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샌딩파 : 손사포질로 마무리하라

아래 왼쪽의 사포 절단 지그는 오래된 쇠톱날을 고정하여 사용하는 샌딩블럭의 크기에 맞게 절단할 수 있게 합니다. 자른 사포를 샌딩블럭에 붙여서 사용하면 샌딩을 하면서 평면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손사포질은 오비탈 샌더기로 샌딩한 마지막 방수(보통 220)부터 시작합니다. 샌딩블럭을 결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샌딩해야 오비탈 샌더기의 동그란 자국을 지울 수 있습니다.

옆면의 평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업물을 바이스에 고정하고 좁은 옆면을 수평이 되도록 합니다. 블록대패를 사용하듯이 손가락을 작업물에 살짝 대어가며 수평을 유지하며 샌딩합니다. 그래야 평면과 직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샌딩블럭으로 날카로운 모서리를 다듬을 수도 있습니다. 샌딩블럭을 45도 돌려쥐고 150방 사포를 이용하려 가볍게 날카로운 모서리를 날릴 수 있습니다.

손사포질은 방수를 높여가며 반복되는데 마감의 종류에 따라 마지막 방수가 달라집니다. 셀락이나 폴리우레탄 마감을 위해서는 220방까지 하면 충분합니다. 오일마감을 위해서는 600방까지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체리목과 같이 얼룩이 지기 쉬운(blotch-prone) 나무에서는 더 높은 방수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대패파 : 상판은 더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대패작업은 두단계로 진행해야 합니다. 첫단계에서는 집성된 상판의 평이 맞도록 튀어나온 부분을 날려주는데 주력합니다. 대패날을 다시 연마한 뒤 두번째 단계에서는 날을 조금만 내고 부드럽게 전체적으로 다듬는데 주력합니다.

대패를 할 때 뜯겨져 나간 부분(tearout)은 카드 스크래퍼(Card Scraper)를 이용하여 다듬어 줍니다.

스크래퍼를 사용한 흔적은 대패의 흔적과는 다르기 때문에 표면에 이질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스크래퍼를 사용한 후에는 320방에서 600방으로 높여가며 전체적으로 고운 샌딩을 해주면 좋습니다.


마구리면(End-grain)을 대패질할 때는 대패집 바닥에 왁스를 발라주어 부드럽게 미끄러지도록 해주면 좋습니다. 마구리면의 끝부분이 뜯겨져 나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끝부분에 이르기 약간 전에서 멈춥니다. 작업물을 돌려서 똑같은 식으로 해주면 마구리면이 뜯겨져 나가지 않습니다.

표면이 평평하고 부드럽게 되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입니다. 특히 가장 넓고 가장 눈에 잘 보이는 면은 더 신경써야 합니다.


(서양식 대패는 미는 대패라서 그렇습니다. 동양대패는 자기 몸쪽이 끝이 뜯겨나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초고수님은 대패를 던져 돌려가며 하시는데 나무로 만들어진 동양대패에서나 가능한 일 같습니다. 동영상을 보시죠. Bluesman님이 제공하셨습니다)



샌딩파의 결론 : 샌딩은 실패할 확률이 적어 초보자에게 안성맞춤

사포는 어떤 복잡한 결도 실패없이 다듬을 수 있습니다. 대패로 진행한 작품에서는 다리와 에이프런에서 몇몇 뜯겨져 나간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사포로 진행한 작품에서는 뜯겨나간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감을 한 후에도 사포로 다듬은 면은 대패로 다듬은 면과 대등할 정도로 괜찮았습니다. 물론 제 상판은 약간의 얼룩이 있었지만 그건 저에게 좀 이상한 판재가 걸려서였습니다. (^^)

사포의 단점은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대패쪽은 날을 연마하는 시간까지 포함했지만 사포쪽보다 30분 빨리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벨트샌더를 쓰라고 얘기하지만 저는 오비탈 샌더가 컨트롤이 더 잘되어서 선호합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초보자들에게 샌딩을 권합니다. 샌딩이 훨씬 쉽습니다. 지켜야 할 것은 전체 표면을 균일하게 다듬고, 방수를 차근차근 올려가면서 샌딩하고, 손사포를 할 때는 샌딩블럭을 쓰는 것 정도입니다.

대패파의 결론 : 대패는 더 빠릅니다. 그러나 서둘지는 마세요

저는 항상 샌딩보다 대패가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완전히 똑바른 결을 가진 나무의 대패질은 식은죽 먹기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죠. 특히나 정목제재(Quatersawn, 반지름 방향으로 제재된 곧은결 판재)된 각재의 경우 잘 뜯겨나가는 경향이 있어 까다롭니다. 그래서 저는 추가로 스크래퍼로 뜯겨져 나간 부분을 다듬어야만 했습니다. (왜 정목제재의 대패가 어려운지는 잘 이해되지 않네요. 판목제재가 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저는 하나의 벤치플레인(Bench Plane, 일반적인 형태의 두손으로 잡고 하는 긴 서양대패)과 하나의 블럭플레인(Block Plane, 한손으로 잡고 하는 작은 주먹 대패) 만을 사용했습니다. 왜냐하면 목공을 시작하는 여러분께 굳이 많은 종류의 대패를 살 필요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면을 잡기 위한 헤비컷(heavy cut)과 다듬기 위한 라이트컷(light cut)으로 대패의 셋팅을 변경하는데 시간을 좀 허비했습니다.

저는 보통 No.5 잭플레인(Jack Plane, 범용의 벤치플레인으로 No.5라고 주로 불립니다. 길이는 대략 12~15인치 정도입니다)으로 평면을 빨리 잡는데 사용하고 No.4를 마지막 면을 고르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이렇게 다르게 셋팅된 두 대패를 가지고 있으면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서양대패에 대해서는 저도 아직 문외한이라 자세하고 정확한 번역은 어렵네요. 대신 도움이 될만한 사이트를 링크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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