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0월 9일 수요일

통장부 벌림쐐기 멀바우 벤치 만들기

집에 남은 마지막 멀바우 벤치 상판... 드디어 어제 벤치로 만들었습니다. 다섯번째 벤치네요. 멀바우 벤치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놈을 위해 고민도 많이 하고 삽질도 많이 하고 시간도 공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이 벤치는 처가집에 갈거라 제 손을 곧 떠납니다. 딸내미 시집보내는 심정이 이렇겠죠?

다른 벤치들보다 제작기가 다소 깁니다. 그만큼 삽질이 많았다는 뜻이니 가려서 보시기 바랍니다. 제작기 나갑니다.

통장부 벌림쐐기 멀바우 벤치 설계

사실 이 설계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렸습니다. 지금까지 네개의 벤치를 만들면서 모두 디자인이나 결구 방법을 다르게 했었거든요. 마지막 벤치를 만들면서 또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눌님은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어~ 라고 무관심하고...

스케치업 파일을 여러번 엎은 뒤에 최종적으로 선택된 설계는 아래 도면과 같습니다. 도면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통장부 벌림쐐기 방식입니다. 통장부는 장부(Tenon)가 암장부를 관통해서 나오는 방식을 말하며 삐져나옷 숫장부에 쐐기를 박음으로서 더 튼튼하게 만드는 방식이 통장부 벌림쐐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일반적인 통장부 벌림쐐기와는 좀 다르게 두개의 에이프런이 구멍을 통해 교차하며서 다리의 양쪽에 통장부와 쐐기가 보이도록 구상했습니다. 아직까지 이런 형태는 본적이 없어서 과연 잘 만들어질까... 하고 고민했지만, 제 경험상 어쨌든 공을 들이면 다 만들어지더라라는 근거없는 확신이 있어 이대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결구방식을 좀 더 확대해서 보면 이렇습니다. 짧은 에이프런은 장부가 길고 짧습니다. 그 짧은 장부 뒤로 구멍이 있어서 긴 에이프런의 좁은 폭의 긴 장부를 끼우게 됩니다. 그러면 왼쪽처럼 양쪽으로 장부가 튀어나오게 되고 이것이 복잡한 형태로 구멍이 파진 다리에 끼워지는 방식입니다. 조립순서대로 말하면 짧은 에이프런을 먼저 다리에 끼우고 다리와 에이프런을 관통하여 긴 에이프런의 장부가 끼워지는 방식입니다.


설계를 해놓고도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어떤 공정으로 해야 하나 어떤 구멍을 먼저 파야 하나... 그런데 엉뚱한 착각으로 이 모든 고민은 다 부질없게 됩니다. ㅡ,,ㅡ

다리와 프레임 준비

다리는 50x50 레드파인 집성각재를 430mm로 잘랐고 에이프런은 60mm폭의 18t 레드파인 집성판재로 설계도 대로 재단을 했습니다.


복잡한 모양으로 구멍을 파야하는 다리에 꼼꼼하게 연필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시간도 꽤나 걸립니다. 이런 그림을 그릴때는 조합각자(Combination Square)나 그무개가 있으면 편리합니다.


에이프런에도 그림을 그립니다. 긴 에이프런에는 긴 장부가 짧은 에이프런에는 짧은 장부와 긴 에이프런이 들어갈 구멍 위치를 그렸습니다.


긴 에이프런을 잘랐습니다만... 이게 삽질의 시작입니다. 왠지 좀 너무 길어보이지 않습니까? 저 장부는 32mm 길이여야 하는데 양쪽 장부를 합쳐서 머릿속에 암기했던 덕에 그림을 64mm로 그렸고 아무생각 없이 그냥 잘라 버린거죠. 이것을 알아차린 것은 하나의 에이프런의 양쪽을 64mm 장부로 자르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다리에 대어보니 너무 튀어나오더라는... 당연하죠. 50각재에 64mm 장부를 만들었으니... 뭔 생각을 했을까요?

이때 떠오른 말은... "Measure Twice, Cut once"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개의 긴 에이프런 중 하나만 잘랐다는 것이고 에이프런의 길이를 여유있게 주문한 덕에 같은 무늬의 자투리가 좀 있었다는 것이죠.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남아있는 자투리를 길이 집성하여 계속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나무를 주문해서 기다릴 것인가? 그런데 마침 이때 아이베란다가 확장이전을 하는 바람에 2주동안 배송이 안된다고 하네요. 어쩔 수 없이 길이 집성을 하기로 합니다.

길이집성을 하려면 집성할 두 판재의 직각이 잘 맞아야 합니다. 조심스럽게 신경써서 잘못 만든 장부의 한쪽을 잘라냅니다. 지켜보던 아들내미가 "야 T다~" 하면서 낼름 들고가서 가지고 놉니다. "아들아 그거 약해서 금방 부러진다~"고 경고했건만 10분도 안되어서 부러졌더군요, ㅡ,,ㅡ 아들내미는 T 다시 만들어 내라고 성화고... ㅡ,,ㅡ


도웰마스터의 길이집성 방법을 이용하여 한쪽에 먼저 구멍을 내고 목심을 끼우고 연결할 쪽을 빈틈없이 꽉 붙여 클램핑한 뒤에 도웰마스터를 목심에 끼워서 구멍뚫을 위치를 잡습니다.


먼저 끼워봐서 잘 맞는지 확인하고 본드를 발라 끼웁니다. 에이프런은 힘이 가해지는 부분이라 튼튼하게 본딩이 되어야 하므로 잘 끼운 뒤에 베란다 바닥에 두고 물건들을 이용해서 압박을 해주고 두어시간을 본드 마르길 기다렸습니다.


본드가 마르고 난 뒤 확인해보니 나름 튼튼하게 붙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떨어지지 않네요. 하긴 전에도 본드가 잘 붙을 경우 본드로 접합한 부위가 아니라 바로 옆부분이 갈라지는 걸 봐서 약할까봐 불안하지는 않았습니다. 불만이라면 무늬를 맞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성한 티가 난다는 것이죠.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에이프런의 장부 가공은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복잡한 모양의 다리 가공에 들어갑니다. 일단 등대기톱으로 가능한 많은 곳의 톱길을 내 줍니다.


그리고 도웰마스터와 6mm 드릴비트를 이용하여 끌로 파낼 자리에 구멍을 내줍니다. 이렇게 대충 구멍을 내주면 끌로 파내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통장부가 들어가는 쪽은 이렇게 구멍을 내주면 되고...


바깥에 보이는 쪽은 이렇게 구멍내면 됩니다. 주의할 점은 구멍의 깊이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짧은 에이프런도 나선김에 구멍을 내줍니다. 짧은 에이프런의 이 구멍을 끌로 먼저 가공하느냐 아니면 다리와 결합한 뒤에 다리와 함께 한꺼번에 구멍을 내느냐를 고민했는데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끌질을 할 차례입니다. 끌질을 하기 앞서서 짧은 에이프런의 장부가 뚫고 나가는 구멍쪽은 결방향상 약한 고리인데 특히 윗쪽은 폭이 작아서 깨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부분에 순간접착제를 발라줍니다. 그러면 그나마 깨지는 현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많이 깨졌습니다.


폭풍 끌질을 합니다. 드릴로 대충낸 구멍의 나머지 부분을 따내고 난 뒤 수평방향으로 수직방향으로 번갈아 가면서 장부를 파갑니다. 주변이 상하지 않도록 유의하셔야 합니다. 저번에는 부목을 대어서 안전장치를 했는데 이제는 좀 익숙해져서 그냥 해 봅니다.


윗쪽이 터진 양쪽 장부 구멍부터 우선 완료했습니다. 이렇게 한쪽이라도 터져있으면 그나마 쉽습니다.


어려운 것은 아래 사진처럼 상하좌우가 다 막혀있는 장부구멍입니다. 특히나 화살표의 저 좁은 부분은 잘못하면 깨져나가기 십상입니다. 조심스럽게 파나가야 합니다만... 어느덧 시간도 많이 흐르고 체력도 소진되어 갑니다. 대충 대충하자는 게으름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뒷쪽은 앞에서 이미 파냈기 때문에 에이프런과 같은 두께의 자투리 나무를 끼워서 끌질을 합니다. 그래야 깨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타격끌을 하지 않는데 이날은 너무 힘들어서 계속 고무망치로 끌을 때려댔습니다. 큰 진동을 막으려면 끌로 때리는 방향 아래를 수평끌로 허물어놓으면 큰 충격없이 따내어 집니다.


일단 이렇게 까지 구멍을 내 놓으면 짧은 에이프런은 끼울 수 있습니다.


조립하기

4개의 다리가 모두 끌 가공이 되었으면 이제 조립에 들어갑니다. 먼저 짧은 에이프런의 장부 양쪽에 톱으로 홈을 파줍니다. 이때 쓴 톱은 폭이 0.7mm짜리 굵은 톱인데 일부러 좌우로 요동을 치면서 톱질을 해 실제로 홈은 약 1mm 정도의 폭으로 파졌습니다.


요런식으로 장부에 홈을 파는 겁니다. 이 짧은 에이프런에 걸린 레드파인 판재가 가지목으로 만들어졌는지 나이테 간격이 엄청나게 촘촘하더군요. 나이테 간격이 촘촘하면 나무가 엄청 단단합니다. 톱질도 잘 안되고 끌질도 잘 안되어서 혼이 났습니다만... 이런 나무가 결이 아름다워 다 용서가 됩니다.


이제 짧은 에이프런에 본드를 바르고 다리에 끼웁니다. 끼우고 나서 직각자로 항상 직각을 체크하는 걸 잊지 마십시요. 가장 중요한 공정입니다.


미리 내놓은 이중기리 구멍을 통해 제법 긴 피스를 두개 박아 넣습니다. 저 부분이 폭이 좁아 피스를 박다가 갈라지기고 하는데 깨어짐 없이 박으려면 클램프로 저 부분을 죄어놓고 피스를 박으면 안전합니다. 그리고 안보이는 쪽에도 미리 이중기리 구멍이 나 있어야 합니다. 공정 사진에는 빠져있네요.

이렇게 피스는 밖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외관과는 관계없고 피스를 박아 넣으면 본드가 마를때까지 결합된 부위가 움직이지 않아 한층 더 튼튼하게 본딩이 됩니다. 이렇게 피스로 클램프를 대체하는 것도 베란다 목공들이 알아두면 좋은 팁입니다. 그렇다고 피스를 나중에 빼낼 필요는 없습니다. 튼튼한 결구를 위해 그대로 두십시요.


이제 쐐기를 만들 차례입니다. 쐐기는 색이 다른 걸로 하면 좋은데 전에 칠판 만들면서 멀바우로 재미를 봐서 다시 멀바우 자투리를 꺼내왔습니다. 등대기톱으로 최대한 얇게 켭니다. (5mm 정도)


켠 멀바우 얇은 판을 적당한 길이로 자른 뒤 폭풍 사포질 들어갑니다. 80방 사포를 사포대에 물린 다음, 손톱으로 켜서 발생한 두께의 편차부분을 먼저 다듬고 나서 안으로 들어갈 부분을 뾰족하게 가공합니다.


아래 사진같이 가공하면 됩니다. 저 쐐기는 버려지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아까워서 양쪽으로 뾰족하게 다듬은 다음 톱으로 반을 갈라 두개로 만드는 꼼수를 쓴 겁니다.


요런식으로 본드를 바른 쐐기가 장부에 박히면 장부가 벌어지면서 장부구멍에 꽉 물리는 원리입니다. 그래서 아주 튼튼하게 결합되는데다가 장식의 효과도 있어 일거양득입니다.


이제 에이프런을 결합하고 장부구멍에 장부를 끼워넣습니다. 그리고 아까 준비했던 쐐기를 본드를 발라 끼운 뒤에 고무망치로 퉁퉁 쳐넣습니다. 너무 쎄게 치면 한쪽으로 기울어 지거나 부러질 수 있으므로 양쪽을 번갈아가면서 욕심내지 말고 퉁퉁 쳐넣어야 합니다.

그리고 장부는 아래 사진과 같이 약 1~2mm 정도 나오게 재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대패나 사포로 다듬어 평을 맞출 수 있습니다. 너무 딱 맞게 했다가 잘못하여 모자라기라도 하면 낭패입니다.


본드가 마르고 나면 이렇게 목심제거톱으로 잘라냅니다.


그리고 대패로 다듬어 마구리의 거친면을 부드럽게 하면서 평을 맞춥니다. 그런데 마구리면이라 대패가 잘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힘을 좀 주면서 했더니 장부 주위가 대패칼을 먹어서 엉망이 되었더군요. 그걸 도 사포로 다듬느라 시간이 많이 허비되었습니다. 조그만 대패가 필요한 건지... 노하우가 필요한건지... 아직은 어렵습니다.


이렇게 두개의 짧은 에이프런을 네개의 다리에 연결하여 반정도 조립이 된 상태입니다.


이제 긴 에이프런을 연결하기 위해서 작은 구멍을 팔 차례입니다. 그런데 이 구멍파기가 만만치가 않더군요. 일단 이 구멍은 다리부분과 짧은 에이프런 부분을 같이 파내어야 하는데... 두 부분이 결이 직각방향으로 엇갈려서 끌질이 참 애매합니다. 게다가 짧은 에이프런이 엄청 단단한 놈이 걸려서 애먹었습니다.


요거는 잘 파졌습니다만... 다른 짧은 구멍은 끌에 힘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주위에 많은 상처가 남았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날을 잘 갈아야겠다는 생각, 제대로 된 숫돌과 연마시스템을 갖추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긴 에이프런을 연결하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긴 에이프런의 장부도 쐐기를 박을 것이므로 톱으로 가운데 톱길을 내어 줍니다.


그리고 에이프런을 연결하기 전에 두 에이프런을 보강하는 가운데 보강목을 연결합니다. 원래 설계에는 이 보강목도 통장부 벌림쐐기로 되어 있었지만 앞 과정에서 네모 구멍을 깨끗하게 뚫는게 그리 쉽지 않음을 깨달았고 너무 많은 통장부는 작은 가구를 정신없게 만들 것 같아 그냥 하던대로 도웰링으로 처리합니다.


그런데 너무 쉽다고 방심했던 탓일까요? 개별로는 딱딱 맞는데 H자로 연결해보니 보강목이 약간 틀어져 두 에이프런의 평이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구멍을 막고 뚫었는데 그래도 약간 뒤뚱... 벤치를 만들면서 2번 중에 한번은 다리가 뒤뚱거렸는데 이 보강목의 연결에서 틀어지는 것이 큰 원인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보강목과 하나의 에이프런을 먼저 연결한 뒤에 다른 에이프런을 연결할 때는 정반 위에서 도웰포인트로 찍어야 뒤틀어지지 않겠구나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제 뒤뚱거리는 벤치를 안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게 마지막 벤치네요. ㅡ,,ㅡ 어쨌든 약간 뒤뚱거리는 것은 다른 방법으로 커버하기로 하고 본딩하여 클램핑해 둡니다. 이때도 직각 여부 잘 확인해야 합니다.


필요한 네개의 쐐기도 준비해 둡니다.


H자로 연결된 긴 에이프런의 끝에 본드를 바르고 끼워넣을 준비를 합니다. 어차피 벌림쐐기를 할 것이므로 장부구멍을 너무 타이트하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너무 타이트하면 조립에 애먹습니다.


조금 애먹었지만 순조롭게 에이프런을 끼워넣었습니다.


직각을 체크한 다음 긴 에이프런을 고정할 피스 하나를 손으로 돌려 박습니다. 이게 클램프 역할을 해서 본드가 마를 동안 결합부가 움직이지 않도록 해줍니다.


다리 네개가 모두 결합되면 쐐기를 망치로 퉁퉁 때려박습니다. 그리고 본드가 마르면 톱으로 잘라내고 대패하고 샌딩하고를 반복하면 됩니다.


땜빵과 마감

이 벤치는 날 수로만 약 4일이 걸렸습니다. 다른 벤치들은 마감까지 이틀이면 끝났는데 배로 걸린 셈이죠. 게다가 힘이 많이 드는 밀끌과 샌딩이 많았습니다. 힘이 드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그러다보면 될대로 되라 하면서 막 끌이 날아다니는데... 작업이 끝나가는 시점에 전체적으로 살펴보니 막끌의 상처가 군데군데 많더군요.

아래 사진과 같이 치명적으로 외부에 노출되는 접합부에 끌이 막나가서 거칠게 파여진 부분도 있고 장부를 밀어넣다가 구멍이 꽉끼어서 안들어가길래 클램프로 꽉 죄었더니 나무결이 떨어져 나간것도 있고... 정말 엉망이더군요. 왠만하면 그냥 두려고 했는데 눈뜨고 볼 수가 없어서 창고에서 메꾸미를 꺼내왔습니다. 메꾸미가 틈에만 파고 들도록 나머지 부분은 마스킹테이프로 가려주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요런 식으로 메꾸미를 꾹꾹 눌러 틈에 집어넣고 약간 볼록하게 말려둡니다. 흔히 메꾸미로 실패하는 것이 충분히 말리지 않았기 때문인데 적어도 하루 이상을 말려두어야 합니다.


메꾸미를 말리면서 뒤뚱거리는 거를 잡기 위해 무거운 책을 허공에 뜨는 다리 쪽에다가 눌러주었습니다. 다음날 와서 보니 메꾸미는 잘 말랐기에 마스킹 테이프를 떼어내고 사포질로 매끈하게 다듬었고 뒤뚱거리는 문제도 한결 완화가 되었더군요.


상판을 8자철물로 고정할 것이기 때문에 20mm 화스너비트로 3mm 정도 깊이로 보링합니다.


그리고 한쪽을 끌로 따내주면 됩니다.


8자철물을 이렇게 11개를 달았구요.


상판이 될 마지막 멀바우 자투리를 꺼내옵니다. 그리고 대패로 모서리와 마구리를 다듬고 사포로 윗면을 다듬습니다. 다행히 표면은 깨끗하더군요.


상판에 저런 자국이 있는데 이는 멀바우에 물이 닿으면 생기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멀바우로 천연데크를 한 곳은 비를 맞은 곳과 안맞은 곳이 확연히 구분되죠. 저런 자국을 보면 지워지지 않나하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큰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샌딩을 가열차게 하면 자국이 많이 사라지고 이 위로 수성마감을 하면 자국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마감은 늘 하듯이 자스민우드 투명수성스테인 1회와 바라탄 수성 폴리우레탄 바니쉬 3회입니다. 사실 마감제가 이것밖에 없습니다. 다른 마감제 좀 들여야 겠습니다.


사포질을 열심히 하고 나서 수성스테인을 바르고 나니 아까 봤던 물자국이 많이 완화되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위에 바니쉬까지 바르면 거의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제 바니쉬 마감까지 이틀에 걸쳐 완료하고 상판을 조립하기 전에 프레임 사진을 찍어둡니다. 어떻게 만들어졌나를 볼 수 있는 사진은 조립 전에나 찍을 수 있으니까요. 다리의 보이는 면 양쪽은 긴 장부와 짧은 장부가 서로 관통하며 짙은색의 쐐기를 박아 튼튼함과 포인트를 주고 있습니다. 다리의 중앙부를 18mm 두께로 파서 에이프런이 통으로 관통해 들어갑니다.


안쪽에서 보면 다리에서 에이프런을 향해 피스를 체결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조립 당시 본드가 마를 동안 클램핑하는 역할과 그 자체로 더 튼튼함을 더해주는 역할입니다. 이중기리 구멍은 에이프런 연결을 하기 전에 미리 뚫어 놓아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니 가운데 보강목은 벌림쐐기로 안한 것이 더 깔끔하고 예쁜 것 같네요.


위에서 본 모습입니다. 원래 짧은 에이프런의 중앙은 8자철물이 아니라 ㄱ자철물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만 귀찮아서 다 8자로 했습니다. ㄱ자로 해야하는 이유는 상판이 수축/팽창하더라도 중앙을 잡아주어야 양쪽으로 균일하게 수축/팽창하기 때문입니다. 멀바우가 그리 수축률이 크지 않은 나무이고 바니쉬 마감을 했기 때문에 실내 환경에서 그리 큰 변형은 없을 걸로 예측합니다. 그리고 긴 에이프런의 8자철물처럼 한방향으로 약간씩 틀어서 체결합니다. 간혹 방향을 다르게 하는 분이 계시던데 그러면 팽창할 때 길이 방향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들어야 하므로 스트레스를 주게 됩니다.


상판을 뒤집어 놓고 프레임을 좌우여백 동일하게 위치를 잡은 다음 8자철물의 피스를 연결할 구멍을 표시합니다. 예전에는 송곳을 사용했는데 멀바우가 워낙 단단한 나무라 조그맣게 흔적만 남습니다. 그래서 간혹 타공할 위치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의 자동센터펀치를 이용하면 작은 힘으로도 깊은 구멍을 낼 수 있어 편리합니다. 소프트우드에는 너무 깊은 구멍이 나서 좀 그렇고 하드우드에는 쓸만합니다.


이런식으로 깊게 표시되어 타공 위치 찾기가 매우 좋습니다.


책을 올려놓고 평을 잡아보았습니다만 여전히 약간 뒤뚱거립니다. 조립까지 다 된 마당에 최후에 할 수 있는 조치는 공구는 겁니다. 두꺼운 스케치북 표지를 두겹으로 접어 목공본드로 짧은쪽을 붙여줍니다. 본드가 마르면 부직포를 붙이면 됩니다. 이렇게 하니 더이상 뒤뚱거리는 않네요. 다행입니다.


이제 완성이 되었습니다. 상판을 얹으니 마구리가 노출된 장부와 벌림쐐기가 서로 잘 어울리네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측면은 얌전히 하나의 벌림쐐기로 한 것도 괜찮네요.


여기는 첫단계에서 장부를 너무 많이 내어 길이집성을 한 부분입니다. 덧붙인 티가 확실히 납니다만 대패와 사포로 다듬어 주었기 때문에 촉감으로는 하나인 듯 매끈합니다.


바니쉬를 저광으로 발랐는데 멀바우는 반광(Semi-Gross)이 제일 예쁜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는 반광 바니쉬를 사야겠습니다.


디테일을 망쳐서 여기저기 메꾸미로 때웠기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 수록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만회하기 위해 샌딩을 열심히 했더니 촉감 하나만은 끝내주는 군요. 앉아서 자꾸 쓰다듬게 됩니다.


마눌님이 오늘 이 벤치를 들고 처가집에 갔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장모님이 아주 좋아하셨다고 하네요. 제가 전에 바니쉬 개칠한 식탁과 색도 잘 매치되는 군요. 이런 맛에 자꾸 가구를 만들게 되나 봅니다.

근데 식탁 좀 치우고 사진 찍으시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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