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0월 12일 토요일

일자산 허브천문공원 - 허브향에 취하다

처가가 하남으로 이사를 간 뒤에 저희는 자연스레 천호대로를 많이 지나다녔습니다.

그런데 길동사거리를 지나 상일 IC 까지 보이는 나지막한 산이 참으로 궁금했었습니다. 건너편에 길동자연생태공원이 있는건 알고 있었는데 오른편에 보이던 산은 나무도 울창하고 나즈막해서 산책하기 좋겠다라는 추측을 했었죠.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이곳이 일자산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일자산에 있는 허브천문공원의 존재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다녀온 분들의 블로그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게된 일자산과 허브천문공원에 대한 기대가 커져갔고 틈날때마다 아들내미를 데리고 가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때마다 아들내미는 차에서 곤히 자거나, 날씨가 안좋거나, 너무 늦었거나 등등의 이유로 지나치기만 했죠.

그러다 지난 주말 드디어 이 허브천문공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때도 아들내미는 차 뒷자리에 누워서 쿨쿨 잠들어 있었지만 내가 안고 올라가서 공원에서 재울 심산으로 강행하게 되었습니다. 일자산의 북쪽끝에 있는 허브천문공원은 승용차로 입구까지 갈 수 있어 교통은 편한 축에 속합니다.

아래 사진처럼 천호대로에서 들어가는 북쪽 출입구도 있고, 동남로에서 들어가는 서쪽 출입구도 있습니다. 어느쪽으로 들어가든 일자산 야영장 근처의 길(아래 지도에서 녹색 선으로 표시)에 적당히 주차하면 됩니다. 인근에 야영장 주차장도 있지만 야영하는 사람들만 주차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길인데 한쪽편에 주차를 할 만한 여유는 있습니다. 주차를 하고 둘러보니 이곳에는 참나무와 밤나무가 참으로 많더군요. 가을에 오면 밤과 도토리가 지천이겠더군요.


차를 대고 아직 잠자고 있는 아들내미를 안고 계단을 오릅니다. 혼자 몸이라면 가뿐하지만 17kg인 아들내미를 안고 오르니 땀이 삐질삐질 다리가 후덜후덜합니다. 입구에 허브천문공원에 대한 소개가 있습니다. 저는 왜 "허브"와 "천문"이라는 생뚱맞은 단어의 조합으로 공원 이름이 지어졌는지 참으로 의아했는데 둘러보니 알겠더군요. 이곳은 허브 정원과 더불어 작은 천문대와 별자리를 보여주는 조명시설이 되어있어 밤에도 볼만한게 있다고 하더군요.


허브천문공원의 안내도입니다. 그리 크지 않은 좀 넓은 꽃밭 정도의 크기입니다. 둘러보는거 자체야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계단을 다 올라 공원이 보이는데 이런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정원에서부터 향기가 솔솔 풍겨옵니다. 허브향입니다. 허브농원에 몇번 가보았지만 허브를 만지지 않고도 이렇게 향을 느끼긴 처음입니다. 신기한 경험입니다.


잔디밭은 특별히 통제를 하지 않아서 자리를 펴고 앉을 수 있더군요. 자리를 펴고 아들내미를 눕혔는데 얼마 안있어 깨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빠~ 여기가 일자산이야?" 헐 아들내미가 자는 동안 일자산에 간다고 마눌님이랑 얘기했는데 귀로는 우리 얘기를 다 듣고 있었던거죠.

10월 중순이라 전형적인 가을 날씨입니다. 하늘은 높고 푸르며 햇볕은 아직도 뜨겁지만 그늘에만 자리잡으면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피크닉하기 참 좋은 날씨죠. 그늘 및 나무 아래에 자리를 편 우리는 잠시 휴식을 하다 본격적으로 허브 구경에 나섰습니다.


아무 많은 허브들이 있었지만 몇몇 인상적인 것만 추려봅니다. 아래 꽃은 "에키네시아"라는 꽃입니다.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민간약초였다고 하네요. 꽃이 예쁘고 커서 요즘 우리나라의 정원에서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전형적인 허브처럼 새긴 "실버타임"입니다. 타임류의 허브들의 종류가 참 많습니다. 이 허브들의 향을 즐길때는 그냥 코를 들이대지 마시고 손으로 줄기를 잡고 살살 훑어낸 뒤 손에 담겨있는 향을 즐기시면 됩니다. 허브 하나하나의 다른 향을 즐기는 것이 참으로 즐겁더군요. 아이도 좋아하구요.


아래 사진의 허브는 생긴것이 방아와 흡사합니다. 그런데 팻말에는 "아니스히솝"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거 방아아냐?"하고 마눌님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지나가던 관리인이 "방아 맞아요"하고 알려주시네요.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우리나라의 방아와 아니스히솝은 학명이 같은 종이라고 합니다. 다만 방아는 민트향이 나고 아니스히솝은 아니스향(향긋한 향)이 나는 차이가 있다고 하네요. 쉽게 말해 같은 종의 다른 가문 정도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사는 지역에 적응해서 달라졌다고 할까요?


부산에서 태어나고 마산에서 자란 저는 어릴때 방아를 참 많이 먹었습니다. 어머니가 된장을 끓일때면 저보고 집앞 밭에 가서 방아 좀 뜯어오라고 심부름 시키셨죠. 물론 우리 밭도 아니지만 방아는 밭둑에 자라는 잡초처럼 특별히 심지 않아도 잘 자라는 거라 근처 주민들이 무시로 잎을 뜯어 먹었죠. 마산을 떠나 서울에 온 뒤에 방아가 없는 된장찌개를 먹는게 참 적응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그게 익숙해졌나 봅니다.

마눌님이 언젠가 어렵게 방아를 구해왔다면서 방아를 넣은 된장국을 끓여주었는데 향이 너무 강해서 못 먹겠더군요. 사람이 참 간사합니다. 어릴때는 그렇게 잘 먹었었는데... 입맛이 변한걸까요? 여하튼 반가웠던 방아였습니다. 방아꽃은 벌과 나비가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나비를 키우는 곳에 가면 꼭 방아를 키우죠. 하긴 벌과 나비가 꼬이니 어디서나 잘 자라는 거겠죠.

저런 잔디밭 안에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서 허브들이 있는데 잔디는 밟고 들어가도 되지만 허브는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허브에 대한 안내 표지판입니다. 보통 허브는 봄에 꽃이 많이 필 거라고 생각되겠지만 여름에 피는 것이 더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늦가을인 10월도 여름꽃과 가을꽃이 같이 피어 있어 허브를 즐기기에 딱 좋은 계절인 것 같습니다. 또 따뜻한 지방에서 자랐던 허브들은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다 죽습니다. 그래도 겨울에는 조그만 온실에서 즐길 수 있다고 하네요.


공원의 한쪽에는 "자작나무"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자작나무의 껍질은 하얀색으로 종이처럼 벗겨지기 때문에 금방 식별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어린 나무들이네요.


아직은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와 자작나무를 헷갈리는 아들내미지만 그래도 비슷하게는 알고 있습니다. 너무 즐거워하는 아들입니다.


자작나무 군락을 지나니 좀처럼 보기 힘든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유칼립투스"입니다. 유칼립투스는 호주에서도 남쪽 지방 일부에서만 자라는 나무로 나뭇잎에서 향기가 나는 신비로운 나무입니다. 코알라가 좋아한다고도 하죠. 유칼립튜스의 이 향기성분은 아로마오일이나 향수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약으로도 만들어집니다.


미드 "로스트"에서 김윤진이 유칼립투스 나무로 약을 만들어서 환자를 치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좀 말이 안되는거죠. 요즘 한국사람 중에서 약초에 대해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이며 특히 유칼립투스는 호주에서 자라는 나무인데 말이죠. 동양인에 대한 편견 중의 하나죠.

아래 특이한 꽃은 "천사의 나팔"입니다. 향이 좋은 꽃이지만 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약으로도 쓰인다고 하네요. 정말 천사의 나팔을 연상하게 하는 큰 꽃입니다.


한쪽 끝에 다다르면 전망대가 있는데 탁 트이지는 않았지만 일자산의 울창한 숲을 볼 수 있네요.


계속해서 허브들을 둘러봅니다. 이건 "미스틱 스파이어 블루 세이지"입니다. 긴 이름이지만 어쨌든 "세이지" 종류의 허브이고 세이지라는 이름을 갖는 허브의 종류는 매우 많습니다. 특히 이 꽃은 아름답기까지 해서 정원에 많이 심어진다고 하네요.


"헬리오트롭"이라는 페루에서 온 허브입니다. 꽃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파인애플 세이지"입니다. 세이지 허브들의 향기는 달콤합니다.


인상적인 향을 내뿜던 "커리플랜트"입니다. 커리향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실제로는 치토스 과자의 향과 비슷하더군요. 식물에서 이런 향이 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겠습니다.


요건 "커피"나무입니다. 네 원두를 만드는 그 커피나무 맞습니다. 아직은 많이 어리죠? 겨울을 견뎌낼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건 올림픽이 연상되는 "월계수"나무입니다. 고대 올림픽에서 승자에게 월계수잎이 달린 가지로 관을 만들어 씌웠다고 하지요. 그리고 월계수 잎은 말리면 향기가 좋아서 요리나 차에 넣어 먹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게 가장 좋았던 향은 바로 이 "장미허브"의 향이었습니다. 장미꽃 향기가 나죠. 집에서도 많이들 키우시더군요.


허브도 구경하고 향도 맡으면서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을 즐기다보니 벌써 두시간이 훌쩍 넘어가네요. 그래도 아들내미는 더 놀고 싶어하는 눈치입니다.


우리가 자리를 편 곳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니 참 아름답고 시원합니다. 이름도 모르는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들내미가 제 다리에 걸터앉아 놀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는데 푸른 하늘과 역광으로 인한 실루엣이 참으로 잘 어울립니다. 용케도 건진 멋진 사진입니다.


아쉬움을 달래도 자리를 접고 일어났습니다. 할머니가 기다린다고 가자고 보채네요. 나서는 길에서 "수크렁"이 보입니다. 수크렁은 강아지풀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강아지풀보다 꽃이 크고 위로 뻣뻣하게 서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강아지풀은 고개를 숙이지요. 모양이 아름다워서 조경용이나 꽂꽂이 재료로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나서다가 공원 입구에 있던 나무 조각이 눈에 들어옵니다.


요즘은 이렇게 나무로 만든걸 보면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네요. 나무를 조각하는 것도 참 재미날 것 같습니다.


일자산 허브천문공원은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볼거리가 많은 곳입니다. 허브라는 특징이 있어 일부러라도 들러시길 권합니다. 단 허브가 모두 져버릴 겨울은 빼구요. 늦봄부터 늦가을까지가 즐기시기 좋을 것 같습니다. 인근의 일자산 트래킹 코스와 연계하여 들르시면 더 좋을 것 같구요. 안그래도 아들내미와 곧 일자산 트래킹을 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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