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이를 쓰든 붓을 쓰든 천으로 문지르든 훌륭한 마감을 위해서는 도장(Coat)사이에 해야 하는 샌딩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처음 마감 작업을 하기 시작한 1970년대에는 마감면 위에 샌딩할 도구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스틸울(steel wool, 가는 철사를 뭉쳐놓은 연마도구)를 쓰면 종종 마감 표면에 짧은 쇳조각이 박히기도 했고. 220방 이상의 사포는 셀락(shellac)이나 라커(lacqure)를 샌딩할 때 너무 많이 엉겨(clogged) 붙었습니다.
도장면을 매끈하기 위해 방수사포(wet-or-dry paper)로 샌딩하기도 하는데 이는 작업할 때 표면을 지저분하게 만들어 잘 다듬어졌는지 확인하기 힘들게 합니다. (1921년에 3M에서 방수가 되는 사포를 개발했는데 이를 wet and dry sandpaper라고 합니다. 적당히 번역할 말이 없어 방수사포라고 했습니다. 방수가 되지 않는 종이사포의 경우 물에 닿으면 돌돌 말려서 쓰지를 못합니다.)
요즘은 일반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연마재(abrasive)들이 나오고 있고, 심지어 인터넷의 발달로 전문가들이 쓰는 연마재도 일반인들이 쉽게 원격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라커, 셀락, 바니쉬와 같이 도막(Film)을 생성하는 마감에 하는 샌딩 방법을 집중적으로 알아봅니다. (나무에 거의 흡수되는 오일마감과 오일/바니쉬 혼합으로 얇은 도막을 만드는 경우에는 도막을 다듬기 위한 샌딩이 필요없습니다) 도장 사이에 적용할 수 있는 건식샌딩(dry sanding)을 위한 새로운 제품을 소개드리고, 마지막 도막에 방수사포를 사용하여 은은한 광내기를 준비하는 법에 대해서도 알려드리겠습니다.
고운 방수의 사포와 가벼운 터치
거친 나무표면에서 부터 마지막 마감을 위한 샌딩을 할 때는 일종의 기어 변속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샌딩기를 이용할 때는 P220 이하의 거친 방수(grit)의 사포를 사용하고 손으로 사포질 할 때는 P320 이상의 고운 사포를 사용합니다.
눈매를 매꾸기 위한 실러(Sealer)든 얇은 도막을 올리는 마감제든 첫번째 도장을 하게 되면 결오름(raised grain) 때문에 표면이 매우 거칠어 집니다. 이 단계에서는 표면의 평을 잡는게 아니라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샌딩블럭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윤활코팅된 320방 사포를 4등분하여 자르고 이를 3등분하여 접어 사포조각을 만듭니다. 이렇게 작게 접은 사포조각은 좁은 곳이나 구석진 곳을 샌딩할때 좋습니다.
혹은 4등분하여 자른 사포의 한쪽은 새끼손가락과 약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다른 한쪽은 엄지와 집게손가락 사이에 끼워 가볍게 넓은면을 샌딩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70mm폭의 롤형태로 판매되는 같은 방수(320방)의 접착식 롤 사포를 조금 뜯어서 손가락에 임시로 붙여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접착식 사포는 PSA(Pressure-Sensitive Adhesive) Paper를 번역한 것입니다. PSA는 감압식접착제로 압력을 가하면 접착력이 생깁니다. 꽉 눌러서 벽에 븥이는 접착식 옷걸이나 양면테이프를 연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조금 비싼 방법으로는 오비탈 샌더용 원형 사포를 붙일 수 있는 벨크로 패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윤활코팅된 사포(영어로는 Stearated Sandpaper인데 대체할 단어가 없어 의미로 해석했습니다)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면, Stearate는 스테아르산염을 의미하는 것으로 고급포화지방산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스테아르산은 동물성 기름(저한테 많습니다. 뱃살... ㅡ,,ㅡ)에서 대량으로 추출할 수 있는 윤활성분이어서 비누, 화장품, 연고, 양초 등을 만드는데 사용됩니다.
윤활코팅된 사포는 도장된 표면을 다듬을 때 아주 유용합니다. 일반 사포로 스테인이나 바니쉬를 바른 표면을 샌딩하면 아래 사진의 왼쪽처럼 마감물질이 엉겨서(clogging) 사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포를 자주 갈아야 하니 사포의 낭비가 심합니다. 반면에 윤활코팅된 사포는 매끄러운 코팅이 되어 있어 이런 미세 물질들이 엉겨붙지 않고 살살 털어주면 거의 다 털립니다.
그래서 윤활코팅된 사포를 사용하면 건식샌딩(dry sanding)을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건식샌딩이 습식샌딩보다 나은데 샌딩하는 표면의 상태를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활코팅된 사포를 습식샌딩하면 윤활성분이 녹아 작업면이 번들거리게 되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샌딩을 하다가 사포에 먼지가 잔뜩 묻으면 연마 효율이 떨어지고 마감표면을 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때는 두꺼운 카펫 조각(베르베르(berber) 카펫이 제일 좋습니다. 베르베르카펫은 털이 아니라 모섬유로 매듭이 짜여져 있습니다)에 비벼서 먼지를 떨어내면 됩니다. 혹은 회색 연마패드(뻣뻣한 수세미와 비슷합니다)에 비벼도 됩니다.
샌딩을 마치고 나면 작업물에 남아 있는 먼지들을 깨끗이 닦아내야 합니다. 잔여물이 있으면 다음 도장때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오일 마감일 경우에는 락카신너(solvent lacquer, lacquer thinner), 셀락, 물에 젖은 면천, 나프타(naphtha)나 미네럴 스프릿을 묻힌 극세사 등으로 쉽게 닦아낼 수 있습니다. 저는 나프타를 선호합니다. 왜냐하면 빨리 증발하는데다가 흔적이 거의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나프타를 구하기 어렵네요.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할때 나오는 물질로 휘발유와 거의 비슷합니다. 다른 화학제품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기업끼리 주로 거래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냥 미네랄스프릿으로 하는게 낫겠습니다)
수성마감일 경우에는 수돗물에 변성알콜(denatured alcohol)을 5%정도로 희석한 용액을 묻힌 먼지제거포(Tack Cloth, 먼지를 잘 닦아낼 수 있는 약간 끈적한 천입니다. 적당한 한국어명이 없어 '먼지제거포'로 했습니다. 세차할때 쓰는 극세사타월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로 닦아냅니다. 5%로 희석을 하려면 대략 16온스의 물에 1온스의 변성알콜을 넣는 식입니다. (변성알콜은 에칠알콜에 첨가물을 넣은 것입니다. 에칠알콜을 술 대신 마시는 사람들이 있어서 일부러 역한 냄새나 불쾌한 맛이 나도록 첨가물을 넣어 마시지 못하게 한것이죠) 그런데 다른 먼지제거포에게서 생길 수 있는 보푸라기가 수성마감의 접착력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성마감에 적합한 먼지제거포는 3M 제품번호 03192 입니다.
사포 방수를 점점 높여가라
샌딩실러를 하고 첫번째 도장을 한 이후에는 400~600방 사포를 이용해야 합니다. 거친 사포를 쓰면 미세한 샌딩자국이 남습니다. 만일 크고 평탄한 면이고 이미 충분한 두께의 도막(4~6번 정도의 도장)이 올라갔다면 샌딩기를 써도 좋습니다.
하지만 모서리 부분은 샌딩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반드시 400방 이상의 사포를 써야 합니다. 그리고 표면상태를 잘 보기 위해 집진기와 연동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원형사포의 구멍은 샌더기의 집진구멍과 일치해야 합니다. 혹은 Mirka Abranet 과 같은 망사 형태나 3M의 Clean-Sand와 같이 나선형의 집진 구멍이 있는 기능성 원형사포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 보십시요.
몰딩, 목조각, 목선반 작품의 샌딩
종이형태의 사포나 샌딩블럭들은 급격한 곡면이나 복잡한 모양을 샌딩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런 영역을 위해서는 유연성이 있는 스펀지사포(sanding sponge)나 합성 스틸울(synthetic steel wool)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윤활코팅이 되어 있지 않지만 곡면을 샌딩하는 거라 엉김이 큰 이슈가 되지는 않습니다. 특히 좋은 점은 사용후 비눗물로 깨끗히 세척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스틸울이 가는 철사로 만들어졌는데 비해, 합성스틸울은 합성섬유에 연마재를 코팅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쇳조각이 떨어져나가는 등의 문제를 개선한 제품입니다.)
저는 특히 아주 고운 합성 스틸울(ultra thin synthetic steel wool)을 좋아하는데 목선반으로 만드는 작품을 샌딩하는데 딱 좋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제품명을 들자면 Mirka의 Mirlon Total 이나 3M의 Multi-Flex 제품이 롤타입이라 편리하고 좋습니다.
하지만 3M의 SandBlaster 제품도 괜찮습니다. 발포고무에 연마제를 코팅한 이 제품은 유연해서 곡면의 샌딩이 수월하며 수명이 더 길고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정식발매되지는 않았는데 수입가격이 만만치 않네요)
아주 작은 부분을 샌딩해야 할 때는 접착식사포를 조금 뜯어 손가락에 붙여서 사용하면 편리합니다.
마지막 샌딩을 위해 방수사포를 사용하라
윤활코팅 사포와 달리 방수사포는 FEPA 혹은 CAMI 등급을 사용합니다. 숫자가 클수록 고운 입자인 것은 같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약간 다릅니다. 예를 들어 FEPA 규격으로 P600 사포의 경우 CAMI 규격으로 400과 같습니다.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해 FEPA 규격의 경우 방수 앞에 반드시 P를 붙이게 되어 있습니다. P가 붙어있지 않은 경우 CAMI 규격으로 간주됩니다. (이는 미국 사정이고 우리나라는 ISO 표준으로 채택된 FEPA 방식을 사용합니다)
(사포는 종이나 천에 연마재를 코팅한 제품입니다. 이 연마재(Grit)의 크기에 따라 거칠기가 정해지는데 유럽표준이자 국제표준(ISO 6344)인 FEPA(Federation of European Producer of Abrasives) 방식과 미국의 산업표준인 CAMI(Coated Abrasive Manufactures Institute) 방식이 주로 쓰입니다. FEPA 방식의 경우 방수의 크기 앞에 P를 붙여 특별히 구분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키피디아를 참조 바랍니다. http://en.wikipedia.org/wiki/Sandpaper )
방수사포의 특징 중 하나는 P2000에 이르는 극도로 고운 사포들이 생산된다는 점입니다. 방수사포의 입자는 날카롭고 연마가 잘되는 편이어서 광택을 내는 전단계에서 마지막으로 거친 부분을 다듬는데 최적입니다. 이 마지막 샌딩에서 매끄러운 표면을 위해 윤활제(lubricant)를 사용해야 하는데 주로 미네랄 스프릿, 미네랄오일(파라핀 혹은 베이비오일) 이나 러빙오일(rubbing oil, 점도가 아주 낮은 가구의 광택을 내기 위해 바르는 오일), 비눗물(soapy water)을 이용합니다. 이 중에서 비눗물이 가장 편리한데 저는 보통 500ml의 수돗물에 소줏잔 정도의 주방세제를 넣어(원문 표현대로 하면 16온스의 물에 세제 뚜껑만큼 넣는다고...) 섞은 뒤 분무기를 이용하여 샌딩할 곳에 뿌려서 사용합니다.
P600 방수사포를 4등분한 것으로 먼저 시작하는데 평면인 경우에는 푹신한 코르크나 코르크 면을 가진 블럭에 감싸서 사용합니다. 먼저 분무기로 윤활제(비눗물)를 뿌린 뒤에 샌딩을 해야하며 되도록 결방향으로 합니다. 곡면인 경우에는 아주 고운 0000급의 스틸울을 이용하여 번쩍이는 광을 죽여줍니다.
비눗물과 샌딩된 찌꺼기를 싹 닦아낸 후 표면을 점검합니다. 은은한 광(satin)을 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80~90% 정도의 광을 죽여주면 됩니다.
샌딩작업이 완료되면 연고형 왁스(paste wax)를 준비합니다. 은은한 광을 위해서는 0000급의 스틸울을 이용하여 왁스를 발라줍니다. 스틸울 대신에 Mirka Abralon 발포 연마패드를 사용해도 됩니다. 광을 많이 죽이고 싶으면 1000방을 은은한 광을 원하면 4000방을 사용하면 됩니다. 별도의 컴파운드나 폴리슁 과정은 필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면천으로 문질러 닦아주면 부드럽고 은은한 광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고 있는 여러 연마재나 오일류 들은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면 가구의 도장과 관련된 도구들은 자동차의 도장에서 사용되는 도구들과 많이 겹칩니다. 왁싱에 관련된 것들도 자동차 광택내는 것과 비슷하구요. 이점에 착안하여 대체품을 찾아보는게 좋을 듯 합니다. 어쨌든 취목입장에서 이렇게까지 섬세하게 하고 싶지는 않네요.)
<추가내용> 우리나라의 사포
저는 솔직히 사포가 다 거기서 거긴줄 알고 별로 신경을 안썼는데 이 글을 번역하면서 사포에 대해서 좀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디어포스(DEERFOS) 제품은 자랑스런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제품이더군요. 1963년에 고려연마공업으로 창업해서 무려 50년을 한 우물만 판 회사입니다. 현재는 연마재 부분 점유율에서 세계 4~5위 정도 한다고 하니... 대단합니다. 연마재 부분은 3M이 세계시장을 꽉 잡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3M 사포를 보기 힘들죠? 다 디어포스 때문입니다.
어쨌든 디어포스에도 여러 종류의 사포들이 나오는데 저는 오직 한 종류만 써 본거더군요. 디어포스 제품을 기준으로 어떤 제품이 있는지 보면...
제가 주로 썼던 거는 KA161이라는 천사포입니다. 뒷쪽이 갈색이라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천에 연마제가 붙은 것이라 종이사포보다 내구성이 좋습니다. 이 제품은 좀 뻣뻣합니다. P40 ~ P600까지 나옵니다.
KA164 제품은 뒷쪽이 흰색인데 천사포임에도 불구하고 재질이 아주 부드럽다고 합니다. 이 글에서 곡면을 다듬을 때 썼던 연마재를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P80 ~ P400까지 나옵니다.
CC261이라는 제품은 종이사포이지만 방수처리가 되어서 습식과 건식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방수사포(wet-and-dry sandpaper)라고 했던게 바로 이겁니다. 비눗물을 이용한 습식샌딩을 이 사포로 할 수 있습니다. P60 ~ P2000까지 판매됩니다.
뒷면이 흰색인 이 종이사포는 ACM66 이라는 제품으로 이글에서 소개한 윤활코팅된 사포(Stearated Sandpaper)입니다. 제품설명에는 MSC(Metal Soap Coating) 처리되어 있다고 되어 있지요. 고로 도막을 건식샌딩할 때는 바로 이 MSC 코팅된 흰색사포를 사용해야 엉김현상을 줄일 수 있어 좋습니다. 건식으로만 사용가능하고 P80 ~ P600까지 나옵니다.
이렇게 국산제품에도 다양한 사포들이 있으니 골라서 사용하시면 만족할 만한 샌딩을 할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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