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가 한글날이었죠. 한글날은 한동안 공휴일이었다가 어떤 나쁜(?) 세력들에 의해 일하는 날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올해부터 다시 공휴일로 바뀌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글자인지 자랑스럽게 가르치면서 그를 기념하는 날을 일하는 날로 하다니요. 전세계에서 자기만의 글자를 가진 민족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어쨌든 그 한글날 느지막이 일어나서 마눌님이 요즘 빠져있는 평양냉면을 먹으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장충동 평양면옥으로 갔습니다. 여기는 맛은 훌륭한데 주차타워에 차를 대는 방식이라 차 빼는데 시간이 너무 걸려 가기가 좀 꺼려지는 곳입니다만 이날은 11시에 먹으러가서인지 한적하더군요.
사실 우리식구 모두 평양냉면을 좋아하는데 장충동 평양면옥과 평가옥이 메밀향이 강조된 담백한 맛이고 저희가 가장 즐겨찾는 냉면집입니다. 마눌님은 우래옥이나 봉피양 냉면도 좋아하는데 저는 고기육수맛이 너무 강조된 것 같아 별로인 듯 합니다. 제가 좋아하고 마눌님이 별로라고 하는 곳은 을지면옥과 필동면옥인데 자매가 하는 이 두 집 중에서는 을지면옥을 더 좋아합니다. 특히 이 을지면옥의 비빔냉면은 최고라고 생각됩니다.
여하튼 장충동 평양면옥에서 냉면을 거의 흡입하다시피하고 아들내미의 요청에 따라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했습니다. 광화문 일대가 한글날 관련 행사때문인지 사람들이 아주 많더군요. 내려서 구경할까 생각했지만 아들내미는 무조건 교보문고로 가자고 합니다.
아들내미의 교보문고 사랑은 사실 책보다는 젤리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어쩌다 들른 교보문고에 젤리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여기서 알파벳 모양의 젤리를 팔았던거죠. 근데 문제는 아들내미가 A부터 Z까지 세트로 꼭 사야한다고 우기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젤리통을 뒤적뒤적이며 사야하는데 참으로 곤욕이었죠.
여하튼 이 젤리때문에 교보문고에 재미를 붙인 아들내미는 그후로 여러번 마눌님과 다투면서 젤리에 대한 집착은 끊었는데... 최근에 이 젤리파는 집이 없어졌더군요. 저희로서는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아마도 얼마전에 TV에서 이 젤리파는 곳에서 바퀴벌레가 발견되었다는 고발프로가 나왔었는데 그 때문인 걸로 보입니다.
이곳에 식구들이 오면 저는 저대로 책을 사고 아들내미는 아들내미대로 책을 삽니다. 제가 볼 책을 사고 아들내미있는데로 가보니 우주와 관련된 책을 펼쳐놓고 바닥에 앉아 열심히 보고 있더군요. 제법 글이 많아 보이던데 요즘 태양계에 빠져있다보니 그마저도 재미있나 봅니다.
싸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그리고 인터넷에서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지만 아들내미가 사달라는데... 그것도 책인데... 사줘야죠 머... 여하튼 아들내미는 우주에 관련된 책 하나를 또 득템했습니다.
제가 산 책은 이겁니다. 제목이 긴데 "뜯고 태우고 맛보고 몸으로 배우는 짜릿짜릿 전자회로 DIY"... 미국의 책을 번역한건데 원서의 제목은 "Make : Electronics" 네요. 근데 뭐 이리 요란스럽게 제목을 정한건지... 어쨌든 이 제목이 사실 책의 내용과 어울리긴 하더군요.
실제로 앞부분에 보면 전기의 맛을 보라며 배터리를 혀끝에 대보라고 합니다. 어릴때 많이 하던 장난인데... 지금은 뭐... 하기 싫네요. ^^
전자회로는 대학 다닐때 수업으로 몇번 들었던 건데 한번도 제대로 몸에 익혔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전자회로에 취미가 있었다면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쪽으로 갔겠죠. 아니 둘다 잘했으면 좋았을텐데... 소프트웨어쪽에 있다보니 하드웨어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도 있고... 게다가 제가 일하는 분야가 전기나 전자를 많이 다루다보니 곁다리를 많이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LED 무드등을 만들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머 이제 딱히 목공으로 만들것도 없고해서 전자와 목공을 결합해서 새로운 걸 만들어 보려고요... 그런데 제가 원하는 내용은 앞쪽 50페이지 안에 다 있더군요. 그래도 나머지 다 보고 이참에 전자회로에 대한 감을 다시 살려보려고 합니다. 오랫만에 납땜도 한번 해보구요.
느지막이 저녁을 먹고 나니 아들내미가 갑자기 나가서 뛰고 싶답니다. 낮에 놀이터 가자고 할때는 책보느라고 안나간다더니 이 늦은밤에 나가자고 하네요. 그래서 식구 모두 응봉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응봉산이야 머 10분이면 올라가니까 산이라고 할수도 없고 그냥 공원이죠.
이곳은 한강을 바라보는 전망이 트인 곳이라 낮에도 좋지만 야경은 더 좋습니다. 야경을 잘 찍을만한 카메라는 없지만 스마트폰으로도 이렇게 멋진 야경이 찍힙니다. 이날도 DSLR을 들고 야경을 찍는 분들이 몇 보이더군요.
아들내미... 정말 응봉산 정자를 오르락 내리락... 좁은 응봉산 정상부를 뛰어다니며 놀더군요. 제가 산에 있는 운동기구를 하니 자기도 한다며 올라탔습니다. 이제 저걸 혼자 할 수 있으니 참 많이 컸습니다.
아이에게 동생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저도 그렇고 마눌님도 이제 나이가... 저라도 같이 많이 놀아줘야 하는데 이노무 체력과 시간이 문제입니다.
소소한 한글날 일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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