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0월 8일 화요일

[마감론] 조립하기 전에 마감하라

지난 글 "깨끗한 표면 만들기"에 이어 Finishing Wood의 Finish as You Build 부분을 번역하고 첨언하여 올립니다. 저자는 Charles Neil 입니다.

대부분의 목수들은 마감을 귀찮아해서 되도록 공정에서 뒤로 미루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다 조립한 후에 마감할 생각을 하죠. 하지만 마감은 가구를 만들때 가장 먼저 다루어야 할 아젠다(Agenda) 중의 하나입니다. 만일 마감을 고려하지 않고 가구를 만들면 막다른 코너에 몰릴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립을 다 하고 나면 손이 안들어가서 마감을 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기도 합니다)

저는 13살때 우연히 어떤 사람이 자동차에 페인트를 칠하는 것을 보고 페인팅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년간 자동차 회사에서 도장 관련 일을 했었죠. 이때의 경험은 제가 목공을 하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동차를 후드, 트렁크 덮개, 문 등으로 분해할 수 있듯이 가구도 여러개의 파트로 분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 사진에 있는 찬장(cupboard)의 경우 문짝, 전면 프레임, 선반, 몰딩 등의 파트로 분해할 수 있습니다. 조립하기 전 부품은 샌딩하기도 마감을 하기도 편합니다. 게다가 마감을 하기 편하도록 각 파트를 설계하기도 합니다.

아래 찬장의 상부 안쪽은 페인트를 스프레이로 뿌렸고, 나머지 부분은 Waterlox사의 와이핑 바니쉬(Wiping Varnish)를 이용하여 마감하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마감 방식일지라도 제가 소개하는 테크닉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르고 붙이기 전에 마감을 먼저 생각하라

색깔이 다른 판재를 염료(dye)를 적절히 사용하여 색깔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므로 목재창고에서 비슷한 색깔과 무늬결을 가진 판재를 골라내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때로는 골라낸 판재의 크기에 따라 설계가 변경되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주 잘 어울리는 두개의 상판용 판재를 골라냈는데 그 둘을 집성해도 원래 설계수치보다 5mm 정도 작다면 아름다운 상판을 위해 설계를 변경하여 폭을 약간 줄이는 것이 낫습니다.

안쪽을 미리 마감하라 (Pre-finish Interiors)

선반은 옆판에 다도홈(dado)을 파서 본드를 발라 끼워서 결합됩니다. 그런데 결합하기 전에 먼저 마감을 하면 결합하고 나서 마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편합니다. 우선 조립하기 전에 평면인 상태에서는 샌딩하기도 훨씬 수월합니다. 조립된 후의 샌딩은 매우 어렵고 까다롭습니다. (자칫하면 다른 부분을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바니쉬나 페인트는 본드의 접착력을 떨어뜨립니다. 그러므로 본드가 발릴 부분은 마감제가 닿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본드가 발라질 다도홈 같은 경우는 마스킹테이프로 붙여두고 마감을 하면 편리합니다.


앞 뒷면을 모두 칠해야 하는 선반의 경우 아래 사진처럼 자투리 나무를 선반의 양끝에 피스로 임시 고정해두면 바로 뒤집어 앞/뒷면 모두를 순차적으로 마감할 수 있습니다.


본드가 삐져나올 곳을 예측하고 대비하라

안쪽의 마감을 미리하고 본드로 조립할 경우 본드가 삐져나와 마감된 표면을 손상시키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앞서 본 찬장의 상판을 옆판의 홈에 끼워 붙인다고 할 때 먼저 선반을 끼워보고 90도로 만나는 부분에 딱맞게 마스킹 테이프를 붙입니다. 그리고 분해한 뒤 접촉 부위에 본드를 바르고 다시 끼워넣은 다음 본드를 말립니다. 그 후에 마스킹 테이프를 떼어내면 본드 자국없이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마감하기 전애 본드가 삐져나온 것을 물티슈로 닦아내는데 이것만으로 깨끗하게 처리되지 않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약간 얼룩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스크래퍼로 긁어내야 하는데 상판과 같이 민감한 부분은 마감전에 본딩하더라도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한 방법이 유효하겠습니다)

선반을 다도홈에 끼우고 옆판에서 안쪽으로 나사못을 박으면 더 튼튼하게 결합됩니다. 이럴때 보통 나사못을 박고 동그란 도웰로 나사못을 가리는데 좀 더 우아한 방법으로 사각 목심을 박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구멍의 지름보다 약간 큰 각재의 끝부분을 둥글게 테이퍼링 가공하여 구멍에 본드를 발라 끼워넣고 윗부분을 잘라내고 마감하면 고전적인 사각못 자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래 사진과 같은 사각목심을 흉내낼 수 있습니다.


전면 프레임을 만들고 붙이기

전면 프레임은 앞서 만든 선반의 앞쪽에 본드로 붙여집니다. 따라서 선반의 마구리면을 따라 안쪽으로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두면 마찬가지로 본드가 삐져나오더라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본드가 원하지 않는 곳에 묻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보통 젖은 헝겊으로 본드를 닦아내는데 그렇게 하지 마세요. 이럴때는 그냥 본드가 껌같이 반쯤 굳도록 기다립니다. 껌같은 상태가 되면 끌이나 스크래퍼로 살살 떼어내면 됩니다. 그러고 나서 아세톤으로 닦아내세요. 아세톤은 물보다 목공본드(PVA, 초산비닐수지)에 더 효과적입니다. 아세톤은 목공본드 외에도 폴리우레탄, 에폭시, 아교 등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입니다.

몰딩을 붙이는 깔끔한 방법

선반장을 본드로 다 붙였으면 이제 베이스나 몰딩같은 작은 파트들로 들어갈 차례입니다. 특히 몰딩은 옆판과 직각인 결방향으로 붙여야 하므로 좀 까다롭습니다. 두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째로 옆판의 수축/팽창 때문에 옆판에 붙는 몰딩은 앞쪽의 20~30mm 정도에만 본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몰딩과 옆판의 결이 직각이라 조립된 상태에서 샌딩을 하면 한쪽은 상처를 입게 되는 겁니다. (아래 관련글의 "나무의 수축/팽창에 대비하기"의 몰딩 부분을 보셔야 이해되실 겁니다)

하지만 이 두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몰딩을 개별로 본체에 붙이려 하지 말고 몰딩을 따로 연귀맞춤(Miter Join)해서 마감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따로 조립한 다음 본체와 붙일때는 결방향이 같은 앞부분은 전체적으로 본딩하고 옆부분은 앞쪽만 본딩하며 옆 몰딩의 뒷쪽은 안쪽에서 슬롯형태로 된 홈을 관통하여 나사못으로 죄면 됩니다.

정리하면 몰딩은 따로 조립을 한 다음 마감을 따로 하고 나서 본체에 붙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계획적으로 컴포넌트별로 나누어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귀맞춤을 본드로만 할 경우 내구성이 좀 떨어지는데 이를 보완할 한가지 팁이 있습니다. 몰딩의 윗쪽 연귀로 만나는 부분을 중심으로 하는 최대한 큰 지름의 화스너비트로 반정도 깊이를 보링합니다. 그리고 밴드쏘나 스크롤쏘로 이 보링된 곳에 끼워넣을 수 있는 동그란 판을 만든 다음 결방향이 연귀로 만나는 대각선에서 수직이 되도록 (즉 결방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방향을 맞추어 본딩하면 한결 튼튼한 연귀맞춤을 할 수 있습니다.


(연귀맞춤을 보강하는 방법은 이 방법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쪽매(Spline)나 비스킷이 보편적인데 가장 간편한 방법은 갈매기타카 더군요)

프레임과 알판은 조립하기 전에 마감하라

알판은 수축/팽창에 대비하여 프레임의 홈 안에서 약간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방식입니다. 목공인들은 나무의 수축/팽창에 대비한 합리적인 방법이라 생각하겠지만 마감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매우 까다로운 상황입니다.

만일 프레임과 알판을 조립한 다음에 마감을 한다면 프레임의 홈 안에 있어 미처 마감이 되지 않은 부분이 나중에 수축되어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프레임과 알판이 조립된 다음에는 샌딩할 수 없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결합하기 전에 미리 마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 사진처럼 프레임 홈의 옆면은 알판이 끼워지면 결방향이 달라 샌딩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알판을 끼우기전에 샌딩해야 합니다. 마감도 미리 해두면 좋습니다.

아래 사진 경우처럼 알판이 경사지게 깎여있다면 이 부분은 마구리면(End-grain)이 노출된 상태입니다. 마구리면은 마감재를 더 많이 흡수하여 다른 부분에 비해 훨씬 진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오일의 경우) 그래서 이런 마구리면은 아주 고운 사포로 샌딩을 하거나 다른 방법을 써야 진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마구리면의 사포는 320 -> 400 -> 600 방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프레임과 알판은 따로 마감을 합니다.



프레임도 연귀맞춤이므로 아까 소개한 원판을 끼우는 방법을 사용하면 더욱 튼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프레임에 알판을 끼우고 본드로 프레임끼리 결합하고 나면 분명 본드가 삐져나오고 프레임간에 약간의 단차가 생깁니다. 이를 위해서 샌딩기를 사용하는데 잘못해서 아름다운 알판을 건들여 망치지 않도록 알판의 모서리 부분을 마스킹 테이프로 감싸주고 나서 샌딩을 합니다.

이렇게 컴포넌트 별로 구분하여 마감까지 완료한 다음에 최종적으로 조립을 해야 완벽한 마감이 된 가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리 마감에 대해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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