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4월 24일 금요일

2015년 응봉산 개나리와 모험놀이 체험장

해마다 봄이면 집 앞 응봉산이 활짝 핀 개나리 꽃으로 노랗게 물듭니다.

보통 3월말~4월초에 개나리 꽃이 만개를 하는데, 이때를 맞추어 응봉산 개나리 축제가 열립니다.  때문에 이 즈음 많은 시민들이 응봉산을 찾습니다.

산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낮지만,  한강변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정상에 올라서면 전망이 매우 좋습니다.  응봉산에서는 성수대교와 잠실방면의 전망이 펼쳐지며,  길건너 달맞이봉에서는 동호대교 방향 전망이 일품입니다.

올해도 개나리가 노랗게 물들은 응봉산을 아들과 함께 올라 갔습니다.  2015년 4월 5일 비가 드문드문 내리는 휴일 오후에 다녀온 기록입니다.

응봉산 개나리

집에서 나오니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아들놈이 천지사방을 뛰어 다닙니다.  아이들은 넘쳐나는 에너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들이 "아빠~ 나 잡아 봐~"하고 도망가는데... 저는 딱 1분이면 지칩니다. ㅡ,,ㅡ

아들이 다녔던 유치원 앞을 지나면 아직도 유치원 얘기를 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이제 두달째인 아들의 담임이  엄하기로 소문난 분이라 좀 걱정했지만, 다행히 잘 적응하나 봅니다.  유치원 졸업 즈음에 유치원 선생님이 초등학교에서 적응하는 법에 대해 많이 가르쳐 주셨다고 하네요.


응봉산 북사면 독서당로를 가로지르는 생태다리를 건너 응봉산으로 올라갑니다.  가장 최근에 놓인 응봉산 올라가는 길입니다.


체중도 가볍고, 태권도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아들놈 체력 하나만은 정말 좋습니다.  단거리를 뛰어 다니는 것은 아이들 대부분 잘 하지만,  우리 아들은 오래 걷기도 꽤나 잘합니다. 보통 저랑 걷기 여행을 나가면 4~5km를 훌쩍 넘기는데 잘 따라 다닙니다.   응봉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100여개가 넘는데도 거의 뛰다시피 올라갑니다.


응봉산 북사면에 있는 박태기 나무에 꽃이 피고 있습니다.  이 박태기 꽃이 활짝 피면 아들과 함께 늘 찾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응봉산 북사면의 개나리는 조금 개화시기가 늦습니다.  산 그늘에 가려서 겠지요.  북사면 개나리만 보고 응봉산에 오르면 남쪽 개나리는 절정을 지나 떨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는 산수유 나무의 꽃도 좋습니다.  개나리의 진한 노랑과 산수유의 연한 노랑이 묘하게 어울립니다.  저는 산수유의 노랑이 우아해 보여서 더 좋네요.


마지막 아스팔트 경사로를 또 뛰어 올라갑니다.


이 날이 응봉산 개나리 축제 마지막 날이었는데,  정상에 올라와 보니 벌써 파장 분위기입니다.  저 키다리 언니가 풍선을 나누어 준 모양인데, 아들이 가서 달라고 해 보았지만 이미 풍선이 다 떨어졌답니다. ㅡ,,ㅡ

정작 축제 본 행사는 한번도 와서 본 적이 없는데,  궁금해서라도 내년에는 와서 봐야 겠습니다.


개나리가 가장 예쁜 곳을 골라 찍어 보았습니다.  얼마전 마나님이 동남아로 이민간 친구에게 들었다면서... 그곳에서는 개나리를 한국에서 수입하여 꽂꽂이 용으로 판다고 하네요.  그런데 꽃이 핀 가지 몇개 묶어서 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으로 팔린답니다.  하긴 우아한 곡선의 가지에 노란 십자모양의 꽃이 묶어 피니 매혹적이긴 하죠.


왔다! 장보리 프로포즈 장면을 여기서 찍었나 보네요.  보지 않은 드라마라 잘 모르겠지만 아래에 적힌 대사는 전혀 로맨틱하지 않네요. ㅎㅎ  좀 뜬금 없네요.  한가지 제안한다면 이 팻말에 QR코드를 표기해 넣고, 스마트폰으로 인식시키면 해당 장면이 담긴 유튜브 비디오로 연결시키면 어떨까 합니다.  물론 MBC에 그 장면에 대한 게시 허가를 받아야 겠지요.


여기가 개나리 핀 응봉산의 가장 멋진 포토 스팟입니다.  날씨만 맑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요.


울 아들 이런 식으로 얼굴 내밀고 사진 찍는 거 엄청 싫어하는데요.  오늘은 왠일인지 순순히 포즈를 잡아 줍니다.  개나리 소년입니다.  


이제 응봉산을 내려갑니다.  응봉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갑니다.  이 계단을 내려 가면서 보는 전망도 좋습니다.


응봉산 동쪽 길이 깨끗하게 정비 되었네요.  좋습니다.


떨어진 개나리 꽃과 이제 파릇파릇 피어나는 야생초가 화려한 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응봉산 모험놀이 체험장

그런데 내려오는 중에 길의 풍경이 좀 많이 바뀐 걸 알아 차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표지판이 있더군요.  "응봉산 모험놀이 체험장"!  아들과 저는 이게 뭔가하며 지도를 보며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한달전 쯤에 왔을 때 이곳이 한창 뭔가 공사를 하고 있더군요.  이 모험놀이 체험장과 데크길을 만드느라 그랬나 봅니다.  원래 이 옆 도로만 있었는데,  사람이 다니는 데크의 폭 만큼 길을 확장했군요.  글쎄요.  응봉산에 찻길을 넓힐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걸어 다니는 사람 위주로 해야 하는데...


딱 보기에도 아찔해 보이는 출렁다리가 보입니다.   3~4미터는 되어 보이는 기둥을 세워두고 그것과 연결한 다리인데, 살짝 올라가 보니 엄청 출렁거립니다.  이런거 무서워하는 저희 부자는 그냥 구경만 합니다. ^^


다른 사람들은 잘 가더군요.  그런데 안전장치가 좀 부실해 보입니다.  옆 그물도 좀 더 촘촘해야 할 것 같고,  아이들이 여기를 막 점프하면서 흔들던데 뒤집히지는 않는지,  그리고 떨어지더라도 다치지 않도록 아래에 그물을 설치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됩니다.  재밌자고 돈 들여 설치했는데,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안되잖아요?


암벽등반장 바로 위에 이런 너른 전망대를 만들었네요.


그런데 여기서 바라보는 전망이... 글쎄 뭐 딱히 볼 건 없습니다.  아파트 밖에...


신동아 아파트로 내려가는 붉은 가지가 특징인 "흰 말채나무"가 심어져 있는 길로 내려갑니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가지가 노란색인 "노란 말채나무"도 조경수로 많이 심습니다.  그런데 이 특이한 색의 가지도 날이 더워지면 평범한 색으로 바뀐다고 하네요.


예전에 여기는 조그만 운동장이었는데 이렇게 모험 놀이터로 바뀌었네요.  마치 유격훈련장 같습니다.  일반적인 놀이터에 식상한 아이들에게는 재밌겠네요.  여기는 그래도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습니다.


아들은 비교적 쉬워보이는 낮은 출렁다리를 택해 걸어봅니다.  이래뵈도 제법 출렁댑니다.


한켠에는 이런 나무 기둥이 세워져 있는데 제법 높은 기둥도 있어 위태 위태해 보입니다.


여기도 출렁다리가 있습니다.  구간이 짧고 약간 낮아서 아까 출렁다리보다는 덜 무섭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들이 손을 꽉 잡고 건너긴 하네요.  그런데 앞에서 개구쟁이 아이들이 마구 흔들고 뛰면서 건너는 걸 보면 좀 무섭습니다.  정기적으로 안전 점검 하겠지요?


출렁다리를 건너면 이렇게 기둥을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중간 즈임에는 이렇게 조그만 암벽 등반 체험 코스가 있습니다.  오른다기 보다는 그냥 매달려 있는 정도입니다.


더 내려가면 이렇게 줄을 잡고 오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잘 뛰고 잘 걷는 아들이 이걸 무섭다고 못 올라가네요. 헐~  종종 데리고 와서 연습시켜야 겠습니다.


이제 집으로 내려갑니다.  거의 내려올 즈음에 있는 이곳의 벚꽃이 참 좋습니다.  아직 덜 피었네요.


해마다 봄이면 이곳에 와서 개나리 꽃, 벚꽃, 살구꽃 등을 아들과 즐기는데,  아들이 나중에 커서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겠지요?


얼마전 아들의 첫 이빨이 빠졌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걸음마도 늦었고,  말도 늦었고,  줄넘기도 늦었고,  이빨 빠지는 것도 늦은 아들입니다.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어쨌거나 시간이 되면 알아서 다 하더군요.  대신 우리 아들은 꽃과 나무 이름도 잘 알고,  오래 걷기도 잘 하고, 달리기도 빠릅니다.


어떤 생물학자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아이들이 부모를 닮는다고 하지만 그건 전체 형질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겁니다.  거의 90% 이상이 랜덤이랍니다.  부모가 머리가 좋고,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아이도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택도 없답니다.  그렇게 유전이 지배적이라면 어떻게 지구에 이런 종의 다양성이 있으며, 진화가 있었겠냐고요.

저도 제 아들을 완전히 백지 상태로 보고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그래서 아이가 자신의 취향과 재능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하고 밝게 자랐으면 합니다.  지금처럼요.  초등학교 들어간 아들을 보니 괜한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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