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4월 10일 금요일

광명 가학동굴 축제를 즐기다


제가 살빼기 위해 걷는 곳이 안양천인데,  서울과 광명을 가르는 경계선입니다.  그래서 안양천에는 광명8경이라는 안내판이 곳곳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살펴보니, 광명시민도 아닌 제가 이미 다섯군데를 가 보았더군요.  안가본 세 곳 중에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광명 가학동굴이었습니다.

설명을 보니 일제시대때 개발되었던 광산인데 1970년대에 폐쇄되었던 곳을 다시 개발하여 관광지로 만들었더군요.  타이틀도 멋져서 "수도권 유일의 동굴 관광지"입니다.  혹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올해 1월에 어느 휴일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아들과 함께 가보자고 길을 나섰습니다.  사무실에서야 광명이 가깝지만,  집에서 가려면 꽤 멉니다.

그런데 동굴 입구에 떡하니 이런 플래카드가 붙어 있습니다.  4월 3일까지 휴관이랍니다.  아들이 크게 실망을 했습니다.  그래서 차를 돌리지 않고 계속 올라가 보았습니다.


동굴로 향하는 산중에 이렇게 크고 우람하고 빨간 건물이 서 있는데,  광명시 자원회수시설입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이지만 상당히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더군요.  들어가서 구경할 것도 제법 있고 간소한 카페도 있어서 잠깐 쉬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동굴 입구로 올라가 보았지만... 이렇게 문이 꽉 닫혀 있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에게 약속했습니다.  꽃피는 4월이 되면 꼭 다시 오자고...  그리고 지난 주 일요일에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광명 가학동굴을 다시 찾다

일요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차를 타고 이케아 광명점으로 향했습니다.  간단한 쇼핑도 하고 스웨덴 스타일의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가지 집어서 먹어 봤습니다만... 대표 메뉴라는 미트볼은 별로이고,  연어 샐러드는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불고기 덮밥, 김치 볶음밥 등의 한식 메뉴는 그닥입니다.  대신 아들놈은 치킨을 엄청 잘 먹더군요.  아주 그냥 쪽쪽 빨아 먹습니다.


한국인의 아침 밥상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부실한 식사인데도 가격은 2만원을 훌쩍 넘어갑니다.  이케아에서 밥 먹을 때도 작전을 잘 짜야 할 것 같습니다.  가성비 높은 걸로... 참고로 이케아는 아침 9시 30분부터 아침 식사가 가능합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이케아 매장을 둘러 보았습니다.  저는 여러번 왔지만 마나님은 처음입니다.  역시나 여기저기서 물건을 집어 쇼핑카트에 넣었습니다만... 아들놈의 행패로 쇼핑은 서둘러 끝났습니다.  아들놈의 불만은 왜 빨리 동굴로 안가냐는것...  쇼핑몰을 싫어하는 건 남자들의 본성인 것 같습니다. ^^

이케아 광명점에서 가학동 동굴까지는 금방입니다.  차로 10분 정도 걸리더군요.  주차는 빨간색 거대한 건물인 자원회수시설에 해야 합니다.  주차비는 따로 없습니다.

전날 동굴이 오픈했는데,  이날까지 개장 기념 축제를 한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차장에 차 댈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산인해입니다.

광명 동굴로 가는 가장 큰 난간은 자원회수시설에서 동굴 입구까지 놓여진 계단을 오르는 겁니다.  걷기로 체력이 다져진 저와 몸이 가벼운 아들은 가뿐히 올라갔는데,  마나님은 힘들다고 툴툴댑니다.  게다가 비까지 조금씩 내립니다.


동굴 앞쪽에는 여러가지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더군요.  이 시설은 사금을 추출하는 것이라는데... 좀 생뚱 맞습니다.


매표소를 보는 순간 허걱입니다.  못해도 백여명이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습니다.


다행히 축제기간이라 그런지 흥겨운 공연을 해서 그리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아이 1,500원입니다.  광명시민은 반 정도 할인되네요.  표를 사고 동굴 입구로 갔습니다.  예전에는 관람객을 모아서 가이드와 함께 둘러 봤다고 하는데,  오늘은 보니 자유 입장이네요.  오픈 축제라 그런지 앞으로도 계속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광명 동굴은 고수동굴이나 천곡동굴 처럼 자연적으로 생긴 석회 동굴이 아닙니다.  광물을 채취하기 위해 사람이 뚫은 굴입니다.  저도 이런 굴은 처음입니다.  저 앞에 동굴이야~ 라면서 좋아하는 아들의 모습입니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석회동굴과 달리 인공 동굴이라 동굴의 폭이 일정하고 넓어서 아이들과 함께 와도 안전할 것 같습니다.  석회동굴은 다소 위험한 구간들도 있거든요.


길 옆으로는 지하수가 동굴 바깥으로 흘러 나갑니다.  자연적으로는 이런식으로 물의 흐름이 있을 수 없겠지요.  뭔가 펌프로 물을 퍼서 윗쪽으로 올려야 이렇게 동굴 밖으로 물이 빠져 나갈 겁니다.  물은 굉장히 차갑습니다.


조금 들어가면 "웜홀광장"이라는 곳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가이드를 만났습니다.  가이드는 매시 10분에 입구에서 출발한다고 하네요.  이후로는 가이드의 안내로 설명을 들으며 진행했습니다.  다소 길이 미로 같아서 가이드와 함께 가는게 빠뜨리지 않고 구경하는 방법일 것 같습니다.


웜홀광장에서 길이 갈리는데 우선 오른쪽 빛이 화려한 곳으로 갔습니다.  그냥 가이드 설명 들으며 따라갑니다.


이 동굴이 "가학산"에 있는 건데, 학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네요.  그래서 학 조각이 있는거겠죠?


여러가지 생명체를 표현한 빛조각이 인상적입니다.


곧 이어 다시 너른 광장이 나옵니다.  "동굴 예술의 전당"이라고 하네요.  작은 무대와 100여석 되는 관객석도 있습니다.  이날은 홀로그램으로 "아이샤와 친구들"이라는 애니메이션을 틀어주더군요.  짧은 내용인데, 내용은 흠...  내용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좀 창의적인 친구들이 달라붙어 스토리를 만들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캐릭터는 만들었는데 스토리가 없네요.



이 곳에서는 영화도 틀고, 클래식 연주회도 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동굴에서의 음악회라면 굉장히 특이하고 좋을 것 같습니다.  행사 일정은 가학동굴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면 될 듯 합니다.  극장 옆으로는 이렇게 경사가 급한 계단이 있는데 안전상 막아두었네요.


짧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다시 가이드를 따라 나섭니다.  가이드분이 아주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따라가기 바쁩니다.  조금만 천천히 가시지...


"동굴 아쿠아 월드"라는 곳이 나옵니다.  이곳의 지하수를 받아 물고기를 키우는 것 같습니다.  암석에서 나오는 물질로 인해 물이 뿌옇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캄캄한 지하에도 사는 물고기가 있겠지요?  그런 물고기들을 보여주면 좋을 뻔 했습니다.


갑자기 동굴 주위가 황금색 라카로 칠해진 곳이 나옵니다. "황금길"이라고 합니다.  여기 가학 광산이 원래 금과 은 등을 채굴하던 곳이라네요.  놀랍습니다.


동굴벽이 온통 황금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좀 싸구려 느낌이 납니다.  이왕 이렇게 할려면 좀 더 고급스런 황금색으로 칠했으면 합니다. ^^


요런 곳도 나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황금만능주의"를 조장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온통 황금이니...


갑자기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옵니다.  가이드분의 말씀으로는 이 광산이 관광지로 개발되어 오픈한 것이 2011년이었다고 합니다.  정말 최근이지요.  그런데 당시 동굴에는 지하수가 가득 차 있어서 이 계단까지 찰랑찰랑 했답니다.  지난 폐장 기간동안 이 곳에 있는 지하수들을 펌프로 모두 퍼 냈다고 하네요.  그래서 공간이 더 넓어졌다고...

이 말은 들은 마나님과 아들이 무서워 합니다.  다시 물이 차면 어떡하지? 하구요.


내려가는 중에 석회동굴에나 볼 수 있는 종유석 기둥 같은게 보입니다.  가이드분의 말씀으로는 역시나 인위적으로 만든 기둥이라고 하네요. ^^


곳곳에 이런 황금들이 있습니다.  어릴 적 보물섬, 보물지도 이런 환상이 많았는데, 여기는 꿈이 현실이 될 것 같습니다.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를 이곳에 재현한다고 하네요.  더 많은 볼거리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좋네요.


아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사실같은 골렘입니다.  석회동굴을 가면 XX와 비슷한 돌이라며 안내를 하는데,  여기는 아예 그걸 만들어 놓았네요.


중간에 여기 지하수를 먹을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물맛은 .... 그냥 물이 무슨 맛이 있겠어요. ^^


관광 외에도 동굴의 천연적인 항온 기능을 이용한 수익사업을 하고 있더군요.  소래포구에서 생산된 새우젓을 이 동굴에서 숙성시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새우젓 냄새가 나지는 않더군요.


"불로문"을 들어섭니다.


금 덩이를 한가득 싣고 가는 수레입니다.


이 가학광산은 1912년 일제시대에 개발되었다고 하네요.  1955년부터 1972년 폐광될 때까지 집계된 채광량이 금 52kg, 은 6t 이고, 그외 구리, 아연 등을 캤다고 하네요.  기록에 없는 1912년부터 따지면 아마도 수백kg의 황금을 채굴했을 거라고 하네요.  알아보니 금 1kg 가격이 4,600만원에 이릅니다.


여기는 광산으로서의 기능을 설명한 전시물이 있습니다.  가이드분이 잘 설명해주시니 아들도 재밌게 듣습니다.


저 분이 가이드 분입니다.  걸음이 엄청 빠르십니다.  광산은 사진과 같이 수직 갱도가 있고 수평 갱도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겨우 지하 2층 정도 들어온 거라고 하네요.  그 아래는 현재 다 지하수로 차 있다고 합니다.


광산의 구조를 층별로 레이어링 한 모형입니다.  모양이 복잡하지요.


광부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도구들입니다.  요즘 자원외교 때문에 난리인데... 이렇게 캐낼 것 다 캐내어 아무것도 없는 광산을 비싼 돈 주고 산거라지요?  이 동굴처럼 관광지로 개발해야 할 판입니다.


수직으로 뚫려있는 이런 구멍을 통해 캐어낸 광물들을 올렸다고 하네요.


가이드 분이 자랑스럽게 설명한 곳인데,  동굴에서 식물과 물고기를 같이 키우는 실험을 하고 있답니다.  물고기의 똥이 양분이 되어 식물을 잘 자라게 한다네요.


이곳에는 이렇게 실제로 지하수 웅덩이를 볼 수 있습니다.  폭포처럼 시원하게 쏟아집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곳의 지하수는 펌프로 퍼올려져서 동굴 밖으로 나갑니다.  그 물은 산 아래에 있는 자원회수시설로 가서 용수로 쓰인다고 하네요.  그리고 물값을 받는다고 합니다.  여러가지로 수익 사업을 하네요.  저는 이렇게 지속가능성이 있는 모델을 좋아합니다.



여기는 와인동굴 영역입니다.  국산 와인을 시음할 수 있게 되어 있네요.  마셔보니 약간 스윗한 맛입니다.  저희 식구는 떫은 맛을 좋아하는데...


이 동굴의 끝에는 이렇게 와인 셀러가 있습니다.  섹션을 나누어 임대를 한다고 하네요. 와인을 즐기는 호사가들이 이곳에 와인을 보관해두고 있다가, 귀한 손님이 오면 이 동굴로 와서 와인을 따서 마신다나요?


와인병을 이용한 조명이 이색적입니다.


와인병을 형상화한 멋진 빛 조각입니다.  요즘 아들이 사진찍는 재미를 아는지 포즈를 잘 잡아주네요.


어느덧 동굴 탐험이 끝나고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가이드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 아들입니다.  처음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가이드를 따라 다녔는데,  하도 빠르게 이동하니 나중에는 우리 식구만 가이드 곁에 있습니다.  덕분에 아들이 설명을 자세히 잘 들었습니다. 


동굴 밖에는 이렇게 실제 수레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요즘 스마트폰이니 사물인터넷이니 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이런 광부들이 리튬, 구리, 금, 은 등을 채굴하여 주기 때문에 다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옛날 거라고 그냥 간단하게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동굴 옆에는 아이샤 동산이라는 조그만 공원이 있습니다.  여기 벤치들이 참 특이한게 많네요.  광산의 주제와 부합하는 망치 모양의 벤치가 맘에 듭니다.


얘네들이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가학 동굴의 캐릭터들 입니다.  머리가 파란 아이가 "아이샤", 머리가 노란 아이가 "쿠오",  아기 은여우는 "캉캉" 그리고 사슴은 동굴의 정령인 "림"입니다.  아이샤가 들고 다니는 망치로 돌을 치면 황금으로 변한다네요. ^^


구경 잘하고 나왔는데 아까보다 빗줄기가 더 굵어 졌습니다.  그리고 사람도 훨씬 더 많아 졌습니다.  줄이 더 길어졌네요.  다시 자원회수시설로 내려가는데 사람들이 꾸역꾸역 올라옵니다.  오전에 나서길 잘했습니다.


어쨌든 동굴 구경을 잘 했습니다.  아들이 요즘 광물에 꽂혀있어서 시의적절한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나님도 기대하지 않아서인지 굉장히 좋았다고 합니다.  예전보다 공간이 더 넓어졌으니 예전에 가보신 분들도 다시 가보시기 바랍니다.

가학 동굴을 나와서 안양천 벚꽃 구경을 왔습니다.  아직 벚꽃이 살짝 덜 폈지만 충분히 즐길만 했습니다.  안양천 벚꽃 얘기는 나중에 따로 올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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