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형톱이 따로 필요한 이유는 여러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업물이 너무 큰 경우 그것을 테이블쏘로 옮기기 보다는 톱이 가서 작업하는게 더 낫습니다. 이럴 경우 원형톱이 제격입니다.
하지만 원형톱은 베이스에 뚫린 넓직한 구멍에 톱날이 자유롭게 회전하는 형태여서 절단 품질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특히 합판의 경우 그런 경향이 더 심합니다.
이 글에서는 대충 거칠게 자르는 용도로만 사용되던 원형톱으로 깨끗한 절단면을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그 방법은 원형톱을 위한 제로 클리어런스 베이스(Zero Clearance Base)를 만드는 겁니다.
왜 원형톱으로 자르면 뜯김이 심한가?
나무는 섬유질 다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섬유질이 깨끗하게 자르는 것이 좋은 절단면을 만들기 위한 관건입니다. 그런데 날이 아무리 잘 서 있다 하더라도 잘리기 보다는 압력에 의해 밀려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든든한 바닥(support, 희생타)에 대고 자르는 것이 깨끗하게 자르는 요령입니다.
이는 허공에서 칼로 종이를 자르는 것과 바닥에 대고 종이를 자르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목공에 있어 많은 경우에 이런 요령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드릴로 깨끗하게 관통 구멍을 뚫는 방법, 마구리면을 대패질할 때 끝부분이 터지지 않게 하는 방법, 테이블쏘 썰매의 펜스가 터짐을 막아주는 것, 그리고 테이블쏘의 제로 클리어런스 인서트가 하는 역할도 다 이런 원리입니다.
원형톱을 보면 아래 사진과 같이 베이스의 큰 공간을 통해 톱날이 돌출되어 있습니다. 거의 톱날이 자유롭게 회전하고 있는 것이지요. 테이블쏘의 제로 클리어런스 인서트를 생각해보면 이런 구조의 원형톱으로는 깨끗하게 절단하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테이블쏘는 아래 그림과 같이 작업자 방향으로 회전하며, 저항에 의해 원형톱은 작업자 방향으로 이동하려 합니다. 작업자는 이 힘을 버티어 앞쪽 방향으로 밀어주는 방식입니다. 원형톱 베이스 아래에 자를 목재가 있으므로 톱날의 A부분에 의해 나무를 자르게 됩니다. 그래서 나무의 아랫 부분은 깨끗하게 잘리지만, 나무의 윗부분은 받쳐주는 구조가 없기 때문에 섬유질이 터지게 됩니다.
특히 합판의 경우 얇은 단판을 접착한 구조라 더 터지기 쉽습니다. 판재 앞 뒷면의 품질이 다를 경우 앞면으로 삼을 깨끗한 면을 위로 놓고 자르기 십상인데, 테이블쏘의 경우 아래쪽이 터지므로 관계 없지만, 원형톱은 반대로 윗쪽이 터지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원형톱을 위한 직선 가이드를 사용할 경우 적어도 안쪽은 받쳐주기 때문에 한쪽은 깨끗하게 잘립니다. 하지만 여전히 절반의 만족일 뿐입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원형톱으로는 가재단만 대충 하고, 정재단은 테이블쏘를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합니다. 만일 테이블쏘와 비슷하게 원형톱에 제로 클리어런스 베이스를 사용할 수 있다면, 원형톱 만으로 정재단을 할 수 있어 작업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단순한 제로 클리어런스 베이스
단순하게 생각하면 얇고 평평한 판을 원형톱 베이스 아래에 붙인 뒤에 원형톱을 작동시켜 그 판을 톱날이 통과하도록 하면 간단하게 원형톱용 제로 클리어런스 베이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이 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급할 때 간단히 만들어 쓸 수 있을지 몰라도, 계속해서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원형톱은 돌아가는 톱날이 손이나 의도치 않은 물건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해 톱날 커버가 달려 있습니다. 이 톱날 커버는 스프링에 연결되어 있어서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절단하는 목재에 의해 자동으로 젖혀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위와 같이 제로 클리어런스 베이스를 만들면 톱날 커버가 항상 젖혀진 상태가 된다는 겁니다. 원형톱은 휴대용 공구이기 때문에 손에 들고 있다가 작업이 끝나면 땅이나 작업대 위에 놓게 됩니다. 그런데 트리거를 놓은 상태에도 톱날은 어느 정도 회전하게 되는데, 톱날 커버가 없는 상태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바닥에 놓는 경우, 회전하는 톱날에 의해서 원형톱이 작업자를 덮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톱날 커버가 작동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제로 클리어런스 베이스를 만드는 것은 그리 권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안전한 제로 클리어런스 베이스
톱날 커버가 걸리지 않고 움직일 수 있으면서 톱날과 베이스 사이에 틈이 없도록 만들면 안전한 제로 클리어런스 베이스가 됩니다. 생각해 보면 톱날이 나무와 처음 닿게 되는 앞부분이 실제로 절단이 되는 부분이므로 제로 클리어런스도 톱날 앞부분만 되면 됩니다.
그렇다면 아래와 같은 모양으로 제로 클리어런스 베이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톱날 커버가 움직일 공간을 원래 베이스 모양을 고려하여 먼저 파낸 다음, 제로 클리어런스 베이스를 스크류로 고정한 다음 톱날을 작동시켜 내리면 앞쪽만 틈 없는 톱길이 만들어 집니다.
이렇게만 해도 훌륭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새로 만들어진 제로 클리어런스 베이스 때문에 톱날 주위가 가려서 나무가 잘리는 상황을 전혀 볼 수가 없다는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로 클리어런스 베이스를 Suwat Phruksawan이 제안했는데 그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베이스로 만들 재료는 6~12mm 정도 두께의 합판이나 MDF같은 매끄럽고 평탄하며 안정적인 소재를 택합니다. 여기서는 6mm 두께의 마루 소재를 택했습니다. 마루판은 평탄하고 코팅이 되어 있어 매끄러워서 목재 위에서 잘 미끄러져 좋습니다.
다음으로 할 일은 베이스 앞쪽에서부터 톱날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겁니다. 가장 톱날을 많이 내렸을 때 베이스 앞쪽에서 톱날까지의 거리를 A라 하고, 반대로 톱날을 가장 적게 내밀었을 때의 거리를 B라고 합시다.
이제 원형톱을 베이스 위에 올려두고 원래 베이스 구멍의 윤곽을 그려줍니다. 이때 아까 측정한 A거리를 고려하여 그 정도까지만 홈을 파도록 표시합니다. 원래 원형톱 베이스는 좀 과도하게 뚫려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표시된 선을 따라 직쏘로 구멍을 따 냅니다. 그리고 유리창 역할을 할 아크릴(혹은 렉산)이 놓일 자리를 라우터로 파냅니다. 이때 라우터 비트는 아크릴의 두께만큼 파지도록 세팅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크릴을 안정적으로 붙이기 위해 파는 너비는 12~36mm 정도 여유를 줍니다.
편의를 위해 베이스의 옆면에 펜스를 부착합니다. 이 펜스는 원형톱 베이스를 쉽게 위치 잡는데도 사용되고, 가이드 레일에 기대어 긴 자르기 작업을 할 때 보다 안정적으로 가이드에 밀착되도록 도와줍니다.
이제 새로 만든 베이스를 기존 원형톱 베이스에 볼트와 너트로 고정합니다.
준비한 아크릴을 파놓은 크기에 맞게 자릅니다. 아크릴 전용칼을 쓰면 더 편합니다. 그리고 나사못이 들어갈 구멍도 드릴로 뚫습니다.
이제 조립된 베이스를 2x4 각목 두개 위에 올려 놓습니다. 그리고 높이 조절 장치를 푼 다음, 원형톱 트리거를 당긴 상태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립니다.
그러면 아크릴이 잘리면서 제로 클리어런스가 만들어 집니다. 이런 식으로 바닥에 닿지 않는 최대한의 깊이까지 톱날을 내리면 됩니다.
이제 정말로 깨끗하게 잘리는지 시험해 봅니다. 아래 사진은 제로 클리어런스 베이스를 사용하지 않고, 원래 원형톱 베이스를 사용한 경우 절단면이 터진(tear out) 모습을 보여 줍니다. 이랬던 것이...
제로 클리어런스 베이스를 적용했더니 이렇게 깨끗하게 잘립니다.
이런 간단한 장치만으로 원형톱을 가재단 용이 아닌 정재단 용 공구로 변신시킬 수 있습니다.
켜기용 직선 가이드를 사용한다면 제로클리어런스 베이스가 아쉽게도 의미가 없어지겠네요.
답글삭제그래도 초보가 어떻게하면 원형톱으로 재단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차에 많은 도움을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네 어차피 켤때는 섬유질 방향과 같으므로 뜯김이 별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결직각방향일때 주로 문제가 됩니다.
삭제앗. 그렇군요. 지그를 하나하나 만들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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