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4월 8일 수요일

간단한 그무개(Marking Gauge) 만들기


영어로는 Marking Gauge라고 하는 "그무개"는 제가 참 좋아하는 공구 이름입니다.  목공 분야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직관적인 순 우리말 이름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금을 긋는 역할을 하는 그무개는 선을 그리는 형태도 있지만, 대부분 칼날이나 송곳이 달려 있어 나무에 칼금을 넣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초보일 때는 아니 왜 멀쩡한 나무에 칼금을 넣어 상처를 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이동스퀘어와 연필을 이용하여 마름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에 대고 톱질을 하거나 끌질을 했죠.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지저분하게 가공되는 걸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정보를 통해 칼금을 넣는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칼금은 톱질의 시작점 그리고 끌이 놓이게 되는 지점을 예리하게 파여진 홈으로 정확하게 안내하는데 있으며,  특히 결 직각 방향인 경우 섬유질을 끊어 깨끗한 가공이 되게 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공구로 주먹장(도브테일)을 가공할 때도 보통 기준선을 칼금을 넣어 표시합니다.  그런데 가공이 모두 끝난 다음 이 칼금은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고민한 적도 있더랬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포로 그 부분을 다듬는다고 하는데,  어떤 분들은 마구리면을 덜 튀어나오게 하고,  넓은 면을 대패로 깎아 평을 맞추면 자연스레 칼금이 지워진다는 얘기를 합니다.  저도 보통 이렇게 합니다.

그런데 또 어떤 분들은 주먹장에 있는 칼금은 핸드-메이드로 주먹장을 가공했다는 증표이기 때문에 튀어나온 마구리면만 날리고 칼금을 놔둔다고 합니다.  라우터와 도브테일 템플릿 지그로 대량 생산한 주먹장과 차별성을 주고 싶은 것이지요.


칼날 준비

어찌되었든 그무개의 중요성을 알게 된 저는 그무개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시중에서 살 수도 있지만 그무개가 여러개 필요하다 보니 그것도 제법 부담이 됩니다.  그리고 집에 자투리 하드우드들도 좀 있고 해서 재료는 대부분 준비된 상황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칼날입니다.  그무개를 자작하는 분들은 대부분 직쏘날을 잘라 그라인더로 갈아 칼날 모양을 만들어 씁니다만, 저희 집에 그라인더가 있을리 없지요.   그래서 커터날을 하나씩 잘라서 쐐기로 박아넣을까도 생각했습니다만... 그럴려면 그무개의 막대가 제법 굵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공구로 구멍파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다가 사무실 앞의 문구점(Office Depot)에 들렀다가 칼날들이 보이길래 종류별로 살펴 보았습니다.  거기서 그무개 칼날로 안성마춤인 칼날을 발견 했습니다.  일제 칼날로 BC-400P라는 제품입니다.  규격은 아래 그림과 같고, 칼날 중간에 3mm의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이 구멍을 이용하여 그무개 막대의 마구리면에 나사못으로 고정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샀습니다.  칼날 10개에 6천원 정도의 가격입니다.  싸진 않습니다.

칼날은 실제로 이렇게 생겼습니다.  보통 그무개용 칼날은 한쪽면만 연마를 합니다만... 불행히도 이 칼날은 양쪽에서 연마되어 있네요.  그것만 제외하면 딱 좋습니다.


그무개 만들기

만들 그무개의 모양은 FWW #211의 "Make Your Own Marking Guage"기사를 참조했습니다.  이것과 똑같은 방식은 아니고 집성 부위를 네조각이 아니라 두조각으로 단순화하고,  압력패드(pressure pad)를 동그라미 모양이 아닌 사각형 모양으로 하며, 칼날은 앞서 언급했듯이 나무자의 마구리면에 나사로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만들기 과정 들어갑니다.  칼날이 준비되고 나서 그무개 만들기에 필요한 나무를 뒤졌습니다.  목요벼룩을 통해 건진 하드우드 쫄대 모듬이 이럴 때 참 요긴합니다.

수종을 알 수 없는 적당한 크기의 하드우드 막대를 하나 찾아 대패로 다듬습니다.  말려나오는 대팻밥이 너무 고급스럽습니다.


그무개의 본체는 하드우드로 하려다가 너무 무거울 것 같아서,  적당한 강도와 무게를 가진 낙엽송 자투리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또한 대패로 사면을 모두 대패 칩니다.


제가 만들 그무개는 볼트를 위에서 죄어 나무자를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볼트와 나무막대가 직접 닿으면 나무에 상처가 나게 됩니다.  그래서 완충지대로 얇은 나무 조각 즉 압력 패드를 넣기로 했습니다.  역시 하드우드 자투리에서 5mm 정도 두께의 파덕(Padauk)을 꺼내어 다듬습니다.


아래와 같이 윗쪽에 구멍을 내고 번데기 너트를 끼운 뒤 볼트로 파덕을 누르는 방식입니다.


복잡한 모양의 가공을 쉽게 하기 위해 그무개 본체를 두 조각으로 켭니다.


톱으로 켰으니 절단면이 바르지 않습니다.  최대한 기준을 맞추어 클램핑한 다음 대패 칩니다.


이렇게 말끔하게 대패쳐야 집성할 때 빈틈이 생기지 않습니다.


번데기 너트를 끼울 8mm 구멍을 뚫습니다.


집성될 면에는 압력패드가 이렇게 배치될 겁니다.  이래야 아래 위로만 움직이지 빠져 나오지 않을 겁니다.  압력패드 모양을 옆면에 연필로 표시합니다.


그리고 끌로 필요한 만큼 파 냅니다.


이렇게 압력패드가 약간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무자가 이 공간을 약간 치고 올라와야 압력이 제대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안정적으로 나무자를 고정하기 위해 압력패드가 나무자와 닿는 면에 사포를 잘라서 목공본드로 붙입니다.  이렇게 하면 마찰이 강해져서 왠만해서는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나무자가 움직일 공간을 파야 할 차례입니다.  단면의 모양을 연필로 복사를 합니다.


옆면을 톱으로 자르고 끌로 나머지를 따 냅니다.


칼날이 달릴 나무자는 이렇게 약간의 턱을 줍니다.  그무개를 한쪽 방향으로만 주로 쓸 것이기 때문에 나사못으로 고정된 칼날이 회전하지 않도록 버텨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칼날이 장착됩니다.  그리고 몸통의 지름이 2.5mm인 나사못을 찾아 고정합니다.  그런데 둥근머리 나사못을 써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하는 수 없이 접시머리 나사못을 써서 뭔가 붕 뜬 모양입니다. 나사못을 박기 전에 목심을 나사못 경로에 박아줍니다.  이렇게 하면 나사못을 여러번 죄고 풀어도 단단하게 잡아줍니다.  마구리면의 나사못 유지력이 약한 걸 보완해 주는 겁니다.


튀어나온 목심을 잘라주면 이렇게 포인트도 됩니다.


처음에는 계산을 잘못해서 홈을 너무 깊이 팠습니다.  나무자가 약간 위로 돌출해야 압력패드가 누를 수 있습니다.  목공의 묘미는 이런 실수를 해도 얼마든지 복구가 가능하다는 거지요.  나무 쪼가리를 만들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그리고 약간의 피팅을 통해 이렇게 막대가 약간 위로 나오게 하면 됩니다.


이제 집성을 할 차례입니다.  압력패드를 끼운 상태에서 집성을 해야 하는데,  본드를 너무 많이 바르면 삐져나온 본드가 저 압력패드와 함께 범벅이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하나를 먼저 집성합니다.  두 조각의 평이 맞도록 클램프로 접합부를 눌러 줍니다.


어느 정도 굳었으면 두번째 그무개를 집성합니다.  이렇게 하룻밤 둡니다.


그무개의 완성과 사용법

집성한 본드가 다 말랐으면 나무자를 넣고, 번데기 너트를 넣은 후 M6 볼트를 끼우면 됩니다.  그런데 저한테 M6 볼트가 저렇게 긴 커넥팅 볼트 밖에 없네요.  이렇게 생긴 모양의 볼트는 손으로 죄기에는 힘을 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볼트를 주문해야 했습니다.


손으로 죄는 용도로 좋은 볼트는 "화장볼트"라는 겁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머리가 크고 패턴이 나 있어서 손으로 쥐고 돌리기 좋습니다.  M6규격에 다양한 길이의 볼트를 구할 수 있지만 가격이 개당 천원 정도로 꽤나 비쌉니다.  결정적으로 볼트의 끝부분이 뾰족해서 나무로 된 압력패드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어 배제 했습니다.


다음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 M6 노브(Knob) 볼트입니다.  원형, 레버, 삼각, 오각, 칠각 등 여러가지 손잡이 모양이 있습니다. 그런데 색깔도 검정색이라 칙칙하고 머리도 너무 커서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건 개당 500~600원 정도 합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유두머리 렌치볼트 M6x30mm를 사용했습니다.  이건 개당 200원 정도밖에 하지 않습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제법 굵은 머리와 세로 패턴이 있어 손으로 잡고 돌리기 좋습니다.



게다가 머리에는 이렇게 육각 렌치 모양이 있어서 필요한 경우 렌치로 강력하게 죄거나 풀 수 있어 좋습니다.  압력패드에 사포를 붙여 놓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손으로만 죄어도 움직이지 않더군요.



확대해 본 모습입니다.  대충 만들다 보니 여기저기 터져 나갔지만 기능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 오히려 나무자와 구멍간의 유격이 너무 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얇은 나무조각을 덧대서라도 딱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접시머리 나사가 안습이네요. ㅡ,.ㅡ



주먹장 가공할 때 그무개를 사용하는 장면입니다.  먼저 상대편 보드의 두께를 그무개로 옮깁니다.  칼날이 보드를 타고 넘도록 맞추면 테일과 핀의 마구리면이 칼날의 두께만큼 튀어나오게 되겠지요.


셋팅된 그무개로 칼금을 넣는 장면입니다. 칼금을 넣는 방향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이렇게 잡았지만 안정적으로 칼금을 넣으려면 엄지손가락으로는 칼날 부위를 잡고 나머지 손가락은 그무개 본체를 잡고 밀착시켜야 합니다.  칼금이다 보니 엇나가면 좀 흉한 상처가 남습니다.


이렇게 앞으로 저와 함께 할 소박한 그무개 두개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무개 3호, 4호는 좀 더 미적인 점을 고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2개:

  1. 진짜 목공을 좋아하시는군요. 저같으면 귀찮아서 구입했을꺼 같은데 이렇게 만드는 모습을 보니 저도 일하는 자세를 다 잡아야 겠네요.

    답글삭제
    답글
    1. 취목이니까 사부작 사부작 만들어 보는거죠. 대단한 거 없습니다.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