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출동~

각 민족마다 농경문화에서 비롯된 혹은 전통 종교나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된 축제들을 즐깁니다. 

우리걸 본다면 정월 대보름에 달집을 태우고 부름을 깨문다든지 동지에 팥죽을 끓여 먹는다든지 단오때 그네를 탄다든지 하는 등이죠. 서양에서도 비슷한 축제들이 많이 있는데 영화나 미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할로윈(Halloween) 데이가 그렇습니다.

해마다 10월 31일이면 괴상한 복장을 한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Trick or Treat!" (맛있는거 안주면 장난칠거야!)라고 외칩니다. 그럼 어른들은 준비해놓은 사탕을 주는 그런 풍습이죠. 

10월 31일에 죽은 영혼이 다시 살아나고 정령이나 마녀가 출물한다는 아일랜드의 풍습에서 기원했다고 하는군요. 할로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조형물이 아래 사진의 호박에 악마 모양을 조각한 잭오랜턴(Jack-o'-lantern)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던 이 할로윈이 언젠가부터 유치원을 중심으로 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할로윈때 하는 괴이한 복장이 점잖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맞지 않았는데, 아마도 유치원에 영어교육 열풍이 불면서 아이들이 이런 괴상한 복장을 하면서 즐기는게 귀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작년 할로윈때 아들내미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도 할로윈 행사를 한다고 할로윈 복장을 챙겨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때 마눌님은 툴툴대면서 마트에 가서 그냥 만원짜리 뿔모자랑 망토를 사다가 할로윈 데이를 때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나 또 얼마전 할로윈 데이가 있었죠. 유치원에 같이 다니면 아이들도 친해지지만 아이의 엄마들도 친해지고 커뮤니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엄마들이 이번 할로윈에는 멋진 복장으로 아이들을 으쓱하게 해주자며 미국에서 직접 할로윈 복장을 직구하기로 했다고 하네요. 사실은 비슷한 할로윈 복장이 미국에서 직구하는 것보다 두배의 가격이었다고 하니... 나름 경제적인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할로윈 2주전 쯤에 할로윈 복장이 도착했습니다. 아들내미와 아들내미의 절친이 선택한 것은 아이언맨 복장입니다. 아들내미 아이언맨이 뭔지도 모르는데 왠지 근사해 보였나 봅니다. 그런데 아이들 특징이 한명이 하면 다 따라 한다는거...

이렇게 아이언맨 옷이 도착한날 아들내미 친구와 집에서 미리 할로윈 복장을 챙겨입고 즐기며 잘 놀았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할로윈을 일주일 앞두고 유치원에서 가정통신문을 보냈는데 올해는 할로윈 행사는 하지만 복장은 갖추지 말고 평상복을 입혀 보내라는 겁니다. 그 취지가 작년에 각자 집에서 준비한 복장으로 할로윈 행사를 했더니 어떤 친구들은 부모가 맞벌이라 바빠서 혹은 어떤 친구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챙겨주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런 아이들을 배려해 올해는 아예 평상복을 입혀 보내고 유치원에서 단체로 가면 같은 걸 준비해서 간단히 코스튬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제법 돈을 들인 마눌님과 친구들은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그리고 아들내미도 실망하는 눈빛이 강했지만 이내 그 취지에 동감을 하고 이해를 했습니다. 유치원에서 아주 현명한 안을 내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한달 전에 알려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그래도 아들내미 친구들이 기왕 산 할로윈 복장을 그냥 장롱에 묻혀두긴 뭐해서 할로윈날 오후 친한 친구들 몇몇이 모여 할로윈 기분을 냈다고 하네요.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마녀, 공주 등 볼만했다고 하네요. 저렇게 입고 밖에서 놀았다고 하니 아이들이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마눌님은 할로윈이 되기 전 새거나 다름없는 이 옷을 중고시장에 다시 팔려고 했는데 아들내미의 극렬한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내년에도 다시 입을거라며요... 자기가 키 크는 건 생각도 안하나 봅니다.

그래서 아이언맨 복장은 우리집 장농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