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1월 2일 토요일

고향집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일품 백송칼국수

왕십리는 도성(동대문)에서 왕복 십리라 해서 붙여진 동네 이름입니다. 왕복 십리라고 해봐야 편도로 2Km 정도이니 서울의 중심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 왕십리 일대는 구도심이라 아직도 옛날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동네입니다. 하지만 왕십리 뉴타운 공사로 구옥들이 철거되고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어수선하고, 몇년 전에 준공된 왕십리 민자역사는 이제 자리를 잡아서 엄청난 유동인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옛날 흔적들이 사라지고 나날이 새걸로 바뀌어가는 이 왕십리에 고향집의 정취를 느낄 수 식당이 하나 있어 참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오늘 소개시켜 드리는 맛집은 칼국수와 설렁탕을 전문으로 하는 "일품 백송 칼국수" 집입니다.

일품 백송 칼국수는 왕십리역 9번출구에서 응봉동 방향으로 50미터 내려온 골목 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큰 길로 둘러싸인 이 작은 블럭의 겉에는 큰 건물들이 들어섰지만 안쪽은 아직 구옥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의 골목길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이 골목길 초입에 있는 오래된 집을 개조한 식당이 바로 일품 백송 칼국수 집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오래된 주택의 모양입니다만 간판을 보고 식당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좁은 골목에 있다보니 식당에 주차장이 없습니다. 왕십리역과 가까우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가용을 가져올 경우 인근의 성동문화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가면 됩니다. 성동문화원에서 식당까지는 150미터 정도로 멀지 않습니다.


자세히 보면 이 식당은 두 채로 되어 있는데 하나는 설렁탕을 팔고 다른 곳은 칼국수를 팝니다. 하지만 이 구분은 점심 식사시간대에만 지켜지는 룰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여러명이 갔을 때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칼국수와 설렁탕을 섞어서 같이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가게 문을 들어서면 이런 풍경입니다. 저 집으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일반적인 가정집입니다. 방이나 마루에 있는 식탁에 자리를 잡으면 됩니다.


이 집의 설렁탕은 맑은 국 스타일이고 깔끔한 맛입니다. 이남장에서 맛볼 수 있는 진한 국물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희 식구는 이집의 설렁탕 보다는 칼국수를 더 좋아합니다. 마눌님은 멸치 칼국수를 좋아하고 저는 닭 칼국수를 좋아합니다. 먹어보니 어떤 것도 다 무난합니다. 뭐 특별히 맛있다기 보다는 운치있는 곳에서 깔끔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묘미가 있다고 할까요?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혹은 식사를 마치고는 가게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곳곳에 옛날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구옥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시래기를 말려놓은 것이 참 먹음직 합니다.



백송이라는 이름이라 그런지 소나무 그림이 벽에 그려져 있네요. 이 집 뒤로는 다 현대식 빌딩들이 둘러싸고 있어 참 묘한 분위기이고 하늘마저 좁아 보입니다.



어릴때 이불에 오줌싸면 이 키를 둘러쓰고 소금을 얻어러 다녔죠. 옛날에는 그렇게 이웃들이 서로 알고 지냈는데 요즘 아파트는 바로 옆집도 서로 왕래를 하지 않죠. 참 각박한 세상입니다.



이곳은 좁은 지역이고 큰길에서 좀 들어와 있는 지역이라 개발될 것 같지는 않아 다행입니다. 아무쪼록 오랫동안 이런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푸근한 공간으로 남아있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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