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1월 4일 월요일

날 연마 시스템을 갖추다


이 글은 날 연마법에 대해 잘 모를때 작성된 글이라,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관련글에 있는 최근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이글은 그냥 기록으로 남겨두는 겁니다. 

베란다에서 수공구로만 작업하는 저에게 짜맞춤 가구를 만들때 가장 필수적인 공구가 톱과 끌입니다. 

톱이야 날이 무뎌지면 날을 새로 사서 교체하면 되지만 끌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구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전날 저녁에 저는 TV를 보면서 끌을 연마하곤 했습니다.

아무 도구도 없이 그냥 싸구려 인공 숫돌만 가지고 손으로 대충 잡고 쓱싹쓱싹 날을 연마했더랬죠. 아 물론 TV를 보면서, 식구들과 얘기도 하면서 갈기 때문에 집중도 잘 안되지요. 왠지 베란다에서 혼자 날을 갈고 있으면 처량하더라구요.

숫돌로 갈면 날은 잘 서서 그럭저럭 끌질할 만한데 정작 연마된 날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영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날이 칼같은 사선으로 똑바르게 연마되어야 하는데 울퉁불퉁 곡면으로 연마되고 날 끝부분만 날카롭게 되다보니 금방 날이 무뎌지기도 하구요.

끌의 날연마가 시원찮으니까 자잘한 사고도 자주 생기더군요. 날이 잘 들지 않으니 쓸데없는 힘을 주게 되고 그러다보니 끌이 앞으로 미끄러지면서 앞쪽의 손가락을 공격하기도 하구요. 물론 안좋은 자세도 한몫한 겁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조금만 투자를 해서 날연마를 위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어야 겠다고 말이죠. 그리고 고수들은 어떻게 날을 가나 하고 조금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럭셔리한 날 연마법

럭셔리한 목공을 즐기는 취목분이나 프로 목수들은 날연마를 위해 습식 그라인더를 애용합니다. 날 연마를 위해 드는 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각종 지그를 이용하여 정확하게 날을 연마할 수 있습니다. 날연마를 위한 습식 그라인더 중 가장 독보적인 제품은 토멕(Tormek)사의 제품입니다.

스웨덴의 토멕사는 습식 그라인더와 관련 지그만을 생산하는 전문업체로 이 아이템 하나로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습식 그라인더는 연마휠에 물을 계속 공급하여 날연마시 발생할 수 있는 열을 방지할 수 있는 그라인더입니다. 날 연마시 열이 너무 많이 발생하게 되면 쇠가 단단해지고 부서지기 쉬운 성질로 변합니다. 그래서 프로 목수들은 자기가 아끼는 날물에 대해서는 직접 손으로 물에 적신 숫돌에 갈곤 했죠.

하지만 토멕 습식 그라인더는 아래 사진과 같이 연마석에 계속 물이 공급되며 100 RPM내외의 느린 회전수로 돌기 때문에 열이 발생치 않습니다. 게다가 습식그라인더를 위한 지그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어 정확한 각도로 날을 연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문제는 돈이죠. 토멕 습식 그라인더의 기본 세트의 가격만 해도 백만원에 육박하며, 선반칼이나 자동대패날을 가는 지그들을 따로 구입해야 하는데 그것도 몇십만원씩 하는 고가제품입니다. 그래서 저같은 가난한 취목에게는 꿈의 장비이죠.

가난한 목공을 위한 날연마 시스템

연마를 위해 가장 필요한 물품은 숫돌입니다. 전에 쓰던 인공 숫돌은 너무 빨리 닳아 벌써 배가 푹 꺼져서 더 이상 평면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00방과 300방 숫돌이어서 너무 거칠기도 했구요. 그래서 평을 안맞춰도 되는 더 높은 방수의 다이아몬드 숫돌을 찾아 헤멨는데 위넥스툴에서 수입해서 판매하는 양면 다이아몬드 숫돌이 딱 적당한 가격이더군요.

다이아몬드 숫돌도 급이 있어서 최고로 쳐주는 미국 DMT사의 다이아몬드 숫돌은 20만원 언저리의 가격대입니다. 이것도 부담되는 가격이었는데 마침 위넥스툴에서 4만원 정도의 대만산 양면 다이아몬드 숫돌을 팔길래 집어 왔습니다. 한면은 400방이고 다른 면은 1000방이라 날갈기에 딱 좋습니다. 물론 극도로 공을 들여 날갈기를 하는 경우는 6000방까지도 합니다만... 취목들에게는 호사죠.

착한 가격에 숫돌 받침대까지 주니 더 좋습니다. 고무로 된 받침대는 연마를 할 때 숫돌이 움직이지 않도록 해주어서 아주 편합니다.


다이아몬드 숫돌은 스테인레스 금속판 위에 다이아몬드 가루를 붙인 형태라 날을 연마한다고 해서 평이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오래 사용하다 보면 다이아몬드 연마석에 손상이 오게 되어 자주 사용하는 경우 2~3년 밖에 쓰지 못한다고 합니다. 어쨌든 착한 가격에 숫돌을 업어와서 참 흐뭇했습니다.

(2013.11.10 업데이트)
최근에 이 저렴한 양면 다이아몬드 숫돌을 사용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사용기가 올라오는데 실망스런 내용이 제법 있으니 유의바랍니다. 어떤 분은 쇠자로 평을 확인해보니 맞지 않더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숫돌이 평이 안맞으면 참으로 난감한 문제입니다. 사진과 같이 쇠자를 숫돌의 면에 대고 빛을 비추어보아서 틈이 보이면 평이 맞지 않는 것입니다.

다행히 제가 산 같은 회사의 제품은 쇠자로 평을 확인해보니 빈틈이 없어 평이 정확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게 애초부터 불량이었던 것인지 사용하다보면 평이 안맞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저도 사용하면서 수시로 평을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숫돌만 있다고 되는 건 아니죠. 날물을 연마하려면 날물이 각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어떤 지그가 필요합니다. 이걸 보통 호닝가이드(Honing Guide) 혹은 날 연마지그(Blade Sharpener)라고 합니다. 이 호닝가이드의 갑은 베리타스 Mk.II 호닝가이드입니다. 아주 편리하게 그리고 정밀하게 날 연마각을 조정할 수 있으며 특히 쉽게 이중각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좀 안습입니다. 10만원이 넘네요.


그래서 저는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는 위시스의 제품을 골라서 샀습니다. 2만원 안쪽의 가격대입니다. 일단 이걸로 써보고 뭔가 감이 좀 오면 베리타스로 갈아타 볼 생각입니다.

아래 설명과 같이 각도를 조절하는 레버가 있어 숫돌의 높이가 달라도 대응할 수 있으며 바퀴가 달려 있어서 별 저항없이 연마를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날폭은 65mm까지 가능해서 서양대패의 날도 연마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날을 갈아보니...

퇴근 후 심기일전하고 끌의 날을 갈아보기로 했습니다. 매뉴얼이라고 아래 사진에 있는 딱 한장의 종이가 들어있더군요. 대략 설명을 보면 날물의 각이 지기 시작하는 시점을 지그에서 10mm 정도 나오게 조정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도 조절을 위해서 같은 평면에 사포를 놓고 연마할 경우 핸들의 0에 맞추라고 되어 있으며 숫돌의 높이가 1인치인 경우 1에 맞추고 1인치 이상일 경우 비율에 맞추어서 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35mm 높이이면 1.5의 눈금에 맞추고 54mm인 경우에는 2에 맞추라는 겁니다. 이렇게 맞추면 30도의 연마각이 됩니다.


그런데 제 숫돌의 경우 높이를 재 보니 대략 30mm를 웃도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냥 외우기 쉬운 1.5로 눈금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끌을 지그에 끼울때는 수직이 되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수직이 안되면 당연히 날물이 빼딱하게 연마됩니다. 위치를 잡았으면 아주 단단하게 죄어서 절대 움직이지 않도록 합니다.  (사실 이 점이 위시스 호닝 가이드의 문제점입니다.  반면 최근 많이 쓰이는 호닝 가이드는 자동으로 수직으로 잡아주어 편리합니다.  근데 그건 또 끌을 잘 물지 못한다는 문제가...  ㅡ,.ㅡ )


물을 준비하고 숫돌에 물을 뿌려가면서 날연마 지그를 잡고 가볍게 앞뒤로 움직이면 됩니다. 이때 끌을 숫돌에 너무 큰 힘으로 누르면 안됩니다. 거칠게 연마될 뿐 아니라 다이아몬드 숫돌의 수명도 짧아집니다. 가볍게 좌우로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만 누르면서 앞뒤로 움직이는 힘으로 연마가 서서히 되도록 합니다.

연마를 하면서는 수시로 날을 들어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각에서 틀어진 경우 연마되는 좌우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육안으로 쉽게 확인이 됩니다. 400방 숫돌에 대고 대략 10분 정도 문질러 줍니다. 날이 사선으로 칼같이 연마가 되었다면 이제 숫돌을 뒤집어서 1000방으로 연마를 합니다. 손으로 만져보면서 날 표면이 거칠지 않고 부드럽고 매끈해질 때까지 계속 합니다.


경사면 연마가 다 되었다면 지그에서 끌을 풀어내어 날을 관찰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아주 깨끗하게 연마가 되었습니다. 오~ 감동입니다. 여기서 이중각까지 주면 더 좋은데 귀찮습니다. ㅡ,,ㅡ

이 상태에서 날 뒷면을 만져보면 약간의 버(burr)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날의 끝부분이 뒤로 넘어간 것이죠. 그래서 뒷쪽도 가볍게 연마를 해주어야 합니다.


끌날의 뒷면을 1000방 숫돌에 밀착시키고 가볍게 몇번 왔다갔다 하면 버가 다 정리되고 뒷면도 매끈하게 됩니다. 정말 감동입니다. 이제 막 끌이 나무를 스스로 파고 들어갈 것 같습니다.  (사실은 이 뒷날 내기를 먼저 하고, 경사각 내기를 해야 합니다.  버를 제거하는 것은 마지막에 살짝 하면 됩니다)


물론 고수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3000방, 6000방까지 방수를 올려가며 더 연마를 합니다만... 귀차니즈머인 저는 여기서 멈추기로 합니다. 저런 고방수의 숫돌은 가격도 후덜덜입니다.

시험삼아서 자투리의 마구리면을 면도하듯이 살살 밀어보니 부드럽게 삭삭 갈리는 것이 아주 흡족합니다. 이런식으로 시스템을 갖추어 연마하니 불과 10여분 만에 끝납니다. 연마가 끝났으면 숫돌을 물로 깨끗이 씻어서 말려야 오래 쓸 수 있습니다.

날 연마 지그를 만들고 싶다면...

날 연마 지그를 가만히 보면 간단한 구조여서 이거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인터넷을 뒤져보니 만들어서 쓰는 목수들이 제법 있더군요. 그중에서 가장 쓸만한 건 ibuildit.ca 에서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넓고 긴 판재로 끌을 고정할 수 있게 되어 있고 각도조절도 가능합니다. 숫돌은 캠으로 간단히 고정하면서 높이를 유지하도록 홈도 파여져 있습니다. 다음에 시간나면 흉내내서 한번 만들어 봐야 겠습니다.


위 연마지그에 대한 설명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www.ibuildit.ca/Workshop%20Projects/Jigs/sharpening-jig-1.html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