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10월 27일 월요일

나무 반지 만드는 방법

이 글은 "남자다워지는 법"에 대한 블로그인 "Wolf & Iron"의 기사 중 "How to make a Wooden Wedding Ring"을 번역하고 첨언한 것입니다.   곧 다가올 마나님 생일에 대비해서 반지를 준비해 볼까 합니다. ^^  원문은 아래 링크를 확인하세요.
http://www.wolfandiron.com/make-wooden-wedding-ring/

저는 원래 "반지 만드는 방법"이라고 제목을 붙이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특별히 결혼반지에 대한 얘기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렇고 다른 남자들도 그렇겠지만 결혼반지는 우리가 끼는 유일한 반지입니다.  결혼반지의 위력은 대단해서 이 반지를 끼고 있으면 모든 여자들이 당신을 혼자 내버려두고 떠나곤 합니다.  이것이 바로 결혼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


저는 몇가지 이유로 나무 반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먼저 제 와이프의 할머니가 보석상을 하셨고,  우리 결혼반지도 당연히 할머니로부터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 반지는 저에게 그리 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끼고 있는 반지도 세번째 반지입니다.

또한 일년전 부터 타이핑을 할 때마다 손목 관절에 통증이 느끼지기 시작했습니다.   손목터널 증후군이었는데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 손이 차가웠습니다.  그래서 손가락에 차고 있던 금속성의 반지가 너무 차갑게 느껴져서 반지를 빼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차가운 금속 대신 나무로 반지를 만들어 끼기로 했습니다.  몇번의 삽질 끝에 드디어 멋진 나무 반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나무 반지들은 저에게 보석이나 다름 없었고,  남자다움을 더 과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뚝딱하고 쉽게 나무 반지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들어지는 반지들은 모두 다른 모양이고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이 얼마나 남자답습니까?

준비물 

  • 나무 동가리 (아래에 더 설명을 하겠습니다)
  • 톱 (실톱, 스크롤쏘, 밴드쏘 등) 
  • 손가락 직경에 맞는 나비 비트와 전기 드릴 
  • 바이스 
  • 드레멜 조각기 
  • 100방 정도의 사포 혹은 벨트 샌더 
  • 텅오일 (선택사항)
  • 히트건 (선택사항)
나무 고르기 

나무 반지를 만들때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적당한 나무를 고르는 일입니다.  반지는 매우 얇은 두께이기 때문에 충분히 밀도가 높고 강한 나무를 골라야 합니다.  이번에는 아프리칸 파덕(African Padauk)을 골랐습니다.  파덕은 제재 직후에는 붉은 색을 보이는데 자외선에 노출되기 시작하면 갈색으로 변해 갑니다.  또한 브라질 월넛이라고 부르는 이페(Ipe)도 선택했습니다.  이페는 좀 더 짙은 색의 나무입니다.  

파덕이나 이페 외에도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결이 치밀하고 매우 강한 나무라 반지 만들기에 좋습니다.  또한 근처의 목재 판매소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5 정도의 조그만 동가리만 구해도 아마 수백개의 반지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같은 나무에서도 되도록 심재(Heartwood) 부분을 택해서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변재보다 심재가 훨씬 더 치밀하고 강합니다.  이페 같은 나무는 비중도 높아서 물에 가라앉을 정도입니다.  

단계1 : 결방향을 맞추어 반지 블랭크를 재단하라 

앞서 언급했듯이 나무 반지의 두께가 매우 얇기 때문에 결방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반지를 만들다가 부러지기 십상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반지의 평면이 결방향에 있도록 재단해야 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반지의 평면이 마구리가 되도록 재단하면 약해서 만들다가 부러질 겁니다. 


(반지는 워낙 결방향을 맞추기 힘들어서 결방향으로 재단하여 만들더라도 부러질 수 있습니다.  튼튼한 반지를 만들려면 2~3mm 단판을 직각방향으로 집성하여 블랭크를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집성 방법에 따라 독특한 디자인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단계2 : 필요한 크기로 반지 블랭크를 재단하라 

당신이 구한 나무 동가리의 두께나 폭을 잘 고려해서 아래 사진과 같이 대략적인 크기로 반지 블랭크를 재단합니다.  상당한 량을 샌딩을 통해 덜어내므로 충분히 여유있는 크기로 재단해야 합니다.   저는 대략 가로 세로 1 3/8" (35mm),  두꼐는 3/8" (10mm) 정도로 재단합니다.  


재단한 모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왼쪽의 두 블랭크는 마구리면이 위로 오도록 잘못 재단한 것인데,  이 둘은 나비 비트로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부서졌습니다.   오른쪽 4개의 블랭크처럼 재단되어야 합니다.


단계3 : 구멍 뚫기 

만일 이미 끼고 있는 잘 맞는 반지가 있다면 이 반지의 내경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나비 비트를 고릅니다.  마땅한 직경의 나비 비트가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더 작은 크기로 구멍을 내고 열심히 드레멜이나 손사포로 원하는 내경만큼 갈아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제 손가락의 경우 3/4" (19mm) 비트로 구멍을 내는 것이 효율적이더군요.


반지 블랭크를 바이스에 단단히 고정한 다음 나비 비트로 구멍을 냅니다.  이때 비트를 관통시키려 하지 말고 비트의 촉만 뚫고 나가는 정도에서 멈춥니다.  만일 한 방향으로 관통하고자 하면 필시 반대편의 나무결이 터져 못쓰게 될 겁니다.


단단한 나무이므로 너무 서둘지 말고 천천히 너무 큰 힘을 주지말고 보링을 합니다.  드릴은 단단히 고정해야 하고 뺐다 넣었다 하면서 톱밥이 비트에 엉기지 않고 잘 빠져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위 사진과 같이 비트의 촉이 관통하면 블랭크를 뒤집어서 보이는 구멍으로 비트의 촉을 넣고 반대쪽에서 관통시킵니다.


그러면 이렇게 깔끔하게 관통됩니다.  한번에 관통하려고 하면 탈이 난다는 점을 유의하세요.


단계4 : 내경을 다듬어 손가락에 맞추기 

드레멜(Dremel)을 이용하여 구멍의 안쪽을 샌딩하세요.  사진에는 드레멜을 바이스에 물려 고정했는데,  이는 사진을 찍기 위한 손이 필요해서 입니다.  반대로 블랭크를 고정하여 샌딩해도 됩니다.


샌딩을 하면서 중간중간 손가락에 끼워 보세요.  억지로 손가락 마디를 통과해야 하는 정도는 안됩니다.  부드럽게 손가락에 끼워지는 정도에 이를 때까지 샌딩을 통해 내경을 넓혀 주어야 합니다.


단계 5: 반지의 외경을 그리고 모서리를 잘라내라

반지의 바깥 테두리는 손으로 대충 그려도 되더군요. 하지만 원한다면 원형 템플릿자 등을 이용해도 됩니다.  원을 그린 뒤 네 모서리는 톱으로 대충 잘라줍니다.  그러면 샌딩 시간이 많이 줄어듭니다.


스텝6 : 샌딩하고 또 샌딩하고...

이제 반지 만들기의 가장 지루한 단계로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계속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사포로 너무 많이 갈아내 버리고 나면 나무의 살을 다시 붙일 수 없다는 걸 항상 명심하세요.

만일 손으로 이 작업을 한다면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릴 겁니다.  왜냐하면 반지 만드는 나무는 소나무와 달리 아주 단단하고 치밀한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할 겁니다.

벨트 샌더가 있으면 아주 편리한데,  주의할 점은 정지된 상태로 오래동안 있으면 사포에 의해 평면으로 깍인다는 점입니다. 반지를 계속 천천히 회전시키면서 샌딩을 해야 곡면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벨트 샌더는 상당히 빨리 갈아내기 때문에 그려놓은 외경의 선을 넘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쳐다봐야 합니다.


대충 원형으로 다듬어 졌다면 손사포나 벨트 샌더로 신중하게 더 다듬습니다.   마지막으로 안쪽과 바깥쪽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샌딩으로 날려주면 됩니다.


단계 7 (선택사항) : 반지를 열처리하기 

반지의 모양의 거의 다듬어 졌으면 히트건이나 다른 열원을 이용하여 열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열처리를 하려면 나무에서 약간 연기가 날 정도로 뜨거운 열원이 필요합니다.

나무에 열처리를 하게 되면 나무의 세포가 수축하게 되어 나무가 더 단단해 집니다.  그리고 끝부분이 약간 태운 것이 멋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열처리를 너무 과하게 하면 부서지기 쉽습니다.  약간 검게 그을리려고 하는 낌새가 보이면 뒤집어서 뒷면을 열처리하는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연기가 나면서 타려는 낌새가 보이면 텅오일(Tung Oil)을 바르면서 식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열처리를 하면 나무가 약간 수축하므로 반지의 내경이 약간 좁아질 수 있습니다.  열이 식으면서 다시 천천히 원상복구가 됩니다만, 만일 여전히 내경이 좁다면 드레멜로 약간 더 넓혀주세요.


단계 8 (선택사항) : 마지막 샌딩과 오일 바르기 

저는 반지에 바르는 오일로 텅오일을 택했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제가 가지고 있는 오일이기 때문입니다.  린시드오일(Linseed Oil) 등의 다른 건성유(Dry Oil)을 사용해도 됩니다.  오일을 굳이 바르지 않더라도 손에 묻어 나오는 자연적인 유분이 반지를 코팅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반지를 낀 채로 샴푸로 머리를 감거나 세제로 설겆이를 하는 경우 어슬픈 코팅을 다 벗겨지게 될 겁니다.

텅오일은 마르면 플라스틱과 같은 재질로 도막을 형성하고 나무의 기공을 막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나무의 자연스러운 색상과 무늬를 살려줍니다.   텅오일을 헝겊에 묻혀 반지에 문지르고 나서,  몇 초동안 깨끗한 헝겊으로 닦아내면서 문질러 주세요.  아마도 여러번 이런 코팅을 반복해야 원하는 도막이 생성될 겁니다.


(유분이 많은 열대수종인 유창목, 파덕 등의 나무는 항산화물질을 가지고 있어 오일이 잘 마르지 않습니다.  이럴 결우 셀락으로 마감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단계 9 : 자랑스럽게 껴 보기 

이제 당신은 수제로 만들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당신 손가락에 딱 맞는 반지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남자다운 목공 실력을 자랑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당신의 아내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증명할 징표를 가지게 되었다는 겁니다.


제가 만든 세개의 나무 반지입니다.  가운데 것은 이페로 만든 것이고 양쪽 것들은 파덕으로 만든 것입니다.


댓글 2개:

  1. 엄두를 내기 힘들 정도로 만들기 복잡하군요. 그렇지만 저도 시간이 나면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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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복잡하게 보이지만, 핵심은 구멍내고 열심히 샌딩하라는 겁니다. 날씨가 좀 추워지면 몇가지 시도를 해서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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