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10월 17일 금요일

불꽃 축제를 보러가다

지난 10월 4일 아시안게임 폐막식이 있던 날,  서울에서는 세계 불꽃축제가 열렸습니다.  불꽃축제의 역사야 오래 되었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불꽃축제를 하는 줄 모르고 차를 몰고  나갔다가 겪었던 지독한 정체와 혼란만 기억에 남아있을 뿐 입니다.

그런데 올해 불꽃축제는 왠지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광경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하는데... 과연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습니다.




불꽃축제 당일 오전,  식구들에게 운을 띄워 봤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습니다.  마나님 친구가 작년에 불꽃축제 구경갔다가 사람에 치여서 고생한 얘기를 들었다고 아예 생각도 마라고 합니다.  저도 사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가기 좀 그랬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운동할 겸 한강변 산책로를 따라 걸어서 여의도 인근까지 걸어가 볼 요량이었습니다.

카메라와 간단한 요기거리를 챙기고 집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마나님과 아들이 같이 가자고 붙잡습니다.  그때부터 부랴부랴 채비를 하니 점점 더 시간은 지체되었지요.  계획대로라면 7시 정도에 여의도 인근에 도착해서 불꽃축제의 처음부터 즐길 생각이었는데... 마음이 급했습니다.

불꽃축제를 볼 수 있는 명소는 여러곳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이 한강공원 이촌지구입니다.  이곳에 가려면 집 앞 응봉역에서 중앙선을 타고 가면 되는데, 작년에 그 중앙선 열차가 미어터져 고생만 했다는 얘기를 들은터라 저희 식구는 걸어서 이촌까지 갈 각오를 했습니다.

그런데 옥수역 근처에서 중앙선 기차가 지나가는 걸 보았는데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더군요.  아이도 지쳐하는 기색이 역력해서 한남역에서 중앙선 기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한남역에서 기차를 타는 것까지는 수월했는데,  거의 모든 인원이 이촌역에서 내리는 통에 개찰구까지 나가는데만 한참이 걸렸습니다.  이촌역을 나서니 대목을 맞은 노점들이 온갖 먹을거리를 팔더군요.  굳이 먹을거리를 챙겨오지 않아도 될 뻔 했습니다.

거의 사람들에 떠밀려 이촌 지하보도를 통해 한강변으로 나갔습니다.  이때가 벌써 저녁 8시쯤이니 벌써 한바탕 불꽃을 즐기고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도 많고,  늦게나마 한강변으로 나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구간이 좁아서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경우 안전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한강변 공원으로 들어서자 마자 뻥~뻥~하고 불꽃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는 장관이 펼쳐졌습니다.  자연스레 "우와~"하는 함성이 나옵니다.  유람선에서 쏘는 소박한 불꽃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스케일의 불꽃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저희는 아래 지도에서 <거북축구장> 위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앞에 나무들이 가려 좀 불편했지만 나름 편하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삼각대를 챙기지 못해서 아쉽지만... 손으로 잘 고정해서 멋진 불꽃들을 몇장 담아 보았습니다.   대부분 흔들려서 건진 건 별로 없네요. ㅡ,.ㅡ





8시에 도착해서 40분 정도 앉아 있다가 일어 섰습니다.  10월초 밤의 강바람이 제법 쌀쌀해서 으실으실 춥더군요.   방송에서 이촌역으로 가는 지하보도가 인파로 가득차서 통과하는데 한시간이 넘게 걸리니 우회하라고 계속 안내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반포대교 북단쪽으로 걸어가기로 합니다.  거기서는 저희 집으로 가는 버스가 있기 때문이죠.

가면서도 저희 뒷쪽으로는 계속 뻥~뻥~하고 불꽃이 터집니다.  많은 인파들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이 마치 전쟁터에서 피난가는 것 같습니다.  반포대교 북단까지는 2km 넘게 걸어야 하지만 중간중간 불꽃을 보면서 가기 때문에 그리 멀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보니 이촌 지하보도 앞쪽 보다는 뒷쪽으로 여유있게 물러나서 보면 조금 멀지만 시야가 탁 트여 불꽃을 감상하기 더 좋더군요.



이렇게 인파가 많이 모이는 곳의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입니다.  가면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화장실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줄이 길게 늘어 서 있습니다.  다행히 반포에 가까워지니 화장실에 좀 여유가 있더군요.  불꽃축제에 가려면 이것도 고려해야 할 것 같네요.  술을 드시는 분들이 많던데 화장실 가기 어려우니 자제하는 것이 좋겠네요.

반포대교 북단에서 버스 한대를 놓치는 바람에 30분을 더 기다려서야 겨우 버스를 탔습니다.  그것도 집에 가는 방향이 아니고 오는 버스를 무조건 잡아 타고 이곳을 벗어나려고요.  이태원으로 빠져나간 뒤에야 택시를 타고 집에 갈 수 있었습니다.

막판에 아들이 힘들어해서 좀 안타까웠지만 나름 재미있었나 봅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고생스러웠지만 꽤나 괜찮은 구경거리인 것은 분명합니다.  내년에는 잘 연구해서 쾌적하고 좋은 관람 포인트를 찾아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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