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0월 30일 수요일

[마감론] 식기에 적합한 마감법은?

FFW의 Finishing Wood 책자에서 몇몇 뻔한 챕터는 건너뛰고 Mike Mahoney님이 쓴 Best Finishes for Foodware 에 대한 내용을 번역하고 첨언합니다.

대학 시절 교수님께서 제가 나무로 만든 그릇을 쓰는 걸 보고는 그릇에 사용된 마감제가 몸에 해로울 수 있다고 여러차례 경고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음식과 닿는 그릇을 오일 마감하고 그것을 식기건조기에서 말리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지적했었죠. 그래서 저는 건조기를 없애버렸고 거의 모든 마감제에 대한 유해성 여부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완전히 마른 딱딱한 마감의 조각을 먹는 것은 사람이 소화시키지 못하는 플라스틱을 먹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죠.


만일 안전성을 논외로 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마감제를 선택하십니까? 내구성이나 도장과 보수의 편의성 그리고 목물의 용도에 따라서 마감제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침투성 오일 : 보수하기가 쉽다

샐러드 그릇이나 접시, 주걱, 조리대(butcher block)와 같이 지속적인 마찰로 헤지게 되는(wear and tear) 목물에 대해서는 침투성 오일이 좋습니다. 침투성 오일은 바르기 쉽고 보수하기도 쉬워서 오래 사용한 그릇들도 새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Butcher Block은 서양에서 사용하는 주로 나무로 만들어진 조리대입니다. 주로 식재료를 올려두고 칼로 손질하는 도마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아래 사진과 같이 따로 다리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침투성 오일을 사용할 때는 특히 샌딩을 꼼꼼하게 해서 톱날자국(machine mark)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일 역회전이 가능한 목선반으로 그릇을 만든다면 양방향으로 돌리면서 샌딩을 하는 것이 좋고, 목물에 물을 묻혀서 일부러 결을 올린 뒤에 마지막 샌딩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오일은 보일드 린시드오일텅오일입니다. 이 둘은 건성유이면서 나무를 천천히 단단하게 만듭니다. 특히 보일드 린시드오일은 저렴하고 어디서나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오일에 비해서 황변이 심한 편입니다. 순수 텅오일은 약간의 방수성을 가지고 있지만 매끈한 광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보일드 린시드오일을 나무그릇에 듬뿍 바르고 잘 침투되도록 헝겊으로 골고루 전체적으로 문지르세요. 몇 분 지나고 나서 잔여 오일들을 깨끗한 천으로 닦아내면 됩니다.


혹은 드릴에 물려쓸 수 있는 부드러운 샌딩패드에 오일을 묻혀서 천천히 샌딩하면서 오일을 바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오일이 더 깊이 침투하며 컬(curl)을 살릴 수 있습니다.


대니쉬 오일과 같은 오일/바니쉬 혼합물은 묽게 희석해서 얇게 바른다면 바르기 쉽고 보수하기 쉬워 좋습니다. 하지만 여러번 발라서 도막을 만들지는 마세요. 이 도막은 결국은 깨져서 보수를 힘들게 만듭니다.


호두기름(Walnut Oil)이나 마카데미아넛 오일(Macadamia Nuts Oil), 아몬드 오일(Almond Oil)은 더 비싼 것들이고 천천히 건조됩니다. 미네랄오일(Mineral Oil)은 아무리 여러번 발라도 도막과 광이 생기지 않아 좋습니다. 하지만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자주 발라주어야 합니다. (사용 빈도에 따라 다르지만 조리대의 경우 보통 2~3주에 한번씩 바른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올리브오일(Olive Oil)등의 식물성기름(Vegetable Oil, 식용유)을 사용하지는 마세요. 이들 오일은 전혀 마르지 않으며 자칫하면 산패(rancid)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도막성 마감 : 당장은 보기 좋아도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다

도막성 마감의 빛나는 광은 누구나 좋아합니다. 하지만 라커나 셀락 그리고 왁스와 같은 몇몇 상도 마감은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세척되어지는 환경을 견딜만큼 강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마감을 보수하여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당신이 스스로 지치게 될 겁니다.

바니쉬로 들어가게 되면 좀 더 복잡해집니다. 스푼이나 홍두깨, 조리대 같은 주방 기구들은 닦고, 씻고, 두드리고, 칼질하고, 쿵쿵 두드리는 등의 험한 사용에 노출됩니다. 바니쉬나 폴리우레탄의 단단한 도막은 이런것들을 잘 견뎌낼 걸로 기대되겠지만 한번 이 도막에 손상이 오게 되면 보수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물론 점잖게 사용되고 마른 것들만 담는 설탕통이나 쿠키통이라면 이런 단단한 도막을 제공하는 바니쉬가 사용되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만일 바니쉬의 번들거리는 플라스틱 느낌이 싫다면 마지막 도장 후에 0000 스틸울로 문질러주면 광을 죽일 수 있습니다.


오일/바니쉬 혼합물의 건조시간이 매우 느리기 때문에 특유의 냄새가 몇달 동안 식기에 남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두껑이 있는 밀폐형 용기인 경우에는 더 심합니다. 냄새가 빠져나가길 기다리기 보다는 두껑있는 용기의 안쪽은 마감하지 않거나 빨리 마르는 셀락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감하지 않기

세번째 선택 방법은 전혀 마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 부엌에 있는 나무로 만든 접시는 전혀 마감을 하지 않고도 12년을 넘게 큰 손상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눈메가 적은(closed pore) 메이플, 체리, 자작나무 등이 마감없이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나무들입니다.


나무 그릇이 우아하게 보존되게 하기 위해서는 중성 세제로 부드럽게 세척하되 물에 오랫동안 담가 두지는 마세요. 또한 전자렌지 안에 넣거나 냉장고에 넣지 마세요. 과일나무들의 경우 차가운 환경에서 금이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전자렌지는 나무 속 수분을 급속히 증발시켜 갈라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식기에 가장 좋은 나무는?

나무들 중에서 부엌이나 식탁에 사용되기에 적합한 나무들은 제가 부드러운 하드우드(soft hardwood)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이 범주에 들어가는 나무들은 메이플, 체리, 월넛, 애쉬, 자작나무, 포플라, 시카모어(sycamore) 입니다. 이들 나무들은 유연하면서 충격에 강합니다.

반면에 단단한 하드우드(hard hardwood)들인 로커스트(locust), 자단(rosewood), 히코리(hicory), 오세이지 오렌지(osage orange) 등은 떨어뜨리거나 충격을 받으면 산산조각이 나서 부엌에서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화이트오크는 예외적으로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나무라 식기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드오크의 경우는 기공이 너무 커서 주의해야 합니다.

(레드오크와 화이트오크를 구별하는 방법 중에 나무조각의 끝을 물에 넣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는 방법이 있습니다. 레드오크는 구멍이 커서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옵니다. 그래서 화이트오크는 와인을 저장하고 숙성하는 통을 만들 수 있지만, 레드오크는 그러지 못합니다)


추가 내용

도마를 만들었는데 뭘로 마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종종 카페에 올라옵니다. 그럴때마다 올라오는 동호인들(저를 포함한)의 답변은 크게 세가지인 것 같습니다. 첫째는 미네랄 오일, 둘째는 Watco의 부처블락 오일 피니쉬, 마지막으로 마감을 하지마라 라는 답입니다. 이 답변 중 미네랄 오일과 마감을 하지 않는 것은 위 글의 내용과 부합하는 내용입니다만 Watco사의 부처블락 오일 피니쉬의 경우 검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알아보았습니다.

부처블락 오일의 경우 국내에서 500ml에 3만원 정도의 만만치 않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오일 마감제입니다. 제품 포장을 보면 식품에 닿아도 안전하며 FDA 규정을 준수한다(Safe for Food Contact - FDA Compliant)라고 되어 있습니다.


도대체 이 오일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제조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기술문서를 살펴보았습니다. 살펴보니 알키드 수지와 텅오일을 미네랄스프릿에 섞은 것입니다. 알키드 수지는 투명 도막을 생성하는 바니쉬의 주요 원료입니다. 다른 숨겨진 첨가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제품 설명만으로 보면 오일/바니쉬 혼합물에 다름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 마감을 두텁게 바르게 되면 도막이 생기며, 위 글에서 오일/바니쉬 혼합물에 대해 설명했던 것과 동일한 유의사항이 적용됩니다.


발화점이 34도라 바르고 난 헝겊의 처리를 잘 해야 하며, VOC 함유량이 다른 오일 마감제에 비해 많이 높은 577 g/L나 됩니다. 예를 들어 같은 회사 제품인 바라탄 오일 폴리우레탄 바니쉬의 경우 449 g/L 이며, 바라탄 수성 폴리우레탄 바니쉬의 경우 270 g/L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부처블락 오일에 대한 사용자 평을 보면 호불호가 확연하게 갈립니다. 좋다는 의견도 많지만, 안좋다는 의견도 꽤 됩니다. 단점을 지적한 쪽은 VOC 방출량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냄새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냄새가 심하게는 일주일이 넘게 빠지지 않는다는 불평이 있고, 생성된 도막이 깨져서 실망했다는 사용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리뷰 갯수를 봐도 미국인들이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는 제품인 걸 알 수 있습니다.

http://www.amazon.com/Rust-Oleum-Corporation-241758-Butcher-Finish/product-reviews/B000VITOT4


그럼 미국인들은 도마나 조리대의 마감으로 어떤 것을 많이 사용할까요? 아마존을 통해 조사해보니 미네랄오일이 주성분인 침투성 오일을 많이 사용하더군요. 제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0 이내의 저렴한 이 제품들은 대부분 미네랄오일이 주재료이고 이외에 밀랍(beeswax)이나 린시드오일, 오렌지오일 등을 혼합한 것입니다. 리뷰의 갯수와 평점이 높은 제품들입니다.


오일 형태 말고 크림 형태도 있어서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크림 형태인 것을 보니 위 오일제품보다 밀랍이 많이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사용기들을 보면 크림 하나만 사용해도 좋고, 오일을 바르고 마른 뒤에 크림을 발라줘도 좋다고 하는군요.


우리나라에서 이들 제품은 목공용 도료를 파는 곳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다만 존부즈(John Boos)사의 오일과 크림은 vini.kr 사이트에서 2만원 정도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한편 순수 미네랄오일과 미네랄오일과 밀납이 주원료인 샐러드볼 왁스의 경우 매무새님의 사이트 (www.memuse.com) 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식기에 사용할 수 있는 무독성 마감제들은 유아들의 나무 장난감에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편백나무와 같이 마감을 하기도 애매하고 안하기도 찜찜한 경우 이런 무독성 마감이 적절할 수 있습니다.

댓글 4개:

  1. 이케아 푀르회야(자작나무 집성목, 아일랜드 조리대 카트, 마감이 안되어있는 제품)을 구매했는데 오래 전 글이라 보실지 모르겠는데 궁금한 점이 있어 남겨봅니다. ㅎㅎ
    원래는 월넛 오일로 하도를 하고 부처블락으로 마감을 하려고 했는데 VOC에 민감한 편이라 이 글을 보고 부처블락으로 마감을 하려던 마음을 접어야 할 것 같네요. 현재 마감 없이 샌딩만 해서 최대한 물기가 없게 쓰고 있는 중인데, 매일 요리하는 것은 아니고 칼질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도막까지는 필요없을 것 같고 적당한 방염, 방수 성능 정도가 필요한데 월넛 오일로만 마감하고 한 달에 한 번씩 덧발라도 괜찮을까요?
    목공에 대해서 무지하여 검색하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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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래된 글이라도 댓글 알림이 설정되어 있어 알 수 있으니 걱정마세요. 서양식으로 물기없이 쓴다면 월넛오일로도 가능합니다. 그냥 적당한 정도로... 아니면 이글의 마지막에 언급된 미네랄오일+밀랍 믹스 제품도 괜찮습니다. 어떤 경우든 더 강한 방수,방오염을 원하면 폴리우레탄을 씌우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천연오일의 매력적인 질감은 사라지지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하는게 좋습니다. 오일을 주기적으로 발라주는 건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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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수성 폴리우레탄도 고려했으나 역시 VOC 문제가 살짝 걸려서 고민이었습니다. 어차피 문짝 몰딩 창틀 페인트칠도 다 한 마당에 별 걸 다 고민한다 싶어요ㅠㅠ 월넛으로 시작해서 가구를 망가뜨려가며(...) 테스트해봐야겠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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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VOC는 건조/경화되는 동안에만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포름알데히드 접착제만 아니라면... 수성 마감제의 VOC나 유성 신너의 VOC는 건조/경화되는 기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경화된 이후는 큰 걱정을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게다가 수성의 VOC는 량은 어느정도 되지만 독성이 훨씬 적습니다. VOC는 말그래도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총칭이고, 어떤 유기화합물이냐에 따라 독성은 달라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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