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0월 10일 목요일

멀바우 벤치 총정리

지금까지 멀바우를 상판으로 하는 벤치만 다섯개를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모두 다른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취미로 목공을 하는 한 같은 방식은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결심이 아직까지는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다섯개의 멀바우 벤치를 정리해볼 필요가 있어서 이 글을 준비했습니다.

마지막 벤치인 통장부 벌림쐐기 벤치를 만들고 나서 집에 있던 두개의 벤치와 함께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집에 있는 두개는 1,100mm 길이고 마지막으로 만든 벤치는 1,000mm 길이라 약간 짧습니다. 그런데 비율상으로 보면 짧은 1미터짜리 벤치가 예쁩니다. 1,100mm 짜리는 좀 길어보여서 어색해 보입니다.

옆에서 찍어 보았습니다. 왼쪽부터 차례로 ㄱ자 맞춤, 통장부 벌림쐐기, 장부맞춤으로 만들어진 벤치들입니다. 벌림쐐기가 들어간 가운데 벤치를 빼고는 겉모양은 거의 다 비슷합니다.


이제 이 벤치에 이미 분양된 벤치까지 포함해서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멀바우 벤치를 만들게 되었나?

원래는 벤치를 만들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야기는 처제가 멀바우 상판의 식탁을 주문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필요한 만큼만 파는 <아이베란다>에서 멀바우를 취급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나무좋아요>에서 멀바우 18t 원장을 사게 됩니다. 이 원장의 크기는 910mm x 2400mm x 18t입니다. 이 중에서 식탁 상판으로 쓸 부분은 1,300mm x 750mm 뿐입니다.

나머지 부분도 적당히 재단을 해야 차에도 실을 수 있고 다른 걸 만들 수 있어서 어떻게 재단해야 하나 고민이었습니다. 어렴풋이 폭이 900mm 정도되니 300mm씩 세등분을 하면 책장의 폭과 비슷하니 쓸모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식탁 상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300mm씩 켜서 1,100mm x 300mm 크기의 벤치 상판이 세개 얻어진 것입니다.


나중에 아들내미 책상을 만들면서 또 멀바우 원장을 샀는데 이번에는 상판의 크기가 1,400mm x 700mm 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1,000mm x 300mm 크기의 벤치 상판이 또 세개 생겼습니다. 그래서 1미터 남짓 길이에 300mm 폭의 상판이 여섯개가 생긴 것이죠.

그외 테이블 상판 아랫쪽은 좁은 폭 (150mm ~ 200mm)의 긴 판재가 두개 생겼는데 하나는 "오마주 덕풍"이라는 이름의 선반을 만들었고 하나는 아직 보관중입니다. 아마도 나중에 더치기구를 만들때 쓰일 것 같습니다.

처제가 멀마우 식탁을 주문하면서 벤치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처음으로 멀바우 벤치를 만들었는데 이게 의외로 괜찮고 쓸모있어서 마눌님이 두개를 만들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상판은 잘라서 두개의 스툴을 만들어서 처제에게 줬고 나머지 두개의 상판으로 벤치를 두개 더 만들어서 추석 선물로 처남과 장모님께 드려서 모두 소진이 되었습니다.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위 그림처럼 원래 벤치 다리로 쓸 각재를 45x45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나무좋아요에서 실수로 50x50각재를 차에 실어 주더군요. 저는 아무 생각없이 싣고 와서 치수를 재어보니 50x50인 겁니다. 좀 황당해서 항의성 글을 나무좋아요에 올리고 설계를 수정했죠. 그런데 만들고 보니 45x45였으면 좀 부실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실수로 50x50을 줬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잘된 셈입니다. 그래서 이후로는 계속 50x50각재를 주문했습니다. 18t 에이프런을 쓸때 대략 3배의 크기와 비슷해서 딱 좋습니다.

이제 각 제작 방식별로 설명과 장단점과 특징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개맞춤

사개맞춤은 우리 전통의 결구법으로 에이프런이 반턱맞춤으로 서로 관통하면서 십자로 홈이 파진 다리에 꽂히는 방식입니다. 자연스럽게 에이프런이 다리를 관통해 나오기 때문에 여기에 장식효과를 주면 멋스럽게 만들수도 있습니다.


사개맞춤은 입체퍼즐처럼 조립이 됩니다. 끼워맞춤이라 튼튼하고 제작하는 과정도 재미있습니다.


장단점을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베란다에서 수공구만으로도 무난하게 작업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입니다.
  • 다리 홈 가공이 어려워 보이지만 드릴로 관통하고 끌로 따내면 의외로 쉽게 가능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과정은 퍼즐 맞추기처럼 아주 재미있습니다.
  • 한옥 처마가 연상되는 개성있는 디자인입니다.
  • 아주 튼튼하게 만들 수 있으며 실패할 확률이 적습니다.
  • 에이프런이 관통해 나오는 부분이 짧을 경우 조립하다가 부러지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럴때는 본드로 다시 붙여야 합니다. 그리고 너무 빡빡하게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개성있는 디자인이지만 작은 가구에는 좀 과한 느낌일 수 있습니다.
  • 에이프런의 마구리면이 노출되는데 잘 다듬지 않으면 마감 품질이 떨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 (마구리면이 다듬기가 좀 어렵습니다)
  • 집성목으로 만들 경우 마구리면에 두 판재가 붙어 무늬가 달라지는 모양이 보여 다소 어지럽습니다.
실제로 만들어진 프레임은 아래와 같습니다.


상판을 결합한 뒤의 모습입니다. 마구리면 마무리가 깨끗하지 않아 좀 그렇습니다만 나름 괜찮습니다.


ㄱ자맞춤

ㄱ자맞춤이라는 이름은 제가 임의로 붙인 것입니다. ㄱ자맞춤은 사개맞춤처럼 튼튼하면서도 에이프런의 마구리가 관통하지 않아 깔끔한 외모를 가질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통해 만들어진 벤치입니다. 외형은 일반적인 테이블과 같이 깔끔한 모양입니다. 저는 이런 깔끔한 모양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내부를 보면 날일자 모양의 프레임을 먼저 만들고 다리에는 ㄱ자 홈을 파서 끼워넣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에이프런이 다리에 얹히는 방식이라 아주 튼튼하면서도 깔끔한 외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장단점을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외부로 마구리면이 노출되지 않아 깔끔한 외관입니다.
  • 어떤 보강도 필요없을 정도로 아주 튼튼한 구조입니다.
  • 날일자 모양의 프레임은 가장 쉬운 목심과 피스 결합으로 간단히 만들 수 있어 공정이 단순합니다.
  • 다리에 ㄱ자 홈을 깊이 파야 하는데 톱길을 다 낼 수가 없어서 다서 거친 끌작업이 요구됩니다. 난이도는 중간 정도입니다.
  • 수작업으로 홈을 파면서 수직을 유지하지 못하면 다리가 연결될때 수직으로 연결되지 않고 수정도 거의 힘듭니다. 실제로 다리 두개가 대략 85도 정도로 기울어진채로 결합되었지만 사용상의 불편은 없습니다.  
  • 만드는 과정은 다소 어려운데 보기에는 쉬워보입니다. ㅡ,,ㅡ

만들어진 프레임의 확대 사진입니다. 에이프런과 다리가 한몸인 것처럼 꽉 끼어있죠. 튼튼합니다.


상판까지 결합된 모양입니다. 깔끔한 외관입니다. 지금도 우리 식탁 아래에 있습니다.


장부맞춤

장부맞춤은 전통적인 숫장부와 암장부 구멍을 끼워넣는 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외관은 앞서 본 ㄱ자 맞춤과 거의 동일합니다.


최대한 장부를 길고 두껍게 내려고 고민했는데 다리가 50x50이라 에이프런간 간섭이 있어서 장부길이가 20mm 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사방이 꽉막힌 암장부를 각끌기 도움없이 밀끌로만 파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더군요. 파기야 어떻게 파겠지만 날카로운 각이 나와야할 옆 테두리에 자꾸 상처가 생깁니다. 그래서 한쪽이라도 트여야 암장부 가공이 용이하다는 것을 깨달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장단점을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깔끔한 외관입니다.
  • 숫장부 가공은 쉬우나 암장부 가공은 수공구로는 아주 어렵습니다.
  • 끼워보며 맞춰보는 피팅과정이 반복되어야 하며 자칫하면 구멍이 느슨해지기 일쑤입니다.
  • 다리의 두께가 어느정도 이상(60mm)되지 않으면 튼튼한 장부결합을 위한 최소한의 장부길이인 25mm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이 벤치의 경우 50각재라 25mm 확보가 불가능 했습니다.
  • 결과적으로 짧은 장부길이와 느슨한 결합으로 보강목을 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강목을 대고 상판을 결합하면 튼튼해지기는 합니다.
  • 힘든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외관은 동일해서 힘들게 만들었다는 걸 다른 사람이 모릅니다.
게다가 장부를 끼워보며 피팅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끌이 많이 나가면 구멍이 느슨해지기 일쑤입니다. 그게 신경쓰여서 자꾸 만지다가 암장부 윗부분이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완전히 멘붕이 되었었죠. 그나마 마음을 가다듬고 장부에 종이를 덧대어 꽉끼게 하고 아래 사진처럼 설계안에는 없던 보강목(가새)을 다리 모두에 대어서 그마나 튼튼해졌습니다.


상판이 씌워진 모습입니다. 외관은 ㄱ자맞춤 벤치와 비슷합니다. 이 놈은 아들내미 책상 아래에 있고 주로 제가 앉아서 노트북으로 업무할 때 사용합니다.


통맞춤 도웰링

장부맞춤 벤치의 공정상의 어려움을 피하면서 가장 쉬우면서 튼튼한 결합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방식입니다. 장부맞춤을 하되 암장부는 위를 트이면서 깊이는 얕게 하고 이를 보강하기 위해 도웰링(목심)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암장부가 트여있어 가공이 편하고 에이프런이 다리에 얹혀서 수직하중에 강하면서 도웰링으로 유격까지 없앱니다. 공정은 다소 복잡하지만 순서만 잘 지키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외형은 이전까지의 것과 동일합니다. 깔끔한 모양입니다.


전체적으로 도웰링으로 결합하는 방식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다리에 홈을 파서 얹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해서 견고함과 공정의 편리함을 모두 얻었습니다. 게다가 안쪽으로 피스까지 박아서 더 튼튼합니다.


장단점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깔끔한 외관입니다.
  • 수직하중을 잘 견디고 조립 후 튼튼합니다.
  • 암장부가 트여있어 암장부 가공이 편합니다.
  • 나사못으로 간단한 보강이 가능해 보강목이 필요 없습니다.
  • 드릴로 구멍을 내고 목심을 단단히 끼워 유격을 없앨 수 있고 타이트한 결합을 할 수 있습니다.
  • 다리 가공시 홀로 서있는 기둥이 없어 부러질 염려가 없습니다.
  • 전체적으로 쉽고 실패 확률이 적으며 빠른 시간에 만들 수 있습니다.
만들어진 프레임은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에이프런의 일부가 다리에 끼워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상판이 결합된 뒤의 외형은 동일합니다.


통장부 벌림쐐기

이 방식은 지금까지의 깔끔한 외관은 유지하되 뭔가 다르게 보일 수 있는 포인트를 주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반영한 방식입니다. 통장부라 마구리면이 관통되어 노출되지만 쐐기를 박아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두 에이프런이 직각으로 관통되게 하였구요. 가장 어렵게 만들어졌고 부분적으로는 가장 아름다운 벤치인 것 같습니다.


결합방식은 아래 도면과 같습니다. 짧은 에이프런은 다리를 관통해 나오고 두개의 쐐기를 박습니다. 긴 에이프런의 장부는 길고 좁아서 짧은 에이프런과 다리를 관통해 나와 하나의 쐐기를 박습니다.


장단점을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깔끔한 외관을 가지면서도 마구리면과 색이 다른 쐐기가 노출되어 포인트가 되어 아름답습니다.
  • 통장부로 관통하는 방식이고 서로 끼워져있으면서 쐐기를 박았기 때문에 매우 튼튼합니다.
  • 만드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 다리의 경우 구멍이 많고 얇은곳이 있어 조립하기 전까지 부러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 수공구로 깔끔하게 이런 복잡한 모양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 마구리면의 대패질과 다듬기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 장부구멍이 다소 느슨해도 쐐기를 박아 느슨한 부분을 채우므로 조립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상판을 결합하기 전 프레임은 아래와 같습니다. ㄱ자맞춤과 유사한 형태입니다.


완성된 모습입니다. 실수한 곳만 없었다면 매우 아름다웠을 벤치입니다. 다음에 꼭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다섯개의 벤치가 만들어져 세개는 멀리 분양을 가고 두개는 아직 집에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식구 모두 이 멀바우 벤치에 앉는 것을 좋아합니다. 신기하게도 이 멀바우라는 나무가 굉장히 차가운 나무인 것 같습니다. 한여름에도 이 멀바우 벤치에 앉으면 엉덩이가 시원합니다. 삼나무나 소나무 같은 나무들은 따뜻한 나무들이라 데크로 깔아두면 겨울에도 발이 시리지 않는데 정반대의 성질이네요.

이상으로 멀바우 벤치 5형제에 대한 정리를 마칩니다. 이제 날씨도 선선해지고 본격적인 목공의 계절이 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업이 바빠서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저의 목공 삽질기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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