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0월 2일 수요일

나무의 수축률 측정하기

이 글은 제가 좋아하는 미스터 완델씨의 woodgears.ca에서 직접 나무의 계절별 수축률을 측정한 보고서(Measuring seasonal wood shrinkage)를 번역하고 제 의견을 덧붙인 것입니다. 각종 나무의 수축률에 대한 교과서적인 데이타들은 있지만 이들은 생목(Green) 상태에서 오븐건조(함수율 0%)상태를 비교한 것이라 실제 상황하고는 좀 다릅니다. 그래서 이 완델의 이 실험이 좋은 참고가 될 걸로 보입니다. 

http://woodgears.ca/wood_grain/shrinkage.html

많은 유기물들이 그렇듯이 나무의 까다로운 특성 중 하나는 습기에 따라 팽창하거나 수축한다는 점입니다.

보통 나무가 베어지고 처음 건조될 때 가장 많은 수축이 일어나게 됩니다. 통원목(Lumber)을 건조하는 것은 꽤나 긴 시간이 걸립니다. 두꺼운 것일 경우 몇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아버지(완델의 아버지는 목수였습니다) 말씀에 따르면 독일에서 화이트오크를 자연건조할 때는 두께 1cm당 1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원칙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5cm 두께의 원목은 5년의 건조시간이 필요한 것이죠.

하지만 건조시간은 나무의 종류와 기후에 의해 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최초 건조시 나무의 세포내에 있는 수분은 빠져나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완전 건조후 비를 맞아 젖었다면 다시 건조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완전히 건조된 목재라 할지라도 계절에 따른 대기의 상대습도에 따라 조금씩 팽창하기도 하고 수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기의 습기가 나무를 온전하게 젖게 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나무에 바른 바니쉬는 습기가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느리게 합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바니쉬(유성일지라도)는 수분을 조금씩이라도 들어가고 나가게 한다는 겁니다. 심지어 비닐 조차도 습기를 조금씩 통과시킵니다. 포테이토칩 포장 비닐의 안쪽이 반짝반짝 빛나는 이유는 습기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알루미늄 코팅을 내부에 했기 때문입니다.

나무는 방향별로 각각 다른 정도로 수축/팽창합니다. 나무의 결방향(길이 방향)으로는 거의 수축되지 않으며, 반지름방향(Radial, 나이테의 직각방향, 보통 판재의 두께 방향)으로는 약간의 수축이 있는 편이며, (나이테의) 접선 방향(Tangential, 주로 판재의 폭 방향)이 가장 수축이 큰 편입니다.


아래 사진의 장작의 마구리면(End-grain)이 갈라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사진을 찍을 당시 장작은 끝부분만 말랐지 안쪽은 아직 덜 마른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잘 마른 마구리면은 수축되었고 안쪽은 수축이 덜 되니 마구리면이 갈라지는 것이죠. 그리고 자세히 보면 균열은 나이테와 수직방향(반지름방향)으로 생김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나이테의 접선방향(Tangential)으로 가장 수축이 많이 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만일 나무가 완전히 건조되어 겉과 속이 같은 함수율이라면 수축정도가 동일해지므로 이 갈라진 틈들은 서로 다시 붙게 됩니다.


반지름방향과 접선방향의 수축률이 다르다는 특성은 종종 나무의 뒤틀림을 초래합니다. 판재가 비틀어지고 휘는 것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또한 이는 아래사진처럼 나무의 중심으로부터 전체적으로 갈라지게도 합니다. 이것은 중심에서 외부로 갈 수록 수축되는 양이 더 커지는데서 기인합니다. 반지름은 그대로인데 원둘레가 줄어든다고 생각해보시면 왜 갈라지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보통 나무의 중심부가 포함된 판재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목조주택을 짓는 현장에 가보면 종종 나무의 중심이 포함된 기둥을 쓰는 걸 볼 수 있는데 보통 이럴 경우 대부분 균열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균열이 있다고 해서 내구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주로 다루는 나무는 이미 한번 건조된 것들입니다. 베어진 생목을 건조시킬 때 발생하는 최초의 수축은 가구를 만들때 그리 중요한 사항은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촛점을 맞추고자 하는 것은 일반적인 습도의 계절적 변화에 따라 건조된 나무가 얼마나 수축되고 팽창되느냐 입니다. 캐나다에서 겨울의 실내 습도는 매우 낮습니다. 겨울에 바깥의 차가운 공기는 수증기를 많이 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집에서 공기가 데워지면 수증기를 많이 품을 수 있게 됩니다. 가습기를 틀거나 습도를 높이는 방법을 취하지 않으면서 바깥의 공기가 실내에서 데워질 경우 상대습도(Relative Humidity)는 아주 낮아집니다. 그리고 이 상대습도는 목재의 함수율(Moisture Content)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상대습도의 개념은 현재 온도에서 공기가 품은 수증기량을 현재 온도에서 공기가 품을 수 있는 최대 수증기량 즉 포화수증기량으로 나눈 백분률값입니다. 일반적으로 공기의 온도가 높아지면 포화수증기량이 높아집니다. 겨울의 찬공기가 실내에 들어와 데워질 경우 수증기량은 그대로인데 포화수증기량이 증가하므로 상대습도가 낮아지는 것입니다. 상대습도가 100% 미만이면 물의 증발이 일어나고 100%이상이면 과포화 상태가 되어 수증기가 응결되게 됩니다)


저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을 조각내어 샘플을 만들었습니다. 나무의 끝부분을 잘라 결방향으로는 아주 짧은 토막을 만들었습니다. 수분은 결방향으로 가장 잘 움직입니다. (왜냐하면 물관이 뿌리에서 시작해서 나무끝까지 수직방향으로 발달해 있기 때문입니다) 몇번의 실험을 통해 이런 작은 조각들은 3일 정도 지나면 대기의 습기와 평형을 이룬다는 걸 알았습니다.

수축과 팽창은 주로 결과 직각방향으로 일어납니다. 그러나 결방향(길이방향)으로도 얼마나 변하는지 알고 싶어서 몇몇 샘플들은 몇 미리 정도의 얇은 두께로 10cm 정도 길게 잘랐습니다.


다음 단계는 모든 샘플들의 길이를 측정하는 겁니다. 저는 나이테 무늬가 양 마구리면과 평행하도록 신경써서 잘랐습니다. 그렇게 해야 나이테의 반지름방향(Radial)과 접선방향(Tangential)으로의 수축/팽창을 독립적으로 측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험은 이 샘플들을 특정한 습도 조건에 며칠동안 둔 다음 그 길이를 측정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습도 조건에 두고 또 길이를 측정하고... 이것을 반복합니다. 몇몇 다른 조건에서 실험을 하느라 측정해야 하는 횟수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러나 눈금을 읽는데서 발생하는 오류가 없는 디지털 캘리퍼스가 반복적인 길이 측정을 빠르게 진행하는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첫번째 실험에서는 플라스틱 용기에 물을 좀 넣고 수분이 잘 통과하는 망(Furnace Filter)을 설치한 다음 그 위에 나무 조각들을 올려 놓았습니다. 이때 나무조각은 물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하고 서로 겹치지 않도록 흩어서 배치합니다. 저는 뚜껑을 닫은 뒤 용기를 제 작업실 중간에 있는 서랍에 넣었습니다. 서랍안은 온도변화가 거의 없어 온도에 의한 변수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이 용기를 창쪽에 두었다면 온도변화로 인해 유리창에 생기는 물방울이 실험에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위와 같은 환경은 상대습도를 거의 100%로 만듭니다. 실제로 몇몇 나무조각은 젖지는 않았지만 손으로 만졌을때 축축함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은 좀 극단적이라고 깨달았습니다. 이 환경은 마치 더운 여름에 축축하고 곰팡내나는 지하실에 가구를 둔 것과 비슷할 걸로 보입니다. 다소 현실적이지 않죠.

그래서 저는 이 나무조각들을 다시 충분히 말린 다음에 다시 위와 같이 플라스틱 용기에 나무를 담고 물을 약간 담은 아이스크림 통 두개와 함께 재활용박스를 덮어 두었습니다. 상태를 확인하느라 몇번 재활용박스를 들쳐보았습니다만 안에 같이 둔 습도계는 75%를 가리켰습니다. 제가 만일 재활용박스을 꽉 봉하고 열어보지 않았다면 역시 위와 같이 상대습도 100%가 되었을 겁니다.


건조한 조건을 실험하기 위해 저는 제 거실에다가 나무 샘플들을 두었습니다. 예측과 달리 제 거실의 습도는 40%를 가리켜 다소 높았습니다. 저는 가습기를 쓰지 않지만 빨래를 한 세탁물은 집안에 널어서 말리고 샤워를 마친 후에는 화장실 문을 열어두어 건조를 시킵니다. (미국인들은 전기로 빨래를 가열하는 건조기를 많이 쓰는데 캐나다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네요. 빨래건조기는 전기 소비가 많아 대표적인 에너지 낭비 가전입니다. 되도록 빨래는 햇볕에 말리는 것이 위생에도 좋고 에너지도 절약하는 길입니다)

지하에 있는 제 작업실의 습도는 55% 정도 더군요. 겨울치고는 상당히 높은 습도라 놀랐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겨울에 지하실의 온도가 15도 정도였기 때문에 상대습도가 높았던 겁니다. (아까도 설명드렸듯이 공기의 온도가 낮으면 포화수증기량이 적어 같은 수증기량을 가지고 있어도 상대습도가 높게 평가됩니다. 거실의 온도가 높으므로 같은 수증기량이라도 거실의 상대습도가 낮은 것이지요)

실험 데이타는 다소 일관적이지 않고 일률적(Repeatable)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실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힘든 점 중의 하나였습니다. 실제 샘플의 길이를 측정하는 시간이 좀 걸리다보니 나무의 함수율이 그 사이 변하기도 했을 것이고 샘플들의 길이가 1.8c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수축률은 1% 내외여서 아주 정밀하게 측정해야 했습니다. (많아봐야 0.2mm 정도 변하니까요)

게다가 저의 나무 경도 테스트와 같이 같은 나무라 할지라도 부위에 따라서 다른 결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결과가 의심스럽더라도 다시 반복적인 테스트를 해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결과를 모두 정리하였지만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측정 방법에 문제가 발견되어서 몇몇 샘플들의 측정 결과는 못쓰게 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정사각형으로 자른 줄 알았던 샘플이 측정을 해보니 약간 사다리꼴인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에서 재느냐에 따라서 길이가 다르게 나온 것이죠. 여러 어려움 속에 가장 믿을만한 샘플들을 추려서 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상대습도 40% ~ 75% 범위에서의 나무의 수축률
나무의 종류
수축률
원주방향(두께, Radial)접선방향(폭, Tangential)
소나무 (Pine)0.44 %0.84 %
삼나무 (Cedar)0.45 %0.90 %
스프러스 (Spruce)0.51 %0.90 %
자작나무 (Birch)0.81 %1.07 %
참나무 (Oak)0.85 %1.07 %
물푸레나무 (Ash)0.68 %0.77 %
체리 (Cherry)0.68 %0.69 %
야생사과나무(Crab Apple)0.81 %1.17 %
단풍나무 (Maple)0.77 %1.13 %

(서울의 평균습도는 4월에 56%로 가장 낮고 7월에 78%로 가장 높습니다. 이 실험치 보다는 범위가 좀 좁죠.)

평균적으로 접선방향은 대략 1% 정도의 수축률을 보이고, 반지름방향은 0.65 % 정도의 수축률을 보입니다. 그러나 이 결과는 실제 가구가 놓일 실내 환경보다 더 과장된 수치일 겁니다. 물론 더 안좋은 환경에서는 더 높은 수축률을 보이겠지만요. 그리고 예측했던 대로 접선방향(Tangential)의 수축률이 반지름방향(Radial)보다 약가 더 크군요.

한가지 놀란 점은 소프트우드들의 수축률이 작다는 것인데 그 이유를 살펴보니 소프트우드들은 대부분 상록수이고 바늘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활엽수에 비해서 물의 소비량이 적습니다. 그러나보니 변재의 수분 함유 가능량이 하드우드에 비해 적을 수 밖에 없고 이것이 작은 수축률로 나타나는 것이죠.

길이방향의 수축률은 대략 0.05% 정도였습니다. 접선방향이나 반지름방향에 비해 아주 작아서 별도로 표에 기록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제 실험의 정확도가 이 정도를 커버할 정도도 아니구요. 어쨌든 길이방향의 수축률은 너무 작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저는 더불어 아프리카산의 유분이 많은 하드우드들도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저는 이들은 거의 수축하지 않을 걸로 봤는데 그래도 약간은 수축하더군요. 그래도 소프트우드들 보다는 작았습니다. 극강의 비중과 유분을 포함하고 있는 유창목(Lignum Vitae)의 경우 경우 0.3% 정도의 수축률을 보이더군요.

관련된 다른 자료들을 링크해 드립니다.


(비록 이런식의 실험이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 습도와 수축률의 관계를 측정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어 좋은 자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은행나무, 편백나무, 측백나무, 참죽나무, 느티나무 등으로도 이런 실험을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샘플 토막만 주면 해볼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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