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 밖에 나가 놀긴 좀 그럴 때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게 됩니다.
이럴 때 남산으로 가면 다양한 테마로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익한 곳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블로그에서 남산에 있는 "안중근 기념관"과 "민속 박물관", "수학 체험관"에 대해 소개 드린바 있습니다.
민속 박물관과 수학체험관은 사진과 같이 생긴 "교육연구정보원" 건물 안에 있는데, 이 건물에는 이곳들 외에도 "서울특별시 과학전시관"이라는 재밌는 곳이 더 있습니다.
오늘은 이 과학전시관에 다녀온 기록을 정리해서 올립니다. 다녀 온지는 꽤 되었는데, 요즘도 아이와 함께 다시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성격은 서울 국립과학관과 비슷하지만 규모와 질적인 내용면에서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참고로 서울과학전시관은 서울교육청이 관리를 하는 곳이랍니다. 본관은 서울대학교 후문쪽에 있고, 남산에 있는 것은 남산분관이랍니다. 그런데 전시규모는 남산이 훨씬 큽니다. 서울대학교 후문에 있는 본관도 가본 적이 있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문도 안열어서 허탕친 적 있습니다.
과학전시관은 아래 사진과 같이 교육연구정보원 건물의 지하3층과 지하4층에 주로 있고 지하1층에도 약간의 시설이 있습니다.
먼저 지하 3층에 있는 1전시실 부터 둘러봅니다. 분위기는 이런식입니다. 전체적으로 낡았지만 관리는 잘 되는 것 같습니다. 보통 이런 곳을 가면 동작되지 않는 것이 많은데, 이곳은 거의 다 동작이 됩니다. 교육청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만든 곳이다 보니 내용도 알찹니다.
아주 많은 전시물들이 있지만 몇몇 인상적이었던 곳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곳은 관성에 대해 체험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관성은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현실에서는 마찰 때문에 움직이는 물체가 곧 정지합니다.
하지만 이 장치는 아래에 있는 작은 구멍에서 바람이 뿜어져 나와 위의 아크릴판을 살짝 띄워줍니다. 그래서 살짝 초기힘만 가해주면 아크릴판이 속도를 잃지 않고 반사되며 오랫동안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우주를 좋아하는 아들에게 이런 식으로 우주선이 먼 거리를 연료를 쓰지 않고 날아갈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관성에 대해 더 실감나는 체험입니다. 아래의 벨트가 움직이다가 갑자기 서다가를 반복합니다. 그때 몸의 움직임을 느껴보라는 겁니다. 버스를 타면 늘 느낄 수 있는거지만 이게 관성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줄 수 있습니다.
베르누이의 원리를 잘 보여주는 전시물입니다. 비행기의 날개 단면이 있는데, 앞에서 바람을 쏘아주면 날개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여줍니다. 이렇게 현상은 쉽게 보여줄 수 있는데, 원리는 이해하기 좀 어렵지요.
만화경입니다. 거울로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내는 장치이죠. 다른 걸 다 떠나 아름다고 신기합니다.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보여주는 전시물입니다. 목욕탕에서 "Eureka"라고 외쳤다는 그 아르키메데스입니다. 왕이 두 왕관을 주며 어느것이 순금 왕관인지 알아오라는 문제를 내지요. 이 둘의 무게는 같았습니다.
아르키메데스는 어떤 물건이 물에 잠기면, 그 양에 해당하는 물에 무게만큼의 부력이 그 물건을 떠받친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두 왕관을 물에 담궜는데, 왼쪽이 더 무겁습니다. 밖에서는 무게가 같았는데 물에 담궜더니 왼쪽이 더 무겁다는 건, 오른쪽 왕관의 부피가 더 크다는 겁니다.
즉 같은 무게이니 오른쪽 왕관의 비중이 더 작은겁니다. 이렇게 해서 아르키메데스는 비중이 더 작은 왕관이 은이나 구리를 섞은 합금이라는 사실을 밝혀 내었습니다. 이걸 설명해야 하는데... 헥헥~ 이해를 하는지 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치(Arch)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전시물인 것 같습니다. 아래 둥근 모양의 받침대를 놓고 곡면의 블럭을 쌓습니다. 그리고 아래 받침대를 뺍니다.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그 위에 올라가 봅니다. 튼튼합니다. 아이가 매우 신기해 합니다.
지렛대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같은 무게의 추를 드는데 양쪽에 필요한 힘이 다릅니다. 아직 완전히 이해를 못하지만 몸으로는 느끼고 있겠지요?
스펙트럼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개념이긴 합니다만... 우주를 좋아하는 아들은 들어서 알고는 있습니다. 멀리 있는 천왕성, 명왕성의 구성 성분이 무엇인지를 바로 이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다는 걸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다큐멘터리에서도 아예 1회분으로 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요.
전시공간의 윗쪽에는 자기부상 열차가 다니고 있습니다. 공간을 입체적으로 쓴게 돋보이네요.
원심분리기를 보고 있습니다. 원심분리기는 여러가지가 섞여있는 물질을 빠르게 회전시켜 분리해내는 장치입니다. 무거운 놈은 아래로, 가벼운 놈은 위로 가지요. 그래서 이렇게 회전하면 V자 모양이 됩니다.
이제 지하 4층으로 내려갑니다. 내려가는 곳에 센서를 이용한 멜로디 계단이 있어 재미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입니다. 거울 조작을 통해 사람이 공중에 뜬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아들이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삐쩍 마른 아들, 오목 거울에서 뚱뚱해 보인다고 좋아합니다. 거울을 처음 본 옜날 사람들도 이렇게 재미있어 했을 것 같습니다.
니콜라 테슬라가 발명한 플라즈마 램프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신주단지 모시듯 접근이 어려운데, 여기서는 갯수도 몇개 되고 자유롭게 만질 수 있게 두었습니다. 좀 무섭긴 하지만 유리에 손을 대면 불꽃이 손 쪽으로 옵니다. 핸드폰 같은 전자기기를 가까이 대면 고장이 날 수도 있다니 조심하시구요.
"푸코의 진자"입니다. 1851년 프랑스 과학자 레옹 푸코가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기 위해 고안한 것입니다. 아주 긴 노끈에 무거운 추를 달고 왕복을 시켰는데, 시간이 가면서 왕복하는 방향이 회전함을 확인하였고, 이로서 지구가 자전함을 증명했다고 하죠.
전통적인 전기의 직렬과 병렬 연결에 대한 전시물입니다. 제가 배울 때는 이게 왜 이리 지루하고 어려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맴돌이 전류에 대한 좋은 전시물입니다. 맴돌이 전류는 유도전동기의 기본 원리이지요. 자기장의 변화를 막기 위한 방향으로 전류가 흐른다는 것인데,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브레이크로 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래에 있는 여러가지 모양의 금속판을 저 틈 사이로 떨어뜨려 보면 자유낙하하는 금속판을 조금씩 붙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구멍이 뚫린 금속판은 더 잘 붙잡습니다. 그래서 유도전동기 코어의 모양에 굴곡이 있는거겠죠.
여하튼 이것도 아이에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신기한게 있다는 정도로만 합니다.
파동의 간섭을 보여주는 전시물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도 빛도 파동이라는 걸 알려줄 수 있습니다.
공명에 대한 전시물입니다. 어릴 때 집에 있던 소라껍질을 귀에 대면 나는 소리를 신기해 했던 경험이 있는데, 아들도 그 경험을 처음 했습니다. 공명하는 관의 길이가 짧을 수록 높은 소리가 나는 것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공진(Resonance)에 대한 실험입니다. 공학 설계를 하면 항상 신경쓰는 부분이죠. 옆에 있는 주파수 다이얼을 조금씩 돌리면 그 주파수의 파장의 배수에 해당하는 막대가 심하게 떨립니다. 신기한 현상을 보여줄 수는 있는데, 좀 더 시각화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이것도 재밌는 실험이었습니다. 소리 혹은 빛의 파동을 모으는 오목거울 구조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소리가 모아지는 지점에 서 있으면 반대편에서 말하는 사람의 소리가 아주 크게 잘 들립니다. 어른인 저도 신기했습니다.
지구가 변하는 모양을 보여주는 거대한 전시물입니다. 아들이 매우 좋아했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저 아래에서 4D 영화를 상영하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더 둘러 봅니다. 워낙 넓고 전시물이 많아 모두 다 꼼꼼하게 살피는 건 어렵습니다. 아이가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다면 그 분야만 골라서 집중으로 보는게 좋겠습니다.
아들은 인체에 대한 전시물이 적다고 아쉬워 하더군요. 인체 쪽은 역시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이 큰 귀 모형을 보고 작은 위안을 받은 것 같습니다.
4D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별로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영화 시작 시간이 되니 다 모이는 군요. 뭐 뻔한 내용이지만... 아이들은 좋아하네요.
요즘 이런 과학 전시관을 가면 이렇게 게임 같은 형식의 전시물을 많이 내놓는데, 좀 불만입니다. 완전한 시뮬레이션도 아니고, 이건 그냥 게임이니까요. 게임은 집에서도 많이 하는데... 왜 굳이 이런곳에서... 이런 곳에서 서로 하려고 아이들끼리 다툼도 가끔 생기고, 그게 부모들 다툼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대충 훑어 보았고, 이제 지하 1층으로 올라갑니다. 이곳은 우리 민족의 과학사 중심으로 전시되어 있더군요. 아직 아들이 여기까지는 관심이 미치지 못합니다.
건물 바깥에도 몇몇 조형물들이 있습니다. 세종대왕에 대해 배운 아이들에게는 큰 감명을 줄 것 같습니다.
이곳은 입장료도 없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정말 알찬 것 같습니다. 어른인 제가 봐도 재미가 있으니까요. 유치원생에게는 좀 어렵고, 과학에 대해 조금씩 배워가는 초등학생 들에게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좋은 곳일 것 같습니다.
아들이 책을 보면서 과학에 대해 궁금함을 표현하면 이곳에 데려와서 직접 만지고 체험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가까이에 있지만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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