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2월 16일 월요일

WIN-퀵그립 클램프, 잘 풀리지 않는 문제 해결하기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클램프가 있습니다.  목공에 처음 입문할 때 어떤 클램프를 살 것인지 고민하는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때 가장 갖고 싶은 클램프로 아마 대부분 옆의 사진과 같은 퀵그립 클램프를 선택할 겁니다.

모양도 그럴듯 해보이고, 돌려서 죄는 F 클램프 보다는 방아쇠를 당기는 퀵그립 클램프가 더 편해 보입니다.  초보 때는 파이프 클램프가 눈에 차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목공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구매했던 것이 Wolfcraft사의 원핸드 프로 클램프 300mm 였습니다.   이 클램프는 안정적으로 작동하면서도 한 손으로 죌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손으로 풀 수도 있습니다.  유일한 단점은 비싸다는 겁니다.  그래서 하나 밖에 못 샀지요.

지금은 아주 큰 목공기계 공급업체가 된 위넥스툴이 초창기일 때,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WIN-퀵그립 클램프라는 걸 판매 했었습니다.  WIN은 Winex(위넥스)의 줄임말이지요.  대만에서 생산하고 OEM으로 들여온 것인데,  초도 물량을 굉장히 싸게 내 놓았습니다.

그래서 얼씨구나 하고 600mm 두 개를 샀습니다.  이 외에 F 클램프 2개랑, 자작한 홀드 다운 클램프와 핸드 스크류 이렇게만 가지고 목공을 해 왔습니다.


폼도 나고 편리한 이 퀵그립 클램프의 가장 큰 문제는 내구성입니다.  위 사진의 세 클램프 모두 현재 약간씩 문제가 있는 상태입니다.  Wolfcraft 클램프는 죄는 건 문제 없는데, 잘 풀리질 않습니다.  푸는 방아쇠를 조금 만져주어야 풀리는데,  좀 귀찮습니다.

WIN-퀵그립 클램프는 더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마도 작년 장마철에 녹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고 창고에 넣어 놓아서인지,  좀 뻑뻑해 졌습니다.  죄는 건 무리없이 되는데,  당췌 풀리질 않습니다.  망치로 때리고, 비틀고, 난리를 쳐야 풀리는 것도 아니고 벗겨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WIN-퀵그립 클램프는 한동안 창고에서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버려야 하나, 고칠 수 있는 건가... 고민은 했지만요.

WIN-퀵그립 클램프가 사고 치다

얼마 전 얍실한 애쉬 테이블을 만들 때의 일입니다.  상판을 집성하기 위해 아랫쪽에 파이프 클램프를 깔았고,  윗쪽에서 뭔가로 죄어야 하는데 이 당시에 클램프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조임쇠(하다)와 문제의 WIN-퀵그립 클램프를 꺼내어 이렇게 클램핑 하여 두었습니다.


다음날 클램프를 풀어야 하는데,  역시 WIN-퀵그립 클램프가 풀리지 않습니다.  이리 저리 비틀어 빼내다가 약간 무리한 힘을 주었더니, 불행히도 아래 사진처럼 끝 부분의 나무 결이 뚝 떨어져 나가 버렸습니다.  난감한 상황입니다.


결국 저 결함을 감추기 위해서 대패로 옆면을 무려 3mm 정도 쳐내야 했습니다.   ㅡ,.ㅡ

이제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하기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든 버리든지 둘 중 택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WIN-퀵그립 클램프에 대하여

먼저 이 클램프를 쓰는 사람들이 꽤나 많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이런 문제가 없는지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보이지 않네요.  그러니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다는 얘기도 찾을 수 없지요.   난감합니다.

검색을 하다가 이 클램프의 생산업체를 찾았습니다.  대만에 있는 Crossman이라는 업체입니다.  여러가지 공구들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업체로 보입니다.  이 중에서 이 클램프는 "Heavy Duty Bar Clamp"라는 이름으로 제품 등록이 되어 있습니다.

이 클램프의 특징은 클램프 바디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 졌다는 겁니다.  다른 클램프 메이커들의 경우 클램프 바디를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듭니다.  아무래도 알루미늄이 더 강하기 때문에 이 클램프의 특장점은 압착력이 엄청 강하다는 겁니다.  무려 770파운드입니다.

많이들 사용하는 IRWIN사의 경량 퀵그립 클램프의 경우 300파운드 정도이고, 큰 힘을 낸다는 IRWIN XP600 클램프도 600 파운드 정도로 알루미늄 클램프보다 압착력이 약합니다.   하지만 경험해 보면 아시겠지만,  300파운드 이상의 압착력이 필요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강한 압착력이 조립물의 균형을 흐트리거나, 나무에 상처를 내거나, 본드를 다 짜내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참고로 Crossman사는 Alibaba를 통해 B2B로 이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위넥스툴도 아마 이 경로로 들여왔을 걸로 봅니다.



미국 Amazon에도 Bovidix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네요.  근데 사용기도 없고, 검색도 어려운 걸 보아 사용자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제가 구입했던 위넥스툴에서도 이 클램프는 제품 리스트에서 삭제 되었습니다.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거죠.  분명히 1~2년 전에는 이 클램프가 전 세계적으로 유통이 되었었고 커뮤니티에서의 평도 좋았습니다.  스펙 상으로는 매력적인 이 클램프가 현재 거의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겠죠.

어쨌든 검색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저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 갔습니다.

무작정 분해해서 길을 찾다

그래서 저는 어차피 고장나서 버릴거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원리라도 보자며, 이 클램프를 분해하기로 했습니다.


클램프 장치는 얇은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데,  이것을 떼어내면 이렇게 세개의 나사가 보입니다.


이것을 풀어내면 이렇게 안이 보입니다.  그런데 구조가 엄청 간단하네요.  파이프 클램프와 유사하게 멀티 디스크 클러치(Multi-disk clutch)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인 경우 릴리즈 레버를 끝까지 당겼는데도 클러치가 수직으로 서지 않으면, 클램프가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클램프 장치의 뒷면도 덮개가 있으므로 스티커를 벗겨대고 덮개 양쪽을 다 떼어 냅니다.  덮개는 그냥 가리는 용도라 기능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작업대에 나무를 올려두고 클램프를 단단히 죄어 봤습니다.  그런데 꽉 죈 상태에서 레버가 쫙 펴지지 않습니다.  이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상태에서 이것 저것 해보다가 발견한 건데,  드라이버로 사진에 보이는 부분의 공간에 끼워 넣습니다.


그리곤 드라이버를 위로 젖히면 "딱~"하는 소리와 함께 레버가 튕겨져 벌어집니다.  원래 죄었을 때 이런 모양이 되었어야 하는데,  이게 안된거죠.


이 상태에서 그냥 릴리즈 레버를 당기는 것 만으로는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릴리즈 레버를 당기면서,  몸 앞쪽으로 클램프를 살짝 밀어 회전시키면 "툭~"하고 쉽게 풀립니다.


몇 번을 반복했는데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해법인 것 같습니다.

즉 클램프를 죄고 난 다음 레버가 튕겨 올라오지 않으면 드라이버를 구멍에 끼워 젖히면 탁~하고 레버가 팅겨 올라오며,  이 상태에서는 릴리즈 레버를 잡고 몸 앞쪽 3시 방향으로 회전하는 식으로 밀면 툭하고 풀립니다.

방청유로 녹을 닦아내니 새것처럼 고쳐지다

그런데 오늘 이 클램프의 바를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사진처럼 전체적으로 녹이 슬어 있습니다.  이게 클램프가 풀리지 않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되어 윤활방청제를 찾아 닦아 보았습니다.


녹이 깊게 슬지는 않았는지 윤활방청제 약간 뿌리고 닦으니 금방 깨끗해 집니다.  그리고 똑같이 힘을 가해 죄어 풀어 보는데... 부드럽게 풀립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렇게 녹을 닦아 내었다면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이니,  좀 삽질을 한거죠.  애초에 여기에 기름을 바를 생각을 못한 것은 너무 미끄러우면 압력을 가할 경우 클램프 장치가 뒤로 밀리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어서 입니다.

그런데 파이프 클램프 흑관도 기름 코팅이 되어 미끄러운데,  클램핑을 이상없이 되는 걸보고 이 클램프에도 기름을 발라 본 것입니다.  초기에 이 제품을 샀을 때 만큼 부드럽게 이동되고 풀립니다.  그리고 클램프 장치가 미끄러지거나 하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트릭은 비상계획으로서 알고 있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날 이 클램프를 꺼내어 죄었는데 레버가 풀리지 않을 경우의 대처 방법이니까요.  기본적으로 녹이 슬지 않게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어쨌든 죽은 줄 알았던 클램프 두 마리가 이렇게 저의 곁으로 다시 돌아 왔습니다.   2015년 들어 처음 접한 희소식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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