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8월 6일 수요일

나무는 왜 수축/팽창하는가?

이 글은 FWW #170에 소개된 "Why Wood Moves" 기사를 바탕으로 번역하고 내용을 보충한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나무는 치수가 안정적이지 않다고 얘기를 들어 왔습니다. 여름에 딱맞게 맞추어진 마루판은 겨울이 되면 빈틈이 생기게 마련이고, 겨울에 딱 맞게 크기를 맞춘 서랍은 여름이 되면 끼어서 잘 빠지질 않습니다. 이러한 나무의 수축과 팽창은 습기를 잘 흡수하는 나무가 계절에 따른 습도의 변화에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나무는 액체 상태의 물과 기체 상태의 수증기 모두를 잘 빨아들입니다. 나무 세포벽의 주요 성분인 셀룰로스(cellulose)와 헤미셀루로스(hemi-cellulose)는 화학적으로 물과 친한 친수성이기 때문입니다.

나무는 살았든 죽었든 물이 중요하다

살아있는 나무가 습기를 흡수하는 이유는 뿌리에서 흡수한 영양분과 물을 광합성을 하여 나무의 생존에 필요한 탄수화물을 만드는 잎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입니다. 살아있는 나무에서 물은 두 군데에서 존재합니다. 셀룰로스와 헤미셀룰로스 섬유로 만들어진 세포벽은 물에 의해 포화되어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세포벽 안의 공간에는 자유롭게 존재하는 물이 있습니다. 세포벽 내에 있는 물을 결합수라고 하고, 세포 구멍에 있는 물을 자유수라고 합니다.

나무가 잘라지고 나면 세포 구멍에 자유롭게 있던 물은 증발됩니다. 이 상태를 섬유포화점(Fiber Saturation Point, FSP)이라고 합니다. 이 상태는 세포 구멍내의 자유수는 없지만 세포벽 내에는 결합수가 포화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생나무에 비해 수축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더 건조되게 되면 나무 판재가 수축되기 시작합니다. 섬유포화점 이하로 수분을 잃게 되면 세포벽은 찌그러지게 됩니다. 아래 그림에서 왼쪽은 생나무(Green Wood) 상태로 결합수와 자유수가 모두 존재합니다. 가운데 그림은 섬유포화점 상태로 자유수는 모두 증발하고 결합수만 포화된 상태로 크기 변화가 없습니다. 오른쪽 그림은 결합수가 증발함에 따라 세포벽이 찌그러들고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판재의 크기가 수축되고 단단해집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세포의 단면은 찌그러들지만 세포의 길이 방향은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이렇게 세포의 방향에 따라 수축률이 달라지는 것은 나무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왜 판재는 폭의 변화만 있고 길이의 변화는 없는가?

세포벽을 형성하는 섬유질 다발은 나선형의 형태로 구멍을 감싸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포벽의 길이 방향과 섬유질 다발의 길이 방향은 대략 일치합니다. 섬유질에 물이 들어가게 되면 섬유질의 직경은 증가하지만 길이가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좀 더 큰 시각에서 보면 수분을 흡수하면 세포벽은 두터워지지만 세포의 길이가 길어지지는 않습니다.

아래 그림은 소나무의 조직을 수백배 확대한 것입니다. 세포들은 수직으로 길게 서 있는데 이 방향은 나무의 줄기가 서있는 방향과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세포의 길이방향으로는 수분에 의해 크기가 변화하지 않으므로 치수 안정성이 있습니다. 한편 나무는 나무의 중심부로부터 바깥으로 향하는 방사조직(Ray)이 있는데, 이 또한 길이 방향으로는 크기가 변화하지 않습니다. 두 종류의 세포들이 서로 직각으로 잡고 있는 형태가 되어서 방사방향(Radial)의 수축/팽창은 접선방향(Tangential)에 비해 작습니다. 그래서 정목제재(Quatersawn)한 판재는 판목제재(Flatsawn)한 판재에 비해 치수 안정성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접선방향은 방사방향에 비해 두배의 수축/팽창률을 갖습니다.


왜 나무들은 안정성이 다른가?

개오동나무(catalpa), 이스턴 레드 시더(eastern red ceder), 슈거파인(sugar pine), 마호가니(mahogany), 티크(teak)와 같은 나무들은 습도 변화에 대해 치수 안정성이 좋은 편입니다. 반면 자작나무(paper birch), 블랙오크(black oak), 스윗검(sweetgum) 등의 나무는 치수 안정성이 좋지 않습니다. 이런 차이는 리그닌(lignin)과 다른 추출물들 그리고 종별로 다른 세포 구조에서 기인합니다.


리그닌은 나무의 세포들을 서로 붙잡는 본드 역할을 하여 나무의 구조적 강도를 제공합니다. 리그닌은 친수성 물질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세포벽의 성분에 리그닌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면 보다 나은 치수 안정성을 보이게 됩니다. 나무의 종류에 따라 리그닌의 함량이 다르므로 수축/팽창률에 차이를 보입니다.

나무를 잘라보면 안쪽은 짙은색이고 바깥쪽은 밝은 색임을 볼 수 있습니다. 바깥쪽을 변재(sapwood)라고 하며 살아있는 세포들이 수분과 양분을 저장하고 옮기고 있습니다. 반면 안쪽의 짙은색 부분은 심재(heartwood)라고 하는데 여기는 죽은 세포들로 구성되며 나무의 기계적 강도만을 담당합니다. 그리고 이 심재에는 추출물(extractives)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재의 색이 짙은 이유도 이 추출물 때문입니다.

나무에 있는 추출물들은 주로 지방산(fatty acid), 수지(resin acid), 왁스, 테레핀(terpene) 등입니다. 예를 들어 침엽수들이 가지고 있는 송진(rosin)은 곤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스며나오는 추출물 중 하나입니다. 이들 추출물들은 대부분 친수성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많이 포함한 심재부가 변재부에 비해서 치수 안정성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열대수종들의 치수 안정성이 뛰어난 이유도 상당량의 유분과 황산화물질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습도와 함수율의 관계

습기를 잘 흡수하는 나무의 특성으로 인해 나무는 상대습도(relative humadity, RH)와 함수율이 평형(equilibrium moisture content, EMC)을 이룹니다. 만일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의 습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나무의 세포벽에 있는 결합수의 양도 안정된 수치로 고정됩니다. 아래 그래프는 상대습도와 평형 함수율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검은색 선은 화이트 스프러스(white spruce)의 습도/함수율 관계를 나타내는데, 다른 대부분의 나무들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서 회색으로 칠해진 영역 안에 들어옵니다. 리그닌이나 추출물 함유량이 많은 수종은 회색 영역의 아랫 부분을 따르는 경향을 보일 것이고, 반대로 리그닌과 추출물 함유량이 적은 수종들은 회색 영역의 윗 부분을 따르게 됩니다. 만일 대기의 상대습도가 100%라면 세포벽의 결합수로 포화되는 섬유포화점(FSP)에 이르게 됩니다.


목재들이 당신의 공방에 적응하도록 하라

제 공방에 있는 나무들은 습한 여름에 11~12% 정도의 함수율을 보이며, 한 겨울에는 5% 이상 떨어집니다. 한 겨울에 난방까지 하게 되면 창문을 열어 놓았더라도 함수율이 최소한 6% 이상 떨어집니다.

이렇게 년간 함수율이 6% 정도 변동이 된다면 300mm 폭의 체리 판재의 경우 접선방향으로 대략 5mm 정도 줄었다 늘었다 합니다. 이런 사전 지식을 알아두고 공방의 나무들이 공방의 환경에 적응하도록 해야 합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제가 구입하는 나무들은 거의 모두 인공건조(kiln-dry)된 것들입니다. 불행히도 목재 판매상은 나무가 언제 건조장(kiln)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된 것인지 모르거나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럼 언제 구입한 나무가 제 공방의 습도와 평형을 이루어 안정화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래서 공방에 목재 수분계(moisture meter)를 하나 장만해 두어야 합니다. 목재 수분계를 이용하여 방금 구입한 목재와 오랫동안 공방에 있던 목재의 함수율을 비교해 보세요. 만일 함수율의 차이가 꽤 난다면 구입한 목재에 "새로 구입한 것"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일주일 이상 나무가 공방의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보관해 두세요. 목재 수분계가 없었을 때에는 새로 들인 나무에 스티커를 붙여 두고 2~4주 동안 그냥 두었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수축/팽창 때문에 문제가 생기질 않습니다.


이건 너무 오버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경험담을 말씀드리면 몇년전에 튤립나무(tulip poplar)로 TV장(entertainment center)을 만든 적이 있는데 인공건조된 튤립나무를 사용하였고 밀크페인트로 마감을 했습니다. 저는 인공건조된 튤립나무 판재가 7~8% 함수율을 가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착각이었습니다.

납품하고 나서 한달 뒤에 클레임이 들어왔습니다. 이 TV장에는 14개의 알판으로 된 문짝(frame and panel door)이 있었고, 프레임은 2중 관통장부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문짝의 프레임(rail and stile)이 0.5mm 정도 벌어진 것입니다. 하는 수 없이 알판은 살리고 14개의 프레임을 모두 새로 제작했습니다. 이후로 저는 목재 수분계를 구입하였고 더 이상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댓글 2개:

  1. 나무가구는 왜 마감을 하는지 궁금해서 검색하다 들어왔습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잘 정리해 주신 자료들과 번역해주신 자료들 덕분에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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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응원 고맙습니다. 요즘 바빠서 글을 자주 못올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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