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 분관
이 글은 2014년 7월 26일에 중계동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분관에 다녀온 얘기입니다. 예전에 처가가 도봉구에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 중계동을 자주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 미술관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아이의 유치원에서 로봇 프로젝트를 하길래 로봇과 관련된 전시회를 찾다가 이곳 북서울 분관에서 <굿모닝 Mr.로봇>이라는 전시회를 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들은 건물 자체도 예술적입니다. 사실 차를 가지고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들어가서 전체적인 건물을 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보니 참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동일로 변에 위치하고 7호선 하계역과 중계역 사이에 있어 접근하기는 매우 쉽습니다.
저희가 방문할 당시 이 곳에는 <굿모닝 Mr.로봇>, <황규태 사진 이후의 사진>, <빈티지 사진> 등의 전시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아이가 가장 보고 싶어 했던 <굿모닝 Mr.로봇>으로 향했습니다. 입구 천정에 매달려 날아가는 로봇이 우리를 반겨 주네요.
<굿모닝 Mr.로봇>전은 미술과 로봇의 만남을 주제로 합니다. 그런데 전시기간이 8월 24일 까지네요. ㅡ,.ㅡ 이 글이 8월 22일에 올라갈 건데요. 쩝. 이 전시는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것이라고 해서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지하에 전시공간이 있어 위에서 내려가면서 찍어보았는데, 이 사진이 찍힌 만큼과 바깥의 약간이 모두입니다. 그리 많은 작품이 전시된 것은 아니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진행요원이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몰래 몰래 몇 컷만 찍었습니다. 물론 아이를 세워놓고 기념촬영은 가능합니다.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이 작품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나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작품인데 지구를 지킬 일이 없어진 로봇 태권V가 타락한 모습을 풍자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로봇 태권V 노래는 배웠던데, 실제 애니메이션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도 이 작품을 좋아하더군요. 한 컷씩 자세히 들여다보면 웃기기도 하고 씁쓸함도 주는 다양한 느낌의 작품입니다.
이 외에 여러 작품들이 좁은 공간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유명한 백남준의 TV를 쌓아 만든 로봇과 초기작인 듯한 로봇 그림도 있었습니다.
전시장 바깥에는 또 다른 로봇 태권V가 우리를 반겨주네요. 전시를 보면서 계속 로봇 태권V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 하는 아이입니다.
지하 바깥쪽으로 나오니 폐목을 활용한 작품이 눈길을 끕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도브테일 조각, 개다리 소반 다리 등의 폐목들을 엮어서 나무 모양으로 형상화했습니다. 그 사이를 뚫고 풀들이 자라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어떻게 붙이고 고정했는지가 궁금할 뿐입니다.
<굿모닝 Mr.로봇>의 규모나 작아 다른 전시도 보기로 했습니다. 모두 무료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즐깁니다. 이 곳은 태극기를 테마로 한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는데, 거의 모든 나라의 국기를 외우는 아들이 신나서 나라 이름 맞추기를 합니다.
그냥 지나칠 뻔한 공간이 있었는데, 커텐이 쳐져 있는 방이었습니다. 들어가보니 암실인데 다양한 이미지들이 별처럼 빛나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아이와 함께 이미지 하나하나를 뜯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여기가 제일 시원했습니다. ^^
이어서 <빈티지 사진>전도 보았는데 옛날 사진들은 어른들에게나 흥미롭지, 아이들에게는 별 감흥이 없기에 대충 둘러 보았습니다. 나오는 길에 조그만 도서실을 발견했는데 어떤 책들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도록 같은게 많으면 좋을텐데요.
미술관 내의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고 바깥으로 나옵니다. 내려오는 계단이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느낌이라 색다릅니다. 앞에 보이는 화려한 색상의 육교를 건너면 <중계근린공원>인데 여기도 둘러볼만 합니다.
미술관 앞마당은 너른 잔디밭인데 여기도 작품들이 몇 있습니다. 도마뱀을 형상화한 이 작품들은 모양이나 색상이 아주 특이하고 재밌습니다. 아이를 올려놓고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만... 작품에 올라가지 마라는 안내가 있습니다. 아마 올라가게 해 놓으면 아이들이 방방 뛰어다닐 것 같습니다.
앞마당에 화장실이 있는데 특이한 모양입니다. 멀리서 볼 때는 무슨 작품인 줄 알았습니다.
나트막한 미술관 건물이 마치 언덕과 같은 형상이라, 이를 타고 오르는 계단이 외부로 나 있습니다. 꼭 올라가 보세요.
높지는 않지만 올라오면 이렇게 전체적인 조망을 볼 수 있습니다. 한가로운 주말 오후의 전형적인 공원 풍경입니다.
언덕을 올라오면 이렇게 숨겨진 작품들이 있습니다. 재활용품을 이용한 작품들인데, 청소기 손잡이를 바이크 손잡이로 쓴 것, 버려진 마우스를 손톱으로 형상화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중계 근린 공원
미술관을 다 보았으면 아까 그 육교를 지나 <중계근린공원>으로 가 보세요. 이 공원의 북단 끝에는 <서울 영어과학 교육센터>라는 건물이 있습니다. 예전에 아이와 함께 가볼까 해서 메모해 두었던 곳인데, 가까이 왔으니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입구쪽으로 가보니 여기에 천문대가 있네요. 쾌청하게 맑은 날이 별로 없는 서울의 하늘에서 얼마나 많은 별이 보일지 의문이긴 합니다만... 아들이 천문대를 좋아하니 한번 볼까 했습니다. 그런데 토/일요일의 경우 오전 11시와 오후 2시 딱 두번만 주간관측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 이외의 요일과 시간은 <서울영어과학교육센터>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미리 해야 한다고 합니다.
대신 공원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이 공원은 예전에 <영어과학공원>이라고 불렸습니다. 그런데 <중계근린공원>으로 이름이 바뀐거구요. 아직도 그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곳을 왜 영어과학공원이라 불렀는지 참 궁금했는데, 곳곳에 있는 이런 시설물을 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안내 표지판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고, 버튼을 누르면 영어로 설명을 읽어주는 이런 시설들이 되어 있습니다. 좀 오버스럽지요?
그럼 "과학"이라는 말은 왜 붙었을까 궁금했는데 그건 금방 풀렸습니다. 이 공원에 이렇게 떡하니 거대한 공룡의 모형들이 있습니다. 아들이 공룡 발자국을 보고 싶다 하여 고성 상족암과 공룡 박물관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런 아들이니 이 공룡상들이 얼마나 반가웠겠습니까? 그것도 실물과 거의 비슷한 거대한 크기입니다.
비록 시멘트로 만든 모형이긴 하지만 이렇게 떡하니 공룡 발자국도 있습니다. 여기에 이런게 있는 줄 알았으면 고성에 가기 전 미리 아들에게 구경시켜 주는 건데요. 혹시나 공룡 좋아하는 자제분 있으시면 이리로 오시면 되겠습니다.
공룡상들의 디테일도 훌륭합니다. 사진을 찍고 보니 진짜 공룡인 듯 생생합니다.
공룡 뒤로 보이는 천문대의 돔이 이곳이 왜 <영어과학공원>이었는지를 말없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중계동이 강북에서는 가장 학구열(?)이 높은 동네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영향으로 이런 공원이 조성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운동기구는 있습니다. 아들은 또 모든 운동기구들을 열심히 탑니다. 밥도 잘 안먹고 뛰어다니기만 해서 안그래도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위었는데... 걱정입니다.
어쨌든 북서울 미술관과 중계근린공원을 잇는 문화/예술과 영어/과학 투어는 꽤나 재미 있었습니다. 멀지 않다면 한번 와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