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 들머리는 여러군데가 있는데 서울에서는 아차산 생태공원을 통해 올라가는 것이 가장 무난합니다. 지하철 5호선에는 아차산역이 있는데, 이곳 보다는 광나루역이 더 가깝습니다. 광나루역 1번 출구로 나와 100m정도 걸어가면, 아래 사진과 같은 특이한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을 보면서 이면도로로 들어갑니다.
이어서 광장중학교과 광장초등학교 담장을 따라가면 됩니다. <아차산 고구려 역사문화 홍보관> 혹은 <아차산 생태공원>이라는 행선지를 따라 가면 쉽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 아차산은 고구려와 관련된 역사가 있습니다.
몇몇 음식점들과 정겨운 오래된 골목을 좀 지나면 이런 숲길이 시작됩니다. 오른쪽에는 <붓꽃>과 <비비추>가 한창 피어 있더군요.
이내 <아차산 생태공원>에 닿습니다. 이 생태공원은 아들이 아주 어릴적에 와 본적이 있는데 꽃피는 봄철에 오면 꽤나 즐길만 합니다. 오늘은 산행이 목적이므로 그냥 둘레를 따라 눈으로만 봅니다.
생태공원 옆으로는 워커힐 호텔로 가는 숲길이 있습니다.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꽃 필적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지요. 그런데 거리가 짧아서 그냥 걷는게 더 운치가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약간 이동하다가 생태공원으로 들어갑니다.
생태공원 북단 숲길을 걷는데 들어본 적 없는 이상한 새소리가 납니다. 굳이 글로 옮기자면 "따르르르르... 끼룩 끼룩" 이런 소리인데 소리도 우렁찹니다. 걸음을 멈추고 무슨 새인가 찾았는데 마침 눈에 들어와 카메라로 줌인을 해서 찍었습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확인을 해보니 <어치>라는 새더군요.
까치과라 덩치가 까치만하고 사납고 텃새를 부리는 새라고 하네요. 그리고 도토리를 좋아해서 참나무 숲에 주로 산다고 하구요. 그러고 보니 아차산에는 유난히 참나무들이 많았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어치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동물의 소리를 잘 흉내낸다는 겁니다. 심지어 구관조나 앵무새처럼 사람의 소리도 흉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TV에 몇번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는데, 들어보면 고양이소리, 개소리, 까마귀 소리도 흉내내고 "안녕하세요"같은 사람의 말도 흉내냅니다. 그러니 제가 오늘 이날 소리도 자기 본연의 소리인지 뭔가를 흉내낸 소리인지 알 수 없는 겁니다.
어쨌든 반가운 새를 만나게 되어서 기분좋은 출발이었습니다.
아차산 생태공원 북단을 가다보면 아차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만납니다. 약간의 오르막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때이른 단풍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아차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만남의 광장>에서 <낙타고개>로 올라가는 길과 <아차산성>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어느 길을 가든 <낙타고개>에서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아차산 생태공원 북단에서 올라가면 <아차산성>으로 가는 길인데 현재는 문화재 발굴과 복원 공사를 하느라 접근을 못하게 막아 놓았습니다.
고구려와 백제는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전쟁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곳 아차산이 아주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아차산성을 쌓은 것은 백제가 고구려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라는데, 실제로 이 아차산에는 고구려의 보루도 많이 있습니다. 이 자그마한 산을 차지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던 것이지요.
이내 <낙타고개>에 닿습니다. 낙타고개는 일종의 사거리입니다. 사진에서 서쪽은 아차산 만남의 광장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동쪽은 구리시 고구려 대장간마을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북쪽으로 가면 아차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옛날에도 이곳으로 많이들 다녔을 것 같습니다.
낙타고개를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고구려정> 안내표지가 나옵니다.
여기가 <고구려정>입니다. 이곳에 오래된 정자가 있었는데 허물고 2009년에 새로 올린 정자입니다. 그런데 공을 좀 들여서 자재도 금강송을 쓰고 형태도 고구려 전통양식을 채용했다고 하네요. 아차산을 고구려 테마공원으로 하려는 일관성이 가상합니다.
고구려정은 이런 너른 바위 위에 지어졌습니다. 파도치듯 일렁이는 바위가 끝도 없이 펼쳐져 매우 인상적입니다. 전망도 좋구요. 정자 아래 그늘이 아주 시원하더군요. 그래서 거기서 싸가지고 간 유부초밥을 까먹었습니다. ^^
요기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갈림길과 위험 안내 표지판이 있습니다. 계단으로 갈래 바위로 갈래 묻는겁니다. 저는 그냥 바위길로 갑니다.
바닥에 밟히는 너른 바위도 인상적이지만 그 바위를 뚫고 자란 소나무들이 더 장관입니다. 하나같이 키가 작고 구불구불합니다. 이런 소나무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잘 자라나 봅니다. 암반지대를 가면 다 이런식의 소나무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위를 올라서면 이런 표지석이 나오는데, 이곳이 <아차산 해맞이공원>입니다. 전망이 탁 트인 곳인데 동쪽으로도 탁 트여있어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인가 봅니다. 새해 첫날이면 이곳도 많은 사람들로 붐빌 것 같습니다.
해맞이 공원에서 바라 본 서울쪽 풍경입니다.
그리고 동쪽인 하남쪽 전망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차산 주변에는 큰 산이 없어서 동과 서를 모두 조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략적인 요충지였나 봅니다. 이곳에 진을 치고 있으면 적군들의 움직임을 훤히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화려한 꽃이 인상적입니다. 이 꽃의 이름은 <루드베키아> 혹은 <원추천인국>이라 불리는 미국에서 건너온 꽃입니다. 비슷한 꽃으로 분홍색 꽃잎을 가진 <에키네시아>도 요즘 많이 심더군요.
아차산에는 고구려군들이 진을 쳤던 <보루>들이 몇 있습니다. 모두 전망이 좋은 고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제1보루인데 들어가지는 못하게 합니다. 현재 문화재를 발굴 중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문화재는 구리에 있는 <대장간마을>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동네 뒷산급이라 산악자전거를 타고 올라오시는 분들도 있고, 이렇게 SUV RC카를 모는 분들도 있네요. 모형자동차라도 SUV라면 오프로드를 달려야 제맛인가요?
계속해서 능선을 따라 좌우로 전망이 트인 편안한 길이 이어집니다. 유난히 아름다운 소나무가 눈에 띄었는데 <아차산 명품 소나무 제1호>라고 하네요.
이건 명품 소나무 제 2호입니다. 사실 이곳의 소나무들이 다 일품입니다.
아차산 정상부는 이렇게 초지로 되어 있습니다. 높은 산에서나 이런 초지 형태의 정상부를 볼 수 있는데 이런 낮은 산에서도 볼 수 있네요.
아차산 정상은 <제4보루>가 있는 지역입니다. 4보루는 발굴이 끝나고 원형대로 복원을 해 둔 상태라 어떤 식으로 고구려군들이 진을 만들었는지 실제로 볼 수 있습니다. 장비도 없던 시절 돌 나르느라 꽤나 고생했겠습니다.
여기가 정상입니다. 정상 표지석이 어딨는지는 찾지 못하겠더군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데크가 깔려있고 주변은 온통 <개망초>가 깔린 이런 풍경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곳에 있는 소나무도 자태가 범상치 않습니다.
정상인 4보루를 천천히 구경하는데 해설사가 인솔하는 그룹도 있더군요. 이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하면 된다고 합니다. 역사에 흥미가 있는 아이가 있다면 이렇게 아차산을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제 아차산을 내려갑니다. 건너편에 보이는 <용마산>으로 향합니다.
건너편 용마산 올라가는 길인데, 보기에는 험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냥 올라갈 만 합니다.
용마산을 가지 않을 것이면 여기서 <긴고랑골>로 내려가면 됩니다. 긴고랑골은 광진구 중곡4동에 속합니다.
용마산에 올라가는 계단입니다. 경사는 급하지만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나고, 몸이 풀린 상태라면 어렵지 않습니다.
계단을 다 오르면 첫번째 헬기장이 나옵니다. 용마산 능선으로 올라탄 겁니다. 여기서 길이 복잡하게 갈리는데 표지판에서 <서울둘레길(용마봉)>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이 있지만 능선길이라 이런식으로 편안합니다.
곧 두번째 헬기장을 만납니다. 여기서 보루가 발견되어 <용마산 4보루>라 이름 지었다고 하네요.
용마산 정상으로 계속 갑니다. 정성스럽게 쌓은 쌍돌탑이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운동시설이 있으면 정상에 다 온 겁니다. 사실 뻘뻘 땀흘리고 헥헥대고 정상까지 왔는데 이런 운동시설에서 할아버지들이 운동하고 있는 걸 보면 좀 허탈하기는 합니다. 이 분들은 그냥 무시로 운동 다니는 곳인데 저는 잔뜩 준비해서 힘들게 왔으니까요. ㅡ,.ㅡ 저기 보이는 계단을 오르면 용마봉입니다.
용마산 정상 용마봉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념촬영을 하시네요. 나무로 전망이 다 가려서 오래 머물만한 곳은 아닙니다. 자 이제 내려갈 걱정을 합니다.
원래 계획은 아차산 - 용마산 종주 후 <용마폭포공원>으로 내려갈 요량이었습니다. 아들에게 폭포를 보여주려고요. 그래서 용마산 정상에서 집에 전화해서 폭포공원으로 출발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용마산 정상에 있는 표지판이 이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용마폭포공원 쪽으로 향했지요.
그런데 이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더군요.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과 같이 오다가 갑자기 혼자 걸어가려니 좀 겁이 납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길이 좋았습니다.
너른 바위지대가 나와 전망이 트였는데 보니 폭포공원이 제 왼쪽에 보이는 겁니다. 원래 계획된 경로로는 제 오른쪽에 있어야 하는 폭포공원이 다른 방향에서 보이니 좀 당황스럽더군요. 식구들은 지금 차를 타고 오고 있는데... 이리로 내려가면 도대체 어디로 가는건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제가 내려오는 길로 올라오는 분이 계셔서 "이리로 내려가면 용마폭포공원이 나옵니까?" 물었더니... 그분 말씀이 "나오긴 나오는데, 좀 멀리 떨어진다. 되돌아가 폭포공원 위의 녹색 펜스가 보이는 쪽으로 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분 말을 믿고 돌아가다 보니, 정말로 폭포공원쪽으로 가는 샛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안 다닙니다. 그리고 이내 길은 이런식으로 바위지대로 바뀌고, 과연 이길이 맞는 건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날은 덥고 물은 떨어져 가고 기진맥진해 졌습니다. 마침 <산초나무>가 보이길래 잎을 뜯어 코에 댔습니다. 산초의 강한 향기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더군요.
여차저차 네발로 기고 구르고 해서 폭포공원을 둘러싸는 녹색 펜스까지는 왔습니다. 이 펜스를 따라가면 용마폭포공원이 나올 겁니다.
그런데 경사가 점점 급해지고 길이 험해지더니, 마침내 높이 3미터 정도의 절벽이 나옵니다. 뛰어내릴까도 생각했지만 발목이 부러질 것 같습니다.
옆을 보니 밧줄이 이렇게 있습니다. 그런데 손이 닿질 않습니다. 약간 모자랍니다. 스틱이라도 가져갔으면 잡고 내려갈 수 있는데... 점프를 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한쪽은 절벽이고 한쪽은 로프로 점프해야 하고... 잠시 앉아서 생각을 했습니다.
마나님의 지인 중에서 산악회 회장을 하던 준프로 등산가가 있는데, 불암산에서 술먹고 내려오다가 실족하여 식물인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얼마전 돌아가셔서 장례식장도 다녀온 기억이 났습니다. 그 생각을 하니 어떤 모험도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리라도 부러지거나 혹은 더 심하게 머리라도 다치면,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그냥 죽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냥 되돌아 가기로 했습니다. 최악의 경우 용마산 정상까지 다시 돌아가자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다행이 되돌아가는 길에 사람 소리가 들리더 군요.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이 바위지대만 내려가면 등산로가 나오는 건 확실했습니다. 경사가 다소 급해서 두팔 두발을 써서 기어서 내려갑니다.
바닥에 엉덩이를 거의 붙이고 기어 가는데 뭔가가 엉덩이를 찌릅니다. 뒤를 돌아보니 <노간주나무>입니다. 평상시에 봤으면 반가웠을 나무지만 지금은 그냥 가시나무입니다.
예상대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편안한 등산로가 나왔고, 이 길을 따라 내려가니 금방 산 아래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산 아래 녹색 펜스 옆에 있는 표지판을 보고 뜨악했습니다. 등산로가 위험하여 폐쇄한다는 안내입니다. 이 표지판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한순간 오기를 부려서 절벽으로 뛰어내리기라도 했다면 제가 지금 이 글을 쓸 수나 있을까... 하고요. 산에서는 절대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격언을 미리 알았던 것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나중에 복기를 해보니 용마산 정상에서 제가 진행한 용마폭포 방향으로 내려오면 <면목 현대아파트>로 내려오는 거였습니다. 차라리 그리로 내려오는 게 더 나았을 겁니다. 그곳은 많이 다니는 등산로니까요. 저는 결국 아래 그림에서 초록색 경로로 온 것인데, 완전히 삽질한 거지요.
제대로 내려오려면 용마산 정상에서 폭포공원쪽이 아닌 <뻥튀기골> 방향으로 내려왔어야 했습니다. 그러면 중간에 <팔각정>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구계> 방향으로 틀어 내려오면 되었습니다. 뻥튀기골은 <용곡초등학교> 인근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쉽게 내려올 수 있는 길은 개고생하며 내려온 것이지요.
다리가 후덜거리지만 식구들이 기다리니 서둘렀습니다. 아침 8시에 산행을 시작했는데, 폭포공원에 도착하니 12시입니다. 거의 4시간을 헤매고 다닌거죠. 마침 폭포 가동시간인지라 멀리서 보이는 폭포가 제게 힘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사경을 헤멘지도 모르고 마나님은 카톡에 빠져 계시네요. ㅡ,.ㅡ 아들에게 아빠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냐면서 그간의 스토리를 풀어 놓았는데... 마나님은 끌끌 혀를 차면서 그러게 제대로 알아보고 다니지 하며 핀잔을 줍니다.
용마폭포공원은 늘 가동하는게 아니라 폭포 가동시간에 맞춰 온 것도 행운입니다. 아들과 함께 장관을 구경했습니다. 인공폭포 중에서는 전국 최대 규모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폭포는 5월부터 8월말까지만 운영하며 평일은 11시~12시, 15~16시에 하고 휴일에는 13시~14시에 추가로 운영합니다.
마음이 평온해져서 이제 밥 먹으러 갑니다. 이 폭포공원은 저도 처음 왔는데 꽤나 잘 꾸며 놓았더군요.
아까 아차산 생태공원 들머리에서 보았던 <어울림>이라는 식당으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 차로 가니 10여분 만에 도착하더군요. ㅡ,.ㅡ 어울림은 수육국밥이 메인 메뉴인데 너무 맛있어서 3일 안에 반드시 찾게 된다고 플랭카드에 붙어 있네요. 오른쪽 사진이 수육국밥입니다. 육개장 국물에 수육을 썰어 넣은거라고 보면 되는데 칼칼하니 맛이 괜찮습니다. 그런데 3일 안에 다시 찾지는 않았습니다.
식당 바로 위에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가 있어 커피 한잔 했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이런 전원카페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채롭습니다. 내부도 깔끔하니 좋더군요.
어쨌든 저 혼자 고생해서 아차산을 경험했고, 아들도 갈만하다는 결론을 내고 그 다음주 아들을 데리고 아차산을 갑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올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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