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다양한 드릴 비트의 종류

Wikipedia의 Drill bit 항목을 기초로 하여 목공과 관련된 내용을 추리고 내용을 보강하였습니다.  Wikipedia의 해당 항목은 다음 링크를 확인하세요.
http://en.wikipedia.org/wiki/Drill_bit

드릴 비트(drill bit)는 동그란 구멍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드릴 비트는 전기드릴/충전드릴이나 드릴 프레스에 장착되어 사용됩니다. 드릴 중에서 실제 드릴 비트를 물어서 고정시키는 부위를 척(chuck)이라고 합니다.


드릴 비트의 모양은 대부분 아래 모양과 비슷합니다. 드릴 비트는 대부분 나선형으로 홈(flute)이 파져 있는데 이는 절삭된 나뭇가루 (혹은 쇳가루)가 밖으로 잘 배출되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나뭇가루가 배출되지 않는다면 마찰이 심해져서 드릴 비트에 높은 열이 발생하고 드릴 비트가 부러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드릴링을 할 때 나뭇 가루가 잘 배출되지 않는다면 드릴을 수시로 위로 들어 올려 나뭇 가루를 빼내는 것이 좋습니다.



드릴 비트가 척에 물리는 부분을 샹크(shank)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드릴 비트는 그냥 원통형입니다. 하지만 육각형으로 된 샹크를 가진 드릴 비트도 종종 쓰입니다. 육각 샹크는 원통 샹크에 비해 잘 고정되기 때문에 큰 힘(torque)으로 드릴링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더 비싼 단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용도로는 원통 샹크도 큰 부족함이 없으나 드릴 비트가 헛돌거나 힘이 충분치 않다면 육각 샹크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목공을 할 때 드릴로 구멍을 뚫거나 보링(boring)하는 것은 매우 빈번한 작업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용도에 따라 다양한 드릴 비트의 종류들이 있습니다. 주로 금속에 사용하는 드릴 비트는 아래 사진의 가장 왼쪽에 있는 트위스트 드릴 비트(Twist Drill Bit)입니다. 하지만 이 비트가 나무에 대해서도 잘 뚫어지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이후로 나무에 구멍을 내는데 사용되는 드릴 비트의 종류에 대해 살펴 보겠습니다. 


브래드 포인트 비트 (Brad Point Bit)

브래드 포인트 비트(Lip and Spur Drill Bit라고도 불립니다)는 금속에 드릴링할 때 사용되는 트위스트 비트(Twist Drill Bit)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나무에 적합하도록 약간 개조되었습니다. 나무는 질긴 섬유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금속용 비트를 사용하면 깨끗하게 구멍이 뚫리지 않습니다.

브래드 포인트 비트는 두가지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가운데의 포인트가 연질의 나무에 찍혀서 비트가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금속용 비트와는 달리 삼지창 모양처럼 원둘레 방향에 날카로운 날이 서 있습니다. 이 날카로운 날이 질긴 섬유질을 끊어주는 역할을 하여 깨끗한 구멍을 뚫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이건 마치 끌질을 하기 전 그무개로 칼금을 넣어주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 브래드 포인트 비트가 목공용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므로 구경별로 구비를 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나비 비트 (Spade bit)

나비 비트는 구멍을 내기 보다는 보링(boring)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가운데 핀이 유난히 많이 돌출되어 있고 양끝에 돌출된 날이 나무를 깎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나비 비트는 주로 큰 직경의 보링을 위한 것이라 샹크에 비해 앞쪽 날의 직경이 큽니다. 그래서 부하가 많이 걸려서 드릴척에서 헛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비 비트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면 육각샹크로 된 것을 구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비 비트는 주로 8자 철물 자리를 파기 위한 얕은 보링용으로 사용됩니다.

스푼 비트 (Spoon Bit)

원통의 절반을 쪼개 형태여서 마치 숟가락과 비슷한 모양이라 스푼 비트라고 불립니다. 스푼 비트는 단순한 모양이라 만들기 쉬워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비트입니다. 선반 작업할 때 사용되는 가우지(gouge, 둥근 끌) 모양과 흡사하지요.

이걸로 구멍을 낼 때는 저항이 심하여 전동 드릴에 연결하여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주로 수동 드릴(hand brace)에 꽂아서 사용합니다. 그리고 주로 이미 뚫린 구멍을 넓히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요즘은 사용처가 많이 줄었지만 의자 만드는 장인들은 여전히 스푼 비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푼 비트의 단면을 비교적 자유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테이퍼링하거나 곡면으로 만들수도 있습니다.

윈저 체어(Windsor chair) 같이 환봉이 많이 사용되는 의자의 경우 환봉이 꽂히는 부분의 가공을 스푼 비트로 많이들 합니다. 



포스너 비트 (Fostner Bit)

포스너 비트의 이름은 이를 발명한 Benjamin Forstner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포스너 비트는 보링용으로도 훌륭하고 관통용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비교적 평평한 바닥면을 만들기 때문에 보링용으로 최적입니다. 다만 구멍을 파고드는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큰 힘을 수직으로 가할 수 있는 드릴 프레스에서 사용하기를 권장합니다. 


포스너 비트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싱크 경첩(Euro-style Hinge)을 위한 보링 작업입니다. 유럽에서는 MDF나 파티클보드로 싱크 문짝을 많이 만드는데 이들 소재가 나사못 유지력이 매우 약한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평철 형태의 경첩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대신 문짝에 35mm 정도의 직경으로 보링을 한 뒤 여기에 볼록한 형상의 경첩을 끼우면 수직 하중에 대해서 잘 견디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형식의 경첩을 유럽 스타일 경첩이라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사용됩니다.


MDF나 파티클보드는 날물을 매우 빨리 마모시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대량의 작업을 하려면 포스너 비트의 날 부분만 텅스텐 카바이드(Tungsten Carbide)로 덧붙인 형태의 것이 좋습니다.

홀쏘 (Hole Saw)

홀쏘는 드릴 비트의 일종이지만 원통형 둘레에 톱날 모양이 달려 있어 홀쏘라고 불립니다. 생긴 모양 그대로 톱날의 원리로 나무에 큰 구멍을 낼 수 있습니다. 가운데 일반 드릴비트가 고정되어 있어 홀쏘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홀쏘는 테두리를 톱으로 잘라내는 방식이라 잘려진 원판을 얻는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운데 드릴 비트에 의해 구멍은 나겠지만요. 그래서 장난감 자동차 바퀴를 만드는데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양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구멍을 낼 수만 있지 보링의 용도로는 사용하지 못합니다.

홀쏘를 사용해보면 의외로 큰 부하가 걸림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트위스트 드릴 비트와 같은 톱밥 배출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구멍을 따낼 안쪽으로 미리 톱밥이 빠질 구멍을 만들어주면 한결 쉽게 큰 구멍을 뚫을 수 있습니다.


홀쏘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방문의 잠금장치를 설치하기 위한 큰 구멍을 뚫는 경우 입니다.

오거 비트 (Auger Bits)

오거 비트는 비트의 가운데에 나사못 모양의 핀이 달려있고 깊고 넓은 톱밥 배출 홈을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가운데 달린 나사못은 나사못의 원리대로 오거 비트를 강한 힘으로 나무에 파고 들게 합니다. 그리고 큰 홈으로 톱밥 배출이 원할하게 이루어 집니다. 그래서 오거 비트는 구멍을 관통시켜야 하는 경우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드릴 비트입니다. 대신 보링의 용도로는 사용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드릴 비트 앞에 나사못이 달린 형태가 몇가지 있는데 이런 것들은 수동 드릴(brace)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앞의 나사못은 큰 힘을 가하지 않더라도 드릴 비트가 나무로 파고 들게 해주고 큰 홈은 톱밥을 쉽게 배출 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오거비트 역시 수동 드릴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운터싱크 비트 (Countersink Bit)

카운터싱크 비트는 원뿔 모양으로 보링하기 위한 비트로 주로 접시머리 나사의 머리를 끼우기 위한 홈을 파는 용도로 쓰입니다. 나사가 박힐 예비 구멍을 뚫은 후에 그 자리에 카운터싱크 비트로 접시머리가 들어갈 공간을 파주면 됩니다. 카운터싱크 비트를 쓰지 않으면 왼쪽 그림처럼 나사머리가 툭 튀어나와 모양도 안나고 다칠 우려도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은 아래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형태처럼 예비 구멍을 위한 드릴 비트와 접시머리를 위한 카운터싱크 비트를 결합한 형태의 것을 많이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중기리"라고 보통 얘기하지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이중기리의 드릴비트는 2.8~3mm 직경이고 카운터싱크 비트의 직경은 8mm 짜리를 많이 사용합니다. 위 그림보다는 더 깊이 파서 피스를 박은 뒤에 목심을 끼워서 피스를 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텝 드릴 비트 (Step Drill Bit)

스텝 드릴 비트는 한번에 다른 직경의 구멍을 뚫을 수 있는 비트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처럼 원피스커넥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두개의 다른 직경으로 구멍을 뚫어야 하고 나사머리까지 넣으려면 세번의 드릴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왼쪽과 같은 스텝 드릴 비트를 사용하면 한번에 이런 가공을 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합니다.


우드샤프를 만드는 분들은 4.0mm - 6.0mm - 6.8mm 로 이어지는 3단 드릴 비트를 사용하는데 이것 또한 스텝 드릴 비트의 일종입니다. 제작 공정이 복잡해서 가격이 비싸고 부러지기 쉬우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유니비트 (Unibit)

유니비트는 아래 사진과 같이 원뿔 모양의 드릴 비트로 주로 얇은 철판이나 합판의 구멍을 내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유니비트를 얼마나 집어 넣느냐에 따라 뚫리는 구멍의 직경이 달라진다는 특징이 있어서 드릴 비트를 교체하지 않고 다양한 직경의 구멍을 뚫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CNC에 물려서 기판이나 플라스틱 박스의 구멍을 가공하는데 사용됩니다.


센터 드릴 비트 (Self-Centering Drill Bits)

경첩을 달아 보셨다면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 저도 경첩 달면서 여러번 나사를 풀었다 죄었다를 반복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문제는 아래 사진처럼 경첩의 나사못 구멍의 정중앙에 예비구멍을 뚫어야 나사를 죄고 나서 경첩이 틀어지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첩은 접시머리 나사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어 더욱 더 정확하게 구멍을 뚫지 않으면 애초 계획했던 곳에서 약간 틀어진 곳에 경첩이 고정됩니다.


이 어려움을 한방에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센터 드릴 비트입니다. 센터 드릴 비트는 경첩의 구멍에 맞도록 되어 있는 껍데기 안에 예비구멍을 뚫기 위한 드릴비트가 숨겨져 있는 형태입니다. 센터 드릴 비트를 경첩의 구멍에 밀착시키고 드릴을 누르면 경첩 구멍의 정중앙에 구멍을 낼 수 있습니다. 

경첩을 빈번하게 다는 분이나 경첩 다는데 두려움이 있으신 분들은 장만해두면 좋습니다.


서클 커터 (Circle Cutter)

서클 커터는 판재에 큰 구멍을 내기 위해 사용됩니다. 가장 큰 특징은 파낼 구멍의 크기를 조절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가운데 축에 있는 볼트를 이용하여 커터날의 위치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양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그리 효율적이지는 않은 메카니즘입니다. 일단 핸드 드릴로 작업하기는 어렵고 반드시 드릴 프레스에서 사용해야 하며 원을 따내는 속도도 천천히 해야 합니다.

큰 원을 따내야 한다면 써클 커터 보다는 아래 사진과 같이 라우터와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지그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재미삼아 보는 얘기

얼마나 작은 크기의 드릴 비트가 있을까요? 목공용으로는 주로 2.5mm 이하의 드릴 비트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래 사진과 같이 0.3mm 드릴 비트도 존재합니다. 주로 모형을 만드는 분들이 사용하겠지요.

드릴 비트로 사각형의 구멍을 뚫을 수 있을까요? 뢸로 삼각형(Reuleaux Triangle)이라는 원리를 이용하여 사각형의 구멍을 뚫는 드릴 비트가 있습니다. 아래 오른쪽 그림처럼 삼각형을 약간의 편심을 주어 회전시키면 사각형의 궤적이 생긴다는 원리입니다.

실제 날물로 만들기 위해서 불필요한 살을 걷어내고 날카롭게 만든 것이 왼쪽의 모양입니다. 그리고 편심을 주기 위해 샹크와 드릴 비트의 중심이 약간 어긋나 있습니다. 편심이 있어 굉장한 부하를 받기 때문에 미리 원형의 구멍을 낸 뒤에 사각형 구멍을 만들기 위해 살을 걷어내는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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