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아마츄어들도 어딜 나가면 엄청난 양의 사진을 찍습니다. 개중에는 우연히(?) 멋지게 나온 사진들도 있지만, 촛점이 잘못된 사진, 노출이 잘못된 사진, 아이가 움직여 얼굴이 뭉개진 사진 등 맘에 들지 않는 사진이 반은 넘을 겁니다. 놀러갔다 와서 이 많은 사진들 중에서 잘 찍힌 사진과 잘못 찍힌 사진을 골라내는 것도 큰 일입니다.
이런게 귀찮은 아마츄어 사진가들을 위해 구글+에 "스토리"라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구글이 밝히고 있습니다. 스토리 기능은 일련의 사진들에서 잘 나온 것들을 알아서 추리고 이를 시간 순으로 배치하며 위치 정보까지 접목하여 실감나는 스마트 사진 앨범을 만들어 줍니다. 긴 말 필요없고 이 링크를 클릭하여 구글+ 스토리 예제를 보시기 바랍니다. 요즘 트렌드인 좌우스크롤 컨텐츠 입니다.
저는 구글+ 스토리가 생긴다는 소식을 알지 못했는데 어느날 스토리가 추가되었다는 구글 알림이 전해 졌습니다. 지난 5월에 경남 고성에 다녀온 사진들이 하나의 스토리로 엮여서 만들어 졌습니다.
이 스토리의 표지를 넘기니 이렇게 지도가 나옵니다. 서울에서 경남 사천으로 이동했다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줍니다. "오~ 신기한데?"라고 탄성을 질렀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떻게 구글이 저의 위치를 알아낸건지 의문이었습니다. 업로드한 사진에 GPS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도 아닙니다. 그냥 컴팩트디카로 찍은 사진을 올렸는데 어떻게 사진이 찍힌 위치를 아는걸까요?
그 비밀은 구글의 위치정보 서비스에 있습니다.
Google 위치정보 서비스
위치정보 서비스(Location-Based Service, LBS)는 오래전 2G 이동통신 시절부터 존재했던 서비스입니다. 이동통신 단말은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기지국 중 하나에 접속해야 통신이 가능합니다. 보통은 가장 가까운 혹은 가장 감도가 좋은 기지국에 연결합니다. 최초의 단순한 위치식별 방법은 가장 가까운 기지국의 위치로 가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할 경우 오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동단위로 위치를 특정하곤 했습니다.
위치를 식별하기 위한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해서 실용적인 수준까지 오차가 줄어 들었습니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식은 TOA(Time of Arrival)라는 기술로 단말기에서 접속이 가능한 기지국(Base Station) 3개를 선정해서 각 기지국과 단말기 사이에 전파가 왕복하는 시간을 측정하여 거리를 산출합니다. 이렇게 세 점으로부터의 거리가 산출되면 단말기의 위치를 제법 정확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전파의 도달시간이라는 것은 전파를 가로막는 장애물과 그의 매질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도심에서는 그리 정확치 않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었습니다. 그것들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알아보도록 하죠.
어쨌든 2000년에 설립된 미국의 Dodgeball이라는 회사는 위치정보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2005년 구글이 이 회사를 인수하고 위치정보 서비스를 구글맵 서비스와 결합시킵니다. Dodgeball에 기반한 서비스는 2009년에 문을 닫고 이후 구글 래티튜드(Google Latitude)라는 이름으로 위치정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2015년 여름에 구글은 로케이션 히스토리를 한층 더 다듬어 타임라인(Timeline)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개편했습니다. 예전에 비해 더 깔끔하고 매력적인 UI를 제공하고, 구글 포토스(Google Photos)와도 연동되어 위치와 사진을 같이 보여줍니다.
타임라인의 웹 주소는 https://www.google.com/maps/timeline 이며, 구글맵 스마트폰 앱 최신 버전을 받으면 메뉴에 "내 타임라인"이 보입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에서도 자신의 과거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하라는 창이 나오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사용된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해 보십시요. 그러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올 겁니다. 놀랍게도 당신이 오늘 다녔던 곳이 지도에 표시될 겁니다. 달력에서 날짜를 찍으면 과거에 어디를 돌아다녔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왼쪽 아랫부분의 타임스탬프를 클릭하면 몇시에 어디에 있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구글 래티튜드 서비스는 종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로케이션 히스토리 기능은 여전히 동작합니다. 구글+에서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찍은 사진을 구글+에 올리면 사진에 포함된 EXIF 정보에서 사진을 찍은 시각을 추출합니다. 그 시각과 로케이션 히스토리에 저장된 위치를 연결시키면 구글+ 스토리에서 봤던 위치와 사진을 맵핑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앞서 봤던 저의 구글+ 스토리에서 서울에서 사천가는 애니메이션은 그날 로케이션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만들어 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구글은 우리의 위치정보를 모으고 있으며, 우리가 구글에 올리는 컨텐츠의 시간 정보와 연결시켜 더 가치있는 매쉬업 컨텐츠를 만들어 줍니다. 어찌보면 귀찮은 일 해줘서 편한데, 어찌보면 좀 무섭습니다.
로케이션 히스토리도 구글+의 사진들도 모두 Open API가 제공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참신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알리바이가 필요할 때 유용하다
로케이션 히스토리를 열어놓고 과거로 돌아가 돌아다녔던 흔적을 보는 재미가 꽤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유용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업체에 출장을 나갔는데 그게 몇일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 로케이션 히스토리를 통해 날짜를 정확히 알아낸 적도 있습니다.
혹시 모르지만 당신의 알리바이가 필요할 경우에도 유용합니다. 특정시간에 어디에 있었는지를 로케이션 히스토리를 통해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아, 물론 당신의 스마트폰의 위치입니다. 그리고 개별 위치 정보를 삭제할 수는 있지만 임의로 추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조작도 어렵습니다.
제 로케이션 히스토리를 열어놓고 날짜를 되짚어 가보니... 거의 대부분 이런 패턴이군요. 집에서 회사, 회사에서 집,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한 반복입니다.
구글이 위치정보를 수집하지 못하게 하기
구글이 내 위치정보를 수집하는게 기분나쁘고 필요없다면 스마트폰 옵션을 통해서 위치정보를 수집하지 않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설정"으로 들어가 "계정" 섹션의 Google을 선택합니다. 다음 화면에서 "위치"를 선택합니다.
다음 화면에서 "Google 위치 정보 전송"을 선택하면 다음 화면에서 "위치 정보 전송"과 "위치 기록"을 설정할 수 있는 화면이 나옵니다. 이 둘을 모두 OFF로 하면 됩니다.
각 메뉴로 들어가서 on을 OFF로 바꾸어주면 더이상 구글로 위치가 전송되지 않습니다. 이미 전송된 로케이션 히스토리를 모두 지우려면 "위치 기록 삭제"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설정이 되어 있다는 것이 좀 찜찜하기는 합니다. 개인정보에 민감한 미국에서 이런 서비스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의문이네요.
프라이버시가 지킬지 자신의 위치정보를 쌓아놓고 활용을 할 지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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