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5월 21일 수요일

슬라이딩 책꽂이 만들기

제가 한동안 목공을 하지 못하면서 베란다 한켠에 쌓여있던 나무들이 꽤나 보기 거슬렸나 봅니다. 마눌님의 잔소리가 잊을만하면 계속 됩니다. "목공 안할거면 다 갖다 버린다~"

하여... 작업하다가 남은 나무들을 어떻게 소진하느냐 계속 고민을 하던 중, 마침 어린이날도 되고 해서 아이에게 선물로 뭔가를 만들어 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뭘 만들어 줄건가를 인터넷 검색을 하며 찾다가... 드디어 아이템을 발견했습니다.

이름하여 "만능책꽂이" ~ 오픈마켓에서 "만능책꽂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판매되고 있습니다. 근데... 가격이 너무 쌉니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고무나무로 만들어진 제품이고 베트남산입니다. 구조는 단순한데 책꽂이의 폭을 조절할 수 있어서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만들어 어린이날 선물로 때우려고 합니다.

이름은 직관적으로 "슬라이딩 책꽂이"로 하겠습니다.








슬라이딩 책꽂이 설계 

설계에 앞서 베란다 한켠에 쌓여있는 판재와 각재들의 재고조사를 했습니다. 남아있는 자재들은 대부분 침대 만들고 남은 SPF 구조목 판재들 이더군요. 쓸만한 것 중에서 235mm x 500mm x 19t 두개와 285mm x 500mm x 19t 하나를 골라서 만들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에 맞게 설계를 다음과 같이 했습니다.

북엔드 역할을 할 판재는 235mm 폭 판재를 250mm 길이로 잘라서 네개를 확보합니다. 그리고 좁은 폭의 500mm 길이 각재 7개가 추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것은 285mm 판재를 대략 45mm 폭으로 5개를 켜고, 30mm 폭으로 두개를 켜서 만듭니다. 500mm 길이를 켜는 것은 손 톱으로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톱가이드를 만들게 되었고, 이는 지난 주에 소개드렸 더랬습니다.


이 책꽂이는 색깔로 구분된 두개의 모듈로 구성됩니다. 이 두개의 모듈이 끼워져 있는 형태지요. 아래 그림은 뒷면을 표시한 것인데 빨간색 동그라미로 된 부분은 북엔드와 뒷지지대를 나사못과 본드로 단단하게 결합한다는 뜻이고, 파란색 동그라미는 그냥 홈에 끼워져 있는 형태입니다.

홈은 끼워지는 판재보다 2mm 정도 더 넓은게 좋습니다. 그래야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아랫쪽을 보면 안쪽 레일인 노란색 레일이 바깥쪽에 밀착되는 것이 좋습니다.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된 부분은 2~3mm 정도 유격을 두고 나머지는 좀 띄워 놓는 것이 유격도 적당하고 움직임도 부드럽습니다. 


두개의 모듈을 별개로 만들어 버리면 조립을 하지 못합니다. 하나의 모듈만 완성하고 칠은 다 한 후에 나머지 모듈을 끼우면서 조립하는 형태로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제작기 들어갑니다.

재료의 준비

톱가이드 소개에서 이 과정이 일부 소개되어 있습니다. 285mm x 500mm x 19t 판재를 45mm 폭 5개와 30mm 폭 2개로 켜는 작업을 먼저 합니다. 조기대를 설정하고 톱가이드로 살살 길을 냅니다. 이때 톱날은 대략 판재의 절반 정도를 자르는 정도로 내밉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전체적으로 톱길을 내줍니다. 톱가이드와 조기대를 이용하였으므로 직선으로 잘 나왔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등대기톱으로 직접 해결합니다. 이미 10mm 정도의 톱길이 나와 있기 때문에 톱이 춤추지 않고 깨끗하게 켤 수 있습니다.


북엔드로 사용할 235mm x 500mm x 19t 판재 두개는 정확히 반을 갈라서 자릅니다. 역시 톱가이드를 이용하여 자릅니다.


이렇게 하여 재료가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사진 몇장으로 보이지만 손 톱으로 하는 이런 준비작업은 사실 몇시간이 걸립니다. 테이블쏘가 참 많이 아쉽습니다.


게다가 손 톱으로 작업한 절단면은 그리 깨끗하지도 않습니다. 회전운동을 하는 원형 톱날로 자를 경우 깨끗한 절단면을 보여주지만, 직선 왕복운동으로 켜기를 할 경우 섬유질이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다소 거친 면은 대패로 깨끗하게 다듬어 줍니다. 


대패로 다듬고 나면 아래 사진과 같이 매끈한 절단면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판재의 폭이 다소 줄어들게 됩니다.


북엔드의 한쪽 모서리를 둥글게 따내는 작업입니다. 반지름을 대략 100mm 정도 잡았습니다. 이 정도 되는 그릇을 찾기 위해 부엌을 뒤집니다. 이 스텐볼이 딱 100mm 반지름이네요. 이 스텐볼을 엎어놓고 연필로 금을 긋습니다.


등대기톱을 이용하여 곡선과 근사하게 직선으로 따 냅니다. 능력껏 최대한 여러번 따내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정도 비슷하게 따내어 졌다면 이제 사포질을 할 차례입니다. 80방 정도의 거친 사포로 각진 부분을 갈아내면 얼추 패턴을 놓고 라우터로 따낸 것 마냥 곡선을 따낼 수 있습니다.


책꽂이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판재들은 거의 일년 동안 베란다에서 햇빛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황변(Yellowing)이 심하게 되었습니다. 황변은 표면에만 발생하므로 한꺼풀 벗겨내면 원래의 뽀얀 속살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샌딩으로는 하세월이고... 대패로 거칠게 한꺼풀 벗기고 최대한 다듬은 다음, 캐비넷 스크래퍼를 이용하여 대패의 단차를 깨끗하게 정리해 줍니다. 필요하다면 샌딩을 해도 됩니다.

저는 전에 사 둔 0.8mm 스크래퍼를 사용했는데... 너무 두꺼워서 휘기가 어렵더군요. 제 힘을 너무 과신했나 봅니다. 0.6mm 스크래퍼를 새로 주문 넣어야 겠습니다.


이렇게 대패/스크래퍼/사포로 깨끗하게 다듬으서 재료를 모두 준비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재료를 모두 준비해 놓고 찍는 사진을 좋아합니다. ^^ 


조립과 마감

아까 설계도에서 보셨듯이 북엔드의 뒷쪽에 한개 혹은 두개의 홈을 파야 합니다. 네개의 북엔드를 바닥을 기준으로 정렬한 다음 뒷쪽에 들어갈 지지대의 폭을 기준으로 금을 그어 줍니다. 자른 판재의 직각이 맞지 않아 약간 들쑥날쑥한 것이 아쉽네요.


그어진 금을 기준으로 등대기톱으로 파낼 부분의 양쪽을 톱질합니다. 


먼저 한쪽에서 끌로 따낼 부분을 V자 모양으로 파냅니다. 


그리고 뒤집어서 아래 사진과 같이 조각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V자로 파냅니다. 따내고 난 홈의 거친 부분은 끌로 깔끔하게 정리해 줍니다.


홈을 다 팠으면 조립할 차례입니다. 먼저 설계도 상의 초록색 모듈인 아래 받침이 3개인 모양을 조립합니다. 북엔드 밑바닥을 위로 보게한 상태에서 작업대 바이스의 상판과 밑바닥의 높이를 맞추어 고정합니다. 접착부에 본드를 바르고 아래 받침 판재를 직각이 되도록 고정한 다음 피스로 고정합니다.


피스는 두개씩 박는 것이 비트는 힘에 버틸 수 있어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초록색 모듈이 조립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설계도 상의 노란 모듈인 받침대 두개인 부분을 조립합니다. 역시 북엔드를 작업대 바이스에 고정하고 본드+피스로 고정합니다. 이때 바깥쪽의 유격을 좀 좁게 해야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저는 0.8mm 스크래퍼를 간격재로 사용했는데... 수작업이라는 점과 판재의 직선도에 문제가 있어... 서로 간섭이 생기게 되더군요. 그래서 저는 2~3mm 정도의 간격을 줄 것을 권해 드립니다. 


어쨌든 이렇게 한쪽 북엔드를 마저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립을 시험해 봅니다. 


이제 마감에 들어갑니다. 받침대가 세개인 모듈은 연두색으로 칠할 것이고, 받침대가 두개인 모듈은 투명으로 할 것입니다. 먼저 양쪽 모듈 모두에 투명 스테인을 발라 줍니다.

명스테인을 바르는 이유는 투명스테인에 들어있는 약간의 수지 성분이 소프트우드의 밀도 편차를 감쇄시켜 유색 스테인을 바를때 생길 수 있는 얼룩(Blotching) 현상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또한 투명스테인에 포함된 자외선 차단제로 변색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연두색 스테인은 다이소에서 산 소용량 패키지입니다. 


수성 스테인은 매우 빨리 마르기 때문에 바르기가 좀 까다롭습니다. 정석은 여유있게 붓듯이 발라서 증발 속도를 최대한 늦춘 다음 깨끗한 헝겊으로 표면에 남아있는 잉여 스테인을 깨끗이 닦아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 보니 거의 색이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스테인은 염료(dye)가 없고 안료(pigment)만 있는 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스테인의 양도 얼마되지 않고 닦아내면서 바르는게 번거로워서, 닦아내지 않고 그냥 붓으로 페인트 바르듯이 두껍게 발랐습니다. 안료와 수지가 든 스테인은 실제로 페인트처럼 두께감도 있고 진한 색으로 채색이 되더군요. 두어시간 말린 후에 가벼운 샌딩으로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초록색 모듈이 완성되었으므로 나머지 조립을 진행합니다. 받침대 두개를 가진 모듈을 끼운 뒤 북엔드에 고정시키면 끝입니다. 


마지막으로 뒷쪽에 지지대를 본드와 피스로 결합하면 됩니다. 이제 완성 되었습니다. 


완성과 아쉬운 점

완성된 후 아이에게 어떻게 동작하는 건지 보여주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최대로 벌린 것 입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끝까지 벌릴 수 있어야 하지만, 아까도 언급했듯이 아래 레일의 유격을 겨우 0.8mm로 주었고 불행히도 완벽한 직선/평행도 아니어서 저정도 벌리면 간섭이 생겨 더 이상 벌어지지 않더군요. ㅡ,,ㅡ 그래서 레일의 간격을 2~3mm 정도 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접히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만든 3단 책장 위에 놓았습니다. 집안에 채색한 가구가 거의 없는데... 투박하나마 연두색 포인트가 있으니 생각보다 예쁘네요. 아이도 좋아해서 다행이구요. 사실 책꽂이라는게 길이를 늘이고 줄일 일이 뭐 얼마나 있겠냐 싶습니다. 하지만 간단한 구조로 크기 조절이 가능하게 한 아이디어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다음 번에는 염료(dye)를 이용하여 채색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은근히 채색하는게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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