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코스 설명
저희는 서대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서대문은 현재 터만 남아 있습니다. 서대문에서 사직근린공원까지는 주택가를 통과하는 길입니다. 사직근린공원 구간은 완만한 공원 산책로 정도인데 이내 가파르게 인왕산을 오르게 됩니다. 인왕산 정상부의 조망을 즐기다가 성곽을 따라 창의문으로 내려서면 됩니다. 창의문까지 내려서는 길은 창의문 건너편 숙정문에서 내려오는 길에 비하면 수월한 편입니다.
다만 인왕산을 오르는 길은 약간의 암반 구간이 있어서 등산화나 생고무 바닥이 달린 운동화를 신는게 좋겠습니다. 성곽길에서 외국인들을 꽤 많이 볼 수 있는데, 인왕산 정상에서 짧은 치마에 샌달을 신고 올라온 젊은 외국인 여자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도대체 관광 안내문에 어떻게 써있길래 저런 위험한 차림으로 왔는지... 걱정입니다.
이곳도 군인들이 지키고는 있지만 숙정문 구간처럼 신분증을 맡길 필요는 없고, 사진 촬영에 대해서도 그리 민감하지는 않더군요.
코스 시작은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시작합니다.
여기서 강북삼성병원을 끼고 왼쪽으로 틀어 화살표 방향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조금만 가다보면 이렇게 오른쪽으로 성벽을 조성해 놓은 것이 보입니다. "홍난파 가옥"이라는 안내도 있구요. 이 성벽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됩니다.
이 일대가 지금 대규모 재개발 공사 중입니다. 휴일인데도 공사를 하는지 역겨운 시멘트 가루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단속이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 앞에 멀리 보이는 산이 인왕산입니다. 너무 멀어 보여서 좀 걱정입니다. 어쨌든 성벽을 따라 계속 가면 됩니다.
곧 조그만 공원에 이르는데, 여기가 "월암근린공원"입니다.
이 표지석에서 멀지 않은 곳에 파란색 화살표 방향으로 홍난파 가옥이 있습니다. 홍난파 가옥을 구경한 다음에는 빨간 화살표의 계단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이 홍난파 가옥은 1930년대에 독일 선교사가 지은 붉은 벽돌집인데, 홍난파가 마지막 6년 동안 지내면서 많은 곡을 지었다고 합니다. 홍난파 가옥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개관한다고 하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일에 찾을텐데... 좀 아쉽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오면 이렇게 밖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홍난파는 <고향의 봄>, <오빠 생각> 등의 수많은 동요를 만들었던 분이지요. 일제시대에는 안창호와 함께 수양동우회 활동을 하다가 옥고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감옥에서 병이 깊어 어쩔 수 없이 일제에 협력하겠다고 전향서를 쓰고 나왔으며, 그 이후 얼마 안되어 돌아 가셨습니다. 혹자는 홍난파가 친일파였다고 비난합니다만 이런 사정이 있었음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홍난파 가옥을 찬찬히 구경했으면 아까 그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거기서 다시 성벽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곽길 안내 표지판도 볼 수 있습니다. 아래 화살표 방향으로 성벽의 흔적을 따라 계속 가면 됩니다.
이후로 약간의 주택가가 이어지는데 아래 사진처럼 성곽길 표지를 잘 보고 따라가면 됩니다.
이렇게 생긴 건물과 인왕산, 사직공원으로 가는 표지판이 보인다면 제대로 가고 있는 겁니다. 여기는 사직터널의 윗부분입니다.
위 건물을 지나면 사직터널 위를 지나는 소로가 나옵니다. 왼쪽에는 성벽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 앞에 마지막 편의점이 있으니 거기서 필요한 물품들을 보충하기 바랍니다.
곧 이렇게 생긴 "인왕산 입구" 즉 "사직근린공원"에 도착합니다. 계속 진행하려면 성벽을 따라 빨간 화살표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그리고 파란 화살표 방향으로 100미터 정도 가면 "종로문화체육센터"가 있는데 용무가 급하면 여기서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전체 코스에서 딱 하나 뿐인 화장실입니다.
참고로 여기에 5번 마을버스가 오는데 우리가 출발했던 강북삼성병원에서 온 겁니다.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와도 되지만 운치있는 길이므로 걸어오는게 좋습니다.
여기 지도를 보고 현재 위치를 파악합니다. 여기까지 대략 1km 남짓 걸어 온 겁니다.
인왕산 입구 - 인왕산 정상
사직근린공원 내의 길은 완만한 경사에 분위기 좋은 길입니다. 수풀도 우거지고 매우 쾌적합니다. 이날따라 날씨가 좋고 시야가 탁 트여 상쾌하더군요.
중간에 경관조망 장소라고 나오는데 나무에 가리고 지대가 높지 않아 보이는 건 별로 없습니다.
성벽을 따라 정말 아름다운 길이 이어집니다. 외국의 리조트에 온 거 같습니다.
이런 풍경입니다. 좋지요? 별천지입니다.
조금 더 가다보면 이렇게 소로와 만나는 지점이 나옵니다. 인왕산으로 올라가려면 빨간 화살표를 따라 성벽 안쪽길 계단으로 올라 가면 됩니다. 파란색 화살표로는 좁은 찻길인데 쭉 가면 새로 조성된 "수성동 계곡"이 나옵니다. 수성동 계곡도 조만간 가볼 예정이라 그때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참 쉬운 길이었는데 이 계단이 참 가파릅니다. 길이도 제법 되구요. 아이를 독려하면서 올라갑니다. 땀이 삐질삐질 납니다.
계단의 끝에서 잘생긴 아까시나무와 철조망을 만나게 됩니다. 아이가 철조망을 보고는...
"아빠, 저기가 북한이야?" 이럽니다. ㅡ,,ㅡ 이거 설명하느라 좀 힘들었습니다.
급한 계단을 지나면 성벽을 따라 완만한 경사가 길게 이어집니다.
특이하게 생긴 바위가 저 멀리 보입니다. 굴러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이 구간을 가면서 가끔씩 뒤를 돌아다 보세요. 조망이 참 좋습니다.
성벽을 넘어갈 수 있는 계단이 나오는데, 앞에 보이는 멋진 바위들로 가는 길이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계단 위에서 아이가 한강을 내다보며 63빌딩이 보인다며 좋아합니다.
잠시 쉬었다가 또 길을 나섭니다. 이제부터 약간 경사가 심해집니다.
여기서 산 봉우리가 두개 보이는데 오른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인왕산 정상입니다. 저기까지 가야 합니다.
계단이 세개로 갈라지는 부분인데 왼쪽 두개는 경사가 급하고 위험하니 오른쪽으로 가라는 안내입니다. 그런데 어차피 같은 지점에 도착하는 거라... 조삼모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급한 계단의 끝 부분에 저런 나무가 있습니다. 철조망을 보고 아이가 또 "저기가 북한이야?"하고 묻습니다. ㅡ,,ㅡ
이 지점부터는 다른 성곽길에서는 볼 수 없는 바위지대입니다. 철제계단과 로프 난간이 있긴 하지만 암벽을 걷는 것이라 아이를 단단히 주의시켜야 합니다. 혼자 뛰어다니게 하지 말고 꼭 손을 잡고 가세요.
아까 눈앞에 보이던 바위에 올라 섰습니다. 아이가 장난치지 않도록 주의를 줍니다.
서울 중심부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시원합니다. 정말 복받은 날씨입니다.
약간의 내리막 뒤 본격적으로 인왕산 정상으로 가는 길입니다.
여기서는 서울의 서북부 지역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직까지는 열심히 잘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인왕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 또한 암벽지대라 주의를 요합니다. 특별히 위험하다기 보다는 아이가 장난을 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를 파내어서 계단을 만들었는데... 이래도 되나 싶습니다. 어쨌든 이 돌계단을 오르면 거의 다 온 겁니다.
이곳 정상 부근에서 좀 쉬기로 합니다. 그나마 여기가 그늘이 좀 있어서... 성곽길은 전체적으로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라 햇빛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여름에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한 아들입니다. 얼마전에 더 어려웠던 혜화문-창의문 구간을 걸어서인지 별로 힘들어 하지는 않네요. 날씨가 좋아서 많은 분들이 인왕산을 찾았습니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보입니다.
인왕산 정상 - 청운공원
간식을 챙겨먹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인왕산 정상으로 올라갔는데 특별한 표지석은 없더군요. 그런데 정상부에서 이렇게 길이 막혀 있습니다. 허걱입니다. 그곳에 마침 군인 아저씨가 있어 물어보니 길을 안내해 주더군요. 약간 내려가서 비껴가야 한다구요.
올라오면서 봤던 "미끄럼 주의"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더군요. 말그대로 미끄럼에 주의해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하산길입니다.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수월한 길입니다.
저 거대한 바위 밑으로 지나가야 하는데 쫌 무섭더군요.
내려서면서 멀리 북한산이 훤히 보입니다. 장관입니다. 저 앞 바위는 기차바위로 추측됩니다.
이건 인왕산을 상징하는 "치마바위" 같습니다. 시내에서 인왕산 방향을 보면 이 치마바위가 빤히 보이지요.
하산길의 경사가 좀 급하긴 합니다. 아이의 손을 꼭 잡으시구요. 하지만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이 계단에서 북한산성과 연결되는 홍지문으로 가는 길이 갈립니다. 이 길도 다음에 와 볼 생각입니다.
잠깐 성벽 바깥으로 나가게 되는데 이곳의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인왕산 길의 성벽들은 거의 다 새로 조성된 것들인데 여기에는 오래된 돌들이 있습니다.
이 곳 계단이 거의 막바지인데... 여기서 꽤나 쉬었습니다. 힘들어서 쉬었다기 보다는 아름다운 경치를 벗어나기 싫어서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하며 삼십분 정도 즐겼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계단을 내려섭니다. 바깥을 내다보면 사람사는 집들이 가까워집니다.
차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속세로 들어선 것이지요.
드디어 차도로 내려 섰습니다. 반대로 오려면 이 계단을 따라 오르면 되겠지요?
청운공원 - 효자동 마실
짧은 차도 구간을 지나면 청운공원에 닿습니다.
안전한 걷기 여행을 축하해 주는 듯 산수국이 활짝 피어 우리를 반깁니다.
앞에 정자가 보이길래 쉬어 갈려고 했더니 사람들이 가득이네요.
"인왕산에서 굴러온 바위"라는 재밌는 이름의 작품입니다. 주위에서 돌을 주워 올려 놓아달라고 안내되어 있네요. 아이도 돌 하나를 올려 놓았습니다.
계속해서 내려가면 버스가 다니는 찻길이 나옵니다. 찻길 바로 앞에 "윤동주 문학관"이 있는데 잠깐 들러보세요.
윤동주 선생이 한때 이곳 서촌 마을에 살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하네요. 입장료는 없는데 사진 촬영은 대부분 안됩니다. 화장실도 있습니다.
원래 이곳은 가압 펌프장이었는데 폐쇄된 것을 고쳐서 문학관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선유도 공원과 비슷한 컨셉입니다. 유일하게 촬영이 허용되는 이 공간이 참 마음에 드네요.
밖으로 나가 계단을 타고 언덕을 오르면 "바람의 언덕"이라고 있습니다.
이 일대가 조선시대에는 서촌이라고 했고 지금은 세종대왕이 태어난 마을이라 해서 "세종마을"이라고 불립니다. 걷기 코스도 개발되어 있구요. 이곳도 조만간 훑어볼 생각입니다.
일단 윤동주 문학관 앞에서 버스를 타고 "통인시장" 앞에서 내렸습니다. 여기 통인시장의 "기름떡볶이" 맛을 보려고 했지요.
사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던 총각 시절 자취를 하던 곳이 바로 통인시장 인근 한옥이었습니다. 그래서 통인시장에 종종 들러 떡볶이를 사먹곤 했었죠. 마눌님과 연애할 때도 몇번 왔었구요. 그때 생각이 나서 아이에게 맛이나 보여주자며 온 것인데...
맙소사! 이 조그만 시장에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습니다. 사실 지난 2월 존 캐리 미 국무장관이 한국에 왔을 때, 성김 대사가 존 캐리를 데리고 통인시장에 와서 기름떡볶이를 맛보게 했다는 게 언론에 나와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죠. 그리고 이곳이 엽전 시스템을 채용하면서 TV에 여러번 소개되기도 했구요.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나 사람이 많을 줄 몰랐습니다. 당분간 기름 떡볶이는 잊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ㅡ,,ㅡ
제가 이 동네에 살았던게 1996년 즈음이었으니 무려 20년만에 와 본 것이네요. 참 많은 것이 바뀌었더군요. 이곳이 관광지가 되었는지 개성있는 음식점과 카페들도 많이 생겼네요. 그 중에 이 곳 "통인동 커피공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서는 원두를 직접 선별하고 볶아서 커피를 내리더군요. 역시나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참을만한 정도였습니다. 커피 역시나 기대 이상이더군요.
이렇게 해서 서대문에서 창의문에 이르는 성곽길 걷기와 통인동 마실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로서 서울의 성곽길을 모두 걸은 셈입니다. 물론 남산에서 서대문에 이르는 구간은 걷지 않았지만 그 구간은 도심이라 생략했습니다.
식구들에게 지금까지 걸었던 성곽길 중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물어보니까 마눌님이나 아이나 모두 이 날 걸었던 인왕산 성곽길을 꼽더군요. 저 또한 동의합니다.
성곽길 정리
마지막으로 각 성곽길 구간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장충동 - 남산 N타워 : 난이도 하, 접근성이 좋고 매우 어린 아이도 갈 수 있는 편안한 길입니다. 남산 전기버스를 타고 N타워 가는 재미도 좋습니다. 내려올 때 남대문시장에 들러 맛있는 것 사먹어도 좋습니다.
2.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 혜화문 : 난이도 하, 볼거리가 많은 길입니다. DDP, 이간수문, 성곽박물관, 이화동 벽화마을, 낙산공원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고 길도 편안합니다. 너무 볼거리가 많아 산만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3. 혜화문 - 삼청공원 : 난이도 하, 한적하게 숲길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안전하고 쉬운 길입니다. 서울 북쪽을 바라보는 조망이 좋고 깊은 숲 속을 걸을 수 있습니다.
4. 혜화문 - 창의문 : 난이도 중, 최고의 숲길이고 전망도 좋습니다만 길이가 깁니다. 어린 아이들은 힘들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갈 수만 있다면 꼭 가보라고 권합니다.
5. 서대문 - 창의문 : 난이도 중,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탁트인 전망이 좋습니다. 암반지대이므로 아이가 장난치지 않도록 유의하고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신어야 합니다. 하산 후 통인동 일대를 마실하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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