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5월 14일 수요일

톱가이드와 조기대 만들기

왜 톱가이드가 필요했는가?

베란다에서 취목하시는 분들의 가장 큰 소망은 소음과 진동없이 정재단하는 걸 겁니다. 인터넷에서 정재단하여 나무를 판매하는 곳도 있지만, 작업 과정에 즉각적으로 재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집에 있는 자투리를 활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직으로 드릴링 하는 거야 연습이나 간단한 지그를 통해 어느 정도 커버가 되지만, 직각 정재단은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하다 못해 직쏘도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돌리지 못합니다. 하물며 플런지쏘나 원형톱 혹은 소형 테이블쏘 등은 언감생심이지요.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조인트메이커(Jointmaker)"라는 제품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이게 물건이더군요. 조인트메이커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구현한 제품입니다. 톱날이 세워져 있는데 높이 조절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로 썰매가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며 조기대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기능으로 실로 놀라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정교함과 정숙함을 보장하고 특히나 매우 안전합니다. 베란다에 놓고 쓰기 딱 좋지요. 아래 동영상을 보시면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가격이 안습입니다. 하위 기종인 Jointmaker는 $895이고, 상위 기종인 Jointmaker Pro는 $1,385입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플런지쏘와 레일시스템까지 사고도 남는데요... 게다가 조인트메이커는 메카니즘상 긴 부재를 켜는 건 불가능합니다. 자르기만 가능하지요. 그래서 결구를 만들기 위한 용도라 해서 Jointmaker라 이름이 붙었나 봅니다.

어쨌거나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톱으로 똑바르게 자르거나 켤 수 있는 걸 만들 수 없을까 계속 궁리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톱날을 뒤집으면 구조도 간단하고 켜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처음 한 것이 작년 겨울 즈음이니... 무려 6개월을 묵혔다가 드디어 날씨 좋은 연휴의 시작에 만들어 보았습니다. Proof of Concept으로 집에 있는 자투리 나무들을 이용하여 간단하게 만들었습니다. 톱가이드 만들기

사실 이름 붙이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톱날을 수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톱날잡이" 정도로 불러야 하나 신조어를 만들기는 좀 그래서 그냥 "톱가이드"라고 부르겠습니다. 설계도 하지 않고 그냥 집에 남아있는 구조목 자투리를 이용하여 만들어 봤습니다.

톱날은 일제 옥조 등대기 톱날로 길이 240mm, 두께 0.3mm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제가 이 등대기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등대기톱의 교체날로 사용하면 되겠지 싶어서 였습니다. 기존 등대기톱에서 사용하던 톱날을 분리하고 새로 산 톱날을 등대기톱에 끼워 넣었습니다. 중고 톱날을 이용하여 톱가이드를 만들 요량입니다.


톱날을 잡아줄 바디는 구조목 89mm 폭에 19mm 두께의 것을 사용했습니다. 대략 300mm 정도의 길이로 잘라서 두개를 만들었습니다. 이때 나뭇결의 방향을 잘 보아야 합니다. 아래와 같이 배치해야 나중에 수분에 의해 휘더라도 가운데가 뜨고 아래 위가 붙는 형상이 됩니다. 이 판재 사이에 톱날을 끼우는 겁니다.


톱날의 손잡이 부분은 고정이 되어 회전만 가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손잡이 부분의 홈에 나사못이 끼워지도록 하고 윗부분에는 목심을 박아서 고정은 되지만 회전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이렇게 됩니다. 톱가이드의 네 귀퉁이에는 번데기 너트를 설치하고 커넥팅 볼트로 풀었다 죄었다를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윗쪽에 긴 커넥팅 볼트를 설치하여 톱날을 눌러주도록 합니다. 이렇게 하면 절단되는 깊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톱날은 이렇게 안으로 쏙 들어갈 수도 있고... 


이렇게 원하는 높이만큼 돌출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네 귀퉁이에 8mm 드릴로 구멍을 냅니다.


M6 나사산과 호환되는 번데기 너트를 끼워 넣습니다. 


이제 커넥팅 볼트를 전동 드라이버로 체결해 봅니다. 이렇게 톱날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단단하게 볼트를 죄어야 위에서 구멍을 뚫을 수 있습니다.


톱가이드의 상단에 조그만 나무 조각을 한쪽에만 본드와 피스로 결합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를 관통하는 8mm 구멍을 깊이 냅니다.


여기에도 번데기 너트를 체결합니다. 


톱가이드를 잡고 있는 볼트를 풀어보면 아래 사진과 같이 반원 형태의 홈이 나게 되고 긴 커넥팅 볼트가 여기로 들어가 톱을 눌러주게 되어 높이 조절이 가능합니다.


톱날이 나오는 밑바닥은 평이 잡혀야 하고 90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대패로 아랫 부분을 세밀하게 다듬어 줍니다.


이렇게 해서 톱가이드가 완성되었습니다. 간단하지요? 톱날의 높이를 조절하려면 빨간색으로 표시된 세개의 커넥팅 볼트를 느슨하게 풀고 파란색 볼트를 돌려서 높이를 조절하면 됩니다. 조절이 끝나면 다시 빨간색 볼트를 죄면 됩니다.



볼트를 풀고 죌 때는 전동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손 드라이버로 하면 힘만 들고 오래 걸립니다.



조기대 만들기

앞서 만든 톱가이드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기대어 밀 수 있는 조기대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40mm x 40mm x 600mm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구입했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성수동 공구상가에 프로파일 가게가 몇군데 있길래 거기서 샀습니다.

프로파일과 다른 부속의 연결을 위해서 T볼트를 많이 사용합니다. T볼트는 아래 사진에 있는 볼트와 같이 생겼고 프로파일의 홈에 끼워서 너트를 죄면 고정이 되는 방식입니다. 


프로파일 앞 부분에 직각으로 나무를 고정시켜서 T자 모양으로 만들어야 직각을 쉽게 셋팅할 수 있습니다. T볼트의 길이가 생각보다 짧아서 얇고 직각이 잘 맞는 나무를 찾아야 했습니다. 집에 하드우드 얇은 자투리가 있길래 일단 그걸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직각에서 약간 틀어져 있고 절단면도 곧바르지가 않네요. 


두 군데 구멍을 내서 T볼트로 고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직각으로 칼금을 넣은 뒤에 펀치로 구멍낼 곳을 찍습니다. 칼금을 그어야 오차를 줄일 수 있습니다.


밑부분이 터질까 우려되어 희생타를 아래에 대고 8mm 드릴링을 합니다.


깨끗하게 뚫렸습니다.


볼트 지름이 8mm보다 약간 작기 때문에 약간의 유격이 있습니다. 느슨하게 조인 다음 직각을 잘 확인하고 단단히 죄야 합니다. 


톱가이드와 만나게 되는 쪽은 톱가이드를 덮는 나무의 두께 만큼 나오도록 잘라주면 절단 위치를 잡기 쉽습니다. 톱가이드를 뒤집어 놓은 다음 조기대를 앞뒤로 움직여서 남는 부분을 잘라냅니다. 일종의 제로 클리어런스(Zero Clearance)입니다. 이제 완성되었습니다.


톱가이드 사용법

드디어 실전 투입입니다. 500mm x 285mm x 19t 스프러스 판재를 45mm 폭으로 여러번 켜는 작업입니다. 그냥 톱으로 켜기하면 삐뚤빼뚤하고 매우 힘든 작업입니다.

먼저 금을 긋습니다. 조기대만을 믿고 처음 자를 부분만 표시하는 방법도 있지만 조기대의 T자 부분에 사용된 나무 자투리가 반듯하지 않아 실제로는 절단할 부분을 모두 연필로 표시했습니다. 이때 앞 과정에서 조기대의 나무를 톱날의 위치와 정확히 맞추었기 때문에 쉽게 연필선에 정렬할 수 있습니다.


절단되는 뒷쪽까지 일정한 간격이 유지되는지 아래와 같이 같은 두께의 나무 자투리로 조기대 전체를 움직여보는 것도 좋습니다. 자투리가 선상에 계속 일치해야 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식으로 잡고 앞부분부터 차근차근 톱질을 하면 됩니다. 톱이 처음 판재에 닿을 때는 짧은 스트로크로 살살 왔다갔다 해야 튀어서 엉뚱한 곳이 잘리는 일이 없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조기대의 튀어나온 부분이 절단선과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에 위치잡기 좋습니다. 


19mm 두께의 판재를 자른다고 하면 대략 10mm 정도만 톱날을 내미는게 좋더군요. 한번에 자를려고 19mm를 다 내었더니 힘만 들고 시원하게 잘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략 10mm 남짓 내밀어 앞뒤로 톱가이드를 움직이니 실수도 적고 힘도 덜 듭니다. 이렇게 반 정도만 내밀어 전체적으로 정확한 톱길을 내주는 것만으로도 켜기 작업이 한결 수월해 집니다. 


이제 같은 두께의 등대기톱을 들고 절반 정도 잘린 홈에 톱을 넣고 각을 세워서 나머지 부분을 잘라내면 됩니다. 처음부터 등대기톱으로 켤 때에 비해서 시간은 반으로 단축되고 정확도는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해서 넓은 판재에서 좁은 판재 하나를 켜서 가공했습니다. 절단면이 생각만큼 깔끔하지는 않더군요. 톱으로 켜는 한계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두 단계로 톱질하는 것도 영향이 있구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직선을 유지하면서 톱질이 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안정되고 힘이 덜 듭니다. 거친 절단면은 대패로 살짝 가공해주면 됩니다. 


보완사항 및 시도해볼 것

조기대에 사용된 나무가 반듯하지 않아서 셋팅에 시간이 좀 허비됩니다. 연필로 금을 긋고 조기대가 그 금에 평행한지를 계속 체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얇은 자작합판을 반듯하게 자른 걸 준비해서 업그레이드를 조만간 할 계획입니다.

낲의 깊이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 톱가이드를 이용하여 반턱가공(rabbet)이나 홈파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턱가공은 톱가이드를 직각 방향으로 두번 사용하면 간단하게 될 겁니다. 단지 좁은 마구리면을 어떻게 톱가이드로 자를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홈파기의 경우도 조기대를 조금씩 이동시키면서 톱가이드를 왔다 갔다 하면 라우터로 해야 했던 서랍 홈파기 정도는 무난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될 때 해보고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어쨌든 이 톱가이드를 이용하여 아들 어린이날 선물로 책꽂이를 만들어 주었는데 그 제작기도 곧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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