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코스 설명
이 걷기 여행에는 허리가 좀 불편한 아이의 할머니도 함께 해서 코스를 좀 줄여 보았습니다. 혜화문에서 창의문은 산길 5Km를 걸어야 하는 강행군이지만 혜화문-삼청공원 구간은 2Km 남짓의 완만하고 편안한 길입니다. 어린 아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안전하면서도 호젓한 코스입니다.
코스의 시작은 혜화문입니다. 서울 과학고 근처 맛집에서 점심식사를 가볍게 하고 와룡공원을 거쳐 나무계단 전망대와 말바위를 거쳐서 삼청공원으로 내려오는 코스입니다.
혜화문-서울과학고 구간
지난주에 혜화문-창의문 구간을 걸으면서 아이가 좀 힘들었나 봅니다. 같은 코스를 할머니와 간다고 하니 징징거리기 시작하네요. 하는 수 없이 아이가 좋아하는 얼음 동동 띄운 사이다를 물려 주었습니다. 이 징징거림은 나중에 지도를 보여주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걸을거야~"라고 설명해 줄 때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출발전에 설명해 주었어야 했는데 제 불찰입니다. ㅡ,,ㅡ 사실 이 걷기는 좀 즉흥적인 것이었기도 했구요.
지난 글에서 많은 부분을 사진과 함께 설명드렸기 때문에 중복되는 내용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혜화문을 지나서 한적한 마을로 들어섰는데 역시나 할머니의 해박한 자연에 대한 지식 때문에 전에는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어느 집 마당에 있던 뽕나무와 그 열매 "오디"입니다. 5월이면 산딸기와 오디가 시장에 나오는데 한 팩씩 사다 먹으면 정말 맛있지요. 이때는 4월이라 아직 덜 익었네요. 할머니가 아니라면 그냥 모르고 지나쳤을 겁니다.
한적한 성북동 동네길을 따라 성곽들이 집의 담장이나 축대로 쓰이고 있습니다. 누구나 이런 곳에 살고 싶은 생각이 들겁니다.
예로부터 부귀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설총이 "꽃들의 왕"이라고 표현했던 "모란꽃"입니다. "목단"이라고도 합니다. 화투장의 6월 그림이 바로 이 모란꽃이지요. 지난주에 왔을때는 꽃봉오리가 열리지 않았었는데 일주일 사이에 활짝 피었네요.
할머니가 "앵두나무"라고 얘기해 주시네요. 앵두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데, 빨갛게 익으면 아주 예쁠 것 같네요.
일주일 사이에 등나무의 꽃이 주렁주렁 피었습니다. 쇠기둥으로 터널을 만들고 덩굴식물인 등나무를 심어 놓이면 꽃이 필때 쯤 등나무꽃 터널이 장관이지요.
경주 장모님 미역국
꽃구경하면서 어느듯 과학고 근처까지 왔습니다. 전에 왔을때 봐두었던 "경주 장모님 미역국"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맛이 참 궁금했거든요.
식당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 좋네요. 메뉴는 멍게비빔밥, 죽순비빔밥, 게살비빔밥, 해초비빔밥 굴밥 등의 해산물 비빔밥이 주종이고, 이들을 시키면 미역국이 같이 나온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희는 멍게비빔밥, 죽순비빔밥,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 불고기 덮밥을 시켰습니다.
반찬은 아래와 같이 큰 접시에 나물이 조금씩 담겨 나오는데, 으레 비빔밥 집에서 하듯이 덜어서 같이 비비려고 하니 사장님이 말리시네요. 따로 먹는게 훨씬 더 맛있다구요.
드디어 식사가 나왔습니다. 아래에 멍게비빔밥과 미역국, 그리고 위는 죽순비빔밥입니다. "미역국"이라는 타이틀은 건 식당은 거의 보기가 어려운데 그만큼 미역국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미역국을 즐기지 않는 저에게도 이집 미역국은 일품이더군요. 그리고 멍게비빔밥의 깔끔하면서도 향긋한 바다내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밥이 너무 꼬들해서 이상하다 여겼는데 먹어보니 그게 딱 적당한 정도더군요. 죽순비빔밥도 훌륭한 맛이었습니다. 다만 소고기 덮밥은 너무 달아서 좀 실망이었습니다. 이 집에서는 비빔밥 류가 최고인 듯 합니다.
후식으로 직접 만든 요구르트까지 내옵니다. 설탕을 타지 않고 블루베리 한알을 넣어주어 더욱 좋네요. 참으로 깔끔한 후식입니다. 글을 쓰면서도 다시 군침이 돌 정도로 훌륭한 맛집입니다. 다음에 또 들러보아야 겠습니다.
나무계단 전망대까지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밥을 먹고 기운이 나는지 아들의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시키지도 않은 팔벌려뛰기를 하곤 합니다.
멧돼지를 조심하라는 안내문을 보고는... 멧돼지를 보고 겁먹은 표정이라며 보여줍니다. ^^
와룡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나무들이 참 잘 자랐습니다. 특히 이런 굵직한 단풍나무들이 줄지어 있는데 가을에 오면 환상적일 것 같습니다. 가을에 꼭 다시 와야 겠습니다.
와룡공원 직전에 있는 먼지터는 곳입니다. 아들이 전에 본 기억이 나는지 바람을 쏘면서 즐거워 합니다. 근데 먼지날 일도 없는 길인데 이게 왜 있는지 모르겠네요. ㅡ,,ㅡ
날이 좀 흐려서 멀리까지 내다보이지 않는 것이 좀 아쉽습니다.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왔습니다. 약간의 오르막이라 할머니는 좀 힘들어 하는데 아들은 쌩쌩합니다. 일주일 전에 고생하던 것에 비하면 이정도는 쉽지요.
와룡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에는 화장실도 있고, 사진의 매점 트럭이 있어서 물이나 간식거리를 살 수 있습니다.
성 바깥으로 걷는 짧은 구간입니다. 손주와 할머니가 정답게 걷고 있네요.
이 휘어진 소나무가 보이면 거의 다 온 것입니다. 지난 주에 봤다고 반가워 하네요.
"팥배나무"의 아름다운 하얀꽃입니다. 열매는 팥과 비슷하게 생겼고, 꽃은 배꽃과 비슷하다 하여 팥배나무라고 불린다지요? 꽃과 더불어 붉은색 열매도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이 열매는 겨우내내 달려 있어 겨울철 배고픈 새들에게 훌륭한 먹이가 된다고 합니다.
숲속 한적한 곳에 놓인 운동기구, 아들이 그냥 지나갈 리가 없지요. 할머니와 정답게 허리를 돌리고 있습니다.
이 코스에서 제법 많은 수를 발견할 수 있는 꽃입니다. 이름을 한동안 몰랐는데 드디어 이름을 찾아냈습니다. 현호색과에 속하는 "자주괴불주머니"입니다. 현호색과에는 매우 많은 종류가 있는데 꽃모양이 다 저런 식으로 생겼습니다. 무슨 무슨 현호색이라고 이름붙은 꽃들은 대부분 푸른색 꽃이고, 무슨 무슨 괴불주머니라고 불리는 것들은 대부분 노란색 꽃인데 이 자주괴불주머니는 자주색의 아름다운 빛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나무계단이 보이면 이제 거의 다 온 것입니다. 힘내어서 올라갑니다. 이 계단을 오르면 전망이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날이 흐려 아쉽더군요. 그래서 전망대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내려섭니다.
전망대를 내려서면 이런 중요한 이정표를 만나게 됩니다. 지난 주에는 왼쪽 말바위 안내소 방향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오른쪽 삼청공원쪽으로 갑니다. 말바위 안내소 쪽으로 가면 숙정문을 거쳐서 창의문으로 내려서는 긴 코스가 남아 있습니다. 반면 삼청공원은 십여분 만에 하산할 수 있는 편안한 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바위 안내소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말바위 안내소에는 화장실도 있고, 성곽길 지도도 얻을 수 있고, 스탬프도 찍을 수 있으므로 가본 적이 없다면 안내소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것도 괜찮습니다.
말바위 - 삼청공원 구간
전망대까지 성 바깥쪽을 걸어왔는데 이번에는 성 안쪽으로 되돌아 갑니다.
얼마가지 않아 이런 전망좋은 바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낭떠러지이니 아이들 조심시키는 것 잊지 말구요. 이곳에서는 경복궁 방향인 남쪽 전망을 시원하게 볼 수 있습니다. 날씨만 좋다면요.
이 곳에 사람 키만한 바위가 하나 있는데, 이게 바로 "말바위"입니다. 조선시대 문무백관이 삼청공원 방향에서 말을 타고 이곳까지 올라와 쉬었다 해서 말바위라 이름 붙였다는 안내가 있네요.
이곳 말바위 앞 벤치에서 한동안 간식을 하며 쉬었습니다. 아들은 그 와중에도 태권도장에서 배운 걸 보여준다며 바쁩니다.
나무계단과 완만한 흙길이 이어집니다. 특이하게 꼬인 소나무가 있어 찍어 보았습니다.
하산길을 내려가다 만난 "산초나무"입니다. 작은 이파리가 모여나고 가지에 가시가 있어 쉽게 구별이 가능합니다. 산초나무는 잎에서 특유의 매운 향이 납니다. 이파리 하나를 뜯어서 아이에게 냄새를 맡도록 해보세요. 재밌는 반응을 보입니다. ^^ 중국의 사천요리의 매운 향이 이 산초나무를 이용한 거라고 하지요.
산초나무와 초피나무가 참 헷갈립니다. 둘이 비슷하게 생겼는데 가시가 난 모양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산초나무는 가시가 어긋나고, 초피나무는 가시가 가지런히 마주납니다. 초피나무의 잘 익은 열매를 갈면 추어탕에 넣어먹는 "산초" 혹은 "제피"가 됩니다. 헷갈리지요? 초피나무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기 때문에 서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건 대부분 산초나무라고 보면 됩니다.
하산길은 15분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아래와 같은 나무 문이 나오면 삼청공원에 도착한 겁니다. 말바위에서 600미터 지점입니다.
전 삼청공원에 처음 와 봤는데 한적한 숲길 정도의 개념이더군요. 군데군데 운동시설과 작은 계곡이 하나 있습니다. S자형의 완만한 길을 계속 내려갑니다. 아이가 이것 보라며 우리를 불러 세웁니다.
가서 보니 잘려진 나무 둥지 안에서 비비추가 자라고 있네요. 일종의 나무 화분인 셈이네요.
특이하게 꼬여버린 가지들입니다. 모두 한 뿌리에서 나온 줄기입니다.
운동시설이 꽤 있어서 아들이 그걸 또 하느라 시간이 지체됩니다. 어쨌든 삼청공원을 거의 빠져나올 무렵 안내지도가 보입니다. 우리가 현재 있는 곳이 빨간 동그라미 지역이고 주황색 화살표를 따라 말바위에서 내려온 것입니다. 이후로는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 도로로 나섭니다. 안쪽 산책로를 따라가면 다시 와룡공원으로 갈 수도 있더구요.
삼청동까지 내려가는 짧은 길은 이렇게 목책으로 분리되어 있어 나름 운치가 있습니다. 왼쪽에는 계곡이 흐르구요.
조금만 내려가면 삼청동 맛집들이 있는 거리가 보입니다. 거기서 마을버스를 타고 경복궁, 시청역, 서울역 등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눌님과 연예할 때 들러서 와플을 맛있게 먹었던 "슬로우가든"이 아직도 있네요. 옛날 생각이 나서 들어가 봅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아 복잡하네요. 오래 기다려서 와플과 아이스커피를 즐깁니다. 이렇게 해서 짧지만 성곽길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길을 할머니와 손주가 같이 걸었습니다.
걷기 위한 여행인지 먹기 위한 여행인지 모를 정도로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은 거 같네요. ^^ 오히려 너무 짧은 것 같아 싱거운 느낌도 듭니다. 6세 이하의 어린 아이가 있다면 이 코스를 추천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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