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근처에 있는 시장인 "금남시장"은 사실상 성동구를 대표하는 재래시장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원 선거를 할 즈음에는 정치인들이 이곳 금남시장에서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곤 하지요. 60년 정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며 예전에는 더 규모가 컸다고 하네요.
금남시장의 부지는 매우 좁아서 항상 붐비고 복잡합니다.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에까지 상인들이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도로도 좁아서 금호사거리에서 금남시장을 거쳐 금호역에 이르는 짧은 구간은 유명한 정체구간이기도 합니다. 한때 이곳도 재개발 붐이 일면서 금남시장이 사라질 뻔 했습니다. 하지만 재개발의 결과로 상인들이 얻는 건 부담금을 잔뜩 내야만 얻을 수 있는 아파트 한 채여서 결국은 무산되었습니다. 아파트의 시세차익 보다는 지금의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고 현명한 판단입니다.
금남시장은 집에서 가까워서 가끔씩 들러서 요기를 하곤 합니다. 여기에 꽤나 맛있는 맛집들이 있거든요. 몇몇 식당들은 청결이나 맛에서 매우 실망인 곳들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신뢰를 받으며 꾸준하게 사람들의 입맛을 채워주는 식당들도 있습니다. 이미 유명해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집의 단골을 몇 집 소개 드릴까 합니다.
은성보쌈 - 깔끔한 보쌈김치가 일품
예전에는 집에서 가까운 청계8가 인근의 원할머니 보쌈 본가에서 주로 보쌈을 먹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원할머니 보쌈이 프랜차이즈화 되면서 기본기로 승부하던 예전에 비해, 요즘은 기교를 너무 부리는 것 같아서 실망이더군요. 대신 금남시장에 있는 "은성보쌈"이 저희의 새로운 단골 보쌈집이 되었습니다.
얼마전 케이블 프로인 "테이스티로드" 전통시장 맛집 편에도 소개되어서 영광스런 1등을 차지했던 집이기도 합니다. 응봉산 정자에서 오버액션으로 이 은성보쌈의 맛을 표현하던데.... ㅡ,.ㅡ 사실 좀 오버이구요. 이집 보쌈의 맛은 화려하다기 보다는 기본기가 충실하고 깔끔한 편입니다.
금남시장은 큰 길을 따라 여러 짧은 골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은성보쌈을 찾으려면 아래 사진과 같이 소방서에 붙인 구역 표시 "4-1구역"이 적힌 골목으로 10미터만 들어가면 됩니다.
인도에서 멀지 않아서 지나가면서도 보이구요. 30년 전통의 맛이라고 간판에 써 있습니다. 구의동에도 분점이 생겼다고 써 있네요.
가게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그리 큰 홀은 아니지만 식사시간만 살짝 피하면 편하게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메뉴는 삼겹보쌈과 은성보쌈이 있습니다. 삼겹보쌈은 삼겹살이고 은성보쌈은 아마도 목살 위주인 것 같습니다. 비계가 적지요. 삼겹보쌈이 가격도 더 비싸고 양도 더 적습니다. 둘 다 먹어 보았지만 제 의견으로는 돈을 더 주고 굳이 삼겹보쌈을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은성보쌈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집 보쌈 맛의 핵심은 김치에 있기 때문이죠.
처음 먹을 때는 양이 적게 나오는 것 같아서 좀 당황스러웠는데 실제로 먹어보면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두명이면 "소"자를 시켜도 충분하더군요. 인근 동네는 배달도 해주어서 저희 집에서 종종 배달시켜 먹기도 합니다. 언제 먹어도 깔끔하고 맛있고 무난한 보쌈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모네 순대국 - 수준급의 순대국밥
순대국은 여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메뉴 중의 하나입니다. 그냥 찐 순대를 소금에 찍어먹는 걸 좋아하는 여자분들은 많은데, 이상하게도 순대국은 별로 좋아하지 않더군요. 아마도 특유의 느끼함 때문일 걸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순대국은 보통 들깨가루를 듬뿍 넣고 고추장 다대기까지 넣어서 느끼한 맛을 가리곤 하지요.
제가 사실 최고로 좋아하는 순대국은 예전 삼성동에 직장이 있을 때 자주 들렀던 "박서방 순대국밥"집입니다. 그런데 금남시장 안에도 여기에 버금가는 순대국밥집이 있더군요. 바로 "이모네 순대국"입니다.
이모네 순대국은 금남시장 앞 삼거리에 있는 "삼일약국" 골목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보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조그만 가게입니다.
메뉴는 이렇구요. 순대국밥은 밥이 말아서 나오고, 따로국밥은 밥이 따로 나옵니다. 순대국밥에 순대나 머리고기를 곁들이면 더욱 좋습니다.
순대 한접시를 시켜 봤습니다. 그냥 포장마차에서 파는 것과 비슷한 순대입니다.
순대국밥입니다. 국밥에는 순대와 머릿고기가 섞여 들어 있습니다. 굳이 들깨가루나 다대기를 많이 넣지 않아도 깔끔한 맛입니다. 이 식당 때문에 마눌님이 순대국밥에 입문하고 푹 빠졌으니... 맛은 틀림이 없겠지요.
원조 칼국수 - 어머니의 손맛
칼국수하면 어릴 때 어머니가 밀가루를 반죽하고 밀대로 밀어서 죽죽 편 다음 차곡차곡 포개어 칼로 면을 썰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어느 칼국수 집을 가도 대부분 기계로 면을 뽑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칼국수를 먹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재래시장에는 칼로 썬 칼국수를 하는 집들이 꽤 있습니다. 예전에 가락동에 살 때 그 앞 시장에서 팔던 칼국수를 꽤나 즐겨 먹기도 했습니다.
금남시장에도 칼국수의 강자가 있습니다. 바로 "원조 칼국수" 집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소방서 식별구역 "5-1구역" 표지판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골목의 끝에 있기 때문에 쉽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식당은 이런 분위기입니다. 칼국수가 워낙 대중적인 메뉴이다 보니 점심시간에는 줄을 좀 서야 한답니다. 식사시간을 피해가면 비교적 여유가 있습니다.
메뉴는 이렇습니다. 저희 식구는 주로 칼국수, 칼제비, 비빔밥을 시켜 먹습니다. 가격이 매우 착하지요.
칼국수는 진한 멸치육수가 인상적이고 칼로 썰은 면발의 촉감이 좋습니다. 비빔밥도 꽤나 맛있습니다. 아들이 아주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보쌈도 팔긴 하던데 저희는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테이블에서는 많이들 시켜 먹더군요.
사실 빈도로 따지면 금남시장에서 이 칼국수 집에 가장 많이 갔던 것 같습니다. 워낙에 무난한 메뉴이기도 하고 맛도 좋습니다.
금남시장의 다른 맛집들
물론 제가 소개드리지 못한 다른 맛집들도 있습니다. 은성보쌈과 같이 테이스티로드에서 소개되었던 "골목냉면"도 금남시장의 터줏대감입니다. 저희도 예전에 몇번 먹어 보았는데 저희 식구는 평양냉면을 좋아해서 이후로 가보지는 않은 것 같네요. "부원냉면"도 역시 금남시장을 대표하는 냉면집인데 "골목냉면"보다는 못한 것 같습니다.
금남시장에 들렀다가 집에 걸어 가는 길에 항상 만나게 되는 "서울강냉이"도 잠깐 소개 드리고 싶네요. 요즘 보기드문 강냉이 전문점입니다. 튀길 걸 들고가면 튀겨주기도 하고 튀겨놓은걸 사도 됩니다. 뻥튀기하는 기계도 옆에서 돌고 있어서 가끔씩 "뻥~"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금남시장에 주차하려면
금남시장은 복잡한 곳이라 주차여건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가장 편한 주차장은 "도미 주차장"으로 "인디언 금호점"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주차요금은 일반적인 시내 주차장 수준입니다.
길 건너편 "롯데리아"가 있는 "대도빌딩" 옥상에도 주차장이 있습니다. 길건너편이라는 단점과 건물 뒤로 돌아가야 진입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주차장이 커서 여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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