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5월 2일 금요일

서울 성곽 : 동대문 - 혜화문 구간

이 글은 2014년 4월 13일, 아이와 함께 성곽길 동대문-혜화문 구간을 걸은 기록입니다. 지난번에 소개드렸던 성곽길 장충동-남산 구간 만큼이나 편안하고 볼거리가 많은 길이라 아이와 함께 즐기기 좋습니다. 이 코스는 한양 성곽의 동쪽을 걷는 코스로 완만한 낙산의 능선을 따라갑니다. 중간에 만나게 되는 이화동 벽화마을은 이 길의 백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빠져야 할 곳에서 빠지지 못해 혜화문까지 가지는 못했습니다. 이글을 보시는 분은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말기 바랍니다.

코스는 전체적으로 이렇습니다. 얼마전에 개장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혜화문 방향으로 가는 것이 경사도 완만하고 편안합니다. 반대로 오면 제법 경사가 가파릅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이화동

코스의 시작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입니다. 건물이 참 아스트랄하게 생겼습니다. 건축비+설계비가 무려 5,000억이랍니다. 역학적으로 안정된 구조가 아니라서 보는이로 하여금 불안하게 만드는 건물입니다. 낮에는 이상하기만 한데 밤에는 그래도 독특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기료가 문제겠지요. 이곳 유지비가 년 300억 이상 들거라는데 어떤식으로 재정자립을 할 지 좀 걱정스럽습니다. 세빛둥둥섬 2탄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DDP는 원래 동대문 운동장이 있던 자리입니다. 그리고 더 이전에는 동대문과 연결된 성곽들이 있던 자리입니다. 청계천이 이쪽을 지나기 때문에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쪽을 통해 드나들었고 번화한 곳이었을 겁니다. 동대문 운동장을 철거하고 DDP를 짓기 위해 기초공사를 하는 중에 많은 유물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공사가 상당기간 지연되기도 했지요. 유적이 훼손될까 우려한 사람들에 의해 반대에 부닥치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언발란스한 형식이나마 유물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 할까요?


어쨌거나 특이한 구조와 풍광이라 사진찍기는 참 좋습니다. 많은 사진 매니아들이 좋아할 거 같네요. 대충 둘러보니 예술/디자인과 관련된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이 수익모델인 것 같은데... 아무쪼록 문턱이 낮아서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이곳의 가치가 올라가겠지요.


DDP 공사를 할 때 "이간수문"이 발견되어서 화제가 되었지요. 이간수문은 성곽 바깥으로 강물이 흐르도록 수문을 만든 곳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발견 당시에 있던 돌들과 새로 올린 돌들의 색깔이 틀려서 발견 당시의 모양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 성곽과 수문들이 DDP 건물에 가려서 밖에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흥인지문, 숭례문 등의 큰 문들은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이 이간수문은 목책만 되어있고 지키질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을 통해서 도둑이 드나들고 탈옥 후 탈출하는 경로로 쓰였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조선의 흑역사가 이루어진 현장입니다. 가까이서 보니 새로 올린 돌과 원래 있던 돌의 색이 확연히 구분됩니다.


아들이 감옥 같다고 하네요.


이곳에 이간수문이 발굴될 당시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동대문 운동장을 지을때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콘크리트 파일을 이 이간수문 구조물에 박아 넣었다고 하더군요. 씁쓸합니다.


안타깝게도 이간수문을 따라 바로 동대문으로 이어지는 보행로는 없습니다. 다시 위로 올라와서 큰 길을 건너 동대문으로 향합니다.


역시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는 법은 없지요. 동대문에 이르기 전 쇼핑몰 앞에서 세일하고 있는 옷들을 마눌님이 골라보고 있습니다. DDP와 동대문 옷가게에서 무려 30분 넘게 지체되네요. ㅡ,,ㅡ


드디어 동대문(흥인지문)입니다. 남대문(숭례문)은 국보 제1호이고 동대문은 보물 제1호입니다. 그만큼 상징성이 크고 눈에 잘 띄는 문화유산입니다. 왜 동대문은 보물인지 찾아보았는데 둘 다 조선초에 건립되었지만 동대문의 경우 1869년 고종대에 새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제작연도가 400년 가량 차이나는 데 다가 미적인 면에서 남대문이 더 낫다고 평가된다네요.

동대문은 차로 지나가면서만 봐 왔지 실제로 가까이서 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꼼꼼하게 보고 싶었습니다만... DDP와 동대문시장에서 너무 시간을 지체한 탓에 일단 그냥 지나칩니다.


동대문에서 길 건너편 동대문교회 방향으로 건너야 하는데, 그 곳에는 왠일인지 건널목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래 사진의 빨간색 화살표처럼 세번 길을 건너 동대문교회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동대문교회는 서울성곽 복원 문제로 철거 예정인데 교회에서 반대해 분쟁이 있습니다. 그래서 좀 어수선합니다.


동대문 길건너편은 "동대문 성곽공원"입니다. 낙산을 오르는 길을 따라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고 합니다만... 그냥 성곽입니다. 앞에 보이는 은색 건물이 "서울 디자인 지원센터"인데 그곳에 "한양도성 박물관"이 있더군요. 이때는 그게 있는 줄 몰라서 안가봤는데 다음에는 꼭 들러볼 생각입니다.


성곽쪽으로 성큼 다가서면 도로가의 차들이 멀어지면서 드디어 호젓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맞아주는 건 제법 굵은 아까시나무입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성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이 성곽을 따라 진행하면 됩니다. 성곽길의 장점 중 하나는 성곽을 따라가면 되어서 길을 잃을 위험이 없다는 거지요.


반대편은 이런 한옥들이 많습니다. 깨끗하게 보수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4월은 박태기 꽃의 계절입니다. 서울 곳곳에서 만날 수 있네요. 박태기 꽃의 강렬한 색깔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조금 올라가다 보면 놀이터가 나옵니다. 그냥 조그만 동네 놀이터입니다. 아들은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여기서 또 한동안 놉니다. 재촉하지 않고 잠시 기다려 줍니다. 너무 재촉해도 아이가 걷기에 흥미를 잃고, 너무 오래 지체해도 아이가 지쳐합니다. 적절한 제어가 필요합니다.


성곽을 따라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습니다. 활짝 핀 복사꽃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이런식으로 약간의 경사가 있는 길이지만 힘들지는 않습니다. 성곽 왼쪽은 그냥 오래된 동네라 맘이 푸근하기도 하구요.


명자나무(산당화)도 꽃을 한창 피우고 있습니다. 수줍은듯 나뭇잎 아래에 숨어서 피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붉은 빛이 강렬해서 놓칠 수가 없습니다. 명자나무의 열매는 차로도 끓여먹고 약재로도 쓰인다지요.


이제 제법 올라와서 시야가 좋습니다. 성곽의 바깥쪽은 종로구 창신동의 오래된 주택가입니다.


거의 정상부에 오를 즈음에는 더 낡은 집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약간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개똥들이 좀 있더군요. 사람사는 곳이니 강아지들도 다니겠지만 똥을 좀 치워주면 이길을 쾌적하게 걸을 수 있을텐데요. 이 코스의 옥의 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 구간에는 왼쪽 아래의 찻길로 가는게 낫습니다.


이화동 벽화마을 -> 혜화동

이때쯤부터 왼쪽 마을을 잘 보고 가세요. 곧 아래와 같은 벽화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이화동 벽화마을"입니다. 이화동 벽화마을은 아래 큰길에서부터 낙산 능선부인 성곽길에 이르는 지역입니다. 아래서부터 올라오면 제법 경사가 있지요. 동대문을 통해 성곽길로 들어선 다음 이화동 벽화마을의 최상단부터 거꾸로 내려가는 코스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2006년 화가 68명이 참여한 "낙산 공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마을의 오래된 집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1박2일>에 소개되면서 많은 이들이 찾게 되었습니다. 특히 <1박2일>의 이승기가 날개 그림 앞에서 포즈를 잡는 모습이 방송에 나가면서 이 날개 그림이 가장 인기있는 그림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너무 많은 인파들이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들어서 주민들이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 이 날개 그림은 주민들의 요청으로 지워졌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좌우로 둘러보면 더 많은 벽화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벽화를 보는 것이 목적이라면 끝까지 둘러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우리 일행은 성곽길을 걷는게 목적이라 더 이상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이 동네의 슈퍼 옆에 있는 의자 그림에서 마눌님과 아들이 재밌는 포즈를 잡았습니다. 실제로 의자에 앉아 있는거 같죠?



제가 맘에 들었던 그림입니다. 캐릭터보다는 색감이 마음에 들더군요.


여기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입니다. 이화동 마을박물관 옆 벽입니다.


이 동네에 있는 슈퍼입니다. 벽화가 생기고 나서 살림 좀 피셨을 것 같습니다. ^^


슈퍼 위에는 정자나무와 쉼터가 있습니다. 슈퍼에서 음료수를 사다가 목을 축이면서 이화마을의 호젓한 분위기를 즐깁니다. 날씨도 좋고 벚꽃도 흐드러져서 환상적인 분위기입니다. 이곳에서 가이드가 이끄는 일행을 만났는데, 물어보니 중구청에서서울성곽길 해설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네요. 아이들 단체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보여드린 것은 벽화마을 전체의 5%도 안됩니다. 직접 가서 보시라고 굳이 싣지 않겠습니다. ^^ 이화동 벽화마을을 나서서 다시 성곽길로 갑니다. 이런 차도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낙산의 정상부에 이릅니다. 전망대도 있습니다. 내려다보니 아래는 혜화동이네요.


이화마을에서 조금만 가면 성곽이 끊어진 곳에 마을버스 종점이 있습니다. 동대문에서 이곳 낙산공원을 왕복하는 마을버스입니다. 비상시는 이 버스를 이용하여 내려가면 되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낙산공원"입니다. 나트막한 낙산 능선에 넓지막하게 조성한 공원입니다. 이곳도 여러 둘러볼 곳이 있더군요. 인근에서 산책온 주민들이 많습니다.


낙산공원을 내려가다 보면 이런 암문이 나옵니다. 혜화문으로 가려면 반드시 이 암문을 나가서 성 바깥길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모르고 그냥 계속 안쪽 길로 가다가 결국 혜화문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암문을 나서면 이렇게 성 바깥쪽 길이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 길로 갔어야 합니다. 적절한 안내 표지판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우리는 멋도 모르고 성 안쪽길로 계속 갑니다. 전망이 탁 트이고 길이 좋아서 신나게 내려갔습니다.


이런 분위기의 길입니다. 그런데 다 내려간 저 끝에서 더 이상 성곽을 끼고 걸을 수 없더군요.


그리고 이런 가파른 계단이 나옵니다. 다시 돌아가 올라가서 성 바깥으로 나갈까 고민했지만 내려왔던 길의 경사를 생각하면서 포기했습니다. 아이도 있으니까요. 그냥 이 계단을 내려갑니다.


계단을 내려가면 혜화동 안쪽 동네이고 좀 더 가면 이런 특이한 건물이 보입니다. 앞에 서 있는 티코와 비교해보면 건물의 폭이 얼마나 좁은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이 건물의 1층에는 천연 염색을 하는 공방이 있더군요. 커피도 팔길래 들어가서 구경을 좀 했습니다. 이 건물에 대한 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이한 모양이라 인기가 많다고 하네요. 그런데 밖에서 보는 것과 같이 폭이 상당히 좁습니다. 카페의 분위기도 좋고 친철한데 커피맛은 좀 아쉬웠습니다. 좀 분발하셔야 할 것 같아요. ^^


커피를 마시고 나가니 바로 혜화역이더군요. 이렇게 성곽길 동대문-혜화문 구간은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좀 아쉽네요.

성곽길 장충동-남산 구간과 더불어 이 코스도 아이와 함께 재밌게 걸을 수 있는 코스라 자신있게 추천드립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