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2월 2일 월요일

이기적인 네이버와 멍청한 다음

우리나라 포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 그리고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점점 더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다음...

이 둘의 싸움은 한동안은 볼만 했지만 요즘은 싱겁기만 합니다. 서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며 경쟁을 할 때 우리 소비자들은 그만큼 즐거웠지만... 서로 따라하기 바쁘고 눈치만 볼 때 소비자들은 피곤합니다.

제 블로그는 다음에 있고 제가 주로 활동하는 "나무로 가는 세상" 카페는 네이버에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목공에 관해 제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나무로 가는 세상"에 퍼서 옮기려면 약간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다음 블로그에서 다음 카페로, 네이버 블로그에서 네이버 카페로 글을 옮기는 것은 "퍼가기"기능을 이용하면 아주 간단하지만 서로 다른 블로그와 카페를 사용할 경우에는 본문을 Copy & Paste로 옮기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약 8개월 동안) 그런식으로 제 글을 "나무로 가는 세상"에 복사해서 붙여넣기로 옮겨서 잘 써왔습니다. 저도 해피했고, 나가세 동료들도 해피했구요.

그런데 문제는 약 10여일 전부터 이런식으로 네이버 카페로 옮긴 제 글의 그림이 깨지기 시작하는 거였습니다. 이건 최근에 옮긴 글 뿐 아니라 몇달전에 옮긴 저의 모든 글이 다 아래 그림과 같이 그림을 표시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 블로그의 그림을 모두 다시 다운 받아서 네이버 카페에 올린 글을 수정하여 다시 이미지를 넣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제 블로그 포스팅 당 그림이 10여장이 넘어가니 이 또한 귀찮은 일입니다. 그래서 다음 고객센터에 이 같은 현상을 문의하고 해결을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하루만에 아래와 같은 답변이 왔습니다.


네이버에서 다음의 컨텐츠를 차단하는 것이라는 얘기인데 일견 그럴듯 해보이지마 이내 말도 안되는 얘기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본디 웹서비스를 제공하는 원리라는게 사용자의 PC에서 특정 URL로 접속하면 웹서버는 그 URL에 해당하는 HTML 파일을 PC의 웹브라우저로 내려주는 방식입니다. 제 경우는 네이버 카페로 접속했고 네이버 카페에서 HTML을 내려주어 정상적으로 웹브라우저에 표시된 것이죠.

그런데 그 HTML안에는 부가적으로 필요한 이미지들의 주소가 또 담겨져 있습니다. 이건 <img> 태그를 통해서 지정이 됩니다. 네이버 카페에서 주는 HTML 내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img>태그가 있는 걸 볼 수 있고 이 URL은 다음의 어떤 컨텐츠 서버를 가리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이 <img> 태그로부터 도출된 HTTP 요청이 실패를 하여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왜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서 Firebug를 이용하여 추적에 들어 갔습니다. Net쪽의 탭을 보니 엄청난 수의 이미지 요청이 모두 다음에 의해서 403 Forbidden 응답을 받은 걸로 나옵니다. 403 Forbidden은 보안 등의 이유로 서비스를 거부할 때 보내는 코드입니다.


하나의 실패 요청을 더 자세히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제 PC의 웹브라우저가 그림을 요청할 때 Referer 헤더가 따라가게 되고 이 Referer에는 네이버 카페로부터 부터 제공된 HTML에서 참조된 것이라는 URL 정도가 따라가게 됩니다. 즉 다음에서는 이미지 요청이 네이버 카페로부터 있은 것인지 제 블로그로부터 있은 것인지 구별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테스트로 해당 이미지의 URL을 제 웹 브라우저에 직접 넣어 봤습니다. 이미지 잘 나옵니다.

그러므로 다음에서 특정 사이트 (이 경우 네이버)로부터의 이미지 요청에 대한 요구를 거부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 사실을 확인하고는 제 가슴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흥분했죠. 그래서 다시 다음 고객센터에 문의했습니다. 이번에는 좀 강한 어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번 답변도 개발자에게 문의하지도 않고 네이버에서 안보이는 건 네이버에 물어봐라는 비합리적이고 성의없는 대답을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위에 정리한 근거를 모두 넣고 이번에는 개발자에게 정말 물어봐라라고 강하게 질의했습니다. 그랬더니 하룻만에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사실대로 답변하더군요. 이유는 외부로부터의 과도한 트래픽 때문이라며 외부 사이트로부터의 링크를 차단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제공해준 링크를 따라가니 아래와 같은 공지가 있었습니다.


즉 2011년 8월부터 다음 블로그로 들어오는 외부에서의 이미지 요청을 제한하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실제로는 최근까지 제한하지 않았다는 거죠. 제가 블로그를 시작하고 약 8개월간 다음 블로그의 글을 네이버 카페로 옮겨서 잘 쓰고 있었고 이미지도 잘 보였는데 며칠전부터 갑자기 안되기 시작한 거라는 거죠.

이 공지처럼 2011년 8월부터 차단했다면 제가 다음에 블로그를 열지도 않았을 겁니다. 네이버에 블로그를 열었겠죠.

그런데 웃긴것은 혹시나하고 테스트를 해보니 네이버도 다음으로부터의 이미지 요청을 거부하고 있더군요. 참 웃기는 우리나라 포탈입니다. 더 테스트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구글과 야후의 경우 어떻게 하나 봤더니 예상대로 걔네들은 외부로부터의 이미지 요청을 거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약관상에 과도한 이미지 트래픽을 일으키는 외부 사용을 금지한다는 것이 있을 뿐이지요.

본디 월드와이드웹이 번성하게 된 계기가 한 정보가 다른 정보를 제한없이 연결하는 하이퍼링크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하이퍼링크를 따라 빠르고 쉽게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죠. 그만큼 인간의 인지능력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월드와이드웹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월드와이드웹의 정신에 기업들의 자사 이기주의가 개입되면서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네이버가 구글로부터의 검색을 차단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추측이지만 이미지의 차단도 네이버에서 먼저 시작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네이버에서 차단하니 다음에서도 차단했겠죠.

여하튼 허탈한 하루였습니다. 하루종일 고민에 빠졌습니다. 제가 사실 블로거로서 다음에 둥지를 튼 이유가 네이버가 싫어서였거든요. 별 정보없는 블로그지만 억만장자에게 만원을 더 얹어주기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2위 업체인 다음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려고 이 곳에 둥지를 튼 것인데... 문제는 대부분의 활동적인 카페는 거의 모두 네이버에 있다는 것이죠. 이 둘간에 서로 연동되는 것이 없으니 문제가 생기는 거구요.

자 생각해 봅시다. 제 블로그가 다음에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관여해있는 카페를 다음으로 옮길 수는 없는 일이지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거지요. 마찬가지로 제 블로그가 네이버로 옮겨가야 하는게 당연한 겁니다.

다음에서 네이버로부터의 이미지 요청을 차단하는 바람에 아마도 다수의 다음 블로거들이 네이버로 옮겨 갔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저부터 그러고 싶으니까요. 네이버에서 하니까 다음에서도 차단한다는 마인드는 2위 업체로서는 가져서는 안될 마인드입니다. 어떻게라도 트래픽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 다음이 취해야 할 자세는 아닌 것이죠. 1위 업체를 따라 잡으려면 1위 업체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외부로부터의 악성적인 대규모 트래픽이 우려된다면 그런 트래픽을 감지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해서 악성 트래픽만 차단하면 되는 것이지, 겨우 조회수 몇백 밖에 안되는 네이버 카페의 접근까지 막는 건 고의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하루 종일 고민한 결과.... 블로그를 옮기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네이버는 싫고 자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수작업으로 일일이 250개의 글을 옮기기는 더 싫습니다. 그래서 계속 다음 블로그는 유지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네이버에 있는 나가세에도 글을 계속 올려야 하므로 이미지를 호스팅할 다른 곳을 찾아야 했습니다. 구글이 좋은데 구글은 제가 개인적으로 쓰고 있는데라서 안되고 야후의 플리커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드랙 & 드롭으로 이미지를 올릴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다음 블로그에서 글을 작성하고 이미지도 편집하여 올린 뒤에 해당 포스트를 네이버로 옮기려면 이미지를 다운 받은 뒤에 플리커로 드랙 & 드롭으로 올립니다.

그리고 아래 그림과 같이 플리커의 공유 기능에서 HTML코드 보기를 한 내용을 네이버에 올린 글에 수정해서 넣으면 됩니다. 절차는 복잡하고 노가다입니다만 이렇게라도 해야 나가세 분들이 제 글을 볼 수 있으니까 어쩔수가 없네요.


대신 플리커의 요청대로 이미지를 클릭하면 플리커로 연결되도록 제공되는 HTML코드를 손보지는 않고 그대로 넣었습니다. 플리커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사항입니다.

이런식으로 앞으로 네이버 카페에 올리는 글은 이미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예전에 올린 글들은 여전히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카페의 글에서 제 블로그의 글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링크를 모두 걸어 두었기 때문에 제 블로그로 들어와서 보면 됩니다.

어쨌든 다음과 네이버의 배타적인 정책 때문에 소비자들만 삽집을 하고 플리커로의 트래픽만 더 생기게 되었습니다. 왜 우리나라 기업들은 서로 오픈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판을 키워갈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요?

기술적인 당위성이 비지니스와 배타적인 정치적 결정에 밀리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네이버는 이기적이고 그걸 따라하는 다음은 멍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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