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Youtube를 통해서 ABC Song이나 Phonics 등을 보길래 영어공부나 하라고 그냥 놔두었는데, 어느날 부터는 구글 검색을 하더군요. 태양계에 빠져있는 울 아들은 구글 검색을 통해서 토성, 목성 등을 검색하고 위키피디아를 통해서 행성에 대한 설명을 보고 외웁니다.
뭐 이정도까지는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것이기에 그냥 두었습니다.
울 아들이 여섯살인데 이 정도 나이되면 벌써 스마트폰 게임에 빠지는 아이들이 제법 있거든요. 적어도 게임은 안하니까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은 구글 플레이에서 뭔가를 다운받기 시작하더군요. 제가 가르쳐준 것은 아니고 조카 형들에게 배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운 받는다는게 아래 그림과 같은 태양계 행성들을 시뮬레이션해서 보여주는 무료 프로그램들이었습니다. 아들도 약간의 경제 관념이 있는지 유료 컨텐츠를 사면 안된다는 건 알더군요. 저도 검사를 해보니 무료 프로그램들이고 게임도 아니고 해서 그냥 두었습니다.
11월 어느 일요일날 아들과 저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다듬었습니다. 아들을 먼저 이발하게 했는데 점잖게 잘 자르고 머리까지 짜증 안내고 잘 감길래 참 흐뭇했죠. 그래서 제가 머리를 깎을 동안 심심할까봐 스마트폰이나 가지고 놀라며 제 스마트폰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머리를 깎는 동안 너무도 얌전히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아들을 거울을 통해 보면서 뒷골이 약간 서늘함을 느꼈습니다. 여느때보다 더 집중하는 듯 했고... 뭔가를 숨기는 듯 했죠. 제 머리를 다 깎고 집으로 갈 때도 너무도 얌전히 잘 따라오길래 참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월요일 회사에 출근하여 제 스마트폰을 보는데 제가 만들지 않은 폴더가 두개 있었습니다. 저는 폴더 같은건 만들지 않기 때문에 참 의아했죠.
폴더를 열어보니 맙소사~ 제가 알고 있던 태양계 관련 프로그램보다 훨씬 많은 수의 앱들이 깔려있고... 아들은 나름 숨기느라 폴더를 만들어 정리해 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잘못한게 있으니 그렇게 얌전했던 거구요.
혹시나 해서 gmail로 온 메일들을 체크했습니다.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등록된 gmail 계정으로 구매한 앱들의 영수증이 날아옵니다. 역시나 아래와 같은 영수증 메일이 10통 정도 와 있더군요. 각 영수증마다 2천원에서 4천원까지 청구했다는 내용입니다. 혹시나 해서 마눌님의 gmail 계정도 확인해보니 그쪽도 세개 정도의 영수증이 와 있습니다.
대략 합쳐보니 4만원 정도 되는 금액을 아들이 해먹은 겁니다. ㅡ,,ㅡ 마눌님한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여차저차해서 울 아들이 4만원 해 먹었는데...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잘 타일러라... 처음있는 일이니 너무 야단치지는 마라... 라구요.
나중에 아들이 유치원에 갔다와서 마눌님이 이 문제를 추궁하자 아들이 그랬답니다. "돈 나오는거는 알고 있었는데 너무 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었어..." 태양계를 시뮬레이션 하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기능을 제한하고 있고 그 기능 제한을 풀려면 유료버전을 사라고 유도하기 때문에 그 유혹을 참을 수 없었다고 이실직고 한 것입니다.
거짓말하지 않고 사실대로 얘기했기에 마눌님은 크게 야단치지 않고 스마트폰 접근 금지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아들도 수긍하구요. 그리고 해먹은 4만원을 보상하기 위해 집안일을 하기로 약속했답니다. 여섯살 아이가 뭐 대단한 집안일을 하겠냐마는... 자기가 어질러 놓은거라도 치우면 다행이지요.
사실 스마트폰에서 유료 컨텐츠를 결제하는 지점에서 암호를 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암호를 걸지 않은 우리 부모의 책임도 없다 할 수 없지요. 구글플레이에서 구매시 암호 제한을 걸려면 구글플레이 실행 후 "환경설정" 옵션으로 들어가서 "비밀번호 사용" 옵션을 체크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구글플레이에서 유료 컨텐츠를 결제할 때 등록된 구글 아이디의 암호를 입력해야 결제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보통 이동통신사에 따라 별도의 앱스토어를 통해 유료 앱을 구매할 수도 있으므로 해당 앱스토어 프로그램에도 설정을 통해 암호를 걸어두셔야 합니다. 암호를 걸 수 없는 앱인 경우에는 "AppLock"과 같은 범용 앱 실행제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됩니다.
마눌님이 한탄을 하면서... "아들도 4만원 해먹고, 애비도 4만원 해먹고... 잘 하는 짓이다~"
그 이후로 우리 부자는 깨갱하면서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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