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2월 7일 토요일

고덕 수변 생태공원에 가다

11월 말 어느 주말 처가에서 김장을 담궜습니다. 처남네와 우리 식구가 모였죠.

 처남네는 초등학교 6학년인 조카와 초등학교 2학년인 조카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모두 땀을 뻘뻘 흘리며 김장에 여념이 없는데 아이들은 심심하죠. 스마트폰을 이미 가지고 있는 조카들은 머리를 맞대고 게임을 하느라 여념이 없고... 울 아들은 그걸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어른들이 바쁠때는 이렇게 애들에게 스마트폰 가지고 놀게 하면 어른들이 편합니다. 하지만 어른들 편하자고 애들을 이렇게 방치하면 안되겠죠. 김장을 하면서 아이들을 보니 게임을 하면서도 그렇게 많이 다툽니다. 네트웍 게임이다 보니 게임상의 실수와 사소한 장난 때문에 서로 다투고... 처남은 싸운다고 야단치고... 정말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그래서 제가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나왔습니다. 집에 있어봤자 어른들한테 혼만 날테니 나가서 놀자고 꼬드겼습니다. 전부터 가고 싶었던 "고덕 수변 생태공원"을 가기로 마음 먹고 아이들을 차에 태웠습니다. 저도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 어떤 곳인지 어떻게 가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일단 네비게이션에서 "고덕 수변 생태공원"이 찾아지지 않습니다. ㅡ,,ㅡ 그래서 다음맵을 통해 주소를 알아낸 뒤 주소 검색으로 목적지를 찍었습니다. 고덕 수변생태공원은 서울에서 하남 방향으로 갈 때는 올림픽 도로 상에 출구 안내가 되어 있어 굉장히 찾기 쉬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반대방향인 하남에서 찾아갈려니 이게 보통 난감한게 아니더군요.

고덕 수변생태공원은 한경변에 조성된 생태공원인데 서울에서 하남 방향으로 갈 때는 아래 지도에서 초록색 방향으로 P턴하듯이 들어가면 됩니다. 그런데 하남에서 들어올 때는 빨간 색 길을 따라 한참을 농로를 거쳐 들어와야 합니다. 이 비닐하우스 단지 일대가 재개발 예정지여서 공사중이고 길이 많이 바뀌어 매우 혼란스럽더군요.













빨간 색길인 농로는 아래 사진과 같은 비포장 도로입니다. 서울시 내에서 비포장 도로가 어디에 또 있을까요? 안 그래도 제차 스파크의 쇼바가 부실한데 아이들까지 잔뜩 태웠더니 차가 뒤뚱뒤뚱 쿵쾅쿵쾅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정말 좋아합니다. 하긴 언제 이런 경험을 해봤겠습니까? 대략 1km 정도 되는 비포장도로를 빨리 달리라는 아이들의 성화때문에 좀 무리해서 달렸습니다. 제 차 쇼바가 괜찮을지 의문입니다. ^^


고덕 수변생태공원은 말 그대로 생태공원입니다.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원들은 주인이 사람이 아니라 거기 사는 동물과 식물들입니다. 사람들은 제한된 길로만 조심스럽게 다닐 수 있고 그곳에 자리잡고 살고 있는 곤충과 풀, 나무와 새들을 방해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사람을 위한 편의시설은 거의 없죠. 한마디로 거의 야생에 가깝습니다.

이곳 생태공원은 고덕천 서쪽 일대 한강변 둔치를 자연 그대로 복원하고 있는 곳입니다. 생태보전시민모임이라는 환경단체에서 맡아서 관리하고 있으며 아이들을 위한 생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네요. 문의는 02) 426-0755에서 할 수 있으며 홈페이지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공원을 들어서면 아래 사진과 같은 안내도가 있는데 풍화가 되어서 알아보기 힘드네요.


대신 이 안내도가 더 보기 좋습니다. 이곳은 인위적으로 나무와 풀들을 심은게 아니라서 대부분은 잡목과 억새, 찔레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두충나무(가운데)와 은행나무(왼쪽) 군락지도 있습니다.


11월말 늦가을이라 황량하고 스산하기까지 합니다만... 그래도 아직 붉은 열매가 남아있고 억새꽃도 여전하고 도시에서는 듣기 힘든 여러가지 새소리들이 들립니다. 아이들은 그런거 상관없이 마냥 뛰어다닐 수 있어 좋아합니다.

큰 조카는 초등학교 6학년인데 벌써 키가 170cm에 달합니다. 얼마나 클지 기대가 되네요. 울 아들은 누나에 비하면 꼬맹이군요.


어떤 코스로 가야하나 잠시 고민했는데 동쪽의 고덕천을 끼고 한바퀴 돌기로 했습니다.


공원에는 유난히 찔레가 많더군요. 찔레는 봄부터 여름까지 흰색의 예쁜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저렇게 앙증맞은 빨간 열매를 내놓습니다. 찔레라는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가지에 가시가 있으며 이는 장미과 식물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질레꽃"이라는 유명한 노래의 가사에는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 이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 찔레꽃은 흰색이니 의아스럽습니다.

이에 대해 생태전문가이신 이삼규씨는 남쪽지방에서 자라는 해당화가 찔레꽃과 색깔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한 모양의 붉은 꽃을 피우고 실제로 해당화를 찔레라고 부르기도 해서 이 곡의 작사가가 해당화를 생각하며 가사를 썼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http://blog.daum.net/samlee/7352840)


겨울에 먹을 것이 없을때는 이 찔레 열매를 새들의 중요한 식량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더군요. 이 생태공원에는 이렇게 아이들이 그린듯한 재미있는 안내문이 많습니다.


열매를 함부로 따면 너구리가 배고프다는... 호소력 짙은 너구리의 눈망울이 인상적입니다. ^^


한강변에 이르니 철새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드니까 안내하시는 분이 소리내면 새들이 날아가 버린다고 타이르시네요. 이 공원에서는 동물들이 주인입니다. ^^

이 한강변에 있는 안내문에는 역지사지라는 재밌는 그림이 있더군요. 물고기가 너를 낚는다고 생각해봐라... 기분 좋겠냐? 뭐 이런 의미입니다. 재밌네요.


이곳은 다소 무서울 수도 있는 뱀과 벌들도 많다고 합니다. 다행히 우리가 온 날은 늦가을이라 이 둘 모두 없었지만 봄이나 여름철에는 조심해야 할 듯 합니다. 뱀이든 벌이든 영역 침범만 하지 않는다면 사람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실때는 줄을 매어놓은 탐방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를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곳에 벌들이 산다고 하는데... 날이 추워서 그런지 없더군요.


그런데 탐방센터 쪽으로 와보니 떡하니 말벌집이 있습니다. 물론 말벌은 없지만 으스스합니다. 아이들도 가까이 가지 못하네요.


남자애 둘이서 억새를 만지며 노네요. 작은 조카는 울 아들이랑 아주 잘 놀아 준답니다. 나이는 4살이나 차이 나는데요.


탐방센터에 오면 박새를 테마로 한 소박한 목구조물이 하나 있습니다.


박새는 이렇게 생긴 새입니다. 참새랑 비슷한데 검고 흰색이라는 점이 다르고 울음소리가 아주 예쁩니다. 도심지에서는 보기 힘들고 집 앞 응봉산에서는 본 적이 있습니다.


이 구조물 안에 들어가면 이렇게 박새를 관찰할 수 있는 안내문들이 있습니다.


한쪽켠에는 박새의 울음소리를 한글로 옮겨 놓았는데... 영 아닌듯 합니다. ^^ 아이들이 아주 재밌게 따라하네요.


이곳은 예약을 하면 생태체험을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나무 동가리에 새 그림을 그린 것 같습니다. 아주 예쁘네요.


동네 뒷산 같은 분위기라 딱히 놀것도 없지만 두껍게 쌓인 낙엽을 밟으며 뛰어다니며 재잘거리고 깔깔거리며 잘도 놉니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있는거 좋아하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그걸 막으려면 먼저 부모들이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하고 교감하고 여행가는 걸 좋아합니다. 스마트폰 혹은 게임에 빠지기 전에 세상에는 더 재밌고 신나는 곳들이 많다는 걸 보여주는게 좋습니다. 부모들이 부지런해야 아이들이 제대로 큽니다.


멋진 올림픽공원이나 서울숲을 연상하시면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자연 그대로의 야생을 느끼게 하고 싶다면 이곳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꽃이 피는 봄이 오면 아이들을 데리고 한번 더 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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