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7월 18일 금요일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 탐방기

아이들은 자라면서 특정 주제에 대해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아들의 경우 아주 어릴 때는 알파벳에 집착을 하더니 다섯살 경에는 우주와 태양계에 그리고 요즘은 인체에 대해 집착합니다. 아이의 엄마가 다양한 주제로 책을 읽어 주는데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아들이 요즘 관심을 가지는 인체에 대해 좋은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좀 찾아보았는데 그 첫번째로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을 잡았습니다. 이 글은 2014년 6월 1일에 그곳에 들렀던 기록입니다.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은 용인시 기흥에 위치하고 있는데 경부고속도로 수원IC에서 가까워 교통이 편리합니다. 이 박물관은 아이들이 불편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사전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문 전날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시간을 지정하여 예매를 했습니다. 물론 남는 티켓에 한해서 현장 구매를 할 수도 있습니다만 되도록 예매를 하는 것이 가족의 평화를 위해 좋습니다.

아침 10시로 예약을 했는데 일요일 아침이라 생각보다 교통이 원할해 30분이나 일찍 도착했습니다. 박물관의 외관은 깜찍하니 예쁩니다.


바로 옆에 경기도 박물관이 있더군요. 시간이 된다면 둘 다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박물관 주변을 둘러 보았습니다. 주변에 정자도 있고 분수도 있고 이렇게 고인돌도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저 큰 돌을 어떻게 올렸을까요? 그때는 크레인도 없었는데...


아마도 박물관에서 유물 발굴 체험행사를 하는 곳 같습니다.


드디어 개장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들은 인체관에 먼저 가자고 조릅니다. 동선으로 따지면 인체관은 후반부에 가는게 맞는데... 1층을 건너뛰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인체관을 들어서자 마자 아이의 표정이 환해지면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이리저리 천방지축 뛰어다니기 바쁩니다. 걸쳐 볼 수 있는 의사 가운과 청진기가 있길래 한번 입혀 보았습니다. 오 제법 폼이 나는데요? 그러나 저도 그렇고 마나님도 그렇고 아들이 의사되는 걸 원하지는 않습니다. ㅡ,.ㅡ 뭐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은 바로 여깁니다. 인체의 장기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할 수 있는 토르소(Torso)입니다. 위, 간, 소장, 대장 등을 일일이 껴안고 만져가며 몇번이고 계속 분해했다가 조립했다가 합니다. 이제 그만 좀 가자고 했더니... 아들이 이거 사달랍니다. ㅡ,.ㅡ


어쨌든 다시 인체관을 둘러봅니다. 심장의 큰 모형 앞에서 포즈를 잡았네요. 좋아하는 표정이 보이지요?


심장 모형 옆에는 적혈구 모양의 의자가 있네요. 적혈구를 모델링한 거지만, 그 자체로 괜찮은 디자인 같습니다.


심장 모형 윗부분은 혈관이 천정을 타고가는 식으로 만들어 두어 인상적이었습니다.


X레이 필름을 불빛에 비춰 보듯이 각 동물들의 뼈를 비쳐보는 코너도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문어는 뼈가 없더군요.


호흡기에 대한 모델인데 코 속으로 공을 집어넣으면 빨아들여져 오른쪽의 폐로 떨어집니다. 폐의 역할에 대한 직설적인 모델이네요.


이건 횡경막 모델인데 저 레버를 아래 위로 움직이면 횡경막이 움직입니다. 그런데 좀 뻑뻑해서 꽤나 힘을 줘야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귀의 모형입니다. 아들의 귀의 각 부분에 대한 이름을 다 외고 있더군요. 저도 좀 놀랬습니다. 귓바퀴 쪽에 대고 소리를 지르면 고막쪽에 진동이 발생하는 것이 재미 있었습니다.


아들은 인체관을 몇번이나 계속 빙빙 돌면서 좋아했습니다. 그러면서 아까 그 토르소를 사달라고 계속 저에게 다짐 받습니다. ㅡ,.ㅡ

인체관 옆에는 "한강과 물"이라는 전시관이 있습니다. 오~ 여기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강을 모델링한 큰 수조에 갖가지 물리 모형들이 있어 흥미롭더군요. 간단한 수차를 모델링한 것인데 물을 위에 부으면 물레방아가 도는 겁니다.


가장 아이가 흥미로워 했던 곳은 이 곳인데 물길을 막아 물을 채우고 수문을 열어 물을 내보내는 걸 해볼 수 있습니다. 각 계곡에도 칸막이를 세우면 물길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도 한참을 놀았네요.


"한강과 물"관을 나와 바깥쪽을 둘러 봅니다. 중간에 이런 거대한 "마블머신(Marble Machine)"이 있더군요. 저에게는 마블머신은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목공 분야이기도 해서 꼼꼼하게 사진에 담아 두었습니다. 아랫쪽 새싹 아래에 있는 기다란 캠(Cam) 구조가 인상적입니다.


여기는 "건축작업장"입니다. 아이들이 건설 분야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곳이지요. 헬멧과 안전복을 입혀 보았더니 제법 어울립니다. 저는 평생을 사무실에서 앉아 일하다 보니, 아이는 활동적인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목공에 대한 코너도 조금 있는데 여기서 반가운 사개맞춤과 주먹장이 보이네요. 목공의 짜맞춤을 공부하면서 아이들의 퍼즐로 써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이런식으로 만들면 되겠더군요.


한쪽에는 자작합판을 규격에 맞추어 홈을 내어 반턱맞춤으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코너가 있더군요. 별로 어렵지 않아서 아이 혼자 이렇게 제법 근사하게 구조물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런 퍼즐이야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이렇게 큰 사이즈의 퍼즐은 색다른 재미가 있더군요. 조금만 규모를 키우면 아이들의 플레이 하우스 정도는 쉽게 자기 손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는 "아치형 돌다리"를 모델링한 것인데 아이가 참 신기해 하더군요. 이 아치형 돌다리를 보면서 얼마전에 동대문에서 보았던 "이간수문"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중간에 이동하는 중에 이런 큰 퍼즐이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재질이 허물허물 거려서 뭘 만들기는 어렵더군요.


아이가 그린 그림으로 꾸민 벤치가 예쁩니다. 저도 아이에게 이런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네요.


옥상에 돌고래가 매달려 있는데, 어디로 전화를 하면 이 돌고래가 움직인다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전화를 해 보았더니 정말로 돌고래가 춤을 추더군요. 그 전화번호가 서비스 요금을 받는 거라면 그리고 이 조형물이 인파가 많은 곳에 있다면 꽤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장에는 회전하는 모터가 설치되어 있고 그 축에서 약간 벗어난 원판에 돌고래의 각 부분을 연결한 와이어가 매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캠(Cam)의 원리로 돌고래가 춤추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앞에 보았던 마블머신의 아랫쪽 캠 구조와 동일합니다.


요것도 벤치 다리가 예뻐서 찍어 보았습니다.


"미니씨어터"라는 곳인데 아이가 각종 무대 의상을 입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저나 마나님의 성향을 보았을 때... 울 아들이 연극배우가 될 일은 없겠지요?


각국의 민속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스페인의 투우사 복장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곳은 여자아이들이 더 좋아할 것 같습니다. 아들은 금방 흥미를 잃네요.


오히려 여기를 좋아하더군요. 터치로 나라를 선택하고 전화기를 들면 그 나라 말로 할머니가 얘기하는 걸 들을 수 있습니다.


"동화속 보물찾기"라는 코너입니다. 여러 전래동화에 나오는 인물들과 배경들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아직 아들이 전래동화를 많이 읽지 않아서 별로 공감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에코 아뜰리에"라는 곳에서는 시간을 정해 재활용품으로 작품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마침 시작 시각이 다 되었길래 줄을 서서 들어갔습니다. 아들은 재활용품 소재를 받아다가 인체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그럴 듯 한가요?


지금까지는 2층이었고 이제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지친건지 1층에서는 별 감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는 "21세기 잭과 콩나무"라는 곳인데 아이들이 저렇게 높은 곳을 기어서 올라가는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보다시피 바깥에 그물망이 쳐 있어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놀이를 하려면 키가 120cm가 넘어야 한다네요. 울 아들은 120cm에서 1cm가 모자라서 체험을 못했네요. 아쉽습니다.


1층에는 유아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도 있어서 체험하기에는 아직 어린 아가들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버스나 소방차 등의 모형도 있습니다.


박물관 1층 입구에는 이렇게 멋진 마블머신이 있습니다. 공이 내려오면서 악기를 두드리며 소리를 내는 것이라 흥미롭습니다. 아들이 성화로 2층 인체관부터 거꾸로 내려와 입구에 있는 이 조형물을 마지막에야 보네요.


이렇게 어린이 박물관에서 3시간이 넘게 놀았습니다. 사실 배가 고파서 나왔습니다. 서울에서도 그리 멀지 않고 전시물과 프로그램도 알차서 아주 마음에 쏙 드는 박물관이었습니다. 규모는 과천과학관이 더 크지만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는 이 곳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아이가 사달라고 한 토르소를 알아보니 국내에는 병원에서 의사들이 설명할 때 쓰는 프로페셔널한 것 밖에 팔지 않고 가격도 꽤나 비싸더군요. 그래서 아마존을 통해 알아보니 저렴한 가격으로 교육용 토르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물건 가격이나 배송비나 비슷하다는 거...

아들은 토르소 언제 오냐고 며칠을 안달했는데... 토르소가 온 날 세상을 얻은 듯 기뻐하던 기억이 납니다. 동네 엄마들이 쟤는 왜 저런 걸 가지고 노냐며 이상하게 쳐다 봅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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