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6월 25일 수요일

밀크페인트 만드는 방법

얼마전 밀크페인트에 대한 글을 올린 적 있습니다. 밀크페인트는 역사가 오래된 천연페인트로 우리의 선조들은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왔습니다. 분말 형태로 파는 밀크페인트를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고 경제적이지만 밀크페인트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조사를 해 보았습니다. 이 글에서 우유와 치즈에 대한 지식은 전직 요리사인 마나님의 자문을 얻었습니다.

밀크페인트의 원리

소의 젖인 우유는 오래전부터 우리 인간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영양 보급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유는 금방 상하기도 하고 액체의 형태라 보관하거나 들고 이동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유목민들은 소의 위를 깨끗이 씻어서 우유를 그 안에 담아 보관하고 들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 위장에 들어있던 우유는 며칠이 지나면 몽글몽글하게 응고되기 일쑤였습니다. 이는 소의 위장에 남아있던 위산이나 레넷(Rennet)이라는 우유를 응고시키는 효소에 의한 작용이었습니다. 이렇게 응고된 우유가 바로 치즈의 주재료입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경험에 의해서 우유에 산성이 강한 식초나 레몬즙을 넣거나 레넷을 넣으면 우유가 응결된다는 걸 알았았습니다. 이 응결된 것을 커드(Curd)라고 합니다. 커드는 우유의 단백질 성분 중에서 카세인(Casein)이 응결된 것입니다.

우유는 대부분이 물이고 약간의 단백질과 지방 그리고 칼슘 등과 같은 무기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유에 포함된 단백질은 크게 카세인훼이(Whey, 유장)로 나뉘는데 소의 젖인 경우 카세인이 80%이고 훼이가 20% 정도입니다. 인간의 젖은 오히려 훼이가 더 많습니다. 카세인과 훼이 둘 다 인류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인류의 생존에 큰 기여를 해 온 것들입니다.

응결된 카세인을 말린 뒤 분말로 만들고 나서 이를 다시 물에 녹이려 하면 잘 녹지 않습니다. 하지만 알카리 용액에는 카세인이 잘 녹는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용액(일종의 솔벤트)이 마르고 나면 다시 카세인이 응결이 되는데 접착력이 매우 강해서 수지(Resin) 혹은 접착제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여 카세인 + 알카리 용액에 안료를 섞으면 벽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물감을 만들 수 있었고 이를밀크페인트라고 합니다. 혹은 안료 없이 바니쉬의 용도나 접착제의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카세인은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바인더(binder)이기도 합니다. 카세인을 이용하여 석벽이나 나무 등 다양한 물질에 페인팅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카세인은 딱딱하게 굳기 때문에 캔버스와 같이 신축성있는 표면에는 사용하지 못하고 단단한 표면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내구성도 매우 뛰어나서 고대 이집트시대에 그려진 벽화들이 아직도 남아있기도 합니다.


우유로 밀크페인트 만들기

먼저 쉽게 구할 수 있는 우유로 밀크페인트를 만드는 일반적인 과정을 알아 보겠습니다.

1. 먼저 필요한 재료를 준비합니다. 먼저 지방이 제거된 무지방 우유 1리터와 레몬 1개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색의 안료나 아크릴 물감을 준비합니다. 추가로 체와 거즈(cheesecloth)를 준비합니다.


2. 1리터의 무지방 우유를 용기에 붓고 여기에 레몬 1개의 즙을 짜서 넣습니다. 레몬 대신에 식초 적당량으로 해도 됩니다. 잘 저어준 다음에 밤새 커드를 형성하도록 둡니다.


3. 하룻밤 두고 나면 카세인은 응고된 상태이지만 나머지 액체를 분리해야 합니다. 거즈를 체에 받쳐서 밤새 둔 커드를 부어서 커드만을 분리합니다. 그리고 커드를 물로 헹굽니다. 이렇게 해야 남아있는 훼이와 레몬즙 혹은 식초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거즈를 꽉 짜서 물기를 제거합니다.


4. 4티스푼 정도의 안료를 꽉 짜낸 커드에 넣습니다. 만일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다면 조금씩 넣어보면서 원하는 색깔을 맞춥니다. 원하는 색의 농도에 따라 안료의 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안료를 넣기 전에 베이킹소다와 물 약간을 같이 섞어서 카세인을 녹이는 것이 좋습니다)


5. 안료 혹은 아크릴 물감을 커드와 잘 섞어 줍니다. 완전히 섞여야 합니다.


6. 만들어진 밀크페인트를 붓으로 가구에 바릅니다. 밀크페인트는 매우 빨리 마릅니다. 정제된 재료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서 밀크페인트를 바른 질감은 매우 거칠고 빈티지한 느낌을 줍니다.


7. 사용하고 남은 밀크페인트는 하루 정도 지나면 못쓰게 되니 빨리 사용하기 바랍니다. 밀크페인트는 천연페인트이므로 남은 것은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됩니다.


8. 밀크페인트를 사용하고 난 붓과 도구들은 비눗물로 세척할 수 있습니다. 천연페인트이므로 부엌 싱크대에서 세척해도 무방합니다.


카세인 분말을 이용한 밀크페인트 레서피

우유를 커드로 만들어서 밀크페인트를 만드는 방법은 구하기 쉬운 재료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불순물이 많고 정제되지 않아 거친 느낌이 강합니다. 정제된 카세인 분말을 구할 수 있다면 상업적인 수준의 밀크페인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카세인 분말은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듯이 알카리 용액에 녹여서 사용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세가지 타입의 알카리성 물질을 카세인에 적용할 수 있는데 석회(lime), 탄산암모늄(제빵용 팽창제),붕사(borax, 유약의 재료)들입니다.

석회 + 카세인 조합

소석회 용액이나 석회 분말과 카세인을 섞은 것으로 기공이 많은 석벽이나 나무에 효과가 좋습니다. 바인더의 내구성이 좋아서 야외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만든 밀크페인트는 만든지 수시간 내에 사용해야 하고 알카리에 강한 안료(예를 들어 프레스코 안료, fresco pigments)를 사용해야 하는 제한 사항이 있습니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밀크페인트가 석회 + 카세인 조합입니다.

탄산암모늄 + 카세인 조합

내구성이 좋은 점과 알카리에 강한 안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석회 카세인 조합과 비슷합니다만 조합한 뒤 좀 더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붕사 + 카세인 조합

붕사 카세인 조합은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조제를 하고 나서도 몇주 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섞여진 카세인 바인더도 중성이기 때문에 어떤 안료를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나무에 그림을 그리거나 내부 벽에 칠할 때 매우 적합한 바인더이지만, 부엌이나 욕실처럼 습기가 많은 곳에서는 적합치 않습니다. 또한 붕사 카세인 조합은 유화제(혹은 계면활성제)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린시드오일과 같은 오일도 같이 섞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오일을 섞으면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도막이 만들어지지만 여전히 물에 의해 도막이 얇아지거나 씻겨나가는 경향은 있습니다.

붕사 카세인 레서피

필요한 재료 : 카세인 분말 80g, 차가운 물 250ml, 붕사 결정 32g, 뜨거운 물 250ml

1. 차가운 물에 카세인 분말을 넣고 뚜껑을 덮은 뒤 밤새 둡니다.
2. 뜨거운 물에 붕사 분말을 녹입니다.
3. 붕사 용액을 카세인 용액에 붓고 고루 젓습니다.
4. 붕사와 카세인간의 가수분해가 시작되는데 2시간 정도 반응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반응이 완료되면 투명한 상태로 변합니다.
5. 녹은 용액을 중탕으로 60도까지 가열합니다.
6. 다시 용액을 식히면 시럽과 같은 질감으로 바뀌는데 이렇게 되면 안료의 바인더로서 사용 가능합니다.
7. 이렇게 만들어진 용액을 물과 1대1로 섞습니다. 너무 진한 용액을 바르게 되면 마르고 나서 도막이 갈라질 수 있습니다.

안료를 섞기 위해서는 안료를 미리 소량의 물로 칼이나 주걱으로 개어 놓아야 합니다. 이 개어진 안료에 붕사 카세인 용액을 조금씩 부어서 색의 진하기를 맞추면 됩니다. 원하는 색으로 맞춘 다음 물로 희석할 수 있습니다.

붕사 카세인 석고 레서피

필요한 재료 : 위 붕사 카세인 조합 9, 석고가루 4, 흰색 안료(티타늄 혹은 아연 옥사이드) 4 의 비율

1. 석고 가루(분필 가루)와 안료를 섞습니다.
2. 위의 석고 가루+안료와 붕사 카세인 조합을 천천히 섞습니다.
3. 부드러울 때까지 저어줍니다.
4. 거즈로 덩어리진 석고 가루를 걸러냅니다.
5. 시험해 보고 농도를 조절합니다.

석회 카세인 레서피

필요한 재료 : 카세인 분말 40g, 찬 물 125cc, 소석회(slaked lime) 33g

1. 카세인 분말을 차가운 물에 넣어 섞은 뒤 하룻밤을 둡니다.
2. 거즈에 부어서 물을 짜내어 커드 상태를 얻어냅니다.
3. 카세인과 소석회를 갭니다.
4. 소석회를 섞기 전에 카세인 덩어리를 제거하기 위해 공이로 짖이깁니다. (선택사항)
5. 가수분해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6. 가수분해가 완료되면 물을 섞어서 붓으로 바르기 적당한 점도로 맞춥니다. 물의 양은 카세인 석회를 섞은 양보다 적어야 합니다. 이 바인더에는 알카리에 강한 프레스코 안료를 섞을 수 있습니다.

탈지분유 + 베이킹소다 레서피

필요재료 : 탈지분유 4, 베이킹소다 1, 안료 1, 찬물 6 의 비율로 준비합니다.

탈지분유, 베이킹소다, 안료 가루들을 잘 섞은 다음 물을 붓고 잘 저어 줍니다. 그리고 한시간 정도 둔 다음 다시 젓고 사용하면 됩니다. 탈지분유는 지방을 제거한 분유인데 여전히 훼이 등의 불순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베이킹소다는 알카리성의 물질로 탄산암모늄을 대체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밀크페인트의 핵심은 카세인을 분리하는데 있습니다. 유지방을 제거한 우유로부터 카세인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레몬즙이나 식초 등의 산성 용액을 사용합니다. 응고된 커드를 물로 씻어서 꽉 짜내면 준비가 완료됩니다. 이 커드는 알카리 용액과 섞으면 녹게 되며 이때 안료와 섞어서 색을 내면 됩니다. 그러고 나서 붓으로 바르면 됩니다. 밀크페인트는 빨리 마르기 때문에 수성 라커를 바르는 것처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재료가 간단하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써도 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역시 밀크페인트 분말을 사서 쓰는게 경제적이고 번거롭지 않습니다. 집에 있는 우유를 페인트 만들겠다고 다 써버리면 꽤나 잔소리 들을 겁니다. 게다가 요즘은 우유값이 비싸기도 하죠.

밀크페인트 만드는 과정은 그냥 재미로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밀크페인트 만드는 과정을 담은 유튜브 비디오는 URL을 소개드립니다.

http://youtu.be/nb2pE6Ge-0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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