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6월 23일 월요일

고성 여행#2 - 상족암과 공룡박물관

지난 2014년 5월 16일부터 2박3일간 저희 부부의 16주년 결혼기념일을 자축하기 위한 짧은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총 3일 일정 중에서 이 글은 두번째 날에 대한 기록입니다.

상쾌한 아침과 맛있는 식사

어제 장시간 운전을 해서 그런지 몹시 피곤한데도 잠이 쉽게 들지 않았습니다. 그건 온 사방에서 개구리가 울어댔기 때문입니다. 어젯밤에 펜션 근처를 둘러보다 펜션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이 일대가 모두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서 개구리가 그렇게 많다고 하네요. 잠을 설치게는 했지만 아침이 되면 아들과 개구리를 보러가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너무 좋더군요. 묵었던 펜션은 약간 고지대에 있는데 전망이 특이합니다. 아래 사진의 언덕에 있는 공룡상과 둥근 건물은 "공룡박물관"입니다. 그리고 언덕 아래에 있는 공룡 조형물은 상족암 군립공원 캠핑장입니다. 펜션에서는 차로 5분거리라 딱 좋습니다.


아들과 함께 어제 우리의 밤잠을 설치게 했던 개구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아직 모를 심지 않고 물만 받아놓은 논에 개구리와 올챙이들이 엄청 많더군요. 한마리 잡아 볼려고 했는데... 이제 그것도 힘드네요. 그냥 사진 찍는 걸로 만족합니다.


우리 식구들끼리 여행을 올 때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왠만하면 외식을 합니다. 외식을 할 때의 문제점은 아침식사가 되는 식당이 잘 없다는 거지요. 가장 실패 확률이 작은 방법은 가까운 재래시장에 가는 겁니다. 숙소인 고성 하이면에서 삼천포시장까지는 승용차로 15분 정도 거리라 좋습니다.

원래는 펜션 사장님이 추천한 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불행히도 그곳에선 할아버지들이 담배 피면서 해장술을 드시고 계셔서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삼천포항 바닷가를 따라 많은 횟집들이 있는데, 알고 들어간 것은 아니고 그냥 느낌이 좋아서 삼천포 어시장의 "바다식당"으로 갔습니다.


이 집은 바로 앞의 어시장에서 활어를 사서 회를 떠 오면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별개로 식사를 판매하기도 하더군요. 전복죽과 서더리 매운탕을 시켜 먹었는데 맛이 예술입니다. 정보없이 들어간 곳이라 별 기대를 안했는데 아침부터 거하게 먹었던 것 같습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밥을 먹고 앞의 삼천포항에 나가 보았습니다. 집어등이 달린 큰 배들을 보았는데 오징어잡이 배인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항구 풍경을 보니 마음이 푸근하더군요.


삼천포항을 떠나 상족암으로 향하는 중 길가에 아주 큰 공룡 조형물 두 점이 있어서 잠시 차를 세워 구경했습니다. "고룡이동산"이라고 이름붙은 곳인데 실제 크기의 조형물인 듯 합니다. 아이가 공룡 다리를 안고 있는데 조그만해서 찾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이날 일정 중에 많은 공룡상들을 만났지만 크기 면에서는 여기가 최고인 듯 합니다.


상족암의 멋진 해안가 탐방로

이어서 상족암 군립공원으로 들어가 차를 세웠습니다. 주차장 바로 옆에는 아담한 야영장이 있더군요. 요금표를 보니 4인용 텐트 기준으로 당일은 2,000원, 1박2일은 4,0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이날도 꽤나 많은 분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더군요. 우리야 마나님이 캠핑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리...


주차장에서 바닷가 쪽으로 나가면 이렇게 "공룡발자국 화석지" 안내 표지가 나옵니다. 그 표지가 있는 곳에는 조그만 모래사장이 있는데 여름에는 한적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도 있다고 하는군요.


안내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조금만 가다보면 이런 환상적인 풍경이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옵니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멋진 형상의 퇴적암들 그리고 멋진 길... 저 앞에 길게 늘어진 방파제도 가보고 싶었지만 햇빛이 너무 강해서 참았습니다. 가슴이 확 트입니다.


해변의 퇴적암들 사이로 많은 식물들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마침 "기린초"가 꽃을 활짝 피우고 있어 반가웠습니다. 남해안 어디서나 바닷가 바위에서 볼 수 있는 반가운 아이입니다.


이내 길은 데크로 이어지는데 해안가 멋진 바위를 끼고 구불구불 장관입니다. 이곳 상족암에 공룡발자국만 덩그러니 있을 줄 알았는데 이런 멋진 풍경을 보게 되어 너무 기분이 좋더군요. 아이와 마나님도 멋진 풍경에 탄성을 지릅니다.


멋진 풍경에 빠져 기분이 들떠 있어 공룡발자국을 놓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데크 아래를 유심히 내려다보면 아래 사진과 같은 공룡발자국들을 볼 수 있습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큰 발자국은 아닙니다만 암석에 저런 발자국 모양이 있다는게 신기합니다. 모양을 보니 조각류(2족 혹은 4족 보행 초식공룡)의 발자국들입니다. 데크를 따라가다 보면 공룡 발자국 화석에 대한 설명이 있으니 아이와 함께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좀 더 나아가니 바닷가로 내려설 수 있는 곳에 또 발자국들이 있습니다. 이건 좀 더 큰 용각류(4족보행 초식공룡)의 발자국 같습니다. 아이의 발 크기와 거의 비슷하네요. 책에서만 보던 공룡발자국을 이리 가까이서 보니 아이도 저도 매우 흥분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지만 정말 신기하더군요. 사실 공룡발자국 화석은 엄청난 우연의 연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공룡이 진흙을 밟고 지나간 흔적이 아무 손상없이 유지되다가 화산폭발이나 홍수로 그 위에 퇴적물이 쌓여 묻히게 됩니다. 퇴적물이 쌓이면서 압력과 열에 의해 발자국 모양은 딱딱한 암석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수천만년이 지나면서 발자국 위의 퇴적층이 물과 바람에 의해 깍이면서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공룡발자국이 바닷가에서 주로 발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이지요.


이런 특이한 형태의 암석들도 있는데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진행하다 보면 조그만 몽돌해변이 나옵니다. 여기에 경상남도 청소년수련원이 있습니다. 참 경치좋은 곳에 자리 잡았네요. 수련이 절로 되겠습니다. 시루떡처럼 쌓인 퇴적암이 참으로 정갈합니다.


청소년 수련원 앞 해변가에 이런 계단이 있는데 낡은 페인트 칠이 나름 운치가 있더군요. 사진으로 남겨 보았습니다.


청소년 수련원 앞을 지나 조금 더 이동하면 사진에서 보이는 큰 바위가 보이는데 이 곳이 바로 "상족암"입니다. 추측키로 "코끼리 상"자를 써서 코끼리 다리 모양의 바위라고 생각했는데 정확한 어원은 "상다리"모양에서 유래된 것이더군요. 이 상족암이 정말 버라이어티한 곳입니다.


상족암 동쪽편에는 저런 좁은 길과 졀벽이 있습니다. 마나님이 모처럼 용기내어서 좁은길을 따라 가 보았는데 앞쪽에 물이 차 있어 건너가지는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당시가 밀물이어서 물이 많이 올라와 있는 상태였습니다. 혹시나 썰물이면 건너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든 계단이 따로 조성되어 있어 상족암 윗쪽으로 반대쪽인 서쪽편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안내 표지판에 표시된 바로는 이 곳에 아주 크고 많은 수의 공룡발자국들이 있다는데 저희의 눈에는 하나도 보이질 않더군요. 역시나 밀물로 수위가 높아서 였습니다.


아이가 공룡발자국이 없다며... 먼 바다를 내다보며 서운해 하더군요.


그런데 상족암에는 비밀 통로(?)가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생긴 문으로 들어서면...


이렇게 생긴 제법 넓은 공간이 나옵니다. 일종의 천연 동굴인 셈인데 갈라진 틈으로 빛이 들어와 무섭지는 않습니다.


기괴하게 생긴 구덩이도 하나 있는데 물이 고여 있어서 신기합니다. 동굴 안은 너무도 시원하고 바람도 잘 통해 피서지가 따로 없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퇴적암으로 된 동굴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라 우리 식구 모두가 흥분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경험에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물이 더 빠질 것이고 그러면 더 많은 발자국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서 다시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공룡박물관에서 이 상족암으로 바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차를 몰고 공룡박물관을 두세시간 구경하고 나면 충분히 물이 빠져 있을 것이라 예상한 겁니다.


고성 공룡박물관으로 가다

사실 상족암에서 바로 공룡박물관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승용차를 두고 와서 어쩔 수 없이 돌아 갔습니다. 만일 차만 가지러갈 사람이 있다면 상족암에서 바로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습니다. 어쨌든 승용차로 다시 공룡박물관으로 왔는데, 이곳에는 많은 관람객들이 있더군요. 제법 유명한 곳인가 봅니다. 박물관의 입구가 언덕 위에 있어 걸어서 올라가야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에스컬레이터가 있더군요.


공룡박물관의 지도입니다. 실내 전시를 하는 박물관이 한동 있고 나머지는 모두 야외시설물입니다. 박물관과 야외시설물을 모두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상족암에 다시 들리기로 했습니다. 그때쯤이면 물이 많이 빠졌을 거라고 기대하면서요.


공룡박물관은 제법 높은 지대에 조성되어 있어서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꽤나 일품입니다.


매표소 부근에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공룡상들이 있는데 현실적이기는 합니다만... 첫 공룡 조형물로서는 좀 그렇네요.


공룡박물관 건물입니다. 상당히 공을 들여 예술적으로 지은 것 같습니다. 고성군에서 이곳을 중점 관광지구로 육성하는지 투자가 많이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박물관 실내로 들어섰습니다. 공룡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전시물들이 많습니다. 꼼꼼하게 잘 준비된 것 같습니다. 시대별 공룡에 대해 한번에 정리한 그림이라며 아이가 좋아한 전시물입니다.


공룡뼈 전시물도 있습니다. 종류나 규모면에서 훌륭합니다. 공룡 이름을 달달 외우는 아이들도 있던데 그런 아이들이 오면 참 좋아하겠습니다. 우리 아들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아들이 아는 몇 안되는 공룡 중 하나인 "이구아노돈"의 뼈입니다.


공룡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출입문도 재밌는 아이디어입니다.


일명 박치기공룡이라고 하는 "파키케팔로사우루스"의 움직이는 조형물입니다. 실제로 박치기하는 모습을 재현해 놓아서 재밌습니다.


층간을 터 놓은 공간에는 키가 큰 공룡뼈와 익룡뼈가 있는데 나름 장관입니다.


중생대의 표준화석인 "암모나이트"입니다. 이 화석이 발견되면 중생대의 지층이라고 본답니다.


실내에 볼거리가 더 많았지만 너무 지체될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공룡알들이 반겨주네요.


반대쪽 조망도 아주 좋네요. 잔잔한 호수같은 바다가 인상적입니다.


구경하느라 바빠서 점심 식사를 거를 판입니다. 근처에 있는 매점에서 "통영꿀빵"을 흉내낸 "공룡꿀빵"을 사다 먹었습니다. 맛은 그닥입니다. 그냥 빵에 꿀발라져 있는... 칼로리가 엄청나게 높아 보입니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본격적인 야외 구경입니다. 바깥에는 실제와 흡사한 공룡 조형물이 많아서 아이가 매우 좋아합니다. 공룡발을 안아봤는데... 그 크기가 짐작되시죠?


놀이터에 있는 공룡이라... 실제라면 경악~ 그 자체입니다.


공룡을 모티브로한 미끄럼틀인데... 나름 애썼지만 좀 더 재밌는 아이디어가 있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박물관 부지 자체가 높은 곳이라 조망이 참 좋습니다. WB550 카메라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하여 찍어 보았습니다.


"바리오닉스"랍니다. 익살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렇네요.


"세그노사우루스"랍니다. 그런데 이런 이름들은 어떻게 외우는 걸까요? 저는 암만 봐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 이런 공룡들이 있으니 참으로 특이한 분위기인 것만은 틀림 없습니다. 공룡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유토피아일 것 같습니다.


미로정원이 아래에 있다길래 내려섭니다. 남부지방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인데 아래 사진의 붉은 잎을 가진 나무들이 가로수와 정원수로 많이 심어져 있더군요. 이름을 알아보니 "홍가시나무"랍니다. 일본 원산인 나무로 새로 난 잎은 붉은 색이고 점점 더 초록색으로 바뀌는 특이한 나무입니다. 보통은 초록잎으로 나서 붉은 색으로 단풍이 드는데요. 나이를 거꾸로 먹나요? 여하튼 특이한 풍광에 따뜻한 지방에서만 자랄 수 있어 남부지방에 많이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미로정원으로 내려서는 길을 전체적으로 찍어 보았는데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아름답습니다.


미로정원 인근에도 공룡 조형물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 박물관 전역 어디에나 공룡들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공룡을 찾아다니는 것도 재미일 것 같습니다.


미로정원입니다. 다른 곳과는 달리 난이도가 제법 있더군요. 아들과 제가 겨우 길을 찾아 냈습니다. 키가 작은 아이들은 어른의 도움없이는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로 정원 옆에는 높은 망루가 하나 있는데 거기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길을 알려주어도 됩니다.


미로 안에는 두 마리의 토피어리 공룡이 있습니다. 첫번째 공룡을 찾았습니다.


두번째 공룡을 찾고는 너무나 좋아합니다. 저렇게 좋을까요?


몇번 더 미로에서 놀고 싶다는 아이를 달래서 상족암 쪽으로 향합니다. 다른 것보다 햇볕이 너무 강해서 탈수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더군요. 상족암으로 가는 방향에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올때 들리기로 했습니다.


상족암으로 들고 날수 있는 출입구입니다. 정문 매표소에서 구입한 입장권을 가지고 있어야 다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입장권을 잘 관리하세요.


물이 빠진 상족암에 다시 오다

다시 상족암으로 돌아 왔습니다. 약 세시간 뒤에 온 것인데 상당히 물이 많이 빠졌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너른 바위 공터가 생겼더군요. 서둘러 내려가 봅니다.


몇시간 전과는 달리 거대한 퇴적암 덩어리가 물 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바닷가에 살지 않으면 아이가 밀물과 썰물에 대해 체감하기 어려운데 울 아들은 이날 밀물과 썰물에 대해서 확실히 느끼게 되었답니다.


과연 이곳에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크고 많은 수의 공룡 발자국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모양이 예쁜 발자국 앞에서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발자국 하나하나 뛰어다니며 관찰하는 모습을 보니 서울에서 다섯시간을 운전하며 달려온 보람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아침 밀물때는 이곳이 물이 찰랑찰랑해서 지나갈 수 없었는데 이제는 물이 많이 빠져서 지나갈 수 있겠더군요.


바위에 붙은 따개비들도 그 수가 엄청납니다. 아들이 "따개비루"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는데 실제 따개비를 보고는 너무 좋아합니다. 실제 따개비는 아주 딱딱하고 거칠거칠해서 이것을 밟으면 바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상족암의 동굴도 썰물이 되니 훨씬 넓어졌습니다. 퇴적암 자체가 매우 아름다운데 저런 돌덩이까지 떨어져 있으니 더욱 더 신기합니다. 바윗돌 깨져서 돌덩이~ 라는 노래가 절로 생각납니다.


아침에는 이곳에 물이 차서 지나올 수가 없었는데 물이 빠지고 나니 상족암 바위를 빙 둘러서 이동할 수 있더군요. 밀물때는 막혀있던 길이 썰물이 되어 물이 빠져 새로운 길이 생기는 이런 자연현상을 몸으로 체험하고 즐기니 어른인 저도 흥분되더군요. 정말 신기한 체험이었습니다.


바닷속에 우뭇가사리가 보이네요. 우뭇가사리를 보니 시장가서 우묵콩국이나 한사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까는 볼 수 없었던 구덩이를 하나 더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곳에 물고기 서너마리가 갖혀 있더군요. 아이와 한참을 구경했습니다.


상족암의 큰 바위를 보면 중간에 흰색의 얇은 층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공룡박물관에 설명이 되어있기론 K-T 경계층이라고 하더군요.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제 3기의 사이에 이리듐이 많이 함유된 경계층이 있는데, 이 이리듐이 지구에 떨어진 운석에서 왔을 것이라 추측한다고 하네요.


상족암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신기하고도 아름다운 풍광이었습니다. 물론 공룡발자국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매우 특이하고 흥미로운 곳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저희처럼 밀물때와 썰물때 두번 나누어 오라고 권하고 싶네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저희가 물때를 다르게 해서 와보니 더욱 더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더 놀고 싶었지만 배가 고파서 안되겠더군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공룡박물관으로 들어섰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망대에 들러기로 했습니다.


망원경으로 저 멀리 있는 절벽과 기암괴석들을 보니 이 또한 즐길만 하더군요.


공룡박물관 주변에는 편백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아직 수령이 어린 것들이라 아쉽긴 하지만 십년 정도 지나면 제법 울창해질 것 같습니다. 더운 햇빛을 피해 산림욕을 즐기는 분들도 많더군요.


공룡박물관을 나서면서 마지막 감동을 받았더랬습니다. 올라올 때 아주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왔는데 내려갈 때 계단으로 내려가야 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이런 미끄럼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모두 즐거워하네요. 그 길이도 엄청나서 아마 국내 최장의 미끄럼틀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가 한번 더 타고 싶다고 해서 한번 더 탔는데 이때는 사람이 너무 많이 정체현상이 좀 있더군요. ㅡ,,ㅡ 깨알같은 마지막 재미를 줘서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고성의 상족암과 공룡박물관 구경을 마쳤습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최고의 재미였습니다.

충무깁밥 먹으러 통영으로 가다

저희가 묵은 숙소는 거리상으로는 남해와 통영의 중간 즈음에 있습니다. 그런데 통영쪽이 좀 더 멀고 길도 험하더군요. 30분 정도면 도착하겠지 싶었는데 꼬불꼬불 산길도 있어서 한시간 정도 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매우 시장했습니다. 통영에는 오로지 충무김밥을 먹기 위해 왔습니다.

저는 충무김밥에 대한 추억이 많습니다. 어릴 때 마산에 살 때 아버지를 따라 거제도에 낚시를 자주 갔었는데 그때마다 이 통영(당시는 충무시)에 들러서 충무김밥을 포장해다가 낚시하면서 먹었고, 또 집에 오면서 또 들러 포장해다가 집에 가면서 차안에서 먹곤 했습니다. 그 어릴 때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나님과 결혼을 하고 아직 아이가 생기기 전에 통영으로 단 둘이 여행을 온 적이 있는데 그때도 충무김밥을 먹었습니다. 충무김밥의 원조는 "뚱보할매김밥"이고 예전에는 거기서만 먹었지만 이때는 통영 여객터미널 인근의 허름한 김밥집에서 먹었습니다. 그런데 너무너무 맛있어서 두고두고 기억이 났더랬습니다. 특히 마나님은 오로지 이 집 김밥을 먹겠다며 통영에 온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 집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하긴 십년도 더 지난 일이니 이름이 기억나겠습니까? 여객터미널 근처라는 건 알아서 그 근처를 둘러봤지만 다 비슷해 보여서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인터넷으로 사전에 조사해 간 "풍화김밥"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큰 실망을 했습니다.


첫째는 오징어무침에 어묵이 들어갔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인데 이 어묵의 향이 오징어무침의 전체적인 새콤하고 매콤한 맛을 망치고 있더군요. 둘째로 반건조 상태의 오징어를 쓰지 않고 생물 오징어를 써서 식감이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생물을 취급하기 어려운 서울의 충무김밥집이 오리지널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김치가 덜 익었다는 겁니다. 덤으로 왠 참기름이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난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확실히 예전에 먹었던 그 환상적인 맛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너무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그냥 갈 수는 없다며 가장 흐름해 보이는 집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아래 사진의 집입니다. 이곳은 테이블이 하나밖에 없는 포장만 하는 집인데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가 혼자 하시더군요. 이집의 충무김밥은 그나마 좀 나았습니다. 무김치도 적당히 잘 익었고 오징어무침도 잘 곰삭았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어묵은 들어가 있더군요.


허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나마 두번째 충무김밥은 먹을만 해서 요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멘붕이 온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통영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강구안에 왔는데 거북선은 시간이 지나 타볼 수 없었구요...


저멀리 통영의 또다른 볼거리인 "동피랑 벽화마을"이 보였는데 갈 마음이 들지 않더군요. 강구안에 있는 한적한 커피숍에 들러서 허탈한 마음을 달랬습니다. 혹시나 해서 커피집 주인께 어디 충무김밥집이 맛있냐고 여쭤보았는데... 자기도 이 근처밖에 안먹어 봤는데 원조격인 "뚱보할매김밥"을 기계로 김밥을 하는 등 맛이 갔다고 하고... 그나마 "원조 충무할매김밥"과 "한일김밥"이 괜찮다고 하더군요. 한번 더 시식을 시도해볼까 하다가 그냥 관뒀습니다.


마지막 일정으로 통영주민들이 사랑한다는 "남망산 조각공원"으로 올라 섰습니다. 통영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다는 걸 한눈에 볼 수 있더군요.


한적하게 해지는 걸 구경하면서 배도 끄터리고 하루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기나긴 두번째 날 일정이 끝났습니다. 펜션에 돌아오니 밤 10시가 다 되어가 펜션 주인 할머니가 걱정하며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피곤해서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충무김밥까지 흡족했으면 완벽한 하루였는데 좀 아쉬웠습니다만... 고성 상족암과 공룡박물관은 정말 멋진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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