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있는 응봉산은 식구들과 수시로 들러 바람을 쐬는 곳입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조망명소이기도 한 응봉산이 집 앞에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이기도 하지요. 시내에 외근을 나왔다가 일찍 퇴근한 평일 저녁에 식구들과 저녁 산책을 나왔습니다. 한강에서 볼 수 있는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제대로 사진에 담아본 적이 없어서... 혹시나 하는 기대로 나선 길이었습니다.
코스는 아래와 같습니다. 응봉산 북사면에서 출발하여 응봉산 정상 -> 응봉역 -> 중랑천 인도교 -> 중랑천-한강 합수부 -> 서울숲 보행가교 -> 갤러리아 포레에 이르는 4Km 남짓한 거리입니다. 거리 자체로는 만만치 않지만 거의 평지라 힘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저희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날벌레들 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비가 갠 후 쾌청한 날씨일 때라고 생각됩니다. 마침 봄비가 그친 날 저녁이라 공기중의 미세먼지가 많이 씻겨나가 응봉산에서의 조망이 매우 좋더군요. 응봉산 정상 근처에서 중랑천 방향으로 찍은 사진인데 저 멀리 아차산까지 내다 보이네요.
응봉산 정상에서 동호대교와 한남대교 방향으로 찍어 보았습니다. 벌써 노을이 지려고 합니다.
서울숲과 성수대교 방향도 전망이 좋습니다. 비가 갠 날씨라 구름 모양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봄비를 만난 나무들이 새 잎을 단장한 듯 파릇파릇하니 보기 좋습니다.
응봉산 정자와 그 앞 너른 터는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서 멋진 조망을 즐기지요.
응봉산 정자에서 낙조를 계속 구경할까 하다가 약간 쌀쌀한 기운이 느껴져서 계속 걷기로 합니다. 한강 고수부지에서 보는 낙조도 괜찮을 것 같구요. 응봉산 정상에서 응봉역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이쪽은 주택가가 있기 때문에 차들이 올라올 수 있는 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곳 허름한 주택가에는 놀이터가 하나 있었는데 시설이 매우 낙후되고 버려진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가는 길에 보았더니 깨끗하게 새로 보수되었더군요. 표지판을 보니 서울시에서 진행한 "상상어린이공원" 프로젝트의 결과네요. 상상어린이공원 프로젝트는 서울 시내의 낡고 버려진 놀이터를 새로 각각의 테마를 정해 개성있고 재밌는 놀이터로 변신시키는 프로젝트인데 벌써 서울에만 천여군데가 새로 조성되었다고 하네요.
이곳은 강가라 그런지 미끄럼틀 모양이 배 모양으로 특색이 있습니다. 이 동네 아이들이 좋아하겠습니다. 울 아들내미도 이곳 놀이터에서 한참을 놉니다.
놀이터를 나서 응봉역 쪽으로 향합니다. 왼쪽의 담벼락이 "응봉 빗물 펌프장"입니다. 빗물펌프장은 폭우시 하수로가 처리하지 못하는 빗물을 펌프를 이용하여 기계적으로 한강에 배수하는 시설입니다. 이런 시설들이 있기 전에는 큰 비만 내리면 한강변이 온통 물난리를 겪곤 했지요. 실제로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풍납동 일대는 큰 비만 오면 일대 아파트 1층 높이로 물이 차 올라서 주민들이 며칠을 고립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대적으로 이런 빗물펌프장을 설치한 이후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없지요.
용산에서 응봉역, 왕십리를 거쳐 덕소, 용문에 까지 이르는 중앙선 기찻길입니다. 전철에 비해 시간이 좀 띄엄띄엄하긴 하지만 이 덕소나 용문으로 기차 여행을 떠나는 것도 꽤나 운치가 있습니다.
4월말이면 서울 시내에 심어진 이팝나무들이 흰꽃을 피워냅니다. 아들이 이팝나무와 조팝나무를 헷갈려 하길래 이렇게 알려 주었습니다. "쪼끄만게 조팝나무고, 이따만하게 큰 게 이팝나무야~" 아들이 이제 안 헷갈린다면서 좋아합니다. ^^
응봉역 아래를 지나치면 한강/중랑천 고수부지로 나서는 통로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현재 응봉교를 새로 짓고 있어서 어수선한 공사판입니다. 신경이 곤두섭니다.
이 거대한 구조물은 응봉교를 대체하는 임시다리이고, 사이로 보이는 흰 다리가 새로 짓고 있는 응봉교입니다. 아들이 이런 거대한 구조물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매우 신기해 합니다. 저는 그냥 쫌 무섭습니다. 위에서 뭔가 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입니다.
응봉교는 2015년 말까지 완공될 예정인데,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한 후보가 이 응봉교 공사일정을 앞당기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길래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지금 당장에야 불편하겠지만 공기를 지켜 안전하고 튼튼하게 지을 생각을 해야지 무조건 공기를 앞당기겠다는 건 아니지요. 특히나 세월호 참사가 난지 얼마되지도 않은 상황인데요. 결국 그 후보는 떨어졌지요.
응봉교를 지나서도 한동안 이렇게 어수선합니다. 공사 트럭들이 다니는 길과 건축자재들을 부려놓느라 그렇습니다. 자전거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이 구간에서 과속하면 안되겠습니다.
그런데 곧 날벌레의 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전에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수도 없이 많이 보았던 거지만, 아이와 함께 이 날벌레를 헤쳐갈려니 좀 무섭더군요. 이 날벌레들은 "깔따구"라고 하는데 모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정확히 말하면 파리의 일종입니다. 그래서 모기처럼 사람을 물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지요. 그냥 입이나 등뒤로 들어가면 찝찝한 정도입니다. 하지만 알러지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천식환자는 조심해야 할 듯 합니다.
한강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날벌레는 "동양하루살이"입니다. 동양하루살이는 크기가 손가락 두어마디 정도로 크기도 제법 큰데... 한 두마리를 볼 때는 귀여운 면도 있어서 팅커벨이라고도 합니다만... 이 놈들이 수만마리가 뭉쳐서 다니면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동양하루살이는 한강물이 깨끗해지면서 생기기 시작한 것이라 어찌보면 반가운 소식이기도 한데... 너무 많아서 개체수 조절이 필요하긴 합니다만, 별 방제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불빛을 좋아해서 한강변의 번화가인 테크노마트 일대와 압구정 일대 등에서 큰 피해를 주고 있기도 합니다. 공존의 지혜가 필요한데...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부 근처에는 자생하고 있는 굵은 버드나무들이 많습니다. 근데 이 일대에 깔따구 떼가 극성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입을 가리게 한 다음 재빠르게 빠져 나옵니다. 아들이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재밌어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중랑천 한강 합수부 근처에서 중랑천을 건너가는 인도교입니다. 이 인도교를 건너면서 깔따구때가 급격히 숫자가 줄어 들더군요. 다행이었습니다. 운이 좋으면 봄에 이 인도교에서 강물을 내다보면 잉어떼가 산란을 하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 날은 잉어떼를 볼 수 없었습니다.
중랑천을 건너고 나서부터는 날벌레가 없어서 여유롭게 걸었습니다. 어느덧 해가 지려고 합니다.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서 예리한 각을 이루는 지점의 전망이 좋습니다. 이 곳에 벤치가 몇개 있는데 자리를 잡고 앉아서 노을을 즐기는 것도 운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날벌레가 걱정되어 그냥 길을 서두릅니다. 성수대교의 야경이 보입니다. 디카의 렌즈가 그리 밝은 편이 아니라 노이즈가 심하네요.
동호대교의 야경입니다. 오늘 노을은 기대와 달리 좀 시시하네요. 역시 공덕을 쌓아야 하나요?
이 부근에 서울숲으로 들어설 수 있는 보행가교가 있습니다. 이 가교 위도 좋은 야경 촬영 포인트입니다.
보행가교는 강북강변로를 가로질러서 사슴들이 사는 생태숲을 지나게 됩니다. 그런데 사슴들의 취침을 방해하지 않도록 출입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아래 안내 표지판처럼 20시 이후로는 보행가교를 지나 생태숲을 지나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행히 19시 50분에 이 구간을 지났습니다.
보행가교로 강변북로 위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곳을 지날때 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이 가교 위에서 돌을 던지면 참으로 위험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아직 이런 경우가 많지 않긴 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도로 위를 지나는 지점 만이라도 철망을 더 촘촘하고 높게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생태숲으로 들어섰습니다. 이제 완연히 해가 져서 어둡네요. 저 멀리 갤러리아 포레가 보입니다. 사슴들이 저 갤러리아 포레의 불빛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이미 지어진 건 어쩔 수 없고... 앞으로 이 일대에 저렇게 높은 건물들은 좀 자제를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야경은 멋있네요.
생태숲 길인데 통제를 해서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찻길을 대각선으로 건너서 잔디광장으로 들어섰습니다. 갤러리아 포레의 불빛이 마치 등대처럼 우리의 갈 길을 안내해 줍니다.
갤러리아 포레에 도착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몇몇 카페는 문을 닫았고 "빈스앤베리스"가 늦게까지 하네요. 이 곳에서 베이글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식구들과 담소를 나눕니다. 근데 너무 맛있네요. 둘다.
빈스앤베리스의 천장이 특이해서 찍어 보았습니다. 물방울 모양의 조명도 특이하고 예쁜데, 분홍색의 "목모보드"가 인상적입니다.
목모보드는 "나무섬유흡음재"라고도 불리고 영어로는 "Wood Fiber Cement Board"라고 불립니다. 나무 섬유를 시멘트(무기화합물)로 압착하여 만드는 것으로 나무의 섬유질이 비정형적인 모양으로 노출되고 중간에 공간이 있어서 흡음재 역할도 합니다. 그리고 난연성이라 지하시설의 내장재로 많이 사용되고 모양도 개성있고 아름다운데다가 색깔도 다양해서 인테리어 용도로도 좋습니다. 그 밖에 친환경적이고 변형이 없고, 못이나 타카 작업이 가능하고, 벌레도 먹지 않는 등 장점이 많은 소재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좀 비싼 것이 흠입니다. 가격이 거의 파인류의 원목집성판재와 비슷하네요. 화재의 우려가 있거나 방음을 해야 하는 공간이 있다면 고려해볼 만 합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즉흥적이었던 응봉산-서울숲 산책을 끝냈습니다. 나중에 집에 돌아올려고 봤더니 집에 가는 대중교통이 없더군요.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왔습니다. 이 코스는 성동구의 대표적인 걷기 코스인 "서울숲-남산길" 중 전반부에 해당하는 길을 거꾸로 온 것입니다. 서울숲에서 출발한다면 이 코스의 반대로 진행해서 응봉산 -> 대현산 -> 대현산배수지 -> 금호산 -> 남산으로 이어지는 멋진 코스를 갈 수도 있습니다.
여름에는 날이 더워서 저녁 산책이 좋은데 이노무 날벌레가 문제네요. 방충망을 둘러쓰고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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