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3월 14일 금요일

몸속 여행을 떠나다

울 아들은 이것저것 여러 분야에 호기심도 많지만 몇몇 분야에는 지겨울 정도로 파고 듭니다. 어릴 적 저와 비슷한 성향이긴 한데... 뭐 누구 아들이겠습니까?

아들이 가끔씩 책을 스스로 만듭니다. 뭐 거창한 건 아니고 A4지 몇장을 포개어 놓고 가운데 스테이플러를 찍어 간단한 책을 만들고 여기에 각종 그림과 글을 넣어서 책을 만드는 것이지요. 전에도 태양계에 관한 책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어느날 집에 가니 이번에는 사람의 몸속에 대한 책을 만들었더군요. 개발 새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놓은 거지만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재밌답니다. 그 책을 소개드립니다.

책의 이름은 "몸속 여행을 떠나다"

책의 표지입니다. "몸속 여행을 떠나다! 1"로 되어 있는데 2권도 만들 모양입니다. 어디서 봤는지 HD라고 써놓았네요.


제가 건강진단을 받으면 항상 지적받는 것이 고도비만이라는 것과 지방간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마눌님의 잔소리가 끊임이 없지요. 그게 아이에게 각인이 되었나 봅니다. 간에 대해서는 "간에 지방이 많으면 살이 찐다"라고 써 놓았네요. 살이 찌면 간에 지방이 많아지는 건데... ㅋㅋ 식도에 대해서도 뭐라고 써놓았는데 화질이 흐려서 잘 보이지 않네요.


대장과 항문에 대한 내용입니다. "장은 찌글찌글하다.", "똥구멍, 똥이 나오고 있다." 아이들은 똥에 대해서 참 관심이 많더군요. 어른들 처럼 똥을 지저분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오히려 어른들이 멀리하니까 아이들이 그렇게 배우는 것 같습니다. 사실 똥 잘 싸는 것도 큰 복인데요.


"오줌보, 오줌이 나오는 구멍이다." 주로 음식 소화 경로에 대해서 언급하네요. 식도, 간, 대장, 항문, 오줌보... 그리고 뭐가 생각이 안났는지 "생명"이라고 하트를 그려 놓았습니다.


"우리 몸속을 지켜라 !! " 역시 공백은 있고 채울 내용은 없는지 과도한 편집(?)입니다.


"심장, 심장은 쿵딱쿵딱 뜁니다." "이 뼈는 X-레이 사진기로 찍어다" 아 이제 생각났다 봅니다. 심장과 뼈에 대한 얘기입니다. 뼈 그림이 어째 이상합니다.


"10, 9, 8, 7, 6, 5, 4, 3, 2, 1, 0 출발 몸속으로 !! 해피 2014년" 아이가 보는 인체에 대한 책 중에 마이크로 잠수함을 타고 인체 여행을 하는게 있나 봅니다. 그걸 생각해낸 것 같아요.


어느듯 마지막 페이지입니다. Bye와 하트 뿅뿅입니다. 그 와중에도 페이지 번호는 꼬박꼬박 써놓았네요.


"몸속 여행을 진짜로 가면 어떻게 될까요! 그 다음책을 준다 !!! 2" 2권이 나올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2권은 만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가 만든 책을 사진으로 남기는 이유는 아이가 이 책에 대해 관심이 떨어질 무렵 마눌님이 버리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보관하고 싶은데... 깔끔한 성격의 마눌님은 어지러이 있는 걸 싫어합니다. 그래서 사진이라도 남깁니다. 그냥 사진으로 남기면 또 찾지 못할까 싶어서 블로그에 올립니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이 블로그의 내용을 보면 오글오글 오그라들겠지요?

보너스로 아이가 요즘 좋아하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오는 악역 이재경의 썩소를 아들이 흉내낸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닮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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