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3월 19일 화요일

가슴이 탁 트이는 응봉산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의 제일 첫 행선지는 동네 뒷산이 제일 좋습니다. 집에서도 가깝고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이고 여차하면 집으로 되돌아오기도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은 여러 산을 끼고 있는데 그 중에서 제일 가볼만 하고 쉬운 산은 응봉산입니다.

응봉산은 성동구 응봉동에 위치한 해발 80미터 정도의 야트막한 바위산입니다. 해마다 4월이면 강북강변로를 타고 가다가 성수대교와 동호대교 사이에 개나리가 허드러지게 핀 정자가 있는 바위산을 볼 수 있는데 그게 바로 응봉산입니다. 한강을 끼고 솟은 바위라 한강이 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입니다. 조선시대의 왕들이 바로 이곳에서 매사냥을 했다 해서 응봉산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합니다.

응봉산은 말 그대로 동네 뒷산이라서 조그만 산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아주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오르는 데도 불과 15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습니다. 제 아이가 처음 이 응봉산에 간 게 두살 때 저한테 안겨 갔었고, 이후 세살 네살때도 계속 갔으니 아마도 서른번은 넘게 갔던 것 같습니다. 갈때마다 한강과 서울숲을 내려다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전망이 좋습니다.


응봉산에 오를 수 있는 길은 아래 지도에서 붉은색으로 표시한 A부터 G까지 7개의 코스 시작점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길은 금호동 벽산아파트 앞에 새로 놓여진 생태다리를 건너 오르는 A코스입니다. 100여개의 계단과 약간의 오르막만 오르는 10분 정도의 짧은 코스이면서 가장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이 A코스로 오르는 계단입니다. (2013년 4월 7일에 찍은 사진으로 업뎃했어요. 개나리가 제법 많이 피었죠)


응봉파출소 건너편에서 오르는 B코스도 무난하게 오를 수 있는 옛길입니다. 걷는 길은 시멘트와 아스팔트 위주라 편하긴 한데 운치는 별로 없습니다.

C코스는 중앙선 응봉역에서 접근할 수 있는 코스라 교통이 편리합니다. 그리고 응봉역 바로 옆에 공영주차장이 있어 주차를 할 수 있습니다. 응봉역에서 내려 응봉산이 보이는 방향으로 마을길을 들어서면 산으로 오르는 오르막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이와 저는 주로 A코스로 올라 C코스로 내려갑니다. 일종의 종주코스죠.

D코스는 금호동 삼성래미안 건너편에서 오르는 길인데 숲이 우거진 옛길입니다. 역시 무난하게 오를 수 있습니다. E코스는 제법 길이가 되는 완만하고 숲이 우거진 코스인데 성동구 견인차량보관소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주차도 가능합니다. 이 일대가 재개발이 추진되는 중이라 다소 어수선한 면이 있습니다.

F코스는 E코스와 상당 부분을 공유하며 서울숲으로 이어지는 용비교에서 들어서는 길입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곳이라 접근성은 떨어집니다만 용비교 중앙에 사람이 걸을 수 있는 도보길을 만들어 서울숲과 연결하는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흔히 성동올레길이라 불리우는 서울숲-남산길이 이 서울숲에서 용비교를 지나 응봉산을 거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 자동차 전용도로인 용비교에 사람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공사하고 있습니다. 이 공사가 완료되면 응봉산에서 서울숲으로 내려가거나 반대로 갈 수 있는 길이 생기는 셈입니다.

G코스는 암벽등반 마니아라면 잘 알고 있는 응봉산 인공암벽공원 옆으로 오르는 길입니다. 다소 가파른 철제 계단을 오르는 길이라 아이가 오르기는 다소 위험합니다만 암벽등반하는 모습을 구경하려면 이 코스를 이용하면 나름 스릴있게 암벽타기 연습을 하는 등반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야 집이 바로 앞이라 걸어갑니다만 멀리서 오시는 분들 중 차를 가지고 오시는 분은 E코스 입구의 공영주차장에 대거나 C코스 응봉역 옆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면 되고, 지하철은 응봉역을 이용하면 됩니다. 위 지도에서 노란 별표로 표시된 곳이 공영주차장이 있는 곳입니다.

산 정상부 바로 아래에는 깨끗한 화장실이 있어 편리하고 응봉역으로 내려가는 C코스 중간에도 화장실이 있습니다. 정상부에는 식수도 있고 여름이면 정자 그늘 아래서 쉴 수도 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정상부의 전망이 매우 좋은데 특히 석양과 야경이 아름다워서 많은 사진작가들이 저녁 즈음에 진을 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석양과 야경을 찍고 싶으면 이 응봉산에 오시면 됩니다.

응봉산에는 해마다 1월 1일 새벽이면 해맞이 행사를 합니다. 서울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이기 때문이죠. 아주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그리고 해마다 4월경 개나리가 허드러지게 피면 개나리 축제를 합니다. 많은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들이 응봉산에 와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응봉산은 봄이 가장 아름답지만 사실 언제 어느때 가더라도 운치있는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명소입니다.


꼭 응봉산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여러분 집 주위에 있는 동네 뒷산을 아이와 함께 올라보세요.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을 재밌게 보내고 나면 아이가 같이 나가자고 조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가까운 곳을 가더라도 챙겨야 할 준비물 들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응봉산 정자 아래서 색연필을 들고 시키지도 않은 숙제(?)를 하는 아이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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