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3월 23일 토요일

일룸 책장 분해 조립기 - 스파크에 210cm 책장을 싣다

약 10여년 전에 늘어가는 책을 어찌할 수 없어서 큰 책장을 샀었습니다. 일룸(iloom)에서 나온 게티스(Gettys) 시리즈 책장이었죠.

 MDF로 만들어진 책장이긴 하지만 시스템 가구로 모듈화되어 있어 자유롭게 크기를 늘릴 수 있고 선반의 높이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튼튼하기도 하구요. 너무 튼튼해서 10년을 넘게 사용해도 흠집하나 없었습니다.

이사를 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보니 아직도 멀쩡한 이 책장이 마눌님의 눈에 거슬렸나 봅니다. MDF로 만들어진 데다가 높이가 2미터가 넘는 거구라 방이 너무 꽉차 보여 답답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마눌님의 첫 주문이 낮은 키 원목 책장이었습니다. 책장을 만들기에 앞서 일단 방 거의 절반을 차지하던 일룸 책장을 분해해야 했습니다.

일룸 책장을 찬찬히 보니 미니픽스와 라픽스로 조립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행히 목공을 취미로 하면서부터 미니픽스나 라픽스에 대해 공부를 했었기 때문에 분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미니픽스와 라픽스는 분해 조립이 가능한(Knock-down) 가구를 만드는데 많이 사용되는 철물로 십자 드라이버 하나면 쉽게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미니픽스(Minifix)입니다. 긴 막대모양은 미니픽스 볼트이고 동그란 모양은 미니픽스 하우징이라고 합니다.

미니픽스 볼트가 마구리면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가고 미니픽스 하우징이 이 볼트를 꽉 잡아줌으로서 단단하게 고정이 되는 방식입니다. 미니픽스 하우징은 십자 드라이버로 돌리면 죄고 풀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볼트를 쓰는 것에 비해서 철물이 보이지 않게 아랫면이나 뒷면으로 하우징을 배치할 수 있어 잇점이고 조립과 분해가 매우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라픽스(Rafix)도 비슷한 원리입니다. 차이점이라면 라픽스 볼트는 매우 짧습니다. 그리고 하우징은 볼트를 물 수 있도록 마구리면까지 이어지게 고정됩니다. 역시 십자 드라이버로 죄고 풀 수 있습니다. 

라픽스는 선반을 올려놓는 다보와 유사한데 나사로 죄어 고정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미니픽스와는 다르게 이미 측판이 다 조립된 상태에서도 연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룸 책장을 분해할 때 사진 찍을 생각이 없어서 자세한 분해 과정은 담지 못했습니다. 남아있는 사진을 보면 책장의 상부와 하단부는 미니픽스로 뒷판이 고정되어 있고, 책을 올려놓는 선반은 모두 라픽스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책장의 상단부 뒷판인데 뒷쪽에 미니픽스 하우징이 위치합니다. 그리고 짧은 라픽스 볼트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책장의 하단부 뒷판입니다. 빨간색 동그라미 친 부분이 미니픽스 하우징들입니다. 이렇게 하우징이 뒤로 들어갈 수 있어 철물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드라이버 하나만으로 쉽게 분해 가능합니다.


여러분이 만드는 가구에도 이런 미니픽스와 라픽스를 적용하여 분해/조립이 용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미니픽스와 라픽스는 헤펠레샵(http://www.hafeleshop.co.kr)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단 미니픽스는 15mm 지름의 구멍을 보링할 수 있는 화스너비트(Forstner Bit)가 필요하고 라픽스는 20mm 지름의 구멍을 보링할 수 있는 화스너비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확한 위치에 타공하기 위한 지그가 있으면 좋은데 가격이 좀 사악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분해된 일룸 책장은 처가집으로 옮기기로 합니다. 처갓집에도 똑같은 일룸 게티스 씨리즈 책장이 있기 때문에 이 분해한 것과 연결하여 더 큰 책장으로 일체감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처가집으로 가지고 가느냐가 문제였습니다. 210cm가 넘는 긴 길이 때문이었습니다. 집에 소나타와 스파크 두대의 차가 있는데 소나타에는 도저히 실을 수가 없고 설마했던 스파크에는 실을 수가 있었습니다.

스파크는 트렁크가 위로 열리는 해치백 스타일이기 때문인데요. 뒷자리를 접어 앞으로 누이고, 앞자리 조수석을 뒤로 젖히면 아래 사진과 같이 분해된 책장 기둥을 싣고도 약간의 여유가 남습니다. 운전할 때 책장이 움직이지 않도록 차 문 기둥과 잘 묶어 줍니다.


나머지 책장 부속들(뒷판과 상판)도 차곡차곡 트렁크에 싣습니다. 폭 600mm에 높이 2,100mm 책장 두개에 의자 하나에 접이식 상까지 엄청난 화물을 싣는 걸 보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차가 작다고 무시할 건 아니더군요. 의자가 젖혀지면 공간 활용이 충분히 가능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실어온 일룸 책장을 처가집에 있는 책장과 결합하였습니다. 원래 처가에는 600mm 폭 2개의 책장이 있었는데 그 오른쪽에 하나의 책장을 더 붙였습니다. 그리고 남은 하나의 책장은 별도로 조립해서 다른 방에 두었습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좀 낡은 작은 책장이 있었는데 일체감있게 바뀌었죠. 장모님이 아주 좋아하시네요.


시스템 가구라는게 이럴때 좋더군요. 규격화되고 모듈화되어 있다보니 크기를 자유롭게 추가로 늘릴 수 있고 분해/조립이 용이하니까요. 저도 앞으로 뭔가를 만들때 확장성과 분해/조립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일룸 책장이 하던 일은 제가 만든 SPF 구조목으로 만든 책장이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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