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1월 12일 화요일

[마감론] 오일 마감의 원리와 안전한 사용

이글은 FWW #177에 Chris A. Minick가 기고한 "Pros and Cons of Oil Finishes"를 번역하고, 특별히 안전에 관한 내용을 추가한 것입니다. 오일을 사용할 때는 오일의 자연발화 현상에 대해서 반드시 알고 계셔야 합니다.

얼마전 Fine Woodworking 웹사이트에서 실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절반 이상의 독자들이 순수 오일이나 오일/바니쉬 혼합물을 선호하는 마감으로 선택했습니다. 오일 마감은 사용하기 쉽고, 보수하기도 쉬우며, 실패할 확률이 적어서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오일 마감에 대해 많은 혼란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각 오일이 어떤 장점들이 있는지, 오일 마감이 할 수 있는게 뭐고 할 수 없는게 뭔지, 순수 오일과 오일/바니쉬 혼합의 다른점이 뭔지 등 아직도 명확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오일이 마감제로 쓰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무의 마감에 사용되는 천연 수지는 식물성 오일이 대부분입니다. 이 식물성 오일은 건성유(drying oil), 반건성유(semi-drying oil), 비건성유(non-drying oil)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린시드오일텅오일로 대표되는 건성유만이 어떤 화학 반응을 통해 단단하게 굳어집니다. 린시드오일은 아마씨(flaxseed)로부터 추출된 것이고, 텅오일은 유동나무의 열매로부터 추출된 오일입니다. 콩기름(soybean oil), 홍화유(safflower oil), 해바리기유(sunflower oil) 등의 반건성유는 바니쉬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됩니다. 옥수수유(corn oil), 면실유(cottonseed oil), 코코넛유(coconut oil), 올리브유(olive oil) 등의 비건성유는 나무의 마감보다는 샐러드 드레싱으로 쓰이는게 맞습니다.

아마 의사로부터 포화지방(saturated fat)보다는 (고도)불포화지방(polyunsaturated fat)을 섭취하라는 충고를 받은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몸에 좋은 오일이 나무의 마감에도 좋습니다. 고도불포화 오일은 각 지방산 단위마다 여러개의 이중결합(double bond)을 가지고 있어 화학반응이 잘 일어납니다. 당신의 몸이 불포화지방을 잘 소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오일들을 나무에 바르면 더 잘 마르고 더 잘 굳습니다. 예를 들어 순수 린시드오일은 나무에 바르면 마르지만, 콩기름은 마르지 않습니다. 이것은 반 이상(52%)의 린시드오일 지방산이 세개의 이중결합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콩기름은 9%만이 세개의 이중결합을 가집니다. 텅오일은 분자의 80%가 세개의 이중결합을 가지고 있어 더 빨리 마릅니다. 




오일은 어떻게 건조되나?

텅오일과 린시드오일은 두 단계를 거쳐 건조됩니다. 먼저 액체 상태의 오일을 둘러싸고 있는 산소가 오일 분자의 이중결합부에 결합하여 과산화물(peroxide)이 생성됩니다. 이 산소를 흡수하는 과정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보일드 린시드오일의 경우 8시간 정도 걸리며, 순수 린시드오일의 경우 5일 정도 걸립니다. 다음으로 과산화물이 분해되어 아주 반응성이 뛰어난 유리기(free radical)를 만드는데 이것은 주변의 불포화지방산을 공격하게 됩니다. 이것은 결국 두 분자 간의 안정적인 결합형태를 만들게 됩니다. 동시에 또 다른 반응을 일으키는 유리기를 생성합니다. 이런식의 연쇄반응을 통해 오일 분자들은 서로 연결되어 안정적인 화학적 결합을 하는 네트웍이 만들어지며 이를 중합체(polymer)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중합반응(polymerization)이라고 합니다. 

보일드 린시드오일이 순수 린시드오일에 비해 건조시간이 월등히 빠른 이유는 금속성 건조촉진제(metallic drier)를 첨가했기 때문입니다. 이 건조촉진제는 산소를 끌어당기는 촉매 작용을 하여 빠른 시간 안에 고체로 만들며, 과산화물의 분해를 촉진하여 중합반응의 속도를 높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건조촉진제는 더 많은 유리기(free radical)을 만들기 때문에 더 단단하게 건조되도록 합니다. 그러므로 보일드 린시드오일은 단순히 빨리 건조되는 것 뿐 아니라 더 오래가고 내구성있는 마감이 되게 합니다. 


오일 마감 사용 팁

오일 마감제는 사용하기 쉽지만 항상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마감을 하기전 나무의 표면을 잘 다듬어야 하며 얇게 바르는 것이 성공의 열쇠입니다. 나무의 표면을 다듬을 때는 샌딩을 대충하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오일 마감은 도막이 거의 생기지 않기 때문에 아주 작은 스크래치나 흠집도 가려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보통 원형 샌더기에 P180 사포를 달아 샌딩을 한 다음, P180이나 P220방 사포로 손사포 작업을 합니다. 손사포는 기계로 샌딩할 때 생기는 자국들을 지우는데 집중합니다. 석류석 사포(garnet sandpaper)는 다른 사포에 비해 매끄럽고 스크래치가 덜 나서 좋습니다. 이런 샌딩 방법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얼룩이 생길 것 같은 체리 판재를 샌딩한다면 400방이나 600방 등의 고운 사포로 곱게 샌딩을 해야 오일의 흡수를 고르게 할 수 있고 얼룩이 질 가능성을 낮춥니다.


(왼쪽은 garnet sandpaper의 사진입니다. 오른쪽 그림의 안료 스테인을 바른 나무에 일반적인 산화알루미늄(aluminum oxide) 연마재를 사용한 사포로 샌딩한 것과 garnet을 연마재로 사용한 사포로 샌딩한 것을 비교한 것입니다. 산화알루미늄의 거칠고 검은 입자가 나무를 어둡게 만듭니다)

나무가 최대한 많은 오일을 흡수하도록 두세요. 붓이나 면천으로 충분한 양의 오일을 펴서 바릅니다. 만일 빨리 흡수되어 마르는 부분이 보이면 그 부분만 다시 오일을 발라주어서 전체적으로 젖게 합니다. 30분 정도 있다가 표면에 있는 잔여물을 깨끗이 닦아내고 밤새 말려두면 됩니다. 다음날 오일이 마른 표면을 고운 방수의 부직포 연마패드로 문질러 표면을 다듬어주면(buffing) 됩니다. 이 과정을 적어도 네번 이상을 해야 합니다.

두번째 혹은 세번째 오일 도포시 덜 마른 상태에서 400방 혹은 600방 방수사포(wet-and-dry sandpaper)로 문지르는 경우가 있는데 (오일로 wet-sanding하는 것) 이는 오일과 나무 먼지를 끈적이는 덩어리로 만들어 나무의 구멍을 메꾸게 하여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의 나무를 모두 쓴 작품을 하나의 사포로 샌딩하면 어두운 색의 나무먼지와 오일이 범벅된 덩어리가 밝은 색 나무의 구멍을 메우게 되어 문제가 됩니다.

오크, 애쉬, 월넛과 같은 기공이 많은(open-pored) 나무에 오일을 바르면 간혹 구멍으로 오일을 다시 뱉어내는(bleed back) 경우가 있습니다. 이 뱉어낸 오일이 그대로 마르게 되면 반짝이는 흰색 점들로 보이게 될 겁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공이 많은 나무에 대해서는 아침 일찍 오일을 바르고 30분마다 뱉어낸 오일을 닦아내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뱉어내는 현상은 오일을 바른지 4~5시간 후면 멈추는게 정상입니다.


(사진은 open-pored인 마호가니에 유색 오일스테인을 바르고 닦아낸 뒤 밤새 말려 두었는데 오일을 다시 뱉어내어 그대로 굳어진 경우입니다. 보일드 린시드오일과는 약간 다른 양상이지만 느낌 아시라고 올립니다)

오일 마감의 좋은 점과 나쁜 점

오일 마감은 나무의 결을 돋보이게 하고, 깊이감을 더하며,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일 마감은 음식이나 물에 의한 오염에 취약합니다. 게다가 거의 광이 나지 않습니다. 만일 반짝이면서 방수가 되는 테이블 상판을 원하면 다른 마감제를 선택해야 합니다. (폴리우레탄 바니쉬 등)

보수가 쉽다는 것이 오일 마감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만일 나무에 스크래치가 나면 사포로 스크래치를 날리고 정리한 다음 오일을 다시 발라주면 됩니다. 정기적으로 같은 오일을 계속 발라주면 새것같이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모든 오일 마감제가 순수 오일은 아니다

대니쉬 오일이나 다른 와이핑 바니쉬들이 종종 텅오일이나 린시드오일과 같은 순수 오일과 섞여서 같이 취급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바르는 방법도 모두 같고 바르고 난 결과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니쉬 오일은 화학적으로도 순수 오일과 다릅니다. 제조사들은 순수 오일을 변형시켜서 알키드 수지와 반응시킵니다. 그래서 Minwax의 Antique Oil이나 Waterlox 제품들은 전통적인 오일과 바르는 방법이 동일하지만 바니쉬의 보호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순수 오일과 오일/바니쉬 혼합을 구분할 수 있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캔에 적혀있는 설명을 잘 살펴보는 겁니다. 캔에 적혀있는 구성물에 수지(resin), 미네랄 스피릿(mineral spirit), 탄화수소(hydrocarbon) 이라는 단어가 하나도 없으면 순수 오일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마감제를 흡수되지 않는 유리나 철판 위에 조금 떨어뜨려 보는 방법입니다. 오일은 산소와 반응하여 건조가 되면서 약간 팽창합니다. 그러므로 순수 오일은 마르고 나면 주름이 많이 지게 되고, 바니쉬의 경우 전혀 주름이 지지 않으며, 이 둘이 섞인 대니쉬 오일의 경우 약간 주름이 지게 됩니다. 



용도에 맞는 오일을 선택하라

순수 오일 중에서 나무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린시드오일, 텅오일, 월넛오일 정도입니다. 이 셋의 특징을 잘 알아야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보일드 린시드오일은 가장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순수 오일입니다. 보일드 린시드오일은 나무의 색을 짙게 만들어 오래되 보이게 합니다. 그러므로 골동품 같은 느낌을 좋아하거나 방금 사면대패한 체리가 너무 창백해 보인다면 린시드오일이 정답입니다.




텅오일은 린시드오일보다 비싸고 구하기 어렵습니다. 텅오일은 린시드오일에 비해 약간 더 내구성이 있는 도막을 만듭니다. 그리고 나무의 색을 약간만 진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나무의 색이 왼쪽의 커리 메이플처럼 여전히 밝길 원하거나 오른쪽의 월넛처럼 이미 충분히 짙은 색의 나무인 경우 적합한 선택입니다.




월넛오일은 비싸고 아주 천천히 마릅니다. 하지만 월넛오일은 황변이 생기지 않고, 순수한 월넛오일은 독성이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마트의 식료품 진열대에서 산 월넛오일은 금속성 건조촉진제도 없고 독성 화학물질이 없어 안전합니다. 그러므로 도마, 조리기구, 그릇 등 음식과 닿는 목물에 세번 정도 발라주면 좋습니다. 이틀의 재도장 간격을 지키면 좋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스트코에서 프랑스산 월넛오일을 1리터에 19,000원 정도의 가격에 팔고 있습니다. 어디서 사시든 순수 월넛오일 100%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사서 마감에도 쓰고 샐러드 드레싱으로도 뿌려먹으면 좋습니다. ^^)



왜 오일에 젖은 헝겊에서 불이 나는가?

예기치 않은 화재는 공방에게 최악의 사건입니다. 제가 살고있는 곳 주변에서 오일에 젖은 헝겊의 자연발화로 발생한 화재가 두건이나 됩니다. 


오일에 젖은 헝겊을 뭉쳐놓는 건 발화할 수 있는 세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즉 발화원(ignition source), 연료(fuel) 그리고 산소입니다. 오일에 젖은 헝겊이 발화원이 되는 이유는 오일이 건조되는 메카니즘에 의해서 입니다. 액체 상태의 오일이 대기로부터 산소를 흡수하며 굳어지는 과정은 보통 몇시간에 걸쳐서 이루어 집니다. 충분한 산소가 흡수되고 나면 화학적인 반응이 일어나게 되고 이는 부산물로 열을 발생하게 됩니다.


>>> 자연발화 현상에 대한 상세한 설명 자료

뭉쳐져 있는 오일 헝겊은 이 열이 발산되지 못하게 하여 내부의 온도를 점점 올립니다. 그런데 보통의 화학반응은 온도가 높을수록 더 격렬하게 발생하므로 뭉쳐져 있어 발산되지 못한 열은 오일의 화학반응을 더 격렬하게 일으키고, 이는 또 온도를 더 높이는 악순환이 됩니다. 이런식으로 하다보면 15분도 안되어서 헝겊에 불이 붙게 되는 겁니다. 


(린시드오일을 적신 헝겊을 뭉쳐놓았더니 7분만에 37도에서 177도로 온도가 올라가고 연기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 뒤 5분도 안되어서 260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불이 났습니다. 사진과 같이 외부에서 온도를 측정했기 때문에 실제 헝겊 내부의 온도는 더 높습니다)

이를 막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오일이 묻은 헝겊을 제대로 처리하면 됩니다. 헝겊은 쫙 펴서 공방의 바닥이나 바깥의 건조대에 널어 놓으세요. 오일이 완전히 마르고 나면 쓰레기통에 안전하게 버릴 수 있습니다.  (즉 헝겊을 펴서 말리면 건조하면서 발생하는 열이 발산이 되므로 화학반응을 가속화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린시드오일의 인화점(flash point)은 222도이고 발화점(auto-ignition temperature)는 343도입니다. 텅오일의 인화점은 289도, 발화점은 457도로 조금 높습니다. 텅오일의 발화점이 더 높기 때문에 자연발화의 가능성이 더 낮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자연발화는 열과 화학반응이 서로를 가속시키는 경향이 있으므로 일단 이 가속반응이 시작되면 온도가 500도 이상으로 오르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그러므로 자연발화의 가능성은 린시드오일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화점은 불을 갖다 대었을때 불이 옮겨붙는 최소의 온도이고, 발화점은 불을 갖다대지 않아도 스스로 불이 나는 최소의 온도입니다)


(위의 그림은 산소와의 화학반응에 의해 스스로 열이 발생하는 경향을 나타낸 것입니다. 이중결합이 3개 있는 분자가 많을 수로 이 경향이 강해집니다. 대표적으로 린시드오일, 텅오일, 대구간유, 들깨기름이 그렇습니다)

(아래의 자연발화되는 현장을 찍은 동영상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



간혹 집에서 오일 마감을 하고 젖은 헝겊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화재가 날 뻔한 사례는 여기에서 확인하세요.

http://cafe.naver.com/kimyoooo/179731


댓글 2개:

  1. 안녕하세요
    블로그가 굉장히 알차네요. 덕분에 나무와 관련해 많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제 블로그에 이 블로그의 링크를 남겨도 괜찮을까요?
    비록 제 블로그가 방문자수는 적지만, 여쭙는게 예의니까요^^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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