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목수들이 대패날의 각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20세기 동안 대패날이 나무와 만나는 각도와 그 결과에 대한 연관성이 거의 주목되지 않았습니다.
경험적인 법칙은 마구리면(end-grain)에 대해서는 저각(37도) 베벨-업 대패를 사용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표준 각(45도)의 베벨-다운 대패를 사용하라는 겁니다. 이 말은 틀리지 않지만 하지만 당신은 많은 잠재적인 가능성들을 놓치고 있습니다.
대패가 얼마나 잘 튜닝되었나, 날내밈(depth of cut)은 어느 정도인가, 날입(mouth)의 폭은 얼마인가, 나무와 만나는 대패날의 각도의 변화 즉 유효 절삭각(effective cutting angle) 등의 여러가지 요소가 대패의 성능을 결정하지만, 그 세팅이 대패질 하는 나무의 종류에 적합한지도 중요한 척도입니다.
이 글은 시중에 판매되는 저각/고각 대패들을 다룰 것이고, 또한 기존 대패의 절삭각을 어떻게 변경하는지, 그리고 대패질하기 어려운 나무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다룰 것입니다.
섬유질(fiber)에 대해
나무를 대패질할 때 적당한 대패를 고르는 방법을 배우기 전에 대패날이 나무에 파고들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고의 매끈함, 색깔, 선명함을 얻으려면 섬유질들이 날이 닿자마자 바로 절단되어야 합니다. 대패질의 잘못된 결과는 주로 날과 떨어진 섬유질 부위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며, 주로 섬유질의 약한 부분이 주로 그럽니다.
대패질의 실패한 결과는 절삭각과 나무의 종류에 따라 두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섬유질은 휘고 늘어난다 - 45도 표준 절삭각을 가지는 대패로 세포가 크고, 보다 탄력이 있는 소프트우드나 스팔티드(spalted, 곰팡이 낀) 목재를 대패질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섬유질이 절단되기 전에 상당한 정도의 변형(deformation)이 발생하게 됩니다. 어떤 경우는 섬유질이 휘고 늘어나서 대패날 앞에 뭉치게 되며, 압축 전단(compression shearing)의 형태로 섬유질이 뭉탱이로 절단됩니다. 이로서 다소 거칠고 흐릿한(fuzzy) 표면을 얻게 됩니다.
최악의 경우 유연하고 탄력있는 섬유질이 휘고 날 바로 앞에서 늘어나다가, 날을 지나면서 뭉탱이로 끊어진 섬유질을 당겨 불규칙한 구덩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는 스팔티드 목재와 같이 푸석푸석하고 약한 내구성을 가진 경우 더 심합니다.
해결책은 최대한 낮은 절삭각의 대패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낮은 절삭각이면 대패날은 섬유질을 누르기 보다는 파고 들어 얇게 벗겨내게 됩니다. 그래서 위에서부터 섬유질에 가하는 압력이 줄어들게 됩니다.
밀도가 높고 무늬가 복잡한 나무의 섬유질은 휘지 않고 부러진다 - 세포가 작고, 밀도가 높으며, 단단하고 딱딱한 나무는 전단(shear) 압력에 대해 변형이 적습니다. 이 경우 높은 절삭각으로 대패질하면 유리같은 표면을 얻을 수 있는 반면, 낮은 절삭각으로 대패질하면 뜯김(tear-out)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타이거 메이플(tiger maple)같은 경우는 엇결(against the grain)을 피하기 불가능합니다. 이 경우 저각이나 중간각으로 대패질하면 얇게 썰어내기 보다는 섬유질을 들어올리게 됩니다. 이로서 나무는 대패날 앞에서 사선으로 부서지게(diagonal splitting) 됩니다. 리본-스트라이프 패턴이나 밀도가 높고 무늬가 현란한 코코볼로(cocobolo) 같은 나무들도 이에 해당합니다.
해결 방법은 더 높은 절삭각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높은 절삭각은 대패날이 쐐기(wedging)처럼 박히는 경향을 줄이고, 가위처럼 전단력(shearing)을 가하는 형태가 됩니다. 높은 각도의 대패날에 의해 대팻밥(shaving)은 빠르게 위로 꺾이며 이로서 섬유질이 바로 잘리게 됩니다.
낮은 절삭각을 만드는 두가지 방법
이제 사용할 절삭각을 알았다면 어떻게 그것을 구현할지 알아야 합니다. 낮은 절삭각을 위해서는 저각 베벨-업 대패(low angle bevel-up plane)를 사면 됩니다. 아니면 대패를 틀어서(skew) 대패질하면 됩니다.
베벨-업 대패는 가장 낮은 절삭각을 구현할 수 있다 - 스무딩 플레인(smoothing plane)을 두개의 범주로 구분하는 기준은 경사면(bevel)이 아래로 향하느냐 위로 향하느냐입니다. 경사면이 아래로 향하는 베벨-다운 대패는 대패날을 보통 45도 각도를 가지는 고정된 베드 혹은 움직이는 프로그(frog) 위에 올려놓습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대패날을 아무리 낮은 각도로 연마했다 할지라도 프로그의 각도가 최소의 절삭각이 됩니다.
경사면이 위로 향하는 베벨-업 대패의 경우, 베드(bed)의 각도는 12~20도 정도입니다. 대패날은 날카로움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edge retention) 적절한 각도로 연마되는데 보통 소프트우드 용은 20도, 하드우드 용은 25도 정도로 합니다. 베드 각도가 12도라면 대패날의 각도가 합쳐져서 유효 절삭각 32~37도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들 대패를 저각 대패라고 하지만, 날의 연마각도에 따라 고각으로도 활용할 수 있으므로 베벨-업 대패라 부르는 것이 적절합니다.
틀어서 대패질하면 절삭각이 낮아진다 - 지금까지는 대패질 방향을 대패날과 직각방향으로만 한다고 가정했습니다. 하지만 방향을 바꾸면 즉 방향을 틀어서(skew) 대패질하면 나무는 대패날과 사선으로 만나게 되며, 이렇게 만나는 각을 작용 절삭각(functional cutting angle)이라고 합니다. 45도의 유효 절삭각(effective cutting angle)을 가지는 대패를 20도 틀어서 대패질하면 작용 절삭각은 42도가 됩니다. 만일 45도로 틀어서 대패질하면 작용 절삭각은 30도 밖에 되질 않습니다.
이 원리는 모든 대패에 해당 됩니다. 12도 베드를 가진 베벨-업 대패에 20도로 날각을 가진 대패를 얹고, 60도로 틀어서 대패질한다면 작용 절삭각은 15도 정도가 됩니다. 이것이 실제 대패로 만들 수 있는 최소의 절삭각입니다.
틀어서 대패질하는 것은 하나의 대패로 다양한 절삭각을 만들 수 있어 매우 유용합니다. 하나의 나무에도 다양한 결과 패턴이 있기 때문에 그때마다 다른 대패로 바꾸거나 다른 날로 바꾸지 않고, 대패를 틀기만 하면 됩니다.
틀어서 하는 대패질의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높은 절삭각을 사용해야 할 상황에서 무심코 대패를 틀어서 절삭각을 낮추면 안된다는 겁니다. 커다란 판재를 대패질할 때 이런 실수를 종종 합니다.
대패를 틀어서 밀 경우 절삭각에 대해 수학적으로 계산한 자료는 여기를 참조하세요.
높은 절삭각을 위해 대패 수정하기
대부분의 베벨-다운 대패의 경우 베드나 프로그는 쉽게 변경하기 어렵습니다. 예외적으로 Lie-Nielsen의 벤치 플레인은 50도의 교체 가능한 프로그를 판매하여서 절삭각을 5도 높일 수 있습니다.
보다 간편한 방법은 앞쪽의 주 경사면 말고, 뒷날의 각을 주는 방법입니다. 뒷날 경사면(back bevel)은 매우 좁은데, 실제 날이 나무에 들어가는 바로 조금 위까지만 각을 잡아줍니다. 보통은 0.8mm 정도면 됩니다.
이렇게 뒷날 각을 잡아주면 유효 절삭각은 프로그의 각도와 뒷날 각을 합친 것이 됩니다. 45도의 프로그에 뒷날 각을 10도로 잡아주면 유효 절삭각은 55도가 됩니다. 뒷날 각은 좁기 때문에 쉽게 그라인더로 없앨 수도 있고, 다른 각도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더 좋은 방법은 여분의 대패날을 준비해서 다른 각도로 뒷날을 잡아주는 겁니다.
뒷날 경사면은 매우 좁고 각도도 10~20도로 작기 때문에, 프리핸드(free-hand)로 연마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호닝가이드(honing guide)도 이런 작은 각으로 연마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솔루션은 Veritas Mk.II 호닝가이드를 사용하는 겁니다. 이 호닝가이드는 2도에서 54도까지 연마할 수 있습니다.
베벨-업 대패를 고각 대패로 바꾸기 - 베벨-업 대패의 유효 절삭각을 바꾸려면 대패날의 주 경사면의 각을 바꿔주기만 하면 됩니다. 12도의 베드에 38도의 날각을 가진 대패날을 올리면 50도의 유효 절삭각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만일 50도의 대패날을 올리면 62도의 유효 절삭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효 절삭각을 다르게 구현하고 싶다면 여분의 대패날을 구입하는 것이 낫습니다. Lee Valley와 같은 곳에서는 베벨-업 대패에 대해 여러 가지 각도로 연마된 대패날을 판매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양한 대패날 각도를 구현하는 법
첫 대패를 사야 한다면, 베벨-업 대패를 먼저 고려하세요. 베벨-업 대패는 구조상 다양한 유효 절삭각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12도 베드인 경우 32~65도까지 가능합니다. 이는 45도 베드에 45~65도 유효 절삭각을 구현할 수 있는 베벨-다운 구조보다 더 유연합니다.
반면에 이미 좋은 품질의 베벨-다운 대패를 가지고 있다면, 뒷날 각을 주는 법에 대해서 실험을 해 보세요. 그리고 그 결과가 좋으면, 날 하나를 더 사서 원하는 각으로 뒷날을 잡으세요.
어떤 타입의 대패든 간에 잘 튜닝된 것이라면 대부분의 나무에 대해 좋은 결과를 보여줄 겁니다. 하지만 특별히 매우 현란한 무늬를 가진 판재가 당신에게 왔고, 그 아름다운 무늬를 세상에 내보이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한다면, 이 글이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유효 절삭각별 검토
저각 32~40도 - 소프트우드, 터지기 쉬운 마구리면, 썩거나 스팔티드 판재에 적합합니다. 이 경우 낮은 유효절삭각일 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두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 12도 이하의 베드 각은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둘째로 대패날 각도가 20도 이하이면 날 유지력이 떨어집니다. 이러한 한계는 틀어서 대패질(skew)하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중간각 42~47도 - 포플라나 마호가니처럼 작업하기 쉬운 하드우드에 적합합니다. 이 각도는 구현하기 쉽고, 날 유지력도 좋고, 대패질도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마무리용 외에도 거친 판재의 평을 잡는데도 쓰일 수 있는 각도입니다.
중간각 50도 - 월넛, 체리, 에보니 등 중간 정도의 밀도를 가진 곧은 결의 하드우드에 적합합니다. 약간 더 대패질이 힘들긴 하지만 이들 수종을 주로 작업한다면 적절한 각도입니다.
고각 55~57도 - 밀도가 높은 현란한 무늬의 하드우드들과 하드 메이플, 화이트 오크 등에 적합합니다. 대패질이 좀 더 어렵지만 할만 합니다. 하지만 대패질의 결과는 매우 매끄럽고 깨끗합니다.
고각 60~65도 - 코코볼로나 호주산 나무들 처럼 매우 현란한 무늬의 나무들에 적합합니다. 확실히 저항이 심해 대패질은 어렵습니다. 특히 대패날의 폭이 넓다면 더 힘듭니다. 힘을 좀 덜 들이고 대패집의 부하를 줄이려면 날내밈을 최소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베리타스 로우앵글 블럭플레인 사서 공부하고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되네요.
답글삭제30, 50도 대패날 가지고 있는데 날을 가는 것도 힘들더군요.
배울게 참 많아요^^
소프트우드 위주의 취목이 다 갖추기는 힘들고... 저는 45도 표준각과 37도 저각 정도면 될 듯 해요. 날 연마하다 지치면 목공에 재미를 잃을까 두려워요. ^^
삭제좋은 글 감사합니다. 간결하게 설명되어 그간 궁금했던 게 많이 해결됐습니다.
답글삭제low angle block plane을 요즘 많이 찾던데, 대부분 마구리면 대패질에 용이하기 때문인거 같습니다.
네, 로앵글 블럭플레인이 마구리에서는 갑이죠. 근데 저는 왠지 덩치 큰 4번 벤치플레인에 손이 더 많이 갑니다. 착 가라앉는 안정감이랄까...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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