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봄방학 여행 마지막 얘기입니다. 짧은 공주 여행을 마치고 서둘러 전주로 향했습니다.
생각해보니 40년을 넘게 살면서 전주에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더군요. 어떤 도시인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전주... 하면 생각나는 건 전주 비빔밥 그리고 전주 콩나물국밥입니다. 그리고 요즘엔 한옥마을이 인기라고 하죠. 으레 전주하면 먹거리가 생각나기 때문에 사실 저희 여행도 먹거리에 촛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숙박은 당연히 전주 한옥마을에서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여행계획을 세웠던 한달쯤 전에 전주 한옥마을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딱 봐도 100군데 정도의 한옥 숙소가 나열되기에 별 걱정을 안했더랬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2주쯤 전에 다시 한옥마을 홈페이지를 들어가 숙소 예약을 시도해 보았는데, 이게 왠일입니까? 저희가 묵어야 하는 5월 3일에 빈 숙소가 없습니다. 한옥들 리스트를 놓고 앞에서부터 전화를 해 보다 포기하고, 이후로는 뒤에서부터 전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에는 중간 즈음에 있는 숙소에 겨우 방 하나가 비어있는 걸 잡을 수 있었습니다.
만일 여기를 못 잡았더라면 참 난감할 뻔 했습니다. 이렇게 출발도 전에 전주 여행은 만만치 않으리라는 예상이 되었습니다.
주차부터 난관
전주에 도착하니 시간이 오후 5시를 넘었습니다. 전주 한옥마을 방향으로 길을 잡아 가는데, 근처에 이르러서 차량들의 긴 줄이 보였습니다. 이 줄이 바로 한옥마을 공영주차장(아래 지도에서 윗쪽 파란 동그라미)으로 들어가기 위한 줄이더군요. 지나쳐서 주차장 입구를 보니 이미 만차입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해는 지려고 하는데 난감한 상황입니다. 길거리에서 안내하시는 분들이 <치명자산> 주차장(아래 지도에서 오른쪽 아래 보라색 동그라미)에 차를 대라고 안내하더군요. 그래서 그곳에 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멉니다. 차를 대고 그 많은 짐을 들고 비까지 오니 우산도 쓰고 징징대는 아이와 함께 걸어갈 생각하니 아득합니다. 거리가 2km가 넘네요.
이렇게 멀리 차를 대라고 할 것이면 셔틀버스라도 운행해야 하는데... 그런거 없답니다. ㅡ,.ㅡ 하는 수 없이 적당한 곳에 예약한 숙소에 전화를 해소 차 댈 곳이 없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그랬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전주천>변으로 가보라 합니다. 그곳에 차를 댈 수 있을지 모른다고요. 지도에서 확인하고 그곳에 가니 과연 몇 자리가 비어 있더군요. 아래 지도에서 빨간 선을 그은 곳이고, <국립 무형유산원> 건너편입니다.
전주천변에 차를 대었지만, 숙소(위 지도의 노란 동그라미)까지 또 한참을 걸어야 합니다. 잠에서 덜 깬 아들놈을 달래서 길을 나섭니다. 옷가방을 매고 숙소로 가는 짧은 여정을 시작합니다. 비가 와서 불은 강물을 징검다리로 건넙니다. 아들이 재미있어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어수선한 가운데 숙소인 <모헌>을 찾았습니다. 겨우 구한 숙소이긴 하지만, 한옥마을의 중심부에 있어 위치는 좋습니다.
<모헌>의 주인 아주머니와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 갔습니다. 물론 사진을 통해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방이 좁더군요. 원래 화장실이 없던 방에 화장실을 만들어서 더 좁습니다.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이 방을 구하지 못했으면 전주 시내의 여관방에서 묵을 뻔 했습니다.
창문을 여니 밖으로 행인들이 바로 보입니다. 예전에도 이랬겠지요. 길에 다니는 행인들의 소리가 다 들리고... 오래전 효자동의 개량 한옥에서 살았던 기억이 나네요.
작은 툇마루가 있고, 그 앞에는 공용 공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편하네요.
<모헌>은 상당히 작은 한옥입니다. 방도 네개 밖에 되질 않고, 좁은 터에 지어져서 마당도 작습니다. 그래도 운치가 있네요. 사실 여러 한옥을 가보았지만, 높은 양반네 방을 빼고는 모두 작은 방이고 오밀조밀 작게 지어졌습니다. 예전 기술로는 목조주택을 크게 짓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을 테니까요.
방 안에 한옥마을 지도가 있는데, 눈에 잘 들어오질 않습니다. 실제로 나가서 두어바퀴 돌아보니 대충 윤곽이 그려지더군요. 지도가 필요한 만큼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저녁 산책
이제 저녁을 먹으러 나갑니다. 전주 한옥마을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온갖 먹을거리 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맛있다고 이름난 곳은 죄다 줄을 서 있다는 공포스런 글도 많구요. 진짜 그런가 궁금해서 전주 한옥마을을 둘러 봅니다. 길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는데다가, 아직까지 비가 조금씩 내려 다들 우산을 쓴 터라 더 복잡합니다.
마나님이 미리 검색하여 꼭 먹고 싶다고 했던 <교동고로케>를 찾아 왔습니다. 바로 옆에는 바게뜨버거로 유명한 <길거리야>가 있더군요. 사람들이 많고 다소 줄을 서 있습니다만, 조리를 하는 것이 아니고 미리 만들어둔 것을 내주는 식이라 금방 줄이 줄어듭니다.
<교동고로케>에는 다양한 종류의 고로케가 있는데, 여러가지 섞어서 주문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일부 고로케는 이미 품절이군요.
나머지 고로케는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정도였는데, 이 <전주비빔밥 고로케>는 정말 환상적인 맛입니다. 전주비빔밥에 들어가는 야채와 고추장 소스가 들어간 것인데, 정말 오묘한 맛입니다. 옆에 있는 <길거리야>에서도 바게뜨버거를 샀는데, 이 고로케에 압도되어 별 맛을 모르겠더군요.
저녁 메뉴는 마나님이 "콩나물국밥"을 먹겠답니다. 저희 식구는 서울에서도 전주식 콩나물국밥집을 자주 찾아 먹는데, 마나님은 전주의 원형을 맛보고 싶답니다. 전주에 유명한 여러 콩나물 국밥집이 있는데, 다들 시장이나 시내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 한옥마을에 다 분점을 내었더군요.
원래는 <삼백집>에 가려고 했는데, 왠 줄이 그렇게 긴지... 하는 수 없이 그 건너편에 있는 <현대옥>으로 갔습니다. 별 기대는 안했습니다만...
<현대옥>은 계란이 따로나오는 "남부시장식"과 계란이 국밥에 넣어 나오는 "끓이는식" 모두 제공되더군요. 그래서 하나씩 시켰습니다. 아래 사진이 "끓이는식"이고....
이게 "남부시장식"입니다. 그러데 계란이 넣어 나오는 "끓이는식"이 훨씬 더 맛있습니다. 정말 감탄했습니다. 사실 전 콩나물국밥을 그리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끓이는 식은 어릴 때 시장에서 먹던 국밥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남부시장식"은 매운 맛이 강해서 맛을 잘 못느낄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보니 매운 정도도 변경할 수 있고, 오징어를 삶아 썰은 것도 추가할 수 있더군요. 말아져 있는 밥이 다소 작은데, 한켠에 밥을 따로 준비해두어 원하는 만큼 퍼올 수 있습니다.
시간이 어느덧 많이 늦었고, 아이도 피곤해 해서 숙소로 돌아 왔습니다. 한옥에서 처음 자보는 아이가 신기한가 봅니다. 방이 좁아서 이불도 다 펴지지 않지만, 좁은 방이라 몸을 붙여서 자야 하지만 아이는 그저 깔깔거리며 신나 합니다.
아침 산책
낯선 잠자리라 그런지 새벽 6시에 잠이 깼습니다. 마나님과 아들은 아직도 곤히 자고 있어서 아침 산책을 나갔습니다. 나간 김에 노천에 세워 둔 차를 가까이로 옮기기도 하구요. 어젯 밤 그 많은 인파들이 서성대던 거리가 한적합니다.
차를 세워둔 곳으로 가려고 이 아름다운 <남천교>를 건넜습니다. 무지개 다리 위에 한옥 누각을 올린 한옥마을에 잘 어울리는 멋진 다리입니다. 그 아래 아담한 전주천도 아름답습니다.
차는 가져다가 한옥마을 중심에 있는 <전주 공예품 전시관>에 대었습니다. 여기가 의외로 무료더군요. ^^ 새벽이라 몇 자리 빈 곳이 있어 얼씨구나하고 대었습니다. 여기서 숙소까지는 몇 발짝 되지 않으니 안성마춤입니다. 나중에 여기에 차 대었다고 하니, 마나님이 엄청 칭찬해 주었습니다. ^^
조용한 아침에는 큰길 보다 이런 골목길이 더 운치있고 좋더군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저희 회사 근처에도 삼백집이 있고, 저희 집 근처에도 삼백집 분점이 오픈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그럴거면 아예 남부시장에 있는 삼백집으로 갈걸 그랬습니다.
아침 9시도 되지 않은 시각이라 문을 연 식당은 몇군데 되질 않고, 그나마 문 연 곳은 줄을 서 있고... 허망하게 다시 숙소 근처로 돌아옵니다. 길거리에 있는 재밌는 인형의 표정을 따라하는 아들입니다. 비슷한가요?
오는 길에 <전주 초코파이>로 유명한 <풍년제과>가 막 오픈을 하려고 하더군요. 앞에 몇명 없길래 잽싸게 줄을 서서 몇개 사 보았습니다. 이렇게 생긴 건데... 엄청 답니다. 물론 단 걸 좋아합니다만...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다이어트에는 최악인 과자인 것 같습니다. 냉장고에 넣어 차게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아침밥은 숙소 바로 앞에 있는 <고궁 익스프레스>에서 전주비빔밥으로 때웠습니다. 숙소 바로 앞이라 별로 가고 싶지 않았는데, 그나마 여기가 줄이 짧아서... 전주비빔밥은 깔끔하니 맛이 괜찮았습니다.
오목대-자만벽화마을-전주향교 걷기
우리가 묵었던 숙소의 아주머니가 그러시더군요. 전주 한옥마을은 오목대와 전주향교 등 역사적인 볼거리도 많고 걷는 길도 좋은데, 모두들 먹으러만 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요. 실제로 저희 식구도 어젯 밤에 와서 계속 먹기만 했더군요.
사실 전주 한옥마을에 대한 블로그 글들을 보면 대부분 먹을거리에 대한 얘기들입니다. 전주가 음식으로 유명하지만 그건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이라는 우리네 먹거리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한옥마을에는 전 세계 먹을거리가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 먹을거리 때문에 더 유명해진 한옥마을이지만, 여기 계신분들은 그게 참 아쉽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우리는 아주머니의 조언에 따라 오목대를 시작으로 짧은 걷기를 떠납니다. 오목대는 야트막한 야산 위에 있는데, 그 길로 오르니 한옥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 좋습니다.
이런 분위기의 산길인데, 그리 길진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짧아서 아쉽습니다.
여기가 <오목대>입니다. 이곳 오목대는 고려말 이성계 장군이 왜구를 무찌르고 돌아가던 중, 자신의 선조가 살았던 전주에 들러 자축 파티를 했다는 곳입니다. 아마도 자신의 종친들을 모아놓고 나라를 뒤집을 야심을 내비치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해 봅니다.
여기에는 비석이 하나 있는데, 고종의 친필을 새긴 것이라 합니다. 아마도 조선왕조의 몰락을 거부하고 정통성을 세우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승전 파티를 하려면 그만한 장소가 있어야겠죠. 이 너른 정자가 바로 그 곳입니다.
올라서면 아주 너른 마루가 나옵니다. 사극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양반네들의 잔치 장소가 연상됩니다. 이런 너른 나무 마루를 보니 아들이 신나서 뛰어 다닙니다.
오목대의 "오"자가 오동나무를 뜻하네요. 여기에 아름드리 오동나무가 있었나 봅니다. 지금은 찾을 수 없네요. 이름에 어울리게 멋진 오동나무를 하나 심어 키우면 어떨까 싶습니다.
오목대를 내려와 이목대로 향합니다. 이런 분위기 좋은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곧 큰 도로 위로 난 <오목교>를 지납니다.
오목교를 지나면 <자만벽화마을>이 나옵니다. 원래 이 동네는 매우 허름한 곳이었는데,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벽화를 그려 명소가 되었답니다. 서울에 있는 이화동 벽화마을과 비슷한 개념이지요.
이 곳의 벽화는 소박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주변과 잘 조화되구요.
정갈한 골목을 따라 벽화들을 구경하는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동네가 그리 넓지 않은게 아쉬울 뿐입니다.
큰 길가에는 비슷한 컨셉으로 벽화를 그린 카페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 하겠네요.
여기에 <이목대>가 있습니다. 이목대의 비도 역시 고종의 친필이라고 하네요. 이 동네가 태조 이성계의 조상들이 살았던 터였다고 하니... 이곳이 바로 조선의 성지라 할 수 있겠지요. 지금은 다소 초라해 보입니다만...
좀 더 둘러보니 우리에게 친숙한 <이웃집 토토로>가 보입니다. 저랑 마나님은 너무 반가운 토토로이지만, 아들은 처음 보는 겁니다. 하긴 이걸 만든 지브리 스튜디오가 이제 더 이상 작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죠.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이제 박제로 역사에만 남게 되었으니, 아들 세대가 보고 즐기긴 어렵겠죠.
다시 길을 건너면 한옥마을의 귀퉁이로 들어섭니다. 운치있는 담장과 원래부터 있었던 듯한 오래된 한옥들이 정겹습니다.
담장을 따라가면 <전주향교>가 나옵니다. 이 향교는 고려말 공민왕 시절에 지어졌다고 하니 그 역사가 깁니다. 동학농민운동의 거점이 되었기도 하고, 6.25 전쟁때 안타깝게 파괴되었으나 전후에 다시 수리하여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마법천자문>에 빠져 있는 아들이 이곳에 오니 아주 좋아합니다. 한자가 많다구요. 아주 쉬운 한자로 되어 있는 이 문의 이름을 읽고는 스스로 자랑스러워 합니다. ^^
향교 안에는 족히 오백년은 되었을 법한 은행나무 고목들이 여러 그루 있습니다. 비틀어지고 밑둥이 썪어 보수를 했지만 여전히 푸른 잎을 내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이 은행나무는 밑둥에 큰 혹이 났고, 그 혹이 모두 썪어 없어졌는데도 여전히 푸르릅니다.
이 은행나무의 밑둥이 얼마나 굵은지 울 아들과 비교해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엄청난 대물입니다. 이런 대물급 은행나무가 보호 울타리도 없는게 의아하네요.
한옥마을 곳곳에는 이렇게 한복을 빌려주는 곳이 있습니다. 실제로 한복을 입고 다니는 어린 여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한복 곱게 차려입고 깔깔거리며 사진찍는 아이들이 참 귀엽더군요.
향교이니 공자의 위패를 모신 곳이 있겠지요.
이 향교의 건물들은 단순히 보는 용도로 쓰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예절교육이나 서예교육을 하고 있더군요. 저 건물 안에서는 학생들이 진지하게 서예를 배우고 있더군요. 저도 나이들고 여유가 생기면 꼭 배우고 싶습니다.
팬 장작을 가지런히 쌓아놓은 게 경이롭습니다. 아까워서 아궁이에 넣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전동성당과 풍남문
이왕 산책길 나선 것 더 둘러보기로 합니다. 한옥마을에는 먹거리 뿐 아니라 다양하고 개성있는 물건들을 파는 가게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 이곳 <마음상회>가 참 재밌더군요. 저걸 보고 안 들어갈 수 없습니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 종이가방입니다. "뇌물", "성의표시", "알면서~" 라고 적힌 가방을 주면 정말 뻘쭘할 것 같습니다.
절로 공부할 마음을 다지게 될 것 같은 공책입니다.
생일카드도 재밌네요. 인터넷에서도 팔면 좋겠는데... 찾을 수 없네요.
지금까지 안 다녀본 골목길만 골라서 다닙니다. 벽에 날개가 그려져 있길래 포즈를 취해보는 아들입니다. 요즘 아들이 사진 찍히는 재미를 알게 되어, 사진 찍기 좋습니다.
5월 4일 월요일 오전인데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붐비는지 알고보니 이때 <전주 영화제>와 <전주 한지문화축제>가 열렸더군요. 나중에 서울에 와서 뉴스를 보고 알았습니다. 전주에 축제가 두개나 열렸다는 걸요. 어쩐지 바글바글 했습니다.
마나님이 가고 싶다고 한 <전동성당>입니다. 이 성당 자리는 전라도 지역의 카톨릭 신자들이 순교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1908년부터 1931년까지 지어진 성당 건물로 매우 아름다워서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유명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인파들이 찾습니다. 성당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 봤습니다.
전동성당에서 더 나가면 <풍남문>이 나옵니다. 원래 풍남문의 야경이 끝내 준다고 하던데, 못봐서 아쉬웠습니다. 풍남문은 지금은 헐리고 없는 전주성곽의 남문이었다고 합니다.
전주성은 임진왜란 당시에는 일본군에 점령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근에 징비록에서 묘사한 웅치와 이치 전투의 성과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치는 권율이 잘 막아내었고, 웅치는 김제군수 정담이 결사항전하였으나 일본군에 의해 뚫리고 맙니다. 하지만 전주성 앞에 이른 일본군은 당시 전주성을 지키던 이정란의 기지와 이치에서이 전력 손실로 전주성을 넘보지 못하고 철수하고 맙니다. 이 덕분에 전주성 안에 보관되었던 조선왕조 실록이 무사하게 됩니다.
이렇게 임진왜란때는 잘 버텼으나, 정유재란때는 전주성이 처절하게 파괴되는 아픔을 겪습니다.
풍남문 앞에 이런 재밌는 조각이 있습니다. 아들이 앞 사람을 따라 발을 잡고 당겨 봅니다.
하~ 저놈의 끼는... 물론 멍석을 깔아주면 부끄러워 아무것도 못합니다.
다시 한옥마을을 들어와 <경기전>을 둘러있는 돌담길을 걸으며, 한옥마을과 작별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마나님이 이번 여행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썬글라스를 쓰고 인증샷 찍습니다.
점심은 다시 <교동 고로케>에서 산 전주비빔밥 고로케로 때우고, 그외 한옥마을 곳곳에서 산 주전부리로 때웠습니다. 이렇게 2박3일간의 짧았지만 다채로웠던 봄방학 여행이 끝났습니다.
정말 전주 한옥마을은 다이어트를 하는 분들은 절대로 오면 안될 곳입니다. 여기 다녀온 뒤로 저의 체중 줄이기 프로젝트는 다시 몇달전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ㅡ,.ㅡ
전주 한옥마을은 좀 한가할 때 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처럼 때를 잘못 맞추어 가면 고생합니다. 그래도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한옥마을 분위기도 좋아 만족스러웠습니다.
으레 이런 여행이 끝나면 후유증이 있게 마련이죠. 아들도 저도 긴 연휴가 끝나는게 정말 두려웠습니다. 그래도 다시 일상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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