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11월 14일 금요일

나사못이 다 같은 건 아니다

Woodworking Managzine, Summer 2008에 실렸던 "Screws are Screws - Aren't They?"를 기반으로 내용을 꾸몄습니다. 
http://www.popularwoodworking.com/article/screws-screws-arent

나사못을 쓰다 보면 비틀어지고, 휘어지고, 부러지는 경험을 여러번 하게 됩니다.  나사못이 박히다가 부러지게 되면 그걸 빼내는데 엄청 고생하게 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좀 더 좋은 품질의 나사못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그게 꼭 비싼 나사못도 아닙니다.  

문짝을 달거나 선반을 달 때 그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한 손으로는 나무를 잡아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고 다른 손으로는 나사못을 죕니다.  나사못이 거의 다 죄어갈 무렵, 욕심내어 몇 번 더 죄는 바람에 뚝 하고 나사못이 부러집니다.

저는 특정 브랜드의 나사못이 유난히 잘 부러지고, 다른 브랜드의 것들은 아주 튼튼하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발견한 사실들을 풀어 놓을텐데 아마도 여러분도 들으면 깜짝 놀랄 얘기일 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테스트를 하기 위해 4개의 다른 나사못 박스를 샀습니다.
  • 일반적인 석고보드용 나사못 : 대부분의 목공인들이 이걸로 가구를 만듭니다. 
  • 건재상에서 산 아연 도금된 나사못
  • McFeely사에서 나온 고급 사각 나사못
  • 온라인에서 구매한 고급 Spax 나사못 
제가 첫번째로 놀랐던 대목은 온라인에서 구매한 고급 나사못이 건재상에서 산 일반 나사못보다 약간 더 저렴하더라는 겁니다.  



나사못 머리(head) 모양

세상에는 다양한 머리 모양의 나사못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목공에 쓰이는 머리 모양은 접시머리(flat head) 나사못입니다.  접시머리는 윗부분은 평평하지만 아랫쪽은 80~82도로 경사져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카운터싱크(countersink) 비트 들의 각도가 이에 맞추어 80~82도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카운터싱크 비트로 나사못 머리가 들어갈 공간을 파놓으면 접시머리 나사못이 딱 맞아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아래 그림과 같이 다양한 머리 모양의 나사못들이 있습니다.


나사못 홈(recess) 모양

요즘 목공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나사못 홈 모양은 십자 모양입니다.  예전에는 일자(slot) 모양이 많이 쓰였으나 큰 힘을 가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어 십자 모양으로 대세가 넘어간 상태입니다.

십자 모양도 여러번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고 날카로운 십자 모양의 홈이었고 이를 Frearson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후 1936년 Henry Phillips가 특허를 낸 가운데가 뭉퉁하게 파여진 홈이 특징인 필립스 방식이 대세를 잡게 됩니다.

요즘에는 이를 좀 더 개선하여 십자 모양의 사이에 홈을 하나씩 더 낸 Pozidriv 방식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Pozidriv 나사는 필립스용 드라이버로도 죌 수 있는 하위호환성도 있으면서,  전용의 Pozidriv 드라이버를 쓸 경우 큰 토크로도 뭉개짐 없이 나사못을 죌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필립스 방식의 십자머리는 큰 힘을 가하다 보면 아래 사진과 같이 홈이 뭉개지는(cam-out) 경우가 많아 낭패를 겪기도 합니다.  되도록이면 Pozidriv 나사못과 전용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이 생산성에 큰 도움이 됩니다.


나사못 홈 모양에 대한 기술 경쟁은 작은 힘으로도 강력하게 죌 수 있으며 드라이버가 미끄러지지 않고 잘 밀착되어 나사못 홈이 잘 뭉개지지 않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일자와 십자 모양 외에도 네모(square) 모양,  별모양(torx) 등의 제품이 나오게 됩니다.  이런 특수한 모양의 홈은 전용의 드라이버가 필요해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일부 사용되고 있지만, 그 성능만큼은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사산(thread)의 형태

나사 머리 모양이 결정되고 나면 이제 나사산을 볼 차례입니다.  옛날에는 나사산을 나사못 몸통을 깎아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사산의 높이는 나사못의 몸통의 직경과 같게 되는거지요.  오래된 가구를 뜯다보면 이런 오래된 나사못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프레스가 나사못 몸통을 찍어 눌러 나사산을 만듭니다.  그래서 요즘 나사못은 나사산의 직경이 몸통의 직경보다 큽니다.   나사못의 결합력은 나사산과 나무가 만나는 접촉면이 넓어질 수록 커집니다.  그러므로 같은 몸통 직경의 나사못이라도 나사산이 높은 것이 더 선호됩니다.  특히 파티클보드나 합판과 같은 견고한 섬유질이 부족한 재질의 경우 몸통은 가늘고 나사산이 높은 나사못을 필요로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한줄 나사(single thread) 형태의 나사못이 많이 쓰입니다만 두줄 나사(double thread)를 사용한 나사못도 시중에 있습니다.  한줄 나사에 비해 두줄 나사는 길이당 나사산의 갯수가 더 많아 나사못 유지력이 더 높고,  나사산의 경사도 급해서 같은 회전수로 죄었을 때 더 빨리 죄어져 생산성을 높여줍니다.   이런 이유로 두줄 나사못은 주로 길이 90mm 이상의 나사못에 쓰입니다.


열처리가 중요하다

나사못의 형태가 다 만들어지면 열처리(heat treatment)를 하게 됩니다.  섭씨 870도 정도로 열처리하는 것이 보통인데, 너무 높은 온도로 열처리를 하게 되면 잘 부러집니다.  반면 열처리가 부족하면 잘 휘어집니다.  나사못을 많이 쓰는 분의 경우 몇 번만 나사못을 쓰다보면 이 나사못이 열처리가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석고보드용 나사못

많은 목공인들이 지금도 석고보드용 나사못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를 들었던 간에 석고보드용 나사못과 나무용 나사못은 다르고 이 둘을 섞어쓰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습니다.

석고보드용 나사못은 고온 열처리를 하였기 때문에 잘 부러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석고보드용 나사못 머리는 나팔 모양(bugle head)입니다.  접시머리와 달리 약간 오목한 곡선이 있지요.  이는 석고보드를 감싸는 종이층을 잘 뚫고 들어가게 하기 위한 배려입니다.  카운터싱크 비트로 나사머리가 들어갈 공간을 팔텐데,  이 나팔머리는 이 공간과 딱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다.



석고보드용 나사못은 얇은 몸통과 큰 머리 직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몸통은 #6 나사못 크기인데 머리는 #8 나사못 크기입니다.  석고보드용 나사못의 머리가 큰 이유는 석고보드를 감싼 종이층이 잘 찢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입니다.

작은 몸통 크기와 오목한 곡선의 나팔 머리는 카운터싱크된 공간을 뚫고 들어갈 확률이 높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석고보드용 나사못을 너무 큰 토크로 죌 경우 의도한 것보다 더 깊이 나사못이 파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석고보드용 나사못은 석고보드에 써야지 나무에 쓰는 걸 피해야 합니다.

나사못을 테스트해 보니...

나사못 종류별로 20개씩 메이플 판재에 박아 보았습니다.  실제 목공을 할 때는 예비구멍도 내고 카운터싱크도 판 뒤에 나사못을 박지만 저는 더 가혹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그냥 나무에 그대로 박았습니다.  단단한 나무라 마찰도 심하고 열도 발생해 만만치 않은 테스트 조건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나사못 별로 이렇게 편차가 큰지 몰랐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먼저 건재상에서 산 목재용 나사못입니다.  이 나사못은 20개 모두 나사못을 죄는 중간에 부러졌습니다.  모두 끝까지 박히지도 못하고 절반쯤 박혔을 즈음에 중간 부분이 뚝 부러졌습니다.

석고보드용 나사못의 경우 20개에서 오로지 4개의 나사못만 끝까지 박혔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나사머리가 카운터싱크 구멍에 닿는가 싶더니 머리 부근에서 뚝 부러졌습니다.

프리미엄급인 Spax와 McFeely사의 나사못은 놀랍게도 20개 모두 끝까지 잘 박혔고 나사머리 홈도 뭉개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사못을 박는 중간에도 전혀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박혔습니다.  예비구멍이 없었기 때문에 나무가 갈라진 것 뿐입니다.





결론은?

역시나 나사못도 돈값을 합니다.  프리미엄급의 목재용 나사못은 매우 튼튼하고 부드럽게 나무를 결합할 수 있으며 내구성도 우수합니다.  그리고 잘 알아보면 동네 건재상에서 사는 싸구려 나사못보다 더 싼 가격으로 인터넷에서 프리미엄급 나사못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위에 제시된 테스트 결과는 예비구멍을 뚫지 않고 나사못을 박은 거라 매우 가혹한 환경이라는 걸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정석대로 예비구멍을 뚫고 나사못을 죈다면 큰 무리없이 석고보드용 나사못이나 싸구려 나사못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사못이 부러지거나 휠 확률은 여전히 상존한다는 걸 명심하셔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Spax 나사못의 경우 네베상사에서 정식 수입을 하고 있으며 인터넷에서 소분 및 대량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일반 석고보드용 나사못에 비해서 두배 정도의 가격이지만 그 값어치는 할걸로 보입니다)

>>> SPAX 나사못 구입하는 곳

(더불어 http://dmsshop.co.kr 에서는 고강도 POZI 드라이브 머리를 가진 목공용 나사못을 5천원 단위로 판매하고 있으며,  POZI 드라이버 비트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고강도 나사못을 사용하는 것이 나사머리가 부러지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