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9월 3일 수요일

<나무로 가는 세상> 2014 정모에 다녀오다

제가 주로 활동하는 <나무로 가는 세상> 카페에서는 일년에 한두번 정도 "정모"를 합니다. 작년에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목요공방>에서 정모를 했기에 당일치기 행사였는데, 이번에는 카페 회원이자 강원도 횡성에서 <등자치펜션>을 운영하는 등자치님의 펜션에서 정모를 하기로 했기에 1박2일 행사였습니다. 그래서 카페에서는 가족 동반을 권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식구들에게 나가세 정모에 우리 식구 모두 갈까? 하고 여러번 물었는데.. 다들 시큰둥합니다. 그래? 그럼 말아라... 하고 시간이 지났고 어느덧 정모날이 다가 왔습니다. 추석 바로 앞 주라 벌초 차량이 많아서 고속도로가 혼잡하다는 뉴스를 들었기에 마음이 급했습니다. 

짐을 챙기고 집을 나서려는데 아들놈이 다리 가랭이를 붙잡고 놔주질 않습니다. 아빠 가지마~ 심심해~ 라고 막무가내입니다. 그럼 아빠랑 같이 갈래? 했더니 엄마도 가야 된답니다. 그래서 마나님께 같이 갈래? 했더니 씻고 준비하려면 1시간을 걸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울고 나뒹구는 아들놈을 내버려 두고 집을 나섰습니다. ㅡ,.ㅡ

정모는 횡성 등자치 펜션에서 3시까지 집결인데 우리 집에서 그곳까지는 안 막혀도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그런데 출발한 시각은 이미 오후 1시가 약간 넘은 상황입니다. 출발하기 전 고속도로 정보를 보니 최단거리 경로인 중부 고속도로 - 호법 - 영동고속도로 경로는 이미 호법 부근과 여주 부근에서 심한 정체가 있습니다.

그래서 횡성에 여러번 놀러가며 알아두었던 다소 복잡한 경로로 가기로 합니다. 강변북로를 타고 끝까지 가서 수석-호평간 고속도로를 타고 이어서 경춘 고속도로를 탑니다. 이어서 춘천JC에서 중앙 고속도로로 갈아 탄 다음 횡성IC에서 빠져나가 국도로 이동하는 경로입니다. 거리는 약 6km 정도 늘어납니다만, 예상했던 대로 경춘 고속도로 들머리인 서종IC 부근에만 약간 막혔고 나머지 구간에서는 뻥 뚤렸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2시간 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길의 마지막 부분은 횡성 IC에서 빠져서 횡성읍내와 안흥찐빵마을을 거치며 지나가는 길인데 약간의 혼란이 있었습니다. 횡성 읍내의 도로 체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아래 사진과 같은 듣도 보도 못한 2연속 로터리 표지판이 연달아 나옵니다.


나중에 다음지도에서 확인해보니 아직 항공사진은 업데이트되지 않은걸로 보아 최근에 교통체계가 변경된 것 같습니다. 시골에서는 흔히 오거리나 육거리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을 신호등으로 통제하면 신호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집니다. 그래서 이런 로터리를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로터리 체계를 만든 곳은 보지 못했습니다.


횡성은 한우가 유명하지요? 그래서 군의 상징도 황소입니다. 그런데 정작 횡성에서 한우 먹어 본 기억은 없네요. ㅡ,.ㅡ


시골길의 풍광을 즐기면서 천천히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국도를 달리고 있는데 갈림길에서 갑자기 이런 표지판이 나옵니다. 네비게이션은 좌회전을 하라고 하는데, 폐쇄도로라고 합니다. 어떡하지 망설이는데 제 바로 앞차도 망설이다가 폐쇄도로 쪽으로 휙 틀어 갑니다. 그래서 저도 따라 가 봅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길이 막혔습니다. 제 앞에서 돌아오는 차도 뻘쭘하고 저도 뻘쭘합니다.


나중에 지도를 살펴보니 폐쇄된 길은 구불구불한 전재고개를 넘어가는 옛길인데, 옆에 전재터널을 뚫고 큰 도로를 개통했더군요. 

 
네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좀 해야 겠습니다. ㅡ,.ㅡ 별일 아니지만 순간 당황했습니다.


여차저차해서 등자치 펜션에 도착했습니다. 이번에 나가세에서 단체티를 만들었기 때문에 금방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오랫만에 뵙는 분들과 반가운 인사들을 나누고 새로 오신 분들과도 눈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행사준비에 덕풍언니, 고주몽, 나중사, 불타는 고무다라, 동대신동 님이 많이 애쓰시고 계시더군요. 미흡하지만 저도 좀 거들었습니다.


펜션이 참 예쁘길래 주변을 좀 돌아다녀 봤습니다. 아담하고 깨끗한 수영장이 있는데, 이런 산골의 수영장들은 대부분 지하수나 계곡물을 받는 거라 매우 차갑습니다. 


펜션 옆에는 키작은 밤나무들이 있었는데 어릴 적 키 큰 밤나무에서 밤을 따기 위해 기다란 대나무 작대기를 썼던 걸 생각하면 생산성은 확실히 높겠네요.


이곳 횡성에서는 가로수로 자작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펜션 옆길에도 이렇게 심어져 있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본 행사가 시작되려고 합니다. 본부동 2층에 자리들을 셋팅합니다.


행사는 각자 자기소개로 시작해서 경품 추첨으로 열기가 화끈 달아 올랐습니다. 모두가 좋아할 만한 아이템은 번호 추첨으로 정했고, 펜킷이나 여성용 가방 같은 일부만 좋아할 만한 아이템은 가위 바위 보로 정했습니다. 참여한 인원보다 경품의 수가 많아서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경품이 나누어 졌습니다.

특히나 가족과 아이들, 그리고 멀리서 온 분들에게 탐나는 경품들이 많이 돌아가 내심 흐뭇했습니다. 저는 스텝이기도 하고 별로 필요한 게 없어서 나서서 경품에 응모하지는 않았습니다. 새로 가입하신 회원분들에게 많이 돌아가길 바랬습니다.


어느덧 해가 지려고 합니다. 낮에는 꽤나 더웠는데 강원도의 시원한 저녁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이곳은 카페 회원인 등자치님이 운영하는 등자치 펜션입니다. 기억해 두셨다가 횡성에 놀러올 일이 있으시면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이 근처의 펜션 가격을 좀 살펴 보았는데 여기가 가장 합리적이더군요. 등자치님은 펜션 내에 자신의 공방도 있습니다. 목공과 펜 만들기도 열심히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녁 식사는 훈제 바베큐가 메인이었는데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습니다. 지금도 생각이 나네요. ^^ 


저녁 먹고 자연스레 술자리가 이어졌는데 드라이쏠님의 클라리넷/섹소폰 그리고 등자치님의 섹소폰 연주가 이어졌습니다. 순간 목공카페인지 음악카페인지 헷갈렸습니다.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가는데 아들과 마나님이 자꾸 카톡으로 언제 오냐고 재촉합니다. 심심하다고 주리를 틀고 있는 아들내미 사진도 날아옵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제가 오후에 막걸리 두잔만 마시고 술을 안 마셨더라구요. 하룻밤 자고 아침일찍 서울로 가려고 했는데 굳이 그럴 것 없이 바로 서울로 넘어가는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집에서 나설때 다리 붙잡고 울던 아들 생각에 마음이 계속 아렸거든요. 


그래서 조용히 빠져나와 서울로 향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거의 자정에 가까웠는데 아들놈이 자지도 않고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빠~ 다음부터는 아빠 꼭 따라갈게~ 랍니다. 과연 그럴지 한번 두고 보겠습니다. ^^


즐거운 정모였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작년 정모때 처음 뵙고 많은 얘기를 나눴던 분들이 이번 정모에 많이들 오시질 않으셨더군요. 물론 새로운 분들이 많이 온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요.

올해도 토종나무님이 협찬하신 순대를 득템해 왔습니다. 어제 마나님께서 친히 순대볶음을 해주시더군요. 작년에는 쪄먹었는데 볶아먹는게 훨씬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아들도 잘 먹네요.


저도 경품 당첨된게 하나 있는데 이것 역시 토종나무님이 협찬하신 반지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이걸 마나님께 내밀려고 보니 내용은 없고 케이스만 전하는 격이라 괜히 욕만 먹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짱 박아 두었습니다. 내년 마나님 생일에 맞추어 나무 반지를 만들어 줘야겠습니다. 케이스가 커서 하나로는 안될 것 같고, 세개는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모 준비하느라 애쓰신 나가세 운영진님들과 많은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경품 협찬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참석하신 모든 분들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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